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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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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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765 프로덕션 사무소, 아직 찬 공기가 조금 남아있는 사무실 안에서 시라이시 츠무기는 프로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통복에 대한 미니 다큐멘터리 방송 일이 새로 잡혔는데 여기에 에밀리와 함께 나가게 되어서 그를 위한 간단한 회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돌보다 늦는 프로듀서라니, 정말..."
자신이 조금 일찍 온 편이긴 했지만, 항상 먼저 와있는 프로듀서였기에 여느 때처럼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무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사무소 소파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을 무렵, 찰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익숙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조금 늦으셨..."
"음. 시라이시 군인가."
"사, 사장님?"
약간의 화색을 띠며 나갔지만, 츠무기의 인사를 받아준 건 프로듀서가 아닌 사장이었다. 하지만 무안한 것과는 별개로, 평소의 그 여유로운 얼굴은 어디가고 드물게 그림자가 짙은 얼굴을 하며 들어오는 그를 보자 츠무기는 살짝 놀랐다.
사장은 츠무기를 보며 무어라 말을 하려 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다. 말을 하기 전에 늘 하던 헛기침도 하지 않고, 뒷짐을 지지도 않고 있었다.
그 행동에서 츠무기는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난 것일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안감은 이내 전신을 맴돌았다.
그렇게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을 무렵, 사장은 결심을 한 듯 츠무기에게 스마트폰을 켜서 어떤 뉴스 기사를 보여주었다. 분위기 때문일까, 받으면서 그녀는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천천히 기사의 내용을 읽으면서, 츠무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다중 추돌 사고 발생-
-오늘 아침, 차량 다섯 대 정도가 연달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하략)
자료로써 실려있는 사진에 보이는 현장은 참혹했다. 그냥 부딪힌 정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폐차 시켜야 할 정도로 망가진 차체의 모습도 보였다. 저런 곳에 휘말렸다면 못해도 심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고, 심하면...
"시라이시 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게나."
사장은 헛기침이 아닌, 호흡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자네가 오기 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네. 젊은 남성이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실려왔다고 말이야. 소지품 중 그나마 멀쩡한 명함이 있어서 그걸 보고 했다더군."
'싫어.'
"이미 병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상태가 절망적이었다고 하네.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말하지 마.'
츠무기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무서웠다.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거 같았지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의 다음 한마디는 너무나도 잔혹했다.
"자네의, 우리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는. 죽었다네."
조용한, 하지만 무엇보다 강하고 잔인한 폭풍이 소녀의 마음을 처참하게 파괴했다. 츠무기는 부정하고 싶었다. 사장의 입에서 나온 그 무거운 한마디를, 평생 들을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았던, 듣고 싶지 않았던 그 한마디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정하고 싶었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무언가 속임수냐고, 철저하게 계획된 무언가 방송 같은 거냐고, 이런 장난은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의 그 진지한 표정이, 그 안에서 묻어 나오는 슬픔이 지금 이 소식이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것이 츠무기의 입을 조금도 열리지 못하게 막았다.
"아, 아아..."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멍청한 소리를 내는 것 뿐.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도, 외치고 싶어도 이상하게 그것이 목소리로 전해져 나오지를 않았다.
"이런 소식을 어떻게 알려야할지는 참으로 막막하네만, 전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제일 먼저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정말로 미안하네, 시라이시 군."
하지만 사장의 그런 사과를, 츠무기는 듣지 못했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 사장의 말은 그저 공허하게 웅얼거리는 혼잣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기억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___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소파에 누워있었음을 깨달았다. 반대편에는 사장이 걱정스러운 눈을 하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괜찮은 겐가?"
"사장...님?"
츠무기는 머리가 아직 좀 어지러운 것을 느끼며 자세를 바로 잡아 앉았다. 순간 머리 쪽에서 뭔가 떨어져서 보니 적신 수건이었다.
"...그의 소식을 듣고 그대로 쓰러졌었다네. 몸은 조금 괜찮나?"
"아, 네. 죄송합니다."
"무얼. 나조차도 그걸 처음 들었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네."
깨어나서 본 사장의 얼굴에는 여전히 수심이 가득했다. 조금 전보다 깊어졌으면 깊어졌지 결코 나아지진 않은 그 모습은 조금 전 자신이 들은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를 다시금 고통스럽게 했다.
사장은 이후 크게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우선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두겠네. 여러모로 의논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 말이야. 시라이시 군은 잠시 그대로 쉬고 있게."
"...네."
사장은 그리 말하고는 일어나서 천천히, 하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사장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그녀 혼자 남았다. 츠무기는 사무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좀 전과 별 다를 바 없었을 터인데 이상하게 쓸쓸함이 배가 되어 찾아온 듯한 기분이 끊이질 않았다.
다리를 애써 옮기며 그녀는 프로듀서의 책상으로 가보았다. 그의 의자에 앉아 수북하게 쌓인 종이를 넘겨보자 지금껏 해온 일들의 성과들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자신이 봐도 하나하나 섬세하게 작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넘겨보던 도중, 원래라면 오늘 회의에서 사용했을 걸로 보이는 자료가 보였다.
