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화음의 저편. -765프로 극장, 오토나시 코토리의 무료-

댓글: 4 / 조회: 664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12-10, 2020 15:47에 작성됨.

-765프로 극장, 그 세 번째-

오토나시 코토리의 무료



[도쿄도 오타구 765프로덕션 ------ 오토나시 코토리]


  안녕하세요. 765프로의 사무원, 오토나시 코토리입니다. 항상 765프로를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모두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765프로의 일상에 대해서 조금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달칵.


  765프로의 일상은, 매일 아침 일찍 시작합니다. 저는 날마다 7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의 아침을 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연예기획사의 특성상 확정된 근무시간이 있다기보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스케줄을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월월화수목금금 같은 느낌으로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노동기준법 위반 아니냐고요? 아... 상황에 따라서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꼬박꼬박 쉬고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어쨌든, 오늘도 저는 사무소의 불을 켜고 간단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야근을 하실 때면 퇴근하기 전에 자리를 잘 정리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통은 제가 아침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정리해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맘대로 정리했다가 프로듀서 씨가 찾지 못하시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정리를 해드리지 않으면 어떤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시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매일 분류별로 묶어서 정리해드리고 있어요.

  프로듀서 씨가 출근하시면, 어디에 무엇을 뒀는지 따로 설명해드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뭔가 아침을 챙겨주는 신혼 같은 기분이라 즐겁다고나 할까요~

  ...라니, 이번엔 또 무슨 망상을 해버린 거야, 코토리!

  나는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에서 양 볼을 꼬집었다. 아침에 혼자 있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쪽으로 망상회로가 흘러가서 곤란해지는 일이 많았다. 지난번에는 프로듀서의 업무 파일을 끌어안고 히죽거리다가 갑자기 들어온 프로듀서에게 들켜버리기도 했고...

  오늘은 약간 프로모션 비디오 같은 느낌으로 출근길에 나레이션을 넣어 봤는데, 혹시 나중에 이런 비슷한 기획 같은 게 생기지 않으려나? 물론 그 때는 내가 아니라 아이돌 중 누군가가 진행을 맡게 되겠지만.

  프로듀서의 책상 정리를 마친 나는 차를 내리기 위해 탕비실로 향했다. 예전에는 주로 커피를 마셨지만, 유키호짱이 다양한 종류의 찻잎을 채워 놓기 시작한 이후로는 출근 직후에 차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컵을 들고 자리로 돌아오니 시각은 7시 20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업무가 시작하는 시각은 8시였기에, 그 전까지는 간단한 서류작업을 하거나 편안하게 앉아 있고는 했다. 보통은 8시 전에 몇몇 아이돌들이나 프로듀서가 출근하기도 했기에, 그런 날이면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침 시간을 보내는 게 평범한 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7시 45분이 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왠지 평소와 다른 무료함에 창밖을 바라본 채 고개를 양 옆으로 까딱거렸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사무원들은 거북목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하니까, 스트레칭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왠지 나이가 들었다는 게 실감이 나 울적해졌다.

  양 손으로 목 근육을 꾹꾹 눌러주고 있던 중, 등 뒤로 사무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살짝 돌아보니, 잘 다려진 반팔 셔츠에 언제나 같은 넥타이, 그리고 은색 넥타이핀을 한 남자가 사무소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프로듀서 씨!”

“안녕하세요. 오토나시 씨.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저는 항상 7시에 나오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거든요.”

“덕분에 전 매일 출근해도 혼자가 아니네요. 하하.”

“가끔은 저도 프로듀서 씨가 반겨주는 사무소에 출근해보고 싶네요~”

“노력해볼게요. 사실 저,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후후. 기대하고 있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프로듀서가 아침에 약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문득 작년 말, 프로듀서가 막 입사했던 때를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다들 유키호짱의 생일 축하를 준비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 때의 765프로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명도가 없던 시절이었다. 물론 어찌저찌 회사를 유지할 정도의 일거리는 들어오고 있었지만, 일주일에 이벤트 백업 한 두 건으로는 매달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엿한 프로듀서가 된 리츠코 씨도, 그 때는 고등학생에 사무 알바에 아이돌까지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은 다들 앨범도 내고 라이브 무대에서도 활약하는 아이돌이 되어 있지만, 그 때는 이벤트 백업이나 광고의 배경 엑스트라 같은 마이너한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없는 달에는 스프레드시트에 찍히는 영업 손실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일도 많았다.

