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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13장, 똑바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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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30, 2020 20:21에 작성됨.

-제13장-

똑바로


[도쿄도 오타구 도쿄카마타의료센터 ------ 카츠라기 타로]


  타도코로에게서 전화가 온 건 9시 30분 정도였다. 지난번에 그 일이 있고 나서는 학교에서도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전화가 왔을 때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야, 타도코로?”

“미안한데, 지금 카마타의료센터로 와 줄 수 있어?”

“뭐? 무슨 일이야?”

“뮤 삼촌이 사고를 당했어. 크게.”

“당장 갈게. 게이큐 쪽 의료센터지? 카마타 병원 말고.”

“응. 어머니는 아직 오시는 중이라서 유이나를 봐줄 사람이 필요해. 주말 아침부터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기다리고 있어. 바로 갈 테니까.”

“고맙다.”


  타도코로의 말투는 평소와 달리 높낮이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잔잔했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서 인지하는 자신의 모습과 겉으로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 그건 친구, 가족, 동료 등 보여주는 대상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 몰리게 될 경우,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못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나오는 일이 생기게 된다. 타도코로의 경우는 극도로 차분하고 냉정해지는 타입이었다.

  나는 지난 5년간 이런 상태의 타도코로를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2년 전쯤 타도코로의 어머니가 꽤 심각한 상황으로 입원하셨을 때, 타도코로는 평소의 츤츤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매우 차분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10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응급실로 들어선 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자, 드라마에서나 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타도코로는 수술실 구역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멍하니 땅을 바라보고 있었고, 유이나는 훌쩍이며 그런 타도코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타도코로.”


  내가 조심스럽게 부르자, 녀석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와 줬구나. 고마워.”

“그거야 당연한 거지. 상황은 어떻대?”

“일단은 수술 중이라 기다려야할 것 같아. 꽤 큰 사고라고는 했는데...”

“걱정이네...”

“저기, 카츠라기. 편의점이라도 좋으니까, 유이나를 데리고 가서 뭐 좀 먹여줄래? 아침을 차리는 중에 뛰쳐나와서 아무 것도 못 먹었거든. 아까부터 우느라 진을 빼기도 했고.”


  타도코로에게 기대고 있는 유이나는 굉장히 지쳐 보였다. 상태를 보아하니 이미 울다가 지쳐서 힘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너는 어쩌고?”

“혹시 모르니까 한 명은 남아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난 괜찮으니까, 다녀 와.”

“일단은 알겠어. 가자, 유이나.”

“싫어...”

“응?”

“그냥 여기 있을래...”


  유이나는 반쯤 풀린 눈으로 힘겹게 말했다. 타도코로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유이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녀와. 여기는 지키고 있을 테니까. 배고프지 않아?”

“...고파.”

“거 봐.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할게.”

“...알겠어.”


  타도코로의 설득에 못 이겼는지 순순히 따라 나선 유이나를 데리고 병원에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유이나는 우느라 많이 지쳤는지 사 준 도시락은 거들떠도 안 보고 초코우유만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길 건너로 보이는 병원 건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뮤 형은 괜찮은 걸까. 사고는 어쩌다 난 걸까. 타도코로 녀석, 저렇게 냉정해보여도 분명 걱정하고 있겠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의문과 생각들이 피어올랐지만 쉽사리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할 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기 때문에, 여전히 뇌가 상황을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유이나는 어느새 도시락을 비우고 쓰레기를 정리했다. 나는 그런 유이나를 데리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나도 유이나도 뭔가 말을 하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수술실 쪽으로 향하던 중, 모퉁이 너머로 타도코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화상대는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처음 듣는 것으로 보아 타도코로의 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 드린 건데,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당연히 와봐야 하는 일인걸요. 프로듀서님... 미유키 씨는 괜찮으신 건가요?”

“아직 상황을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어서 괜찮을 거라고 하셨어요.”

“다행이네요...”


  나는 모퉁이를 돌아 수술실 앞을 바라보았다. 대화상대는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이었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뮤 형의 직장 동료인 것 같았다.

  큰 사고가 아니라는 건 분명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전화상으로도 그랬고, 방금 전에도 그랬고, 나에게는 꽤 큰 사고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도코로...씨?”


  타도코로는 그 목소리를 듣고 내 뒤쪽을 바라보며 심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타도코로와 대화를 나누던 여성도 뒤를 돌아보았다.

  나와 유이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챈 나는 타도코로만큼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카츠라기 씨도...? 다들 어째서, 여기에...?”


  그곳에는, 평소에 밴드부실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말하자면 작년과 같은 분위기를 한 키사라기 치하야가 서 있었다.


“치하야, 프로듀서님의 가족 분이셔. 이쪽은 조카인 타도코로 신이치 씨.”

