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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12장, 새까만 숲의 노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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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5, 2020 14:34에 작성됨.

[도쿄도 오타구 765프로덕션 ------ 프로듀서]


“그러면,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프로듀서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프로듀서 씨!”


  나는 리츠코와 오토나시 씨에게 인사를 한 뒤, 사무소를 나와 계단을 내려왔다. 건물을 나서자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팔짱을 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은 거야? 일찍 나와도.”

“오늘은 오후 스케줄이 비어 있었거든요.”

“좋아, 그러면 마시러 가자고.”


  야마모토 다이스케. 82프로듀스의 프로듀서로, 아이돌JAM을 치루면서 알게 된 사이다. 정작 무도관 라이브가 끝난 후로 급격하게 바빠지는 바람에 따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마침 오늘 저녁시간이 조금 지나고 퇴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이라도 한 잔 하자며 사무소까지 찾아와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82 같은 입지 있는 기업의 프로듀서가 왜 나 같은 사람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765프로가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 같아 마냥 나쁘게 생각하지만은 않았다.

  카마타 쪽 상점가의 이자카야로 행선지를 정한 우리는, 천천히 전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진으로 대충 봐서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작은 건물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직원이 몇 명이라고 했지?”

“정직원으로는 저까지 세 명이에요. 프로듀서 둘에 사무직 한 명...”

“세 명? 세 명으로 그 정도 업무가 감당이 돼? 프로듀서가 둘이라는 건, 그 누구였지... 아키즈키? 그 사람이랑 둘이서 한다는 거지?”

“아, 네. 프로듀싱 쪽 업무는 그렇게 둘이서 하고 있어요.”


  내 말은 들은 야마모토 씨는 뭔가 오묘한 표정한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미유키 씨, 근로계약서는 잘 읽어봤지?”

“네? 당연하죠. 그건 왜...”

“아니. 뭐, 그냥. 궁금해서. 아무 것도 아니야.”


  전철을 타고 카마타에 도착한 우리는 역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이자카야를 찾았다. 야마모토 씨나 나나 술에 들이부을 만큼 용돈이 썩어나는 것은 아니었기에, 1000엔 내외로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안으로 들어선 우리는 자리에 앉아 각자의 술을 주문했다.

  

“하이볼 한 잔. 미유키 씨는?”

“저는 맥주로 부탁드립니다.”


  나는 평소에 그렇게까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이곳에 와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대학 시절에 밴드 동료들과 와서 수다를 떨던 것 정도일까. 주량도 적어서 적당히 맥주 한두 잔을 홀짝이는 타입이었다. 진탕 취할 때까지 마시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고.

  잔을 받아든 우리는 간단한 안주를 두고 각자의 술을 즐겼다. 무도관 기획 때문에 바쁘던 때에는 괜히 업무에 방해가 될까 싶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지금도 바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새벽부터 미나토구까지 가야할 일은 없었으므로 맥주 한두 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미유키 씨, 업계는 어때? 이제 좀 눈치가 생겼나?”

“네. 워낙 큰일을 치루고 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네요.”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회사에 휘둘리는 눈치 없는 초년생으로 보이는데.”

“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야마모토 씨를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웃더니 하이볼을 홀짝였다.


“거의 쉬지도 않고 매일 야근한다며. 오늘도 몇 주 만에 겨우 뺀 날이잖아. 이제야 업무경력이 1년을 채워가는 신입사원을 그렇게 굴리는 회사가 멀쩡한 곳일 리가 없지. 월급도 짤 거 아니야? 저만한 회사에서 신입사원한테 천만 엔이 넘는 연봉을 챙겨주지는 않을 거고.”

“...”

“요즘 잘 나가잖아, 765프로. 키사라기 치하야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그런데 프로듀서는 고작 두 명에 매일 야근? 과중 업무에 초과근로. 이쯤 되면 블랙기업이란 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야마모토 씨.”


