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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 미라이 『바보는 이윽고 세계가 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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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4, 2020 22:42에 작성됨.


미라이는 조금 못 미더운 아이.


지금까지 미라이를 지켜본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못 미더운 것만은 아니다. 특유의 밝은 성격은 강점이다. 아이돌 활동에 열의가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처음부터 39 프로젝트 오디션에 응모해보라고 권했던 것도, 그 오디션에 합격시켜준 것도 전부 나였다. 미라이의 미소를 보고, 이 아이라면 분명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하아....."


시어터 내 사무실에 앉아있던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책상 위에 놓인 배상 청구서 때문이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O월 O일 귀사의 소속 아이돌 카스가 미라이 씨가 레코딩을 위해 대기 중 음향 장비의 스위치를 파손시킨 건에 관하여.....수리비로는 xx천엔이 소요되었습니다.....이에 수리 비용을 청구하고자....


눈에 들어오는 문자들을 확인하자 이젠 머리까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니 물어주면 끝나는 일이긴 했다. 그걸로 모든 게 넘어가겠냐가 문제지. 미라이는 한 두번만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꼭 이렇게 물어주는 일들 말고도, 그 애는 자잘한 실수나 착각을 자주 하곤 했다. 아직 신인이라서? 긴장해서?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아마 근본적으로 주의력이 떨어지는 편이겠지.  뭐, 이 점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날 때부터 그런 걸 어떻게 하라고. 당장 우리 하루카만 하더라도 어처구니없는 실수 저지르기 대장이었으니까. 


그래.....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쳐도.  


지친 눈을 창가에 두자, 머리아픈 글자 대신에 푸른 하늘이 들어왔다. 그 하늘에는 어느 순간부터  '데헤헤~' 하고 웃어보이는 미라이의 얼굴이 반투명하게 떠올랐다. 맑고 순수한 웃음. 싫은 건 아니야. 오히려 좋아한다. 거기에는 스타의 반짝임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게, 이런 약간의 반짝임만으로는 계속 해내갈 수 없단 말이지. 우리들은 프로니까. 책임감이 있어야 된다. 다른 아이돌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특출난 실력도 있어야하고. 그 무엇도 없다면 적어도 이 모든 것을 커버칠 수 있는 압도적인 존재감, 카리스마라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물론, 미라이도 나름 열심히 아이돌 활동에 임하고 있다. 실수를 지적하면 반성도 충실히 하고 있다. 아주 처음보다는 실수가 줄어들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까지 봤을 때, 미라이는 여전히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다른 39 프로젝트 아이돌에 비해, 전체적인 실력도 그리 뛰어난 편도 아니었다. 자주 같이 다니곤 하는 시즈카나 츠바사만 하더라도 각자 노래나 춤에 강점이 있었는데. 미라이에게는 이렇다할 강점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볼까? 아니면 면담을 해서, 개선을 요청해볼까. 너무 강압적으로는 말고, 부드럽게. 혼내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너무 또 부드럽게 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은데.....


미라이의 활동 방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단조로운 전자음이 양복 바지 주머니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누구지? 주머니 속에서 폰을 꺼내 화면에 뜬 번호와 발신처를 확인했다. 모르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는 없으니 수신 쪽으로 화면을 슬라이드해 귀에 가져다대고 입을 열었다.


"네, 765 프로덕션입니다."


-아, 네. 저희는 xx뮤직아트기획센터인데요. 혹시 라이브에 출연 가능한 아이돌이 있을까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라이브? xx뮤직아트기획센터? 일단 이야기를 전부 들어봐야 알겠지. 나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소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


...


이야, 이거. 예상 밖의 찬스인데.


통화가 끝난 후, 나는 떨려오는 입꼬리를 감추려 애를 썼다. 꽤 괜찮은 건수가 알아서 굴러 들어오네. 캐퍼 2000 정도 되는 문화 회관에서 솔로 아이돌 라이브 이벤트라. 신인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잘 하면 좀 더 지명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도 전달했다고 했으니 바로 확인해볼까. 


달칵달칵. 


컴퓨터에서 인터넷 브라우저를 켜 메일 사이트에 접속했다. 받은메일함에 불이 들어온 게 바로 보인다. 


달칵. 


