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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8장, 작은 존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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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20 02:17에 작성됨.

[카나가와현 즈시시 즈시 해수욕장 ------ 중학생 타도코로 신이치]


“바다다~!”

“유이나, 조심하렴!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네에~”


  유이나는 오랜만에 보는 모래사장이 반가웠는지 들떠 보였다. 나는 수영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바닷바람은 도쿄 도심의 푹푹 찌는 바람에 비해 시원했기에 해변에 오는 것은 싫어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유이나, 그리고 나는 여름을 맞아 카나가와의 해변을 찾았다. 원래는 뮤 삼촌도 함께 오기로 했지만, 삼촌은 오늘 오전에 일이 있다고 해서 저녁쯤에 합류하기로 했다. 대학생이 되면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야 하는 걸까. 여러모로 귀찮을 것 같은데. 


“신이치, 엄마는 짐을 정리해야 하니까, 유이나 좀 잘 챙겨주렴.”

“네. 들었지, 유이나? 조심해. 어린애가 막 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어린애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거든!”

“어린애 맞잖아. 쪼끄만 게.”

“흥! 오빠 미워!”


  곧 초등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유이나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어린애라는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어리고 귀여운 구석이 남아 있는 여동생이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이나의 사춘기를 걱정하다보니 문득 카츠라기 녀석이 떠올랐다. 녀석은 나를 두고도 비슷한 잔소리를 자주 했다.

  나는 유이나가 모래성을 쌓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뒤, 가방을 뒤적여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여름휴가이기도 했지만, 사실 내 사진부 공모전 출품작을 찍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원래 올해 여름은 적당히 넘어가거나 계곡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공모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어머니가 바다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오랜만에 카나가와의 바닷가를 찾게 되었다.

  나는 모래성을 쌓는 유이나를 몇 장 찍은 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어머니는 파라솔 밑에서 짐을 정리하고 계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아키코, 신이치랑 음료수 사 올 건데, 어떤 게 좋아?”

“그럼 저는 오렌지 주스로 부탁해요. 유이나도 뭐 마실래?”

“나도 오렌지!”


  유이나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그러니까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때였다. 그 전부터도 우리 가족은 여름이면 자주 이곳으로 피서를 오고는 했다. 

  나와 아버지는 매번 음료수를 담당했다. 처음에는 500ml, 나중에는 500ml 페트병 두 개, 더 커서는 2L 페트병을 드는 나를 보면서 아버지는 “성장하고 있구나, 신이치.”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커서 엄마랑 유이나를 지켜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은 거의 3년 만이다. 아버지가 투병을 시작한 이후로는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했고, 재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해와 작년 여름에도 휴가는 집에서 보냈다.

  아버지의 부재는 막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마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는 너무 이른 일이었다.

  어머니는 나와 유이나에게 애써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그러면서도 나를 낳으면서 그만 두었던 일자리를 다시 구하셨고, 우리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면으로 노력하셨다.

  불쌍한 유이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건지, 별다른 투정도 부리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방금 전에 내가 유이나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 역시 그런 어머니와 유이나의 노력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나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집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 하려고 노력했지만, 집에서 숨겨왔던 감정들을 밖에서 표출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때문에 코다이 같은 애들과 자주 부딪히기도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오타구로 이사하고, 학교 역시 스이게츠 학원에 입학하면서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떨어져버린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의 나에게는 새로운 환경과 인간관계에 적응해야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내 감정조차 제대로 제어하기 어려웠던 불안정함이 겹쳐 끝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악순환에 끼어들어 제동을 걸었던 건 카츠라기였다. 처음에는 훈계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하길래 뭐 하는 놈인가 싶었다. 담임에게서 내 사정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도 그걸로 나를 협박하려고 드는 줄 알았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런 카츠라기를 경계했다.

  하지만 카츠라기가 했던 ‘모두가 너의 사연에 신경 쓰지는 않아’라는 말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아버지에 관한 일은 내 사정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잘 생각해보니 나 역시 다른 아이들의 자세한 사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뒤로 나는 조금씩 학교에서도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굳이 모든 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그 때 깨달았다.

  그 후로 코다이나 다른 아이들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첫 해를 보내고 난 뒤, 올해 초 카츠라기 녀석은 뜬금없이 사진부에 가입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왔다. 나는 당연히 안 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부장인 사쿠라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자리를 만들었다는 설득에 넘어가 졸지에 사진부원이 되고 말았다.

  사진부에 가입하기로 한 날 저녁, 나는 퇴근하신 어머니께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어머니는 조금 놀라신 듯했지만, 잠시 후 방에서 대형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나에게 내미셨다.


“엄마, 이건...?”

“아버지가 즐겨 쓰시던 카메라란다.”

