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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9장, 추억을 주어서 고마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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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9, 2020 01:42에 작성됨.

[도쿄도 오타구 765프로덕션 ------ 프로듀서]


“으으-”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두 팔을 위로 쭉 뻗었다. 꽉 쥔 주먹 끝에서부터 팔 전체의 근육이 당겨지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러고는 뻐근해진 목을 좌우로 기울이고, 허리를 좌우로 풀어주면서 스트레칭을 마무리했다.


“네, 765프로입니다. 네. 주간 선데이요? 네. 그 건은...”


  치하야의 1라운드 오디션이 끝나고 사무소로 돌아온 오후, 사무소에는 나와 치하야, 그리고 오토나시 씨 셋만이 남아 있었다. 사장님은 CF나 스폰서 계약을 얻어내기 위해 이곳저곳에 미팅을 돌고 계셨고, 리츠코 역시 다른 유닛의 일정을 관리하고 현장에 동행하느라 사무소에 앉아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토나시 씨도 밀려드는 업무 전화에 쉴 틈이 없었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창가에 서서 커피를 홀짝이던 중,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선 치하야가 말을 걸어왔다. 


“수고 많으셨어요. 프로듀서.”

“응. 수고 많았어. 치하야.”


  치하야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 전의 오디션장에서도 그렇고, 지난달을 기점으로 치하야에게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생겼다. 물론 하루카나 아미, 마미처럼 한 없이 활발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무표정에 차가웠던 이전에 비해 지금은 인상도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럽게 웃는 일도 많아졌다.

  치하야의 미소를 바라보던 나는 예전에 찍었던 치하야의 프로필 사진을 떠올렸다. 그 때의 치하야는 웃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본 사진은 신이치에게 “이건 좀 아닌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갑자기 그 때의 어색한 미소와 지금의 치하야가 겹쳐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 나는, 무심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저기, 프로듀서? 갑자기 왜 웃으시는 거죠?”

“미안. 치하야는 성장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또 이런 상황인가요... 가끔은 대사를 바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

“에?”

“이건 이거 나름대로 나쁘지 않지만요. 후훗.”


  흠. 내 입장에서는 진짜로 치하야가 성장했다는 게 뿌듯해서 한 이야기인데. 잘 생각해보면 이런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질리도록 설명했듯이 치하야의 인격적 성장은 기량 면의 성장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만큼 치하야의 변화가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일 뿐이었다.

  치하야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살짝 내리고는 내 넥타이핀을 보고 말했다.


“프로듀서, 넥타이핀이 비뚤어졌네요.”

“어라? 그러네. 어디...”

“잠깐만요. 제가 해 드릴게요.”

“응? 아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치하야는 한 발짝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내 넥타이핀을 바로잡았다. 그러고는 살짝 풀어진 넥타이 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왠지 넥타이를 매 주는 신혼 같은 상황이라 신경이 쓰인 나는 치하야의 시선을 피해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 는데...


“...핫.”


  막 통화를 마친 오토나시 씨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왠지 오묘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나와 눈이 마주쳐서인지 금세 오토나시 씨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도 당황해서 빠르게 반대로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프로듀서.”

“응. 고마...워.”

“넥타이핀, 계속 해 주시네요. 기뻐요.”


  치하야는 해맑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넥타이핀도 그렇고, 지난번 사랑 어쩌고 소동도 그렇고,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치하야는 가끔씩 티 없이 순수한 의도로 도발적이라고 보일만한 행동을 했다. 정작 본인은 그런 것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해서, 그럴 때마다 고생하는 건 당사자인 나와 그걸 지켜보는 오토나시 씨였다. 순수한 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나중이 걱정된다고나 할까.


“그러면 프로듀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볼게요. 내일은 쉬는 날이었죠?”

“응. 오늘 1라운드 때문에 체력도 많이 썼으니까. 내일은 편히 쉬면 돼.”