꼼꼼하게 기록된 그 내용을 읽자, 츠무기의 마음속엔 어느새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넘치다 못해 눈물이 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던 날의 기억부터, 첫 라이브와 오퍼를 끝낸 일들을 비롯하여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울게 만드는 것은 그 시간들이 만들어준 추억이 아니었다. 불안하고 무섭던 나머지 프로듀서에게 내뱉었던, 까칠하고 때로는 무례했던 자신의 말들이었다.
츠무기는 무서웠다. 프로듀서는 아이돌을 권유하며, 그녀를 빛나게 해주고 싶었던 남자였지만 도쿄에서의 생활은 낯설고 두려웠다.
동료들은 상냥했고,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들도 호의를 가지고 그녀를 대해주었다. 그리고 거기엔 언제나 자신을 웃으며 맞이해주는 프로듀서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하나만 믿고 왔기에 그 모든 호의와 상냥함에 무언가 다른 게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멋대로 오해했다. 그만큼 무서웠다.
그렇기에 그에게 자주 화를 냈다. 프로듀서만 믿고 여기까지 왔기에. 노력하고 있는 건 알지만 그가 실수하고 불안해하면 자기도 그만큼 불안했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호의인 걸 내심 알면서도 까칠하게 대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것들은 차갑고 날카로운 비수들이 되어 자신의 가슴을 사정없이 찔렀다. 콕 콕 찌르는 것이 아닌,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 깊숙히 까지 파고들면서 그녀를 괴롭혔다. 이 모든 것은 사실, 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뭉쳐서 하나의 저주가 되어 그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흑... 흐끅..."
뚝뚝 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그를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꼭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뜬금없다는 건 알지만 정말 미안하다고, 그동안 날카롭게 말해서 당신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제나 웃으면서 함께해주었던 그의 얼굴이, 처음 만난 그날부터 내밀어준 그 상냥한 손길이 보고 싶었다.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아침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던 차가운 공기만이 그녀를 감쌀 뿐이었다.
"흐윽... 흑...! 으아아앙...!"
이윽고 뚝뚝 거리며 떨어지던 눈물이 주르륵 거리며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손으로 닦아내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격해진 감정은 눈물이 되었고 선명해진 슬픔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고, 옥죄며 괴롭혔다. 츠무기는 슬피 울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반복했다. 그리고 울고, 또 울었다. 먼저 흘러내린 눈물이 말라붙을 새도 없이, 새로운 눈물이 계속해서 얼굴에 흘러내렸다.
...
얼마나 지났을까, 츠무기의 얼굴에는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이제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어서일까, 그녀의 눈은 마치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심해처럼 어두웠다. 마치 그 상태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마냥 멍하니 있던 그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힘없이 들어서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에밀리였다. 그 화면을 보면서 그녀는 지금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다. 자신을 잘 따르고, 좋아해주는 이 그녀에게 프로듀서의 죽음을 대체 어떻게 전해야 할까. 에밀리 또한 프로듀서를 제작자님 이라 부르며 잘 따르던 소녀였다. 어린 나이에도 조숙한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내면은 13살의 소녀였다.
일단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통화 버튼을 누르고 기기를 들어올리자 숨을 가쁘게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츠, 츠무기 씨! 늦어서 죄송해요. 늦잠을 자버려서..."
"아뇨, 그... 괜찮아요. 천천히 오세요."
분명 지각할 까봐 걱정하면서 오고 있으리라. 츠무기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라도 움직이며 말했다.
"에, 에밀리씨..."
"네?"
"사무실에 오면,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에요."
"중요한 이야기...? 아, 오늘 일 말이군요. 네! 금방 갈게요!"
활기차게 대답하는 에밀리의 목소리에 아까와는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옥죄여오던 츠무기는 더욱 복잡해진 마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래요.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니까요. 어쩌면, 마음을 정말 단단히 먹어야 할 수도 있..."
"지금 제작자님과 함께 가고 있어요! 건물 안으로 들어왔으니 곧 도착해요!"
"...네?"
에밀리의 한마디에 츠무기는 다시 한 번 얼어붙었다. 이윽고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울리더니 사무소의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한 명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에밀리였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하아...하아... 좋아! 지각은 면했어! 좋은 아침이야 츠무기! 일찍 왔구나! 미안해, 에밀리를 데려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그만..."
익숙한, 그리고 너무나 보고 싶었던 목소리의 주인, 프로듀서였다.
"아...아?"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은 환상인가, 아니면 실체인가. 어안이 벙벙해진 츠무기에게 프로듀서가 다가왔다.
"날씨 많이 춥더라. 츠무기는 괜찮아?"
급하게 뛰어온 게 티가 나는 모습이었다. 살짝 흐트러진 넥타이, 아직 조금 거친 숨소리.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츠무기는 떠는 손을 내밀며 그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츠, 츠무기?"
조금 차갑긴 했지만, 부드러웠다. 약간의 온기는 남아있었다. 계속 만져봐도 허공에서 사라진다거나 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여기 있었다.
"사, 살아있어..."
