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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 "비밀 연애" 타케우치 "연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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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6, 2020 14:4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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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났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설정해둔 알람을 듣고 잠에서 깨어난 미카는 졸린 눈을 비비고는 가장 먼저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지난 밤을 설치게 만든, 자신이 제안 했으면서도 가슴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비밀 연애의 시작 때문이다.



'12시가 지나면 땡하고 첫 메일이 올 줄 알았는데...역시 거기까지 바라는 건 좀 그런가...'


 

 연애라고는 했지만 결국 남들이 모르거나 눈치채지 못해야만 비밀 연애가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휴대폰으로 보내는 메일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들킬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걸...'



똑- 똑-



"어?"



"미카? 아직 자니?"



"어, 엄마? 무슨 일이야?"



"오랜만에 익숙한 얼굴이 집까지 찾아왔지 뭐니~"



"익숙한 얼굴?"



 갑자기 아침부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엄마의 기분 좋은 듯한 말에 의아함을 느낀 미카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고, 곧 자신의 방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현관에 서있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했다.



"엣...!?"



"아, 죠가사...미카 양. 좋은 아침입니다."



"프, 프...프로듀서!?"



 현관으로 보이는 풍경의 절반 이상을 가려버리는 건장한 체격에 무뚝뚝함을 넘어서 조금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이목구비, 그럼에도 입에서 나오는 것은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타케우치의 비주얼을 이른 아침부터 마주한 미카는 어째서 그가 이런 시간에, 하필이면 자신의 집까지 찾아온 것인지 몰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 어째서 프로듀서가 우리 집에...아니 그것도 그런데 아직 8시가 조금 넘었는데!?'



"어머나, 프로듀서 씨. 우리 미카는 일어났는데 리카는 아직 잠들어 있어서..."



"괜찮습니다, 오히려 너무 이른 아침부터 불쑥 찾아왔으니...오히려 송구할 따름입니다."



"호호,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프로듀서 씨는 말씀하시는 게 품격이 있으시네요.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리시겠어요? 아침은 드셨나요?"



"아, 아뇨. 그런 실례를 끼칠 수는..."



"에이, 저희 가족과의 인연이 있는데...실례라고 말씀하시면 오히려 서운하네요~"



"...감사합니다."



"호호."



 대화 상대의 페이스를 완전히 자기가 가져가버리는, 두 자매와는 다르게 상대를 휘어잡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친의 모습에 타케우치는 어색하게 뒷목을 잡고선 이내 구두를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모친은 반가운 손님에 기분이 좋은 듯 먼저 부엌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가려는 타케우치를 미카는 팔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자, 잠깐만!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야...?"



"오늘 죠가...리카 양의 아침 스케줄은 제가 동행해야 하는 일이기에 찾아왔습니다. 혹시...리카 양으로부터 아무 말씀도 못 들으셨습니까?"



"리, 리카...!"



 타케우치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었을 리카를 생각하니, 늘 귀엽고 사랑스럽던 동생이 얄밉게 느껴진 미카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닫혀있는 리카의 방 문을 노려봤다.


 그런 미카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전혀 들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타케우치는 고개를 숙이고 습관처럼 뒷목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죄송합니다, 역시 제가 직접 전달을 했어야..."



"어? 아, 아니야! 리카 성격을 생각하면, 당신이 직접 전달하겠다고 했으면 자길 어린아이 취급한다고 생각해서 싫어했을 테니까."



"..."



"나 참,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그럴 필요도..."



"예...?"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히 메일을 기다리다가 잠을 설쳐버린 사실을 떠올린 미카는 괜스레 손해를 본 것만 같아 혼잣말로 투덜거리다가, 타케우치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자 말을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가 온 이유는 설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째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온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기에 미카는 조금 여유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질문하기로 했다.



"그래서, 얼마나 중요한 스케줄이길래 이른 아침부터 프로듀서가 직접 행차한 거야? 혹시 광고? 솔로 모델?"



"..."



"말해봐, 빨리~! 얼마나 대단한 일이길래 나랑 우리 부모님한테 비밀로 하고 찾아온 거야?"



 그저 리카가 전달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만, 전 날 밤을 설친 것 때문에 조금 심술기가 되살아난 미카는 일부러 그에게 장난스럽게 물으며 몰아붙였고, 그에 타케우치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실은, 이렇게까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올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응? 그런데 왜..."



"..."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무슨 속내를 갖고 있길래 그러는 것인지 궁금해진 미카는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임을 모를 수 없었던 타케우치는 결국,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녀를 진지하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다, 당신을 만나는 게 기대됐기 때문입니다..."



"...에?"



"비밀이라고는 하여도...누군가를 사랑하던 시절의 기분을 되살려보려 하니, 그...전 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막상 잠들어도 이른 아침에 눈이 떠져버렸기에, 저도 모르게 초조해져서..."



"엣, 잠깐...에?"



"죄송합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부끄러운 모습을..."



덜컥-



"으음...아침부터 왜 이리 소란...으응!?"



"리, 리카 양."



"P군! 뭐야?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아침부터 깜짝 놀랐어~☆"



"그게..."



"아, 일단 안으로 들어와! 앗! 나 엄마랑 언니한테 아직 말 안했었는데!"



"그건..."



"으음, P군이 너무 일찍 찾아와서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같이 아침 먹고 가자! 그러면 용서 해줄게☆!"



"...알겠습니다."



"언니! 나보다 먼저 P군이랑 얘기하다니, 치사해! 좀 깨워주지 그랬어!...언니?"



"..."



 정신없이 몰아치는 리카의 기세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는 미카. 그런 언니의 모습을 확인한 리카는 그녀가 어째서 그런 상태인지 몰라 자연히 타케우치에게 시선을 향했다.



"P군? 언니가 이상해..."



"..."



"언니?"



"얘들아~, 아침 준비 다 됐으니까 와서 먹으렴! 프로듀서 씨도 손 씻고 어서 오세요~"



"아, 네~! 가자, P군! 언니도 빨리!"



"앗..."



 모친이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한 리카는 그대로 타케우치의 팔을 붙잡고서 부엌으로 향했고, 얼떨결에 그녀의 페이스에 넘어간 그는 멍하니 서있는 미카를 걱정스럽게 보며 끌려갔다.


 한편 죠가사키 미카는 머릿속이 마치 폭격기라도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고요해진 것을 느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이 초토화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녀가 오디션에 응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비록 최근에 들어선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그녀가 봐온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타케우치를 잘 알고 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늘 무뚝뚝하고, 타인을 대할 때도 당황하거나 곤란해 하는 표정을 내비칠지언정 결코 상대방이 상처를 받게 하거나, 스스로의 약점을 드러내는 일은 없도록 행동했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는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본인 스스로는 그것이 징그럽다고 여기는 듯 했지만 죠가사키 미카에게는 달랐다.



'뭐야, 그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을 생각하며 밤 잠을 설쳤다.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그런 얼굴'을 눈앞에서 보여버리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거...반칙이라구, 프로듀서..."



 억눌러왔던 소녀의 기분이 폭발해버릴 것만 같았다.


*             *            *

이번 편은 조금 짧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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