“네?”

“후훗, 너희 아버지 취미가 사진 촬영이었던 거, 몰랐지? 우리 아들이 사진이라니, 엄마도 깜짝 놀랐어.”

“...”


  그렇게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유품을 물려받은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사진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포 같은 렌즈가 달린 건 다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고, 내 카메라는 미러리스라고 부른다는 것도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들이다.

  카츠라기 녀석은 그 후로도 일상의 한 장면을 남기는 데에 어떤 매력이 있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네 하는 거창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소중한 순간을 한 장면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았다. 왜 여자애들이 엄청나게 찍고 인스타에 올려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적당한 풍경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무래도 낮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평범한 해수욕장 사진이 되어버렸기에, 나중에 저녁이 되면 잠깐 나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도 바로 앞이고, 잠깐 저녁 산책 한다는 느낌으로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바다의 야경도 그럭저럭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오빠! 여기 불가사리!”

“응? 어디 봐.”


  나는 유이나의 부름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가갔다. 그 후로 오후 내내 유이나와 모래성도 쌓고, 물놀이도 하다가 해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할 때쯤 숙소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뮤 삼촌이 먼저 도착해 짐을 풀고 있었다.


“뮤 군. 왔구나.”

“아, 누나. 연습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거든. 짐 먼저 풀고 연락하려고 했는데.”

“삼촌!”

“유이나, 바다는 어땠어?”

“오빠랑 모래성 만들었어! 사진도 찍었다?”

“즐거웠던 거 같아서 다행이네. 내가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연습이 일찍 끝났다는 걸로 보아 아마 뮤 삼촌이 하는 밴드 이야기인 것 같다. 주말에 무슨 일로 학교에 갔나 했더니, 밴드 연습 같은 게 있었나보다.


“뮤 군, 저녁때는 애들 좀 부탁해도 될까? 이따가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

“응. 문제없어. 오면서 이 주변에 볼거리가 있나 좀 알아봤거든. 누나도 피곤했을 텐데, 좀 쉬어.”

“고마워. 부탁할게.”


  어머니는 요즘 들어 주말에도 집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일이 바빠지는 시기인 것 같았다.

  저녁을 먹은 뒤 하늘이 조금 어두워지자, 뮤 삼촌은 우리를 데리고 밤바다를 산책하러 나왔다. 나는 안 그래도 야경을 찍으러 나올 생각이었기에, 카메라를 챙겨 들고 뮤 삼촌을 따라 나섰다.


“삼촌! 소프트콘 먹고 싶어!”

“그래. 신짱도 먹을 거지?”

“난 괜찮아.”


  뮤 삼촌은 바닷가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가게에서 유이나에게 소프트콘을 사 주었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변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잠시 후, 우리는 해변에 가까워졌다. 밤의 풍경은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달과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가까워지면서 모래사장과 파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우와! 바다가 반짝반짝 거려!”

“후훗. 이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나온 거거든.”


  바다가 말 그대로 푸르게 반짝이고 있었다. 달빛이 반사된 것도, 별빛이 반사된 것도 아니었다. 부서지는 파도는 조명을 켜 놓은 것 마냥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순간 과학 시간에 보았던 사진을 떠올렸다. 내 기억이 맞다면 갯반디라는 바다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밤에 바닷가에 가면 푸른빛을 볼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았다. 이전에도 바다에는 자주 왔지만, 이렇게 어두운 밤에 바닷가를 걸어본 적은 없었기에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짱, 풍경 사진 찍는댔지? 밤바다만큼 완벽한 풍경도 없거든.”

“응, 멋지네! 뮤 삼촌, 모래사장에 내려가서 찍어도 될까?”

“아마 물에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같이 가자.”


  우리는 계단을 통해 모래사장으로 내려왔다. 가까이에서 보는 갯반디는 더욱 신비로웠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 같은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적당한 각도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왠지 반대편에서 이쪽을 향하는 풍경이 찍고 싶어서 뮤 삼촌에게 말했다.


“저기, 뮤 삼촌, 잠깐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각도로 찍고 싶은데, 금방 다녀올게.”

“응? 뭐, 멀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만... 어두우니까 조심해. 나는 유이나랑 여기 있을게. 시야에서 벗어나지는 말고.”

“괜찮아. 바로 이 앞인걸.”