“감사합니다. 그러면 화요일에 뵐게요.”

“응. 조심해서 들어가.”


  치하야는 나와 오토나시 씨께 인사를 한 뒤, 짐을 챙겨서 사무소를 나섰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으려다, 발밑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어디에 쓰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고리줄 끝에 작은 고양이 모형이 달린 형태였다. 고양이 모형에서는 왠지 은은한 꽃향기 같은 게 풍겨왔다. 아마 열쇠고리나 휴대폰 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순간 치하야가 흘리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급히 사무소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사무소 건물을 나와 도로변으로 나오자, 치하야는 막 게임센터 건물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치하야의 뒤를 쫓았다.


“치하야!”

“프로듀서? 갑자기 어쩐 일로...?”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오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며, 치하야에게 휴대폰 줄을 내밀었다.


“하아. 이거, 떨어져 있었는데. 혹시 치하야가 떨어뜨린 게 아닌가 싶어서.”

“어? 제 거예요. 휴대전화에 달아 놓았는데, 풀렸나보네요.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그러면 조심해서 들어가!”

“네, 프로듀서.”


  나는 치하야를 배웅한 뒤 다시 사무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막 건물 계단을 올라가려던 순간,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섰다.


“저기, 당신... 프로듀서인가?”

“네?”


  상대는 깔끔한 반팔 셔츠 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다. 오른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고, 나이는 타카기 사장님보다 조금 아래인 것 같아 보였다.


“네. 765프로의 프로듀서입니다만... 혹시 사장님의 지인이신가요?”

“그건 아니다만. 자네에게 조금, 할 이야기가 있달까...”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라면, 사무소로 올라오셔서 하시는 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딱히 업무 같은 게 아니니까.”


  남자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딱히 이상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이돌들의 지명도가 오른 지금은 사무소로 찾아오는 위험인물들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했기에, 나는 약간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네? 그러면 혹시 용무가 뭔지 여쭤 봐도 될까요? 가능하면 성함도...”


  남자는 살짝 곤란해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숨을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이름은 키사라기라네.”

“키사라기... 씨?”

“딸아이가... 신세를 지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혹시...?”

“음. 키사라기 치하야의 아버지 되는 사람일세.”

“치하야의 아버님이시군요. 실례했습니다. 치하야의 담당 프로듀서를 맡고 있습니다.”


  나는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치하야의 아버지는 왼손을 살짝 들어 괜찮다는 표현을 했다.


“치하야라면 방금 저쪽으로 갔는데, 혹시 만나러 오신 거라면...”

“아니. 딸아이를 만나러 온 것은 아닐세. 사무소 쪽에 이걸 맡기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자네와 마주친 것뿐이라서. 그리고... 사정은 대충 알고 있겠지만, 저 아이도 날 반기지 않을 거고.”

  치하야의 아버지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치하야가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과, 부모님이 작년 말 쯤에 이혼한 사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남동생의 죽음 이후 집안의 분위기가 변하면서, 부모님과는 일상적인 안부조차 제대로 묻지 않을 만큼 소원한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불쑥 찾아와서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네. 나중에 이것만 딸아이에게 전해주겠나? 나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나는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안에는 두꺼운 사진 앨범이 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앨범을 펼치자, 안에는 어린 시절의 치하야와 남동생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아버님, 이건...?”

“딸아이의 어린 시절 앨범일세. 저 아이는 이제 와서 옛날이야기를 꺼내 뭘 할 거냐는 얘기를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넘겨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

“...응. 앞으로도 딸아이를 맡기게 될 것 같으니, 필요한 거라면 물어보게.”

“혹시 치하야와 아버님 사이의 관계는... 어떤 상황인 건가요?”

“자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껄끄럽다고 할 수 있겠지. 그 아이돌이라는 걸 한다는 것도, 나는 반대했었네. 전처는 정 하고 싶어 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지만.”