새로 온 메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해본다. 이따금 보이는 사기나 해킹 메일 같은 건 아니고, 정진정명 업계메일. 어디보자, 개최 일시는 x월 △일. 하루 전에는 리허설. O월 O일까지는 참여 아이돌을 확정 지어서 답신 요망....한 1개월 정도는 여유가 있나. 답신 이후로는 또 3개월 간은 여유.....머리 속에서 차근차근 계획을 확립해나가다, 곧 가장 중요한 참여 아이돌 선정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래, 누굴 내보내는 게 좋을까. 올스타즈보다는 역시 39 프로젝트 멤버 중에서 결정하는 게 좋겠지. 이번 라이브 기획 자체가 기성보다는 신인 아이돌 발굴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한참 누가 좋을지 골라보던 도중이었다.


"프로듀서 씨~!"

"왓, 깜짝이야. 누구....미, 미라이!?"


우당탕!


큰 소리가 난 방향으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눈 앞에 보이는 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머리를 앓게한 아이돌 본인. 과민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졌던 자세를 바로하며, 미라이와 어색하게 눈맞춤했다.


"똑똑-해도 대답이 없으시길래.....뭐하고 계세요?"

"아, 그냥. 뭐 확인한다고.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니?"

"미사키 씨가 찾고 있었어요."

"그래? 그럼 슬슬 나가볼까."


막 자리에서 일어설 참이었다. 미라이가 앞에서 비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지? 물어보기도 전에 눈이 먼저 그 이유를 포착했다. 미라이의 호박색 두 눈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내가 띄워놓은 메일에 푹 꽂혀있었다.


.....앗.


"프로듀서 씨! 이거, 라이브를 연다는 내용인 거죠?"


그, 그래.....미라이는 영리하구나. 잘 아네. 그런데 설마, 너. 여기에-


"프로듀서 씨, 저 여기에 나가고 싶어요!"

"아....."


미라이는 내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을 기운차게 외쳤다. 이걸 어쩐담. 이미 늦었지만 메일을 닫고 미라이에게 비켜달라는 손짓을 했다. 미라이는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안되나요?"


미라이가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어떻게 딱 잘라서 안 돼!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건 냉혈한이나 할 수 있는 짓이야. 하지만,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냉혈한이 되어야한다. 


".....있지, 미라이."

"네, 프로듀서 씨♪"


.....으윽, 끄으으윽. 안 돼.....역시 못하겠어. 저 꿈과 희망에 부풀어오른 듯한 얼굴에 바늘을 가져다 댈 수는, 없어. 순간 드는 죄책감에 원래 하고자 했던 말 대신 다른 것을 입에 담았다.


"이거 말야, 아직 고민 중이거든."

"헤에, 제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셨던 건 그래서였구나!"

"으, 으응. 뭐어, 그렇지. 근데 이거.....너도 읽어봐서 알겠지만 꽤 규모가 있어."

"네! 메일 사진을 보니 정말 크던데요!"

"미라이에게는 아직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실수라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볼 거고."

"어....음....."

"그래도 정말 나가고 싶니?"


바늘처럼 날카로운 거절이 아닌, 에둘러 던지는 압박. 비겁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미라이의 의사는 소중하지만, 회사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우리 765 프로가 야심차게 발족한 39 프로젝트다. 지금까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느라 분주했었지. 이번에는 그 성과를 보여야할 때. 커다란 열매는 아직이라고 해도, 최소 될성부른 떡잎 정도는 내보여야 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그런 관계로.


".....네!"


미라이, 미안하지만 이번 라이브는 포기해줘야.....에? 잠깐.


"프로듀서 씨의 말을 들으니 좀 떨리지만.....역시 나가고 싶어요."


저기 있지, 미라이? 나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채 미라이를 보았다. 미라이의 두 눈은 얄미울 정도로 환하게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나는 결국 하고 싶지 않았던 '안 돼'를 말했다.


"저, 열심히 연습해서 실수 없이 해낼게요. 그래도 안되나요?"


하지만, 미라이는. 그마저도 뛰어넘겠다는 듯 굴었다. 어쩌지. 여기서는 좀 더 냉정하게 사실을 말하는 편이....


똑똑-


-프로듀서 씨, 계신가요?