  아무튼, 힘들었던 이야기는 제쳐두고! 다시 프로듀서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달칵.

프로듀서: 자네도 이 배에 타는 건가?

코토리: 네, 전술장인 프로듀서 씨죠? 저는 선무장인 오토나시 코토리.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함장님은 어디에 계시지?

코토리: 네? 타카기 함장님이라면 함장실에...

프로듀서: 그런가.

코토리: 뭐야, 저 사람...


-똑똑.

타카기: 누군가?

프로듀서: 신입입니다.

타카기: 들어오게.

프로듀서: 실례하겠습니다.


-끼익.

타카기: 뭔가?

프로듀서: 네. 전술장을 맡기신 건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아직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타카기: 지난달의 영업실패로 각 섹션의 프로듀서 후보가 전부 퇴사해버렸다. 

프로듀서: 하지만...

타카기: 자네의 자리에 있어야 했던 이도, 나는 해고해버리고 말았다.

프로듀서: 에...?

타카기: 너의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서 충분히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내가 스스로 판단했다. 그 다음은... 네 스스로가 판단해라.

프로듀서: ...

타카기: 너도 알다시피, 이 업계는 크나큰 위기에 봉착해 있네. 우리 765함이 은하를 건너 라이브의 별, 무도성에서 코스모 앨범을 받아오는 것에, 이 모든 업계가 생존의 기대를 걸고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이끌 남자로, 너를 택했다. 네 스스로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생각한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

프로듀서: ...하겠습니다. 반드시, 무도성으로 향하는 길을 열겠습니다. 


한편. 함교에서는...

코토리: 뭐야 저 태도, 먼저 잘 부탁한다고 했는데. 다짜고짜 ‘함장님은 어디 계시나?’ 흥!

-달칵.

하루카: 안녕~!

코토리: 응?

하루카: 765프로 제1함교, 여기 맞지? 나는 항해장을 맡은 아마미 하루카! 잘 부탁해?

코토리: 함장실이라면 저쪽이에요!

하루카: 에.


“저기, 오토나시 씨?”

“정말이지, 프로듀서라는 사람은...”

“오토나시 씨? 저, 뭐라도 잘못했나요...?”

“ㄴ, 네?!”


  아아, 안 돼, 코토리! 갑자기 우주전함이라니, 이래서는 세대 차이를 들켜버리고 말거라고~! 아무튼, 그 때의 프로듀서는 연수가 막 시작된 후에는 자신이 프로듀서라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고는 했다. 사장님께 스카우트되어 얼떨결에 입사했는데, 점점 업계에 대해 알아갈 수록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그런 프로듀서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리츠코 씨가 작성해준 매뉴얼을 따라가면 되는 일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프로듀서에게 용기를 북돋아줘야 하는 역할도 있었으니까, 꽤 중요한 일이었달까나~ 

  예전에는 겨울이면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민낯으로 출근하는 일도 있었지만, 프로듀서의 연수가 시작되면서 풀메이크업을 위해 기상시간을 앞당겨야 했던 기억이 난다. 7시 정시 출근이라는 습관도 그 이후로 굳어졌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프로듀서는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런 프로듀서에게 간단히 정리해둔 서류들의 위치를 안내해주었다.


“기획 쪽 파일은 따로 정리해뒀어요. 오퍼는 이쪽이에요.”

“항상 감사합니다. 오토나시 씨.”

“천만에요♪”


  나는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오전 시간은 그렇게 평화롭게 지나갔다. 프로듀서는 오퍼의 스케줄 조정을, 나는 이번 달의 회계 서류를 정리했다. 리츠코는 쉬는 날이었고, 아이돌들도 오늘은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 있을 시간대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여름방학이 시작될 시기일 텐데. 학생은 좋구나~

  오후 3시 정도가 되자, 대부분의 서류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오늘은 모처럼 업무 전화도 없고, 별다른 스케줄도 없는 평화로운 날이었다. 5월 즈음에 갑작스럽게 바빠지면서 가끔 예전의 여유가 그리워지는 날도 있었는데, 역설적이게도 정작 그런 여유가 찾아오니 무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으으~”


  나는 앉은 채 쭉 기지개를 켰다. 그런 나를 본 프로듀서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여유롭네요.”

“그러게요. 혹시 뭐 잊어버린 건 아니겠죠?”

“여름 시즌 대형 기획들이 슬슬 시작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폭풍전야! 같은 느낌으로...”