그 말에 프로듀서와 에밀리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츠무기는 그 말을 반복하더니 이윽고 그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하고 싶었던 말을 전부 내뱉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프로듀서."
갑작스런 츠무기의 행동에 당황한 프로듀서였지만, 자신을 끌어안은 채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소녀를, 그는 도저히 떼어낼 수가 없었다. 잠시 그 상태로 있던 그는 이윽고 츠무기를 안아주며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놔두었다.
"꿈이... 아닌거죠?"
"그래, 나 여깄어. 츠무기. 이제 괜찮아.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는 확실하게 여기 있으니까. 정말 괜찮아."
그 손길에, 츠무기는 말 그대로 안심하며 그에게 꼭 안겼다. 항상 자신과 함께해준 남자의 자상한 손길을 느꼈다. 따뜻한 체온도 함께 느꼈다.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도 작게 나마 들렸다. 프로듀서는 지금 츠무기의 앞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장실의 문이 삐걱하며 천천히 열렸다. 그 소리에 놀란 셋이 그쪽을 바라보자 사장이 뻘쭘한 얼굴로 어떤 표지판을 들고 서 있었다.
거기엔 -몰래 카메라 대성공!- 이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
쫘악! 쫘악! 쫘악!
"시, 시라이시 군! 살려주게!"
"싫습니다!"
다른 아이돌들이 출근해서 본 광경은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였다. 그 츠무기가 저 정도로 화를 내며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도, 그리고 그 대상이 사장이라는 것도 희귀하다 못해 두 번 다시는 못 볼 모습이었다.
츠무기는 격렬하게 사장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평소처럼 무안해서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화가 나서 때리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말리는 것 조차 듣질 않았다.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인가요? 감정이란게 제대로 있는 생명체는 맞긴 한 건가요!"
"미, 미아나네! 요소해 주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일종의 몰래 카메라로, 평범한 것이 아닌 좀 더 무거운 주제로 실행하는 취지의 방송이었는데 거기서 선택된 주제로써 프로듀서의 사망몰카를 하게 된 것. 사고 기사는 당연히 적당히 편집한 가짜였다.
"흥...!"
얼굴 원형이 남지 않을 정도로 따귀를 날린 그녀는 그제서야 차갑게 고개를 돌리며 그곳을 떠났다. 프로듀서가 말 없이 다가와 그녀에게 얼음 주머니를 얹어주었다.
"히얏!"
"이제 열 좀 식혔어?"
방금전까지 뜨겁던 손바닥에 차가운 얼음이 확 하고 올라가자 츠무기는 마치 고양이처럼 놀랐다.
"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그럼! 사람 목숨을 가지고 그런 장난을 치다니...!"
"아니 나도 엄청 화나긴 했지. 근데 츠무기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걸 보니 뭔가 나서기가 그렇더라."
"화, 확실히 좀 많이 내긴 했지만. 그럼 그 정도도 못 내는 건가요? 당신이란 사람은 제가 그 정도로 당신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고 생각한 건가요? 아니면 사람이 죽었는데도 별 달리 반응도 안하는 극도의 냉혈한이라고 생각한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라니까."
멋쩍은 듯 얼굴을 살짝 긁은 프로듀서는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츠무기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말인데, 츠무기."
"네?"
"조금 전에 미안하다고 한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츠무기의 얼굴이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그, 그, 그건! 그러니까...!"
마치 사과처럼 빨갛게 물든 얼굴을 하며 어버버거리던 츠무기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아주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그, 그동안 말을 날카롭게 하거나, 쌀쌀맞게 대한 거에요."
"어?"
"당신이랑 극장의 다른 모두들도, 저한테 상냥하게 대해주셨는데, 그걸 저는 오해해서 듣곤 했으니까요. 그, 그리고 프로듀서한테는 특히 날을 세워서 대답한 적도 많으니까 그게 정말 미안해서..."
"아니, 그건 굳이 미안해 할 필요 없는데?"
"네? 그, 그게 무슨? 설마 당신은 그런 걸 즐기시는 분이었나요? 다른 분들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그럴리가..."
조금은 식겁한 얼굴을 한 채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츠무기에게,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 나도 그런 이상한 취향은 없어. 다만, 나나 모두들이나 츠무기가 원래 정말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나도 아직 일하면서 무서운게 많거든. 방송국이나 그 밖의 현장에서 칭찬을 들어도 뭔가 부족했는데 돌려서 지적하기 위해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어. 다들 그런 건 똑같아."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의 모습은 참 순수했지만... 왠지 모르게 가장 안심되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걸 보며 츠무기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살짝 나왔다.
"어? 아니 그걸 웃으면 어떡해. 낯간지러워도 나름 진지하게 한 소린데."
"아니요. 그냥 안심해서 그래요. 정말..."
츠무기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았던 얼굴이, 미소가, 자신의 앞에 분명하게 있었다. 멋쩍은 듯이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그 얼굴을 보며 그녀는 말했다.
"정말... 당신은 바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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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치만 츠무기가 저렇게 서럽게 우는걸 보니 위에 구멍이 뚫릴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