  치하야의 아버지는 자세한 설명은 되도록 회피했다. 나도 개인의 가정사를 캐물을 생각은 없었지만, 대충 반응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이 앨범은 왜 넘겨주려고 하신 건지...”

“사실 딸아이에 대해서는 중학생이 된 이후로 관심을 두지 않았네. 못했다는 건 핑계겠지. 그런데 요즘 TV나 신문에서 자주 키사라기라는 이름이 나와서...”

  치하야의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딸아이가 TV에 나오니까. 한 번은 무대를 봤다네. 그 아이가... 즐거운 얼굴로 노래하는 건, 이 사진들을 찍던 시절 이후로 처음이라서.”

“무대, 봐 주셨군요.”

“나는 아이돌이라던가, 음악 업계 구조 같은 건 전혀 몰라. 솔직히 프로듀서라는 자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딸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네. 그렇지만... 저 아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뿐이지.”

“치하야의 활약은, 순수하게 치하야의 노력과 재능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고요.”

“이제 와서 인사치레를 할 필요는 없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그게 아니니까. 적어도 자네가, 저 아이에게 나보다 더 아버지다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네. 방금 전에도 자네와 이야기하면서 웃고 있더군.”

“아버님...”

“나는 부족한 아버지였네. 부족한 아버지이기 이전에 부족한 사람이지. 지금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렇게 처음 보는 자네한테 면목 없이 부탁하는 것뿐이지만... 앞으로도 딸아이를, 치하야를 잘 부탁하네.”


  나는 고개를 숙이는 치하야의 아버지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자, 마음을 정리한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아버님!”

“응?”


  나는 멈춰선 치하야의 아버지에게 다가가, 앨범이 담긴 쇼핑백을 다시 내밀었다.


“이거, 역시 아버님이 직접 전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뭐?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내가 그 아이와 만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오히려 일을 망칠 걸세.”

“직접 만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하다못해 작은 메모라도 좋으니, 아버님이 직접 치하야의 집 앞에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치하야에게도,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치하야의 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 뒤, 마지못해 쇼핑백을 다시 받아 들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제가 치하야를 지원하듯이, 치하야도 저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는 합니다. 저 역시 아직 어리고, 프로듀서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치하야를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듀서라는 사람들이 다들 그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자네는 훌륭한 청년인 것 같군. 안심했네. ...고맙네. 여러 가지로.”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음. 그러지.”


  그렇게 치하야의 아버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조금씩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사람의 마음이란 한없이 약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2학년 D반 ------ 키사라기 치하야]


“오늘 종례는 이걸로 마칠게. 다들 방학 잘 보내렴!”

“감사합니다~!”


  담임의 종례가 끝나자,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은 각자 들뜬 마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소녀가 속한 D반에는 방학기간에 다닐 입시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복도로 나오자 평범하게 여름방학 계획을 세우는 학우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소녀의 여름방학 계획은 이미 각종 스케줄로 꽉꽉 차 있었다. 여름 시즌은 아이돌 업계의 활동도 달아오르는 시기였다. 중고생 아이돌들은 아무래도 방학 기간이면 활동에 제약이 더 적어지기 때문에, 방송사들도 방학 기간에 맞춰 기획을 늘리고는 했다. 

  소녀가 계단을 내려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을 때, 밴드부 동료인 A반의 남학생 삼인조가 소녀의 옆을 지나며 말을 걸었다.


“치하야, 방학 잘 보내!”

“오디션 프로그램, 보고 있어. 응원할게.”

“힘내. 무슨 일 있으면 레이나나 우리한테 연락하고.”

“고마워, 사토 씨, 카츠라기 씨, 타도코로 씨. 방학 잘 보내.”


  남학생들은 먼저 현관을 빠져나가 교문으로 향했다. 소녀 역시 신발을 갈아 신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교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교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 뒤에서 소녀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하야~!”

“안녕, 레이나.”

“바로 집에 가는 길이야? 아니면 사무소로?”

