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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10장, PROUST EFFEC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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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12, 2020 01:35에 작성됨.

-제10장-

PROUST EFFECT


[도쿄도 오타구, 치하야의 자취방 ------ 키사라기 치하야]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탁.


  소녀는 한 손을 들어 머리맡에 놓인 시계의 알람을 껐다.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기분이 들었다. 765프로에서 후보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트레이닝을 해 왔기에, 보통 아침에는 개운하게 일어나는 편이었다. 소녀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상체를 일으킨 채 기지개를 켰다.

  

-쿵!

“꺄악?!”


  침대에서 빠져나와 일어서는 순간, 무언가 무거운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다. 소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치다 다시 침대 위로 넘어졌다.


“아, 앨범...”


  소녀는 잠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방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소녀는 다시 일어나 부엌에서 머그컵 하나를 꺼낸 뒤, 냉장고를 열고 우유팩을 꺼내 들었다. 

  하필이면 남아있는 양이 애매해서, 팩을 완전히 비웠음에도 컵은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소녀는 새 팩을 뜯을 생각으로 다시 냉장고를 열었지만, 전 날에 장을 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냉장고는 거의 비어 있었다.


“오늘은 오는 길에 들러야겠네...”


  소녀는 절반 정도 찬 컵을 들고 창가로 향했다. 문득 평소에 커튼을 열었던 적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밤새 켜져 있던 형광등을 끄고 커튼을 젖혔다.

  그러자 투명한 창으로 막 떠오르는 새벽의 태양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직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강하지는 않지만 많은 양의 햇빛이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 소녀는 우유를 홀짝이며 밝아진 방 안을 쭉 둘러보았다. 평소에도 방에 불을 켜 두기 때문에 어둡지는 않았지만, 자연광은 확실히 형광등의 인공 불빛과는 다른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

  소녀는 침대 옆에 떨어진 앨범을 바라보았다. 원래 자정 전에 잠에 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어젯밤에는 침대에 누워 사진 앨범을 넘겨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들어버린 것 같았다.


-삐빅, 삐빅, 삐빅.


  소녀의 휴대전화에서 모닝콜이 울렸다. 머리맡의 알람시계보다는 좀 더 간결한 소리였다. 소녀는 혹시라도 다시 잠들어버릴 때를 대비해서 10분 간격으로 휴대전화의 알람도 맞춰두고 있었다.

  휴대전화 알람을 끈 소녀는 컵을 비우고 아침 트레이닝을 나가기 위해 방을 정리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앨범을 주워들고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둔 뒤, 흐트러진 이불을 깔끔하게 개었다.

  세수를 하고 나온 소녀는 늘 입는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걸쳤다. 한여름이었지만 새벽에는 아직 서늘한 공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나간 뒤에 더워지면 웃옷을 허리에 묶고는 했다.

  나갈 준비를 마친 소녀는 다시 침대 앞에 다가와 섰다. 그러고는 서랍장 위에 놓여 있는 두꺼운 앨범을 펼쳐 끼워져 있던 엽서를 꺼냈다. 앨범은 따로 쇼핑백에 담아 들고 나갈 생각이었다.

 

“자석이 있던가...”


  소녀는 냉장고에 붙어 있던 자석을 하나 떼어냈다. 그러고 나서 앨범이 담긴 쇼핑백과 엽서를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소녀는 운동화를 신은 뒤, 엽서를 현관문 안쪽에 가져다대고 냉장고 자석으로 고정했다. 그러고는 엽서에 쓰인 손글씨를 다시 읽어보았다.


[힘 내거라. 아버지.]


  소녀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가, 이내 옅은 미소를 짓고 자취방을 나섰다.

  평소에는 인근의 공원을 찍고 돌아오는 루트로 런닝을 했지만, 오늘의 일정은 조금 달랐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빠른 걸음으로 다다른 곳은, 다양한 기억들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전에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자주 이곳에 오고는 했다. 하지만 아이돌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들르는 수준이 됐다.

  입구에 잠시 멈춰 섰던 소녀는 숨을 살짝 들이마시고 걸음을 옮겼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공기에서 전해져오는 익숙한 느낌이 소녀를 반겼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위치에서, 소녀는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잘 있었어, 유우?”


  이곳은 소녀의 남동생, 키사라기 유우가 잠들어있는 곳이다. 소녀는 중학생 때부터 자주 이곳에 유우를 만나러 왔다. 꽃 한 송이를 두고, 잠깐 비석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는 것이 일상적인 패턴이었다. 전에는 이곳에 올 때마다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잘 웃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녀는 전에 비해 편안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모처럼 찾아왔는데 운동복 차림이라 미안해. 하지만 바로 런닝을 하고 들어가려면 시간이 안 맞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소녀는 조심스럽게 비석의 상태를 살폈다. 글씨가 지워지지는 않았는지, 어디 금이 간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확인을 마친 소녀는 비석 앞에 살짝 앉아서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혹시 비가 오면 젖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앨범도 쇼핑백도 잘 코팅이 되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주신 앨범이야. 우리가 엄청 어렸을 때 사진도 담겨 있어. 어머니가 항상 유우랑 내가 닮았다고 했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몰랐는데, 어린 아기였을 때는 정말 비슷하더라. 후후.”


