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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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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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神SUMMER!!
[도쿄도 니시타마군 오쿠타마마치 오쿠타마역 ------ 프로듀서]
“높은 산, 푸른 하늘, 매미 우는 소리...”
“푸릇푸릇 시골 최고야~!”
“아미, 마미! 어디 함부로 가면 안 돼!”
리츠코가 아미와 마미를 잡아 놓는 사이, 나는 인원수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이번 역이 종점이라 다음 역으로 가버린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만, 역시 다수가 이동하다보니 인원 확인은 중요한 일이었다.
“유닛별로 인원 확인할게~! TORICO부터!”
“하루카, 치하야짱, 유키호 다 있어요!”
“프로젝트 페어리는?”
“미키네도 다 있는 거야!”
“야요이랑 이오리!”
“여기 있어.”
“아미랑 마미...는 리츠코가 데리고 있고. 마코토랑 아즈사 씨도 확인 완료. 그러면 짐은...”
“프로듀서, 의상이랑 조명도 다 내렸어요.”
“고마워, 치하야. 좋아! 그러면 이동하자-!”
765 프로덕션 전원 참가 여름휴가! 는 아니고, 화보집 로케 기획으로 오쿠타마를 찾았다. 사실은 더 바빠지기 전에 전원이 갈 수 있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려고 했는데, 다들 각자 입지를 다지기 시작하는 시기라서 좀처럼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차라리 로케 촬영으로 일을 만들어버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획해봤는데, 운도 따라 주어서 관광홍보를 겸해 계곡 화보집 촬영을 나오게 됐다. 숙소랑 교통비를 경비로 처리할 수도 있으니까 더욱 완벽했다.
“오빠... 너무 더워... 흐물흐물 녹아버리겠어...”
“정말이지, 시원한 거라도 준비해야하는 거 아니야? 센스가 부족하다니까.”
“ㅁ, 미안...”
...물론 모든 게 이상적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7월의 날씨는 상상 이상으로 더웠다. 역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이동하던 우리는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활기차던 아미랑 마미도 열기 때문에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아이스박스 같은 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조금이라도 짐을 줄여야하는 입장에서 그런 걸 가져올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아, 다들, 저기 봐! 물이 엄청 맑아!”
“어머, 시원한 물이면 맥주를 식힐 수도 있겠네~ 리츠코 씨, 나중에 한 캔 어때요~?”
“아, 제가 나이가 안 돼서 아직 술은 못 마시거든요...”
“어머?”
리츠코는 아직 19살이었지. 평소에 업무도 척척 하는데다, 가끔은 오토나시 씨보다도 어른스러울 때가 있어서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토나시 씨도 함께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업무 전화를 받을 인원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사무소에 남기로 했다. 이럴 때면 역시 직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사무소에 비어 있는 책상도 하나밖에 없다보니 어쩌면 넓은 건물로 이사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렇게 다리를 건너 숙소에 도착했다. 소박한 여관이었지만 내부는 꽤나 쾌적했다. 다다미방에 빛도 잘 들어와서, 마치 편안한 가정집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 분의 방은 이쪽이라오.”
“아, 감사합니다.”
나는 위층의 2인실을 소개 받았다. 2인실을 혼자 쓰다 보니 꽤나 넓게 느껴졌다. 오래된 모델이었지만 나름 TV도 있었다. 적어도 나중에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방에서 짐을 정리한 뒤, 첫 촬영을 위해 계곡으로 향했다. 촬영이 끝나면 휴식을 취하면서 계곡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기에, 다들 수영복 위에 티셔츠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계곡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인파가 거의 없었다. 이곳은 도쿄 내에서도 꽤나 인기 있는 피서지라서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를 대비해서 애매한 평일로 일정을 잡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비록 아즈사 씨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를 쉬어야 했지만, 아이돌의 세계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으니까,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겠지.
“미키 단독 샷부터 찍을게, 나머지는 적당히 대기해줘!”
“네에-”
“프로듀서, 잘 부탁하는 거야. 미키, 좀 전에 주먹밥을 먹어서 엄청 의욕 넘치니까!”
“다행이네. 아, 미키. 위에 티셔츠는 벗어줄래?”