“오늘은 쉬는 날이라 집으로 바로 돌아가려고.”

“그렇구나. 이번 방학은 스케줄로 바쁘지? 어디라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그래도, 지난번에 다 같이 오다이바에 갔었으니까, 나중이 되면 기회가 생기겠지. 스케줄이 비게 되면 알려줄게.”

“응! 그럼 난 이쪽으로 갈게. 방학 잘 보내고, 무슨 일 있으면 문자 해!”

“응. 방학 잘 보내, 레이나.”


  소녀는 웃으며 레이나를 배웅한 뒤,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록 방학 기간에 부원들을 만나거나 같이 무언가를 할 일은 없었지만, 부원들은 하나같이 소녀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소녀는 그런 부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역을 향해 걸었다.

  소녀는 익숙한 풍경을 지나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다.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여는 순간, 무언가가 문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문 앞에는 쇼핑백 하나가 놓여 있었다. 쇼핑백 안에는 두꺼운 책자가 들어 있었다. 혹시 프로듀서가 놓고 간 걸까, 하는 생각을 한 소녀는 쇼핑백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소녀는 우선 쇼핑백을 침대 위에 놓은 뒤, 목욕을 마치고 나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쇼핑백 안에는 두꺼운 책자 하나 말고는 별다른 게 들어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두꺼운 책자는 사진 앨범이었다. 왜 사진 앨범을 놓아둔 걸까, 하는 생각에 표지를 넘긴 소녀는, 순간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앨범 안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자신과, 그리운 유우의 사진이 코팅된 채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둘은 하나같이 맑고 티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소녀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세 번째 페이지를 넘기자 엽서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엽서를 집어 들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담긴 포토엽서였다. 소녀는 엽서를 뒤집어 손글씨로 쓰인 내용을 읽어 내렸다.


[TV에서 네가 웃는 얼굴을 보니 좋구나. 힘 내거라. 아버지.] 

  

  -툭.


  투명한 액체 한 방울이 엽서 위로 떨어졌다. 뒤이어 두 방울, 세 방울 째가 엽서를 적셨다. 소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흐느끼지도, 훌쩍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는 소녀의 얼굴은, 밝게 미소 짓고 있었다. 

  


추억을 주어서 고마워 (思い出をありがとう)

키사라기 치하야

THE IDOLM@STER (XBOX 360판) 인게임 수록


こんなにつらい気持ち 初めて感じちゃった   

처음으로 이렇게나 괴로운 기분을 느꼈어 

映画やドラマみたいなキレイゴトと違う  

영화나 드라마같이 아름답진 않아  

ホントにバカな私   

정말로 바보 같은 나   

後悔先に立たず

이젠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時間が戻せるなら少しはマシになれる?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   

広い世界で一人 

넓은 세상에서 혼자지만 

あなたが好きでよかった   

당신을 좋아해서 다행이야 

そ・れ・だ・け   

그 것 뿐 이 야 


思い出をありがとう 勇気までもらえた 

추억을 주어서 고마워, 용기까지 받았어 

悲しみや切なさ今日ですべてサヨウナラ

슬픔이나 애절함도 오늘로 전부 다 잘 가 

吹き抜ける秋風 涙腺も枯れたし    

지나가는 가을바람, 눈물도 그쳐가   

行き慣れた通りを胸を張って歩いてみる   

걷기 익숙해진 거리를 가슴을 펴고 걸어가 봐  


この気持ちを今あえて言葉にするなら……    

지금 이 기분을 굳이 말로 표하자면……    

「ありがとう」……かな?    

"고마워요"……려나?   


愛嬌でゴマかす恋愛はできない    

애교로 어물쩍 넘기는 연애는 이젠 할 수 없어    

次こそは上手にヤレる…  

다음엔 잘 할 수 있어… 

そんな気がするのよ!  

그런 느낌이 들어! 



-제9장, 추억을 주어서 고마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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