  조금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다짜고짜 불러내더니 한다는 소리가 남의 직장 험담이란 말인가. 업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타카기 사장님은 나를 밀어붙이거나 부담을 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최근 업무가 늘어난 것은 내가 치하야를 위한 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따 왔기 때문이고, 그만큼 치하야와 아이돌들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765프로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업무가 많은 건 스케줄이 늘어났기 때문이지, 위에서 압박을 받거나 과중한 업무가 내려오기 때문이 아니에요.”

“뭐? 나, 참...”


  야마모토 씨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하고 웃더니 잔을 비우고 하이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위에서 내려온 게 아니라, 스케줄이 늘어서 스스로 야근을 하는 거다?”

“네. 아이돌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단계고, 그만큼 스케줄도 늘어났으니까요.”

“...그걸 블랙기업이라고 하는 거야. 미유키 씨.”

“네?”

“보통의 정상적인 회사는 말이지. 업무의 규모가 늘어나면 부서를 재편성하고 조직을 확장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무를 이관하고. 여러 부서를 편성할 규모가 안 되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을 더 뽑는 게 상식이야. 흐르는 물의 양이 늘어나면 파이프 개수를 늘려야지, 작은 파이프에 수압을 높여서 흘려보내면 그 파이프는 언젠가 터진다고.”

“아...”


  나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야마모토 씨의 논리에는 빈틈이 없었다. 이 사람 앞에 설 때면.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꾸만 내가 한 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내 낭만과 신념들이, 사회경험 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꾸만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미유키 씨.”

“네.”

“82에 오지 않을래?”

“네...?”

“우리가 비록 346급의 거물은 아니어도, 나름 입지도 규모도 있는 회사라고. 지금보다 괜찮은 대우를 해줄 수도 있는데. 페이도 그렇고, 업무환경도 그렇고.”


  나는 더욱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황은 어느덧 배신감으로 변했고, 배신감은 다시 분노로 변화했다.


“...결국 그런 의도였나요.”

“음?”

“기획 때 처음부터 접근한 것도, 묻지도 않았던 정보를 알려준 것도, 술친구네 뭐네 하면서 불러낸 것도 결국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겁니까?”

“아니, 잠깐만-”

“한창 커 가는 회사에서 사람을 빼내는 것, 그게 야마모토 씨의, 82프로의 방식인 겁니까?”

“어이, 진정해. 내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네. 사과할 테니까, 일단 들어보라고.”

“...”

“이래서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무섭다니까...”


  나는 경계하는 태도로 야마모토 씨를 바라보았다. 야마모토 씨는 곤란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인 뒤, 말을 이었다.


“미유키 씨가 스스로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생각해서 해본 이야기야. 수많은 영세 연예기획사들이 꿈 하나를 보고 들어온 아이돌 후보생들을 이용해먹어. 제대로 된 지원도 보수도 주지 않으면서, 꿈을 인질 삼아 물불 안 가리는 업무에 투입한 뒤에 적당히 버리지. 765프로야 이미 아이돌들이 메이저급이니까 그 사례는 아니지만.”


  야마모토 씨는 목이 타는지 하이볼을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뭘 섞긴 했다지만 일단은 위스키니까 갈증 해소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케이스는 직원에 대한 부분이야. 그런 작은 곳들은 사회 초년생들을 데려다가 취업을 시켜준다는 말로 유혹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을 주면서 막대한 업무를 하게 하거든. 뭘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빨아먹고, 방금 얘기한 아이돌들처럼 적당히 버리는 거지. 소송이 걸릴 위험도 있지만, 그런 회사는 직원 월급 줄 돈은 없으면서 변호사 데려올 돈은 또 넘쳐요.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싸움인 거야.”