  나는 걱정하는 뮤 삼촌을 뒤로하고 모래사장을 가로질렀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무서워서 뒷걸음쳤던 그해 여름이 기억나네... (水がこわくて  しりこみしてた  あの夏がよみがえるよ)” 


  나는 순간 해변의 처녀귀신이나 인어 같은 이야기가 떠올라 겁을 먹었지만, 그 와중에도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이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니 내 또래로 보이는 검은 장발의 여자아이가 혼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등을 밀어 줘서 겨우 헤엄쳤던 것, 마치 어제 일 같아요... (背中押されてはやっと泳げた  まるで昨日みたいです)”


  소녀는 높이 뜬 달을 바라보며 노래를 이어갔다. 나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서 그런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이라 소녀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어둠 속에서도 그런 소녀가 빛나고 있다고 느꼈다. 그 빛은 환한 달빛이나 갯반디의 푸른빛과는 다른 것이었다. 곧게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 진심이 전해져오는 노랫소리. 소녀는 그 어떤 별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네, 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있어...! (聲が聞  こえる  ゆくべき道  指さしている)”

  

  나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소녀의 노랫소리는 마치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어진다, 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누군지조차, 얼굴조차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소녀의 노래를 통해 소녀와 직접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소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소녀의 노랫소리에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졌다.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모습과 진심 가득한 노랫소리에서 그렇게 느꼈다. 소녀의 노래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하늘에 있을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속에서 혼자서, 나는 노래하고 있어요! (さらさら流る  風の中でひとり  私  歌っています)”


  소녀의 노래가 끝나자, 나는 본능에 이끌려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 섰다. 그러고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하?!”


  앗,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하긴, 나 같아도 야밤에 갑자기 누가 해변에서 말을 걸면 놀랄 것 같기는 하지만.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전 도쿄에서 학교를 다니는 중학생인데, 이번에 사진 공모전에 낼 풍경 사진을 찍고 있거든요. 갑작스럽지만, 혹시 뒷모습이 나오는 각도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네...?”


  소녀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깜짝 놀란 상황에서 갑자기 부탁을 했으니 곤란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미 밤바다의 분위기와 소녀의 노래에 취해버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사진... 인가요.”


  소녀는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내려다보더니 나에게 되물었다.


“네. 바닷가 야경을 배경으로 하려는데, 아무래도 인물이 중심을 잡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계시면 뒷모습이 나오는 각도로 찍을 생각인데, 역시 무리일까요?”

“그 정도라면,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소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흔쾌히 내 부탁을 승낙했다.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모델로 섭외해버린 나는, 침착하지만 신속하게 설정을 조작하고 촬영을 준비했다. 무리한 부탁을 해놓고 오래 붙잡아두는 건 역시 실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촬영을 마칠 생각이었다.


“그러면, 이 각도로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찰칵. 찰칵.

“그 정도면 됐어요. 사진은 이렇게 나왔는데...”


  나는 소녀에게 다가가 화면을 보여주었다. 빛나는 달과 별들, 푸르게 빛나는 파도, 그리고 달빛을 받아 빛나는 소녀의 뒷모습까지,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 것 같았다.

 소녀는 잠시 사진을 바라보더니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좋은 사진이네요.”

“아뇨, 저야말로 감사해요!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실례했습니다!”

“네. 그럼...”


  나는 소녀에게 여러 차례 감사인사를 한 뒤, 뮤 삼촌과 유이나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사진을 보내줄 연락처 같은 걸 받아뒀어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안타깝게도 너무 늦어 있었다. 

 

“신짱, 사진은 잘 찍었어?”


  뮤 삼촌은 돌아온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미유키 삼촌.”

“응?”

“나, 음악이 배우고 싶어.”

“...에?”


  이 사연 가득한 이야기가, 내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배경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그 기타 실력을 어디에 쓰게 될지, 그리고 그 때의 그 소녀를 어떻게 다시 만날지는 꿈에도 모른 채.



작은 존재 (小さきもの) 

원곡 하야시 아스카 (林明日香), 포켓몬스터 극장판 ~아름다운 소원의 별 지라치~ 주제가

커버 키사라기 치하야

THE IDOLM@STER 生っすかSPECIAL 05 수록


しずかにただ  見つめてた

조용히 그저 지켜보았지

小さきもの  眠る顔

작은 존재의 잠자는 얼굴

眉間にしわ  少しだけ寄せてる

이마에 작은 주름이 생겼어

怖い夢なら  目をさまして

무서운 꿈이라면 어서 눈을 뜨렴


水がこわくて  しりこみしてた

물이 무서워서 뒷걸음쳤던

あの夏がよみがえるよ

그해 여름이 기억나네

背中押されてはやっと泳げた

등을 밀어줘서 겨우 헤엄쳤던 것

まるで昨日みたいです

마치 어제 일 같아요


聲が  聞こえる

목소리가 들리네

ゆくべき道  指さしている

가야 할 길을 가리키고 있어

さらさら流る  風の中でひとり

살랑살랑 부는 바람 속에서 홀로

私  歌っています

나는 노래하고 있어요



-제8장, 작은 존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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