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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댓글: 1 / 조회: 944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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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4, 2020 23:50에 작성됨.

P: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구나.

좀이 아니라 몇 분이긴 하지만.)




시계을 쳐다보니 11:50분 정도.

너무 늦은시간인 건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하얀 입김과 함께 추위 탓에 빨개진 손을 비비적거렸다.




P: (게임하기에는 너무... 늦었겠지?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 어차피 쉬긴 하지만, 너무 피곤하단 말이지.

으... 일단 집에나 가자 너무 추워.)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화기애애한 커플들이 모두 케이크를 들고 

행복한 미소들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불이 꺼진 가게들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들이 장식돼있었고

가로등 불빛 때문에 트리 위에 있는 장식이 반짝거리며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있는 듯 환한 조명을 만들어냈었다.




P: (멋진걸. 사무소도 장식을 하긴 했지만 그리 크게 하진 않았으니까.

이렇게 보니까 크리스마스라는 게 와닿아지네.)




왠지 모를 고양감에 캐롤들을 흥얼거리더니 어느새 프로듀서 집 앞이다.

흥흥거리며 주머니에 열쇠를 집고 문을 열려는데 열쇠가 헛돌아갔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 이미 문을 열고 들어갔다.




P: (응? 내가 문을 안 잠그고 출근하진 않았는데?

아... 그거구먼. 술에 잔뜩 취한 치히로 씨거나 마유거나.

전년에 이미 당한 사례가 있는데도 또 당하는 건가.)




또 그때처럼 난동이 부려지고 치울 거리가 한가득이겠지.

프로듀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쉬고는

현관문을 연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브: "오~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일단 케이크를 사 오긴 했는데 기다리다 배고파서 먼저 먹어버렸어요.

그리고 브리첸은 오늘 할 일 때문에 잠자고 있고요.

저도 따라 자고 싶었지만 프로듀서 때문에 버틴 거라고요?"




P: "어..."




이브: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들어오세요. 감기 걸리니까.

귀 빨개지신 거 봐, 목도리라도 둘러매지 그러셨어요."




P: "목도리는 답답해서 별로인걸."




이브는 마치 자기 집인마냥 프로듀서를 끌고 가더니 자신의 손으로

차가워진 프로듀서의 귀를 꼭 감싸며 말했다.

식탁에는 딸기 쇼트케이크의 포장지가 벗겨져있었고

다른 하나는 멀쩡한 상태로 남겨져 있었다.

거실 한쪽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브리첸이라고 불리는 순록이 거실 바닥에 혀를 내민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뿔이 없었다면 대형견이 거실에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프로듀서는 조금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이브에게 물었다.




P: "내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어? 분명 잠가져있었을 텐데."




이브: "산타니까요."




P: "아니 내 말은 이 집에 어떻게 들어왔냐고.

열쇠는 나랑 치히로 씨밖에 없었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브: "음... 산타니까요?"




말이 서로 엇갈린다. 아니, 오히려 말이 맞는 건가?

이브가 진짜로 산타라면 말이다.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갸웃거리는 이브를 보며

거짓말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 프로듀서였다.




P: "그래. 산타는 어느 집이든 침입... 들어갈 수 있으니까?"




이브: "바로 그거예요. 전 들킨 확률이 제일 없는 산타라고요?"




P: "그것참.. 대단하네. 정말이라면."




이브: "정말이라고요!"




P: "그런 방식으로 산타가 될 수 있다면 마유는 이미 산타네.

아니면 린이거나. 아니, 치히로 씨도 포함될지도."




이브: "저말고 사무소에 그렇게 많은 산타가 있었나요?!"




P: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비유적으로 잘 침입...

내 집에 들어와서 그런 거야. 산타는 아니야 절대로."




이브: "아, 뭐야 그런 거였어요? 

확실히 그분들은 기척을 잘 숨기는 분들이죠.

제 조수를 해주시면 편할 텐데 안 그러시겠죠?"




P: "우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진짜 왜 집에 놀러 온 거야? 그보다 놀러 온다면 연락을 하든가."




이브: "바빠서 깜빡해버렸네요. 오늘은 특히 바쁜 날이어서요."




P: "바빠? 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에 맞는 일들이 많이 늘긴 했지.