  나는 야마모토 씨의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사회의 음지. 꿈을 이용해먹는 사람들. 도덕적인 문제는 있어도 법망에 걸리지 않는 영역. 말로는 들었어도 과연 그런 나락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었던, 그런 곳에 대한 이야기를. 이 남자는 나에게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씨는 그런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 거죠? 역시 정보력인가요?”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하이볼을 비우고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위스키라는 걸 저렇게 여러 잔을 연거푸 마셔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새 잔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그 사회 초년생이었거든.”

“...!”

“내가 바로 그 유혹에 빠져서 노동력을 빨린 바보고, 훑어서 배운 법으로 소송을 걸었다가 성립되지 않는 싸움에서 진 멍청이고, 그리고...”


  그는 다시 잔을 비우고 말했다.


“내가 처음 맡았던 아이돌이. 그렇게 인질로 잡힌 꿈을 영원히 되찾지 못했거든. 여기 하이볼 한잔 더.”

“야마모토 씨, 과음은 좀...”

“괜찮아. 순수 위스키도 아니고 하이볼인데 뭐. 마셔봐서 알 거 아니야?”

“아뇨, 마셔본 적은 없는데요...”

“그러면 잠자코 들어, 젊은이.”


  야마모토 씨는 안주를 입에 넣고, 다시 술을 음미하며 말을 이었다.


“미유키 씨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 같은 회사도 아니고, 어디 알던 선배도 아니고, 대형 프로그램에서 만난 어느 회사 프로듀서가 갑자기 자기한테 와서 정보를 흘려주지를 않나, 지금은 자기 회사로 빼내려고 하지를 않나. 이 정도면 산업 스파이라고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아뇨,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객관적으로 보면 청춘 다 지난 아저씨가 옛날 생각나서 한 꼰대짓이니까. 정작 나도 예전에는 그런 꼰대들이 싫었어. 나는 내 길이 있는데, 내가 자기들 같은 줄 알고 자꾸 와서 나 때는 어땠네,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거든.”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한데, 혹시 야마모토 씨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음? 마흔이야. 왜, 너무 동안인가?”

“...!”


  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아무리 많게 잡아도 서른다섯 정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의 동안이었다. 그는 내 반응을 보고 피식 하고 웃었다.


“아무튼, 미유키 씨한테 자꾸 이런 소리를 한 건 그런 이유에서야. 물론 업계에 일부러 인맥을 만들어두는 것도 있지만, 미유키 씨는 단순한 인맥이라기보다 뭔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러셨군요. 아이돌JAM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자꾸 챙겨주시길래 왜 그러시는지 조금 의심하기는 했는데...”

“이해해.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너무 내 얘기만 했나? 가는 정보가 있으면 오는 정보도 있어야지. 미유키 씨도 765프로 이야기를 좀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

“업무 쪽 정보 같은 걸 알려드리면 될까요? 그런 부분이라면 제가 아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될 텐데...”

“그것도 좋지만, 좀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지금은 82프로의 야마모토 차장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야마모토 다이스케로서 하세가와 미유키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거든.”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그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 업계와 사회에 그가 말한 대로 어둠이 존재한다면, 그조차도 그 어둠의 일부가 아니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야마모토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그 정도의 악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보였던 공허하면서도 씁쓸한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연기였다면, 그는 82프로가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확실히 765프로는 작은 회사예요.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으니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재정이 넉넉하지도 않고, 사무소도 엄청 작고, 일손도 부족하죠.”

“그걸 그렇게 잘 아는데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나네. 그건 분명 이유가 있겠지?”

“네. 비록 작고 힘도 약한 회사지만, 사장님도, 다른 직원들도, 그리고 아이돌들까지, 모두 강한 신뢰로 묶여 있다고 생각해요.”

“단결인가. 이상적인 이야기네.”

“이상적이고 핑크빛 동화책 같은 이야기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게 765프로의 방식입니다. 신뢰와 단결.”

“듣기에는 멋있지. 실제로 업계에서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유닛은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서 시장을 공략하기도 하고.”

“저희는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저 같이 뭣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이미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고요.”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걸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네요.”