  어느덧 태양이 점점 더 떠오르면서 소녀가 서 있는 묘지에도 태양빛이 쏟아졌다. 유우의 비석에도, 밝은 빛이 드리우고 있었다. 소녀는 잠시 비석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있지, 누나는 앞으로 이곳에 오지 않을 생각이야.”


  왠지 살짝 눈물이 올라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소녀는 애써 이를 삼키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더 이상 찾아오고 싶지 않아졌다던가, 유우가 그립지 않게 되었다던가 하는 건 아니야. 나는 항상, 널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유우, 나, 앞으로 더 용기를 내 보려고. 이곳에 찾아오지 않더라도, 유우가 내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꼭 정점의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거야. 네가 좋아해주는 그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애써 참아왔던 눈물 한 줄기가 소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소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눈물을 닦아낸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석을 내려다보았다.


“나도 참,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후후. 아직은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유우, 누나는 더 멋진 아이돌이 되러 가 볼게. 잘 있어.”


  소녀는 뒤로 돌아 한 걸음을 뗐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서 다시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사랑해. 유우.”


  쏟아지는 태양빛을 받으며, 소녀는 공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도쿄도 오타구 히가시코우지야보우사이 공원 ------ 프로듀서]


“여름은 아침에도 덥구나...”


  나는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산 이온음료를 들이켰다. 모처럼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에 일어난 김에, 일찌감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주변을 조금 걸어 다닐 생각으로 나왔더니, 아무래도 체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수면부족의 문제인지 금방 다리가 아파왔다.

  사실 나는 평소에 이온음료를 즐겨 마시지 않는다. 차나 커피, 주스라면 몰라도, 이온음료나 비타민 워터처럼 애매하게 맛이 배어들어가 있는 쪽은 아무래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마코토가 지난번에 스포츠 드링크보다는 그냥 물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격하게 공감이 되는 느낌이었다.

  여담이지만, 가끔씩 이온음료를 마실 때면 처음 길거리 공연을 하던 때가 떠오르고는 했다. 어린 시절의 용기인지, 아니면 단순한 무모함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무료하다는 이유로 악기를 챙겨들고 길거리로 나섰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콤팩트 드럼 세트를 썼다고는 해도 앰프에 드럼 세트까지 들고 다니던 걸 보면 제정신은 아니었던 게 분명했다.

  아무튼, 처음 길거리로 나섰던 그 날은 내가 아직 3학년이던 시절이었다. 기세등등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번화가나 사람이 많은 공원은 무서웠기에, 마치 지금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였던 작은 동네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나름 지나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과 나온 부모님들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 작은 공원에서도 잔뜩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긴장감 때문에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 당시 우리 밴드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였던 1학년생 츠바키가 나에게 내밀었던 게 바로 이온음료였다.


“뮤 선배, 마셔요.”

“응? 아, 고마워.”


  츠바키의 친절한 마음은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잔뜩 긴장해있던 내 위가 달짝지근한 이온음료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중간에 있던 기타 솔로를 거의 말아먹고 말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츠바키가 커버해준 덕분에 곡이 흐트러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날 이후로 당분간 이온음료를 입에 대지 않았다. 왠지 이 냄새를 맡으면 그 때 기억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가끔씩 탈진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 이온음료를 마시고는 한다. 물론 격한 운동이 아니라 지금처럼 조금 힘이 드는 수준일 때는 이온음료가 그렇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겠지만, 과학적 효과를 노린다기보다는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랄까. 나는 아직 젊은데, 왜 벌써부터 세상 다 산 듯한 이야기를 하는 거지.

  내가 한창 햇살을 받으며 추억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프로듀서...?”

“에?”


  치하야였다. 왠지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공원에서 마주치는 게 약간 운명 같은 걸까나.


“프로듀서도 아침 운동인가요?”

“응? 응.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사실은 출근 전에 가볍게 걸어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서 쉬고 있었어.”

“프로듀서, 고작 그 정도로 탈진이라니, 평소에 운동은 하고 계신 거예요?”

“아니요. 전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프로듀서!”

“그렇지만 보통 퇴근하면 밤이라 시간이 없는 걸. 그 때 되면 힘도 쫙 빠져서 말이지.”

“아,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프로듀서는 항상 저보다 늦게 돌아가시니까... 그래도 걱정되니까, 건강이랑 영양 균형은 꼭 챙겨주세요.”