“조카...? 타도코로 씨가...?”

“아, 혹시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어?”


  치하야와 타도코로의 관계를 모르는 정장 차림의 여성은 치하야에게 타도코로를 소개했다. 치하야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과 입술이 떨리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나는 예전처럼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떠올려보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떠올릴 수 없었다. 지금은 뭔가 적당한 말로 둘러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타도코로는 어느새 안정을 찾고 침착해져 있었다. 전에 아카바네에서 뮤 형과 치하야를 맞닥뜨렸을 때 오히려 타도코로가 당황하는 사이 내가 상황을 수습했던 것과는 정 반대다. 

  타도코로는 숨을 고르고 정장 차림의 여성에게 말했다.

“아키즈키 씨, 혹시 이 이후에 스케줄이 있지 않으신가요?”

“네? 네. 11시부터 스케줄이 있기는 한데...”

“그렇다면 스케줄에 맞춰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걱정해주시는 것도 잘 알고, 급하게 와 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아이돌들의 스케줄까지 취소되는 건 미유키 삼촌도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계속 대기하고 있을 거니까, 혹시 소식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사무소 쪽이나 제 전화로 부탁드릴게요. 여기 명함...”


  타도코로는 아키즈키 씨가 내미는 명함을 받아들었다. 치하야는 그 사이에도 초조한 표정으로 타도코로와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명함 전달을 마친 아키즈키 씨는 치하야에게 말했다.


“그러면 치하야, 스튜디오에는 내가 동행할게. 하루카랑 유키호는 사무소에 있다고 하니까, 사무소 들렀다가 스튜디오로 가자.”

“...먼저 차에서 기다려줘, 리츠코. 바로 따라갈게.”

“알겠어. 주차장 앞으로 나올 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 와야 해.”

“...응.”


  아키즈키 씨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타도코로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무거운 걸음으로 수술실 구역을 빠져 나갔다. 치하야는 여전히 타도코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자세한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치하야의 반응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치하야와 뮤 형 사이의 관계가 정확히 어떤지 몰랐고, 지금 치하야의 반응이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뮤 형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일단은 타도코로에게 상황을 맡기고 가만히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

  타도코로는 아키즈키 씨의 명함을 주머니에 넣은 뒤, 치하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치하야.”

“...”

“하세가와 미유키... 그러니까, 네 프로듀서는 우리 외삼촌이야. 올해 초부터는 같이 살고 있어.”

“...”

“별다른 의도를 가지고 숨기려던 건 아니야. 언젠가는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해. 그리고...”


  타도코로는 말을 멈추더니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치하야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지금은 나도 조금 혼란스러워서.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너무 걱정하지는 마.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으니까.”


  치하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참 전부터 짓고 있던 당황스러운 표정을 유지한 채 타도코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 타도코로 씨.”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치하야는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서서 건물을 빠져 나갔다. 유이나와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눈치를 살폈다. 타도코로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의자에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나는 타도코로의 왼편에 유이나를 앉히고, 반대편인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이나는 지쳤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타도코로는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으로 가만히 땅을 응시하고 있었다.


“최악의 형태로 이야기해버렸네.”

“타도코로...”

“이런 식으로 알게 되는 건 싫었는데. 치하야는 분명 속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않아, 타도코로. 뮤 형도 분명-”

“괜찮아, 카츠라기.”


  타도코로는 내 말을 끊었다. 여전히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애써 위로해주지 않아도 돼. 지금은 그냥... 잠시만 가만히 있고 싶어.”

“...”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나는 딱히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까. 레이나가 멤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밴드부도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었고, 뮤 형은 사고를 당한데다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치하야도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아 보였다. 타도코로는 그 모든 일들의 중간에 끼어 있었다. 제대로 정리하기조차 쉽지 않은, 머리가 터질 만큼 복잡한 상황이었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후, 타도코로가 입을 열었다.


“카츠라기...”

“응?”

“왜 여기까지 왔을까?”

  타도코로는 힘겹게 말한 뒤 눈을 살짝 찡그렸다. 오늘 처음으로 보인 표정 변화였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거야.”

“꼭 뮤 삼촌의 이야기만을 하는 건 아니야.”

“그러면?”

“밴드부의 일도 마찬가지야. 레이나처럼 음악에 꿈을 품은 것도 아니고, 치하야에 대한 것도... 상황이 복잡해질 걸 알았으면 처음부터 거절하는 게 맞았는데. 차라리 밴드부로 가까이 엮이지 않았더라면, 뮤 삼촌과 어떤 관계였던 별로 상관없지 않았을까.”

“바보야.”

“...에?”

  타도코로는 나의 말에 특유의 ‘에’ 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멍한 타도코로에 얼굴에 대고 말을 이었다.