“그러면 지금의 여유를 즐길 수밖에 없겠네요~ 후후.”

-띠리릭, 프로듀서, 전화 왔어요! 프로듀서, 전화 왔어요! 띠리릭, 프로듀서- 


  그 때, 어디선가 치하야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범인은 프로듀서의 휴대전화였다. 저게 말로만 듣던 퍼스널 커스텀 벨소리라는 건가. 조금은 신경 쓰일지도...


“잠시 전화 좀 받을게요. 오토나시 씨.”

“네! 신경 쓰지 마세요.”

“여보세요. 응, 츠바키. 뭐? 야구? 에... 물론 좋지만, 오늘은 근무하는 날이라 갈 방법이 없는 걸. 응응. 적어도 6시는 지나야 끝나니까. 7회부터? 그래서는 의미가 없잖아... 일단 알겠어. 신이치한테라도 물어 볼게. 응. 고마워.”

“친구 분이신가요?”

“네. 대학 때 알던 친구인데, 갑자기 오늘 도쿄돔에서 하는 야구 티켓이 남는대서요. 자기는 못 가니까 갈 거냐고 하는데, 근무 시간이니까 여러모로 곤란하네요.”

“헤에~”


  대충 보아하니 프로듀서도 서류 업무를 마무리 지은 것 같았다. 프로듀서는 요즘 들어 야근을 하는 일도 자주 있었으니까,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업무전화를 받아야하는 나는 저녁까지 남아있어야 하겠지만... 프로듀서마저 가 버리면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나...


-끼익.

“왠지 느긋한 하루구만. 제군들.”

“아, 사장님. 수고하셨어요.”


  요즘 들어 이런저런 업무 미팅에 나가느라 바쁘셨던 사장님도, 오늘은 사무소를 지키고 계셨다. 모든 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평화로우면서도 무료한 하루였다.


“음. 보아하니 서류 같은 일들은 끝난 것 같군. 자네, 혹시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먼저 퇴근해도 좋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 이젠 혼자야- 서류도 정리도 할 게 없는데 하염없이 전화를 기다리게 될 거야- 아-


“오토나시 군, 자네도 들어가 보게나. 혹시 오퍼 전화가 오면 내가 받겠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요즘 한창 바쁜 시기이지 않나. 기회가 될 때 쉬어둬야지.”


  만세, 만세! 집에 갈 수 있어~!


“오토나시 씨, 그러면 혹시...”


  어라, 혹시?


“야구, 좋아하ㅅ...”

“좋아요!”

“에?”

  “아, 도쿄돔 이야기, 아니었나요...?”

“맞아요. 왠지 야구장에 혼자 가기에는 좀 눈치가 보여서... 티켓도 많이 남는다고 하고요.”

“저기저기, 오빠. 혹시 몇 장 있어?”

“응? 티켓은 4장이라고는 하는ㄷ... 아미?! 언제부터 있었어?!”


  나도 프로듀서도 깜짝 놀라 왼쪽을 돌아보니, 응접실 칸막이 너머로 아미짱과 마미짱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짠! 서프라이즈~!”

“사실 방금 전에 들어왔는데, 둘 다 눈치 못 채는 것 같아서. 적당히 숨어 있다가 놀래 주려고 했지!”

“시간 낭비잖아...”

“마미들의 열정을 매도하지 말라구! 흠흠. 아무튼 오빠, 마미들도 가도 돼?”


  아? 아미짱과 마미짱도 같이 가는 거에 큰 불만은 없지만, 프로듀서와 단둘이 즐기는 야구장 나들이가... 아, 혹시 프로듀서 쪽에서 만류할지도?


“하지만 아미, 마미. 경기가 끝나면 늦은 밤이라고? 부모님께서 걱정하실지도 몰라.”

“괜찮아! 아미들, 오빠랑 같이 있다고 하면 마마도 파파도 딱히 뭐라고 안 하시는 걸!”

“그래? ...그러면 부모님께는 따로 연락드릴게. 사람이 많으니까, 조심하고. 나나 오토나시 씨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옛서~!””


  아아, 아...

  그,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부부의 기분이 들어서 좋을...리가 없잖아! 육아라니, 중학생 쌍둥이라니! 아직 그 정도로 나이 들지는 않았...겠지?

  아아, 카즈사 짱, 아오 짱, 우라라 짱, 보고 싶어~!



-765프로 극장, 그 세 번째. ~오토나시 코토리의 무료~, Fin.-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