“그 방식은 직접 터득한 거야? 아니면 배운 거?”

“연수 기간에 배운 것도 있지만, 그 기본적인 틀은 제가 대학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부분이에요. 신뢰, 동료애. 옛날부터 그런 낭만을 동경해왔거든요.”

“...그런가. 연수 담당이 누구였는지 궁금해지려고 하는 걸.”

“연수 내용은 사장님께서 주로 담당하셨어요. 타카기 준지로 사장님-”

“뭐?”

  “네?”


  그는 타카기 사장님의 이름을 듣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력이 흘러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사장님 성함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765프로의 사장, 타카기 준지로라고?”

“네. 사장님과 아는 사이이신가요?”

“...일단은.”

“일단은...?”

“그 이야기를 하려면 술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 같아서, 그건 나중에 하자고. 우리, 이번이 처음이잖아? 술친구로서 좀 더 돈독한 사이가 돼야지.”

“아, 네.”


  나는 왠지 그와 타카기 사장님의 관계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가 이야기했던 과거에, 타카기 사장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잠시 침묵하고 있자, 야마모토 씨가 먼저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미유키 씨가 과로하면서까지 765에 충성을 다하는 이유는 대충 알겠고. 적어도 내가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것 같네. 사장에 직원에 아이돌까지 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면 좋은 일이니까. 그러면 그건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한창 잘 나가잖아? 키사라기 치하야.”

“그러게요. 일단은 들어오는 오퍼가 확 늘어서 대응하기에도 힘에 부치긴 하는데...”

“돔은 어때?”

“네?”

“도쿄돔. 키사라기 치하야 말고도, 765프로 전원을 합치면 팬덤이 장난 아니잖아. 그 정도 규모라면 도쿄돔 라이브도 해볼 만할 텐데.”

“아무리 그래도 지난달에 겨우 무도관에 섰는데, 바로 도쿄돔으로 가는 건 이르지 않나요?”

“누가 내일 당장 하래? 지금 기획해도 최소 두 달이야. 조금 과로하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이 딱 터진 시점이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간 보다가 조금 식어버리면 영원히 힘들어. 기획하는 사이에 방송 같은 건 더 들어올 거 아니야. 그 상승세가 최고점에 있을 때 도쿄돔으로 터뜨려놓으면, 그 후는 어떻게 돼도 탄탄대로지.”

“그것도 경험담인가요?”

“응. 경험담이야. 대신 이 이상은 말 못해줘.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도 충분히 라이벌을 키워준 꼴이니까, 여기서 더 가면 진짜 호구가 된다고.”

  나는 살짝 미소 짓고는 그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야마모토 씨. 여러모로 도움이 됐어요.”

“술친구 해준 대가라고 치자고. ...옛날에 진 빚도 갚는다 치고.”

“옛날이요...?”

“그런 게 있어. 듣고 싶으면 다음에는 좀 더 고급스러운 곳에서 히O키나 야마O키 하이볼 같은 거라도 좀 대접해보라고.”

“푸흐, 알겠습니다. 그러죠.”

“열심히 해봐. 나 같이 망가진 어른이 되지 말고.”

“적어도 제가 본 야마모토 씨는, 충분히 훌륭한 어른인 것 같네요.”

“그런다고 뭐가 더 나오지는 않아. 얘기했잖아. 이 이상은 안 알려줄 거야.”

“그러면 다른 팁은 안 알려주셔도 괜찮으니까, 하이볼이 무슨 맛인지는 알려주실래요?”

“...좋아. 하이볼 한 잔 정도는 사줄 수 있지. 여기, 하이볼 한 잔 더.”


  그날 배운 하이볼은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는 평소처럼 맥주나 마셔야할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는 야마모토 씨의 조언을 하나씩 곱씹었다.


  돔. 돔이라.

  나는 전철의 창밖을 바라보며, 도쿄돔을 보며 저 건물의 불빛만큼 반짝이던 하루카의 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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