갑자기 문 쪽에서 노크와 함께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고보면 미사키 씨가. 나는 문에 두었던 시선을 미라이에게 돌렸다. 미라이에게서는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있으면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다. 


뭐야, 이 애.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생겨나버리는 어린애 같은 짜증을 꾹 눌러참았다. 미라이가 나쁜 게 아니야. 지금은 그냥....입장이 서로 맞지 않을 뿐이지.


"프로듀서 씨....."

"미안. 나중에 이야기하자."


서로의 입장 차이를 해결하기에는 또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결국 난, 미사키 씨의 부름을 핑계로 도망치듯 사무실을 떠나고 말았다.


.....


...


그 뒤로 미라이와의 일이 원만하게 해결 가능했다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다른 일들 때문에 바빠 이야기할 기회 자체가 적기도 했지만, 그 얼마없는 기회에서도 우리 두 사람의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그 끈질길 정도로 굳건한 참가 의사에는 탄복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네 실력으로 이 라이브는 무리야. 말해줘도 말해줘도 계속 저러니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다. 


양보냐, 양보하지 않느냐. 두 선택지가 남았을 뿐.


"다들 모였니?"

"네."

"무슨 일인가요 프로듀서 씨? 앗, 줄리아노!"

"나 참, 줄리아노가 아니라니까. 하여튼 프로듀서, 그래서 어쩐 일인데. 쟤까지 부른 걸 보면 일단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후자를 골랐다.  오후,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승산 있어보이는 후보를 셋까지 추려 시어터 내 사무실로 불러냈다. 


타나카 코토하. 


줄리아. 


이부키 츠바사. 


연기, 노래, 춤과 센스. 이전부터 저런 소양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높은 성과를 보이는 아이돌들이다. 이 애들이라면 승산이 있어. 물론 라이브는 솔로 대상이니까, 나는 이 셋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애를 골라 내보낼 생각이다.


"우선 이걸 봐줄래?" 


나는 미리 출력해두었던 라이브 관련 자료집을 1부씩 나누어주었다. 정적 속에서 한동안 팔락팔락 종이를 넘기던 세 사람. 곧 기뻐하면서도 믿기 어렵다는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프로듀서 씨, 이거 혹시!?"

"츠바사가 생각한 게 맞아.  이번에 라이브 출연 요청이 들어왔어. 너희들을 부른 이유, 슬슬 짐작이 가지?"

"우리가 여기에....."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 라이브에 나가는 건 너희 셋이 가장 적당할 것 같아."

"하지만 이거, 솔로 아이돌이 참여 가능하다고 적혀있는데요."

"응.  그래서 먼저 자체 오디션을 열어서 가장 뛰어낸 사람 1명만을 뽑으려고."

"자체 오디션?"


내 말에 셋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서로를 쳐다봤다. 방금 전 들떴던 분위기 대신, 긴장감이 새롭게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좋은 경향이다. 이들은 같은 시어터에 소속된 동료이지만, 동시에 톱 아이돌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 손대중 같은 멋대가리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질 수 없어. 


그런 향상심이, 이들을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줄 것이다.


"어떻게 할래? 도전해볼 거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굳이 입밖으로 낸 이유는, 보다 명확하게 이들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하겠습니다!"

"할래요!"

"당연 하고말고!" 


이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자신들의 진심을 부딪쳐왔다. 좋아. 해보는 거야. 나는 일정을 다시 확인해보고, 셋과 이야기해 오디션 일시를 정했다.


"그럼 이 시간에 레슨실에 모이기로 할까. 괜찮지?"

"네. 괜찮아요."

"저도 찬성~"

"어이, 츠바사. 늦으면 알지? 기권하는 걸로 볼 거야."

"괜찮아 괜찮아, 안 늦을 거니까."


모든 게 정해진 이상,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슬슬 이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내고, 나도 나가야지. 갈 곳이 있으니까.


"자, 이야기는 이걸로 전부 끝. 나가볼까."

"아, 네. 프로듀서 씨도 나가시나요?"

"응. 잠깐 둘러보러 가야할 게 있어서."

"뭔데요 뭔데요?"

"너희들 중 하나가 나갈 라이브 회장의 사전 답사."