“꺄- 프로듀서는 야해☆”
“잡혀 갈 위험이 있는 발언은 하지 말아 줘...”
안 그래도 지난번에 거동수상자로 오해 받은 일이 있었으니까, 되도록이면 위험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미키의 스타일이 발군이라지만, 역시 중학생을 상대로 이상한 눈을 했다가는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굉장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 후로도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각자의 개인 샷을 찍은 후에는 유닛 별로 단체 샷을 찍었고, 마지막에는 계곡에서 물장난을 하는 설정으로 전원 단체 샷도 잔뜩 찍었다. 아마 이 중에서 A컷을 고르려면 또 한참 걸릴 듯 했지만, 사진이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편이 나았기에 메모리가 허용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찍었다.
“음료수 사 왔어-!”
“하루룽, 야요잇치 최고~!”
“100% 오렌지 주스도 있네?”
“그건 야요이가 골랐어. 이오리가 찾을 거라면서.”
“어머, 고마워라...”
“헤헤, 지난번에 이오리짱이 오렌지 주스가 있는 자판기를 한참 찾아다녔던 기억이 났거든요!”
“야요이, 그런 것 까지는 이야기 안 해도 되잖아!”
대략적인 촬영이 끝난 뒤에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일대는 캠핑장이었기 때문에 취식도 가능했다. 우리는 느지막한 점심을 여기서 해결하고, 오후 시간을 계곡에서 보내다 저녁쯤에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타카네. 역시 이거, 좀 많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습니다, 히비키. 인원수가 많으니까요. 어서 조리를 준비하죠.”
“아니, 그래도 20인분은 넘어 보인다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그럼, 준비할까?”
식재료는 인근의 상점가에서 충당했는데, 인원수를 생각해도 많은 양인 것 같았다. 이번 촬영의 경비, 괜찮으려나... 화보집이 잘 팔려야할 텐데... 뭐, 모처럼의 휴가도 겸하는 느낌이니까 괜찮겠지.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생길지 모르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스위치가 꺼진 미키는 그늘에서 편히 잠들어 있었고, 타카네와 히비키, 하루카, 야요이, 그리고 아즈사 씨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으음. 이런 계곡에는 항상 처녀귀신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으아아?! 갑자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오리!”
“ㅁ, 무서워~ 안아 줘, 마코토짱~!”
이오리는 마코토, 유키호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신나 보인다니까. 이오리는 역시 소악마 기질이 있네.
“릿짱 발견!”
“받아라! 스페셜 토네이도 어택!”
“너희들-! 옷이 젖잖아-!”
아미와 마미는 리츠코에게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저러다 혼나겠는걸. 리츠코도 고생이 많네... 리츠코와 나는 담당을 확실히 정해놓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유닛 스케줄을 함께 관리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각자 주로 스케줄을 처리하는 유닛이 정해져 있었다. 나는 주로 TORICO와 프로젝트 페어리, 야요이와 이오리의 ‘펑키 노트’를 담당하고, 마코토와 아즈사 씨의 솔로 활동, 아미마미 듀오를 리츠코가 맡는 편이었다. 마코토와 아즈사 씨는 그렇다 치지만, 아무래도 아미마미 듀오 쪽은 리츠코가 보모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원수로 따지면 오히려 다수인 트리오 유닛들을 내가 맡는 것도 리츠코의 부담을 줄여 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한편, 치하야는 그늘에서 잠든 미키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의 휴식 때도 나머지 아이들이랑 물에서 노는 대신 음악을 듣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치하야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치하야, 촬영 수고했어. 그건 뭐야? 책 읽어?”
“아,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네. 음악 잡지예요.”
“모처럼 계곡에 왔는데, 좀 더 뛰어 놀아도 괜찮다구?”
“저, 뛰어노는 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수영을 잘 하는 것도 아니라서...”
치하야가 활발하게 뛰어 노는 건 그거대로 이질적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처럼 온 (유사)여름 휴가인데, 좀 더 즐겼으면 좋겠는데.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치하야에게 말했다.
“치하야, 사진 찍어본 적 있어?”
“네? 찍어본 적은 있어요.”
