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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늑대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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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16, 2020 14:04에 작성됨.

"방금 그 기세는 어디로 갔느냐, 더스크!"


무너지기 시작하는 이상적인 인공 정원. 그 안에서 울려퍼지는 검은 사자의 소름끼칠 정도로 처절한 포효. 황야의 늑대는 바싹 불타버린 꽃잎을 밟은 채 그와 대치한다. 무기조차 없는 맨손이지만 물러설 수 없다. 그의 등 뒤에는 지켜야할 사람이 있으니까.


검은 사자는, 양 손에 독살스러운 기운을 두른 채 도약한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늑대, 더스크는 사자를 향해 두 눈을 빛낸다. 연구소의 실험체였던 그가 가진 특유의 능력, 미래시를 발동시킨 것이다. 아주 먼 미래는 무리지만, 가까운 미래 정도라면 예측할 수 있다. 적어도 공격의 궤도를 알아낼 수는....그 생각이 끝맻기도 전. 더스크는 위험이 자신의 등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이능력이 아닌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바로 뒤로 뛰어 물러나는 더스크. 


방금까지 그가 서 있던 장소를, 보라색 불꽃과 같은 기운이 한 차례 할퀴고 지나간다.


이걸로 끝난 게 아니야. 미래시가, 이제서야 또 다른 위험을 경고한다. 자세를 바로할 틈도 없다. 더스크는 황급히 자신의 시야가 보여준 비전을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검보랏빛 기운이 그 비전을 비집고 들어와 더스크를 강타했다.


"욱, 쿨럭!"


피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려는 더스크. 검은 사자, 파이널데이는 승기를 잡았다는 듯 살의에 가득찬 웃음과 함께 그를 완전히 끝장내기 위한 공격을 재차 발했다.


쾅!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공격보다는 더스크가 좀 더 빠르게 움직인 모양이었다. 파이널데이가 날린 필살의 일격은 검게 말라붙은 대지만을 갈라트렸을 뿐, 정작 목표가 되는 이에게는 온전히 닿지 못했다. 연기 속에서 겨우 모습을 드러낸 더스크는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툭 치면 그대로 무너질 것 같은 자세를 겨우 바로했다.


"아하하, 재미있네....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응?"


파이널데이는 그런 더스크에게, 살의로 얼룩진 시선을 보냈다. 일단 더스크보다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터. 지난 날, 그녀의 가장 충실했던 부하에게 입은 상처가 꽤나 깊었으니까. 그 놈이고 이 놈이고 하나같이.....이 나를....위대한 이상을 방해하는 거야....!!! 파이널데이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그대로 공격으로 승화시켜, 일각이라도 더 빨리 방해자를 처단하기로 했다. 


"죽어!"


더스크를 향해 똑바로 뻗은 한 손에서 광탄 여러 발이 통제를 벗어난 광견과도 같이 뛰쳐나왔다. 아무리 미래시를 동원한다고 해도, 정면에서 그 모든 것을 상처없이 피하는 것은 무리였다. 더스크는 이를 악물며 최대한 옆으로 뛰었다. 콰콰쾅! 광탄들이 더스크의 바로 뒤나 옆을 스치며 바닥으로 처박혀 사라져간다.


"어딜!"


그걸 가만 놔둘 파이널데이가 아니었다. 파이널데이는 다른 한 손을 더스크에게 뻗는가 싶더니, 곧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몸소 더스크에게 날아가듯 뛰어올라싿. 그리고는 그대로 불길한 기운을 실은 주먹을 전방으로 크게 휘둘렀다. 휘익! 더스크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거의 호각으로 움직였을 그 일격.


그것은 더스크가 취한 방어 자세에 가로막혀 위력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크아아아!"


정통으로 맞아 나가떨어지는 것은 면했어도, 여전히 격통이 내달린다. 더스크는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그를 견뎌내며, 공격이 가로막힌 파이널데이에게 힘껏, 반격을 가했다. 


퍽!


아무것도 없는 맨주먹이, 파이널데이의 안면에 깊이 꽂아넣어진다. 충격에 고개가 돌아간 파이널데이한테, 더스크의 다른 주먹이 또 한 번 내리꽂혔다.