"와아, 좋겠다~ 츠바사도 같이 갈래요! 미리 봐두면 공부도 되고 좋지 않을까요?"

"그, 츠바사 쨩? 아직 오디션도 안 했는데 벌써 그러는 건 좀....."

"에에- 그치마안-"

"츠바사, 열심인 것도 좋지만 먼저 오늘 일정을 생각해야지. 내가 알기로는 보컬 레슨이 하나 남은 것 같은데."

"프로듀서 씨~ 예리하시네요!"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하는 츠바사를 제지하며 소등을 하고, 사무실 앞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각자의 일정에 따라 헤어져야하는 시간. 그런데 이 때, 조금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움직임에 맞춰 살랑살랑거리는 밤색 사이드 테일이 눈에 띈다.....미라이다!


"아, 프로듀서 씨! 잠깐만요!"


미라이도 이쪽을 확인했는지 이리로 후다닥 달려들어왔다. 복도에서는 뛰면 안 돼. 근처에 있던 코토하가 가볍게 주의를 주자, 미라이는 죄송하다고 한 마디 했다. 


"여어."

"프로듀서 씨. 저....."

"어라, 미라이?"


그 뒤. 미라이는 다른 애들에게 답하는 것보다도 먼저 나를 불렀다. 결의에 찬 눈빛이다. 아직도 포기 안 했구나. 하지만. 나는 최대한 상냥한 어조로 미라이에게 말했다.


"미라이. 아쉽게 되었지만 그 라이브, 이 셋 중 하나가 나가기로 했어."

"에, 에엣....."


머리에 커다란 돌이라도 떨어진 것마냥, 미라이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이미 정했다. 이게 내 대답이다. 미라이, 너는 안 돼.


"미안해. 그 뒤로 계속 생각해봤지만, 역시 얘네들이 적격이라는 판단이 서서."

"네에....."

"다른 기회가 있으면 그 때는 미라이에게 맡길게."

"그치만 저, 연습도-"

"지금은 좀 참아줘. 할 수 있지?"

".....프로듀서 씨가 정 그렇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네. 알았어요."


최대한 사탕벌린 어조로 밀고나간 끝에, 겨우 미라이가 양보를 택했다. 잠깐 침울한 기색을 보였던 미라이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운차게 그럼 가볼게요! 하고 끔뻑 고개를 한 번 숙였다. 그러고는 슥-하고 날 지나쳐가다가 잠깐 멈춰섰다.


"미라이? 아직 할 말이 남았니?"

"그건 아닌데....아, 이 길이 아니었지 참!"


뭔가 했더니 길을 착각한 것뿐이었다.....미라이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 처음에 왔던 방향으로 다시 힘차게 뛰어갔다. 앗, 저거저거. 주의를 준 게 언젠데.  쓴웃음을 지은 채 코토하를 돌아보니, 역시 멋쩍은 웃음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의아한 시선들이 차례로 느껴졌다.


"저어, 프로듀서 씨? 어떻게 된 건가요?"

"별 거 아냐."

"미라이, 라이브에 나가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한데, 미라이는 여기보다는 다른 쪽이 더 맞을 것 같아서."

"그런가요?"

"응. 나도 열심히 고민해봤어."

"프로듀서 씨가 그렇다고 하신다면....."


사탕으로 코팅했을 입 안에 새롭게 쓴맛이 느껴졌다. 됐어. 어쩔 수 없어. 나는 그 쓴맛을 침과 함께 꼴딱 삼켰다. 이게 다 39 프로젝트.....765 프로덕션을 위해서다. 이번 라이브에서의 성공은 우리 765 프로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39 프로젝트? 요란하게 벌이더니 별 거 아니네~


저딴 소리가 업계에 나돌아다닐게 틀림없어. 혹여나 가쉽 기자가 이걸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더 곤란해질테고.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코토하나 줄리아, 츠바사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여러 상황이 겹치고 겹치면 미라이를 내보내는 것보다도 더 크게 실수해 라이브를 망칠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실수 없이 뛰어난 실력으로 라이브를 펼칠 수 있을 확률이 이 셋 중 하나나 미라이, 둘 중 누가 더 높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흐응....."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지나가는 건, 아닌 듯 했다. 신경쓰이는 시선이 하나 내 등 뒤를 맴돌았다. 나는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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