“그러면 주변 풍경이라던가,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쉬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주지 않을래? 내가 항상 붙어 다니면서 찍을 수도 없으니까. 화보집의 비하인드 파트 같은 곳에 실었으면 해서.”
“프로듀서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해볼게요.”
“고마워, 치하야.”
치하야는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나는 치하야가 기계를 다루는 것에 능숙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간단한 조작법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아, 치하야. 촬영 버튼은...”
-찰칵.
“...에?”
“아, 죄송해요. 무심코 프로듀서를 찍어버렸네요. 삭제해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카메라를 다루는 건 능숙한 것 같네. 안심했어.”
“...”
의외로 치하야는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뤄냈다. 아무리 요즘 디지털 카메라가 잘 나온다고는 해도, 처음 보고 척척 하기는 쉽지 않은데. 아마 예전에도 카메라를 다뤄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치하야에게 카메라를 부탁하고는 요리 쪽을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이것저것 찍다 보면, 치하야도 다양한 걸 보고 느끼겠지, 하는 희망을 하며.
[도쿄도 오타구 키사라기 자택 ------ 8세의 키사라기 치하야]
“유우, 웃어 봐!”
“찰칵찰칵 하는 거야? 아빠꺼 막 쓰면 혼날지도 몰라!”
“괜찮아, 웃어 봐, 유우.”
키사라기 유우는 누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소녀는 그런 동생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때였다. 둘의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왔다.
“치하야! 아빠가 카메라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했잖니.”
“죄송해요, 아버지...”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받아 들더니 화면을 돌려 보았다.
“어디 보자, 하늘이랑... 유우를 찍었구나.”
“네. 구름이 예뻐 보여서 그만... 죄송해요.”
“흐음, 아무리 그래도 아빠의 카메라를 막 만지면 안 돼. 무겁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위험하니까. 알겠지, 치하야?”
“네... 앞으로 안 그럴게요...”
다음 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셨어요. 그런데 그건 뭐예요, 여보?”
“응. 우리 딸 선물.”
“네? 제 선물...?”
“아빠! 내 건?”
“우리 아들 건 건O 식완이지!”
“우와!”
소녀는 푸른 땡땡이 무늬 포장지에 싸인 상자를 받아 들었다. 약간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딱히 흔들리지는 않아서 내용물이 뭔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가서 열어보렴, 치하야.”
“네. 감사합니다. 아버지.”
소녀는 거실 소파에 앉아 조심스레 포장지를 뜯고 상자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소녀의 손바닥보다 조금 큰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소녀는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아버지, 이건...?”
“이 아빠를 닮아서인지, 우리 딸도 사진 찍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여보, 아무리 그래도 어린애한테 너무 비싼 카메라는...”
“괜찮아, 괜찮아. 치하야는 내 카메라도 잘 다루던 걸. 일부러 좀 작고 가벼운 걸로 골랐어.”
“그렇다면 안심이지만요. 치하야, 소중히 다루려무나.”
“네!”
“누나, 누나도 이제 찰칵찰칵이 생긴 거야?”
“응. 거기 서 봐, 유우. 누나가 찍어 줄게.”
소녀는 능숙하게 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웃는 동생의 모습을 찍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그런 남매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도쿄도 니시타마군 오쿠타마마치 히카와 계곡 ------ 키사라기 치하야]
그 후로도 소녀는 많은 것을 찍었다. 창밖의 하늘을, 화단에 핀 꽃을, 그 꽃에 앉은 나비를, 그리고 나비를 보며 웃는 소년을. 하지만 그런 행복한 날들도 오래 가지 않았다.
소녀가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잡은 것은 거의 8년만이었다. 소녀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카메라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유우가 세상을 떠난 뒤로 다시는 그 카메라의 전원을 켜보지 않았다.
어쨌든, 소녀는 프로듀서의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어린 시절의 카메라보다 크고 무거운, 아버지의 것과 비슷한 카메라였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동일한 기종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성장한 소녀의 손가락은, 어린 시절과 달리 한 번에 셔터까지 감싸 쥘 수 있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테이블 쪽을 바라보았다. 프로듀서는 요리를 준비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소녀는 다시 카메라의 전원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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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