그러면 이해할 수는 있겠다. 불법 침입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브: "산타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 거죠. 하지만 불법 침입은 아닙니다.

모두의 꿈과 희망을 선물해 주는 거라고요."




P: "그런 말을 하는 게 더 수상하다는 거 알지?"




이브: "그만 꼬투리 잡으세요 진행이 안되잖아요.

흠! 프로듀서, 만약 선물을 받는다면 무엇을 받고 싶으세요?"




P: "엥? 갑자기 무슨?"




이브: "그냥 말하세요."




프로듀서는 조금 고민을 하다가 책장을 보더니

무언가 떠오르듯 무의식적으로 말을 했다.




P: "그럼 이번에 나온 프레짱이 찍힌 잡지.

정말로 갖고 싶었는데 사질 못했어.

바쁘기도 했고 그만큼 팬들이 많아서 금방 매진되고 말았지."




이브: "흠흠. 왜 그렇게 갖고 싶나요?"




P: "왜냐면 물론 프레짱은 언제나 이쁘게 찍히고 멋지지만

이번에 나온 건 특히 코트 핏이 장난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그 시크한 표정! 크으... 

현장에 있긴 했지만 진짜 이건 소장각이다란 말이 딱 나올 정도였어.

하지만 사질 못했지...."




이브: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그런 프로듀서에게 잠시 눈 좀 감아보실래요?

그리고 손을 앞으로 내밀어 주세요."




P: "왜? 설마 장난치려는 건."




이브: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하라는 대로 해주세요."




이브는 아까까지만 해도 헤실거리던 표정을 감추고 진지해지자

프로듀서는 조금 당황했다. 

재촉하듯이 이브가 고개를 까닥거리자

프로듀서는 긴장하면서 눈을 꼭 감은 채 손을 이브 앞으로 내밀었다.

설마 산타라는 걸 계속 안 믿었다고 벌 받는 건가 싶었으나.

내민 손 안쪽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게 뭔가 싶어 눈을 찔끔 뜨자 어떤 잡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 잡지는.




P: "이, 이건! 내가 계속 갖고 싶었던 한정판 프레짱 겨울 잡지!

어, 어떻게 이걸."




이브: "흐흥! 산타니까요!"




P: "그거 조금 삿짱같다. 아니 그것보다 이걸 어떻게.

이거 진짜 얻기 힘든 걸로 유명한 거란 말이야."




이브: "사무소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챙겨주는 프로듀서를 위한 선물!

사실 선물은 어린아이들만 받을 수 있지만 프로듀서는 예외에요.

이건 산타인 저와 꼭 비밀로 해주세요?"




이브는 눈을 찡긋거리더니 거실바닥에 자고 있던 브리첸을 조심스레 깨웠다.

브리첸은 입을 벌려 큰 하품을 하더니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잡지를 내려다보며 멍하니 있던 프로듀서는

이브가 나갈 채비를 하자 황급히 물어봤다.




P: "자, 잠깐만 지금 어디 가게? 이렇게 늦은 시간에?

하룻밤 자러 오던 거 아니었어?"




이브: "음... 그건 내일이 될 것 같고요.

오늘은 제가 아주 많이 바쁜 날이어서요. 아마 내일 아침쯤에 돌아올 거예요.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아주 맛있으니까 마음에 드실 거예요."




P: "어, 어. 무슨 일하러 가는지는 물어봐도 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브는 싱긋 웃더니 산타 모자를 푹 쓰며 말했다.

그러고는 브리첸과 함께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금방이라도 나갈 사람처럼.




이브: "산타의 진짜 일을 하러 간답니다☆"




P: "진짜 일..."




이브: "그래요. 이제 잘 시간이에요 프로듀서.

착한 아이, 음.. 착한 어른이라면요. 내일 봐요 프로듀서."




P: "응.."




이브: "아, 맞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이브는 갑자기 생각난 듯 프로듀서 쪽으로 몸을 돌려 말했다.

프로듀서는 또 무언가 남아있나? 하고 생각한 순간.

프로듀서의 몸을 껴안은 뒤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어느샌가 목도리를 프로듀서의 목에 두르며 생긋 웃으며 말하고는

브리첸과 함께 프로듀서의 집에서 나왔다.




이브: "Merry Christmas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자신의 목에 감겨있는 목도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이브가 떠난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P: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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