"크학, 이 자식!!!"


한 쪽 무릎을 꿇고만 파이널데이가 이 이상 굴욕당하지 않겠다는 듯 세번째로 날아들어오는 더스크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읏!?"


설마 잡힐지는 몰라서 당황하는 더스크에게 파이널데이는 얻어터져 피가 줄줄 흐르는 입꼬리 끝을 씩 올려보였다.


"감히, 내게.....용기가 가상하구나....하지만!"


그것도 지금으로 끝이다! 파이널데이가 붙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증오의 기운이 한순간 불처럼 타올랐다. 우드득, 하는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마치 골절과 화상을 합친 것과도 같은 고통이 더스크를 엄습했다. 


"으아아아악!"

"하하하핫! 꼴 좋구나, 더스크! 괴로워해라! 소리쳐라! 널 구해줄 녀석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절망에 몸부림치다 죽어랏!!!!"


이 세상에 더는 없을 증오와 악의를 쏟아내며, 미친듯이 웃는 파이널데이. 자신의 부하들이며 기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상을 실현할 열쇠마저 잃어버린 그에게 있어서는 이제,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 더스크에 대한 복수심밖에 남지 않은 듯 했다. 그 절망적일 정도로 거대하고, 추악한 악의가 그대로 더스크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상황. 더스크는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아직 이채를 띠는 두 눈으로, 자신을 잠식하는 악의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그려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두 눈 앞에 자리잡고 있는 건.


"네 녀석.....네 녀석에게 있어서 미래라는 건.....존재하지 않아.....너는 여기서 끝이다 더스크. 나와 함께 죽어라!"


새까맣게 칠해진 종말.


더스크의 두 눈에서 광채가 잦아들었다. 더스크는 이제 발악을 그만두겠다는 듯 격통 속에서 두 무릎을 꿇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 하하....드디어 포기했나....그래. 그걸로 좋다."


온 힘을 다해 더스크의 주먹을 붙들었던 파이널데이가 그 손을 놓았다. 더 이상 제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부어오른 그 손은 힘없이 축늘어져, 검붉은 피를 뚝뚝 흘렸다. 황량한 바닥을 적시는 검은 핏자국. 더스크가 그것을 힘없이 응시하는 동안, 파이널데이는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 안에 있는 이능, 파괴를 위한 힘을 양 손에 일점시켰다. 눈 앞에 있는 존재를 확실하게 소멸시키기 위해서. 비록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이상, 통일된 세계를 실현시킬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걸로 끝이다. 너도, 나도....원래라면 이 세계에도 종지부를 찍고 싶었지만....마음대로 안되는 군. 뭐, 이대로라면 알아서 종말을 맞이할테니 상관없나."


하하.....파이널데이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종말은 받아들였어도, 뒤의 것은 받아들이지 못한 더스크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응? 뭐야. 아니라고? 크크....물러도 한참 무르구나. 시작의 가능성에게마저도 잊혀진 세계....그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급급한 이곳....희망 같은 게 있을 거라 생각하나? 머지않아 모두 자멸하고 말 거다. "


그러기 전에, 모두를 구원해주려고 했거늘....전부, 너와 그 녀석이! 이 이상 밉살스러운 게 어디 있겠냐는 듯, 한참 분통을 터트리던 파이널데이는 일순 표정을 거짓말처럼 휙 바꾸고는 말을 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이미 지난 것. 다시 되돌릴 수는 없겠지....그러니 그 대신에, 네 녀석의 목숨을 받아가도록 할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할테니까, 다른 녀석들의 것도 받아가도록 하지. 이 뒤로도 내가 살아있다면 말이야.....전부 죽여버리겠다. 너와 알고지낸 사람들을. 특히, 네 녀석이 그렇게나 소중하게 여기던 그 애도 말야. 크큭....맞아. 그렇지. 그 가냘픈 다리로는 얼마 가지도 못했겠지! 잘 됐네 더스크. 네 저승길이 쓸쓸하지는 않겠구나!"