“그래도 밥은 잘 먹고 있어. 영양 균형이라면 치하야도...”


  나는 무의식중에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왠지 이상한 느낌을 눈치 챘는지, 치하야가 갑자기 발끈하며 화를 냈다.


“프로듀서! 지금 시선이 이상한 곳으로 가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핫, 아니야. 절대 아니야!”

“프로듀서...”


  아, 왠지 무서우니까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줘. 옛날에 아침 인사만 해도 차갑게 쳐다보던 치하야가 떠올라서 오싹해진다고.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분위기를 돌릴 방법을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치하야의 집은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잠깐만, 치하야. 지금은 아침 트레이닝을 하는 거지? 그런데 여기는 런닝 코스로 잡기에는 집에서 너무 멀지 않아?”

“그런가요? 전 항상 이 정도 거리를 다니다보니, 그다지 멀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에...? 평소에 열심히 하는 건 알았지만... 치하야가 날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저기, 신경이 쓰이니까, 날씬하다는 이야기는 그만해주세요.”

“그렇지만, 나는 슬렌더한 쪽도 좋아하는 걸.”

“네?! 그러시다면, 싫지는 않지만요...”

“보통 아이돌은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니까. 치하야처럼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건 분명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해.”

“다행이네요. 후후. 노래를 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 하루카가 다이어트 때문에 꽤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미키는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고 했던가...”

“프로듀서? 뭐라고 하셨나요?”

“응?! 아니야! 아무 것도!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나서.”

“흠...”


  갑자기 체중 관리 이야기를 하니까 하루카와 미키의 대화가 떠올라버린 나는, 잠깐 중얼거리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변명했다.


“정말~ 미키! 전원 몫으로 만들어온 거였다구!”

“아, 어쩐지 조금 많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러다 살 쪄버리면 어쩌려고! 리츠코 씨한테도 잔뜩 잔소리 들었잖아!”

“미키는 가슴부터 찌고, 뱃살부터 빠지는 타입이니까 괜찮은 거야~ 아핫☆”

“...”


  당시에는 그게 생물학적으로 말이 되는 건지 의문이 생겼는데, 왠지 그 이야기를 치하야 앞에서 했다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릴 것만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다. 아침이라 의식의 흐름이 잘 정리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조심하자. 조심.

  한편 치하야는 왠지 아까부터 무언가 냄새를 맡는 듯했다. 지난번의 아로마향이 나는 휴대폰줄도 그렇고, 향초 같은 거에 관심이 생긴 걸까나? 


“저기, 프로듀서. 혹시 오늘 향수 같은 거 뿌리셨나요?”

“응? 아니. 로션을 바꾸기는 했는데.”

“왠지 익숙한 향기가 나서요. 예전에 아버지가 쓰셨던 것 같은...”

“어쩌면 같은 제품일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조금 부담스러우니까, 너무 냄새를 맡지는 말아줘...”

“아, 죄송해요! 그리운 느낌이 들어서 그만...”

“하하, 괜찮아, 괜찮아.”


  향기에서 오는 그리움이라. 나는 치하야의 말을 듣고 내 손에 들린 이온음료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단순히 공간이나 물건에 담긴 기억을 떠올리는 것 말고도, 후각 역시 사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휴대전화에서 원래 집에서 나서야했던 시간에 맞춰 알람이 울렸다.


-프로듀서,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프로듀서,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앗, 벌써 시간이...”

“ㅈ, 저기, 프로듀서?! 그 모닝콜은...”

“지난번에 녹음했던 거잖아. 기억 안 나?”

“아뇨, 기억은 나지만요! 그, 실제로 쓰실 줄은...”

“치하야가 열심히 녹음해준 거니까, 당연히 실제로 써야지.”

“아니, 그... 그렇네요...”


  지난번에 ‘다양한 걸 도전해보자!’는 느낌으로 모닝콜이랑 벨소리 같은 걸 녹음해본 적이 있는데, 나는 그 때 녹음한 파일로 휴대전화 알림음을 설정해놓고 있었다. 치하야 본인은 정작 녹음할 때 열심히 했으면서, 실제로 들어보니 꽤나 부끄러운 것 같았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네. 치하야는 집에 들렀다가 사무소로 올 거지?”

“네. 프로듀서는 바로 출근하시나요?”

“응. 나는 바로 사무소로 가려고.”

“그러면 이따가 뵐게요. 프로듀서.”

“그래. 오는 길에 조심하고.”

“네!”


  벤치에서 일어난 치하야는 다시 가볍게 달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는 멀어지는 치하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치하야는 물론, 다들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도 뒤처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오늘도 힘내볼까!”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남은 이온음료를 들이켰다. 달짝지근한 끝맛에 조금은 그리운 옛날을 추억하며, 오늘도 765의 프로듀서로서 출근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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