“넌 항상 솔직하지 못해서 문제야. 아무리 츤데레가 유행이라고는 해도.”

“...무슨 뜻이야?”

“넌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핑계로 스스로에게까지 솔직해지지 못하고 있어. 네가 번지르르하게 이야기했던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다시 떠올려봐. 스이게츠제를 때려치우겠다면서 나한테 이야기했던 그 오글거리는 소리를 다시 떠올려보라고.”

“...”

“네가 중학생 때 봤던 치하야. 그 밤바다 사진에 나온 키사라기 치하야는 아이돌이 아니었잖아.”

“애초에 그 때는 누군지도 몰랐지만.”

“바로 그거야. 이제 그만 뮤 형으로부터 널 분리해, 타도코로. 처음부터 넌 뮤 형이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치하야에게 신경 쓰던 게 아니야. 네가 하세가와 미유키의 조카이기 때문이 아니라, 타도코로 신이치라는 네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라고. 그러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솔직해지란 말이야.”

“분리...”


  나는 순간 말하고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뮤 형이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 뇌리를 스쳤다.


“미안, 그러니까 내 말은. 뮤 형이 뭘 어쨌다는 건 아니고...”

“괜찮아.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었어.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지.”


  그 때, 수술실과 대기 구역을 분리하던 스크린도어가 열리면서 수술복 차림의 의사 선생님이 밖으로 나왔다. 타도코로와 유이나는 벌떡 일어섰다.


“하세가와 미유키 환자분의 보호자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

“일단 급한 조치는 마쳤습니다. 수술도 성공적이었고요.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


  타도코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이나는 풀썩 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앞으로 당분간은 절대안정을 취해야합니다. 그때까지는 보호자 분들이라도 면회를 주의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자세한 건 이후에 더 안내해드릴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정말 감사합니다!”


  통보를 마친 의사 선생님은 다시 수술실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타도코로는 수술실 구역의 스크린도어가 닫히고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만다행이네.”

“...”


  나는 타도코로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타도코로는 고개를 숙인 채로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ㅇ, 어이. 타도코로?”

“아아......”

-툭,


  투명한 액체 한 방울이 차가운 병원의 바닥 타일 위에 떨어졌다. 그 뒤를 이어 눈물이 타도코로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턱에 고인 뒤, 첫 방울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선의의 거짓말로 아키즈키 씨와 치하야를 안심시킬 정도로 비정상적인 차분함을 보여줬던 타도코로는 마치 어린아이마냥 오열하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억눌러왔던 감정이, 밀려오는 안도감과 함께 풀려나 날뛰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오빠라는 사람은...”


  아까부터 말이 없던 유이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타도코로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바닥에 살포시 앉아 타도코로를 안아 주었다. 타도코로는 여전히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참 후, 겨우 진정한 타도코로를 의자에 앉혀둔 나는 유이나와 함께 음료수를 사러 자판기를 찾아왔다. 내가 동전을 넣고 적당한 음료를 고르고 있을 때, 유이나가 말을 걸어왔다.


“고마워, 타로 오빠.”

“응?”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말 못했는데, 도시락도 그렇고, 챙겨줘서 고마웠어.”

“아니, 뭐. 그 정도야...”

“그리고 우리 오빠 같은 인간이랑 친구 해줘서 고마워.”

“...에?”


  조금 전에 지쳐서 조용하던 유이나는 어디 갔는지, 뮤 형이 무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이나는 타도코로와 정 반대로 평소의 텐션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아까 하던 이야기, 대충 들었으니까. 스이게츠제 때려치운다고 했다며?”

“아, 응. 그건 그런데...”

“그 유명한 키사라기 치하야랑 같은 밴드인 것도 알고, 삼촌이 담당 프로듀서인 것도 알지만, 난 그 외에 자세한 건 잘 몰라. 삼촌이랑 오빠가 맨날 자세한 건 얘기 안 해주거든. 그래도...”

“그래도?”

“우리 오빠, 기타 치는 건 되게 좋아해. 중학생 때 이후로 그만 둔 줄 알았더니, 봄에 밴드부 한다고 한 이후로 내가 공부만 하려고 하면 띵까띵까 거려서 몇 번 싸웠거든.”

“...그랬구나.”

“학교에서 어떤지는 나보다 타로 오빠가 더 잘 알겠지만, 앞으로도 글러먹은 우리 오빠, 잘 부탁해.”

“내가 뭘 대단한 걸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맡겨 둬.”


  중학생 때부터 느끼던 거지만, 이럴 때 보면 유이나가 타도코로 녀석보다 오만 배는 더 어른스럽단 말이지.

  양 손에 캔 음료를 들고 돌아가는 길, 나는 뮤 형이 무사한 것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타도코로가 했던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 밴드부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왠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던 치하야는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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