긴 말을 끝마친 파이널데이가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두 손에 그러모은 살의의 덩어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꿈틀.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던 더스크의 신체가 움직였다. 그래봤자다! 이미 늦었어! 파이널데이가 마지막 일격을 내려찍으려는 순간, 더스크의 두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그 눈에 비치는 건 그대로 참살당하는 자신의 미래. 


아니야. 잠깐만이라도 좋아.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


나는 이 미래를....뛰어넘겠어! 


완전히 공격이 닿기 전, 더스크가 먼저 파이널데이에게로 훌쩍 뛰어올라 몸을 날려, 그대로 박치기를 먹였다.


"컥....!"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방어를 잊고 있었던 파이널데이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는 뒤로 나뒹굴었다. 그 위에 올라탄 더스크. 이미 박살이 난 주먹이라도 상관없다는 듯 무작정 파이널데이를 후려갈겼다.


"욱, 커헉!"


몇 번 얻어터지던 파이널데이는 더스크의 배를 걷어차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역시 아무 것도 없는 맨손으로, 나뒹구는 더스크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려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더스크....!"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얼굴에서, 광기서린 목소리가 섬뜩하게 흘러나왔다. 필살의 공격이 빗나가버린 관계로 한동안 그 힘을 내지 못하는 두 손이 원한에 사무쳐 바르작거린다. 바닥에 엎어진 더스크가 겨우 몸을 일으켜, 시선을 파이널데이에게 똑바로 향한다.


"날 죽일 수는 있어도 그 애만큼은....아마릴리스에게만큼은....절대 그렇게 하지 못해!"


벌떡 몸을 일으킨 더스크가 파이널데이에게 달려들었다. 아무런 계산도 예측도 전략도 없는, 그저 순수한 의지의 발현. 


누군가를 지킨다는 결의와, 그 누군가를 해치겠다 선언한 자에 대한 적의.


"크흐흐....아하하하! 그렇게 발버둥 쳐봤자다!!!"


자신에게로 내지르는 주먹을, 파이널데이는 피하지 않았다. 막지도 않았다. 그 또 한 주먹을 내질렀다. 눈 앞의 존재에 맞서서. 


퍽.


그렇게, 두 적의는 목표대상에게로 확실하게 꽂혀들어갔다. 무언가를 세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그 소리 뒤로는 잠깐 정적이 흐르다, 또 한 번 털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한순간 크게 먼지가 일었다. 어지럽게 번져나가는 먼지 연기들 사이에서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한 인영. 한 때 이 세상을 호령했던 검은 사자, 파이널데이였다.


"크, 쿠헉, 젠장....젠장....! 이럴 수가....이럴 리가....!"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파이널데이는 끝까지 증오를 불태우며 비틀거리는 더스크에게 한 손을 쭉 뻗었다. 제발, 한 번만이라도! 파이널데이의 염원에 반응하듯, 그 손에서는 일순 보랓빛 불꽃이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한순간에 꺼져버린 불꽃. 이윽고 파이널데이는 뻗었던 손마저 떨어트리고는 완전히 쓰러졌다. 끝까지 떠있던 두 눈에서는 빠르게 생기가 사그러들어, 곧 완전히 빛을 잃었다. 목숨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 그 모습.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더스크 또한 무릎을 꿇었다. 그가 보았던 것은 곧 자신의 말로이기도 했다.


끝이구나. 더스크는 흐려지는 시야로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불타버린 대지, 검게 흘러나오는 연기, 새빨갛게 물든 하늘....처음 연구소가 습격당했을 때와 비슷한 풍경.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면, 이번에는 모든 것의 끝이라고 해야할까. 아니, 그렇지는....이 또한 시작일 거야.


이제까지와의 세상과는 또 다른....더는 실험체가 아니게 된, 자유를 얻게 된 아마릴리스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툭. 더스크가 고개를 떨구었다. 스르륵 감긴 두 눈은 다시 떠질 일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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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근미래....아니 근미래 아웃사이더에서 파이널데이하고 더스크가 피터지게 서로를 쥐어박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원래 스토리하고는 조금 다른 최후의 결전이라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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