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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765프로 극장, 프로듀서 씨! 여름 요리예요, 여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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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6, 2020 00:41에 작성됨.

-765프로 극장, 그 두 번째-

프로듀서 씨! 여름 요리예요, 여름 요리!


[도쿄도 미나토구 O모 방송국 ------ 프로듀서]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5, 4, 3, 2...”

“가나하 히비키와~”

“타카츠키 야요이의~”

““요리조리 사시스세소~!””


  담당 PD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히비키와 야요이가 활기차게 오프닝 멘트를 했다. 처음에는 ‘사시스세소’를 발음하기 어려워했던 야요이도 이제는 능숙해진 것 같았다. 

  방송 4주차를 맞이한 ‘요리조리 사시스세소’는 히비키와 야요이가 메인 패널로 나오는 요리 방송이다. 비록 개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소규모 요리채널이었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고정 방송 출연은 쉽게 따낼 수 없는 일거리였기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올스타 라이브가 성공한 후로 이런 큼직한 일거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었다. 여러 유닛을 동시에 관리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리츠코와 힘을 합쳐서 열심히 노력해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765프로 전원이 나오는 예능 방송 같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주에도 특별 게스트가 있어! 야요이, 소개를 부탁해!”

“이번 주의 특별 게스트는, ‘TORICO’의 키사라기 치하야 씨에요! 치하야 씨, 나와 주세요!”

“고마워, 타카츠키 양, 가나하 씨. 시청자 여러분도 안녕하세요.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의 특별 게스트는 치하야였다. 사실 치하야는 요리를 그다지 즐겨 하는 편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득한 끝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치하야 씨, 평소에도 요리를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 전혀...”

“에, 치하야, 자취한다고 하지 않았어? 매번 저녁은 어떻게 해?”

“보통은 사 먹거나 간단하게 때워.”

“치하야가 날씬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건가...”

“가나하 씨? 표정이 왜 그래...?”

“ㅇ,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고 보니 히비키는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꽤나 날씬한 편이고, 평소에 댄스 레슨도 많이 하고 있으니까 다이어트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본인이 자진해서 하고 있으니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그러면 치하야 씨, 오늘의 메뉴를 읽어주시겠어요?”

“오늘의 메뉴는, 더운 여름날을 위한 히야시 타누키우동입니다.”

“재료는 화면에 나오는 대로 준비해줘! 오늘은 반죽부터 만들어볼 건데, 혹시 어렵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면을 써도 좋아!”

“우선은 밀가루를 써서 반죽을 할 거예요. 소금물은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섞으면서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셋은 밀가루에 소금물을 섞으면서 반죽을 시작했다. 셋을 보고 있자니 대학 시절에 논문을 쓰기 위해 카가와 현에 갔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 기왕 카가와에 온 김에 우동을 먹고 가자는 생각에 유명한 식당을 들렀는데, 장인이 직접 반죽을 얇게 펴는 모습이 엄청 신기했던 기억이 났다.


“히비키 씨는 우동을 만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우동은 아니지만, 밀가루 면은 만들어본 적 있어. 오키나와에는 오키나와 소바가 있거든! 메밀가루 없이 밀가루만 써서 만들어.”

“와~, 언젠가 먹어보고 싶네요!”

“기회가 되면 해 줄게. 아니면 다 같이 오키나와에 가는 것도 좋겠네!”


  다 같이 오키나와라... 지금보다 바빠지면 함께 놀러가기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데, 그러고 보니 모두 함께 여름휴가 같은 걸 떠나도 좋지 않을까? 사장님께 상담 드려볼까.


“타카츠키 양, 반죽이 너무 딱딱해졌는데?”

“여기가 중요한 부분이에요.”

“반죽이 어느 정도 딱딱해지면, 지퍼백에 담아서 발로 밟아줄 거야!”

“밟아?!”

“소금물을 섞은 반죽은 딱딱해서, 손으로 반죽하기 어려워지거든요.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반죽을 접어서 다시 밟아주는 식으로 반복해주면 돼요.”

“ㅁ, 뭐랄까. 충격적이네...”

“맛있는 면발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구.”


  치하야는 반죽을 밟는다는 것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우동 반죽을 발로 한다는 건 워낙 익숙하지만,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발을 쓴다는 게 치하야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와인을 만들 때는 맨발로 포도를 밟기도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닐지도?

  야요이는 지퍼백에 반죽을 담고 위에 담요를 깐 뒤, 한 발 한 발 힘을 주어 반죽을 밟았다. 치하야는 옆에서 그런 야요이를 애정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치하야. 슬슬 우리도 반죽을 해야 하는데.”

“핫?! 미안, 가나하 씨. 타카츠키 양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치하야도 참...

  그 후로 셋은 반죽을 밟아 얇게 펴고 다시 접어서 밟는 과정을 반복했다. 잠시 후 치하야는 반죽을 밟으면서 뭔가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하야, 왜 그래?”

“뭐라고 해야 할까... 계속 하다 보니 왠진 몰라도 기분이 술렁술렁하는 느낌이 들어...”

“그게 뭐야...?”  


  술렁술렁하는 느낌이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즐거워 보이니 괜찮겠지...? 

  나는 문득 예전에 치하야와 아카바네에 가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의 치하야는 자신이 귀염성이 부족하다며 아이돌답지 않다고 걱정했었는데, 내가 무대 아래에서의 치하야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기회가 생길 거라고 안심시켰던 기억이 났다. 

  지금 치하야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고고한 가희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야요이를 귀여워하고 서투른 요리 실력을 보이는 평범한 여자아이로서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때에 비해 치하야의 성격이 밝아진 것도 있지만, 이런 모습이야말로 치하야에게 있어서는 다른 면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치하야는 이미 충분히 귀엽기도 하고.


“그러면 이제 반죽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켜주어야 해요. 저희는 그 사이에 토핑과 멘쯔유를 준비할게요.”

“파는 작게 썰고, 오이는 채썰어줘! 어묵은 적절한 사이즈로 얇게 썰어주면 ㄷ-”

-탕!-


  뭔가가 서로 부딪히는 큰 소리가 히비키의 말을 끊었다. 다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치하야의 도마 위에 오이가 두 동강 나 있었다.


“미안! 나, 칼질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오이를 반으로 자르려고 했는데, 도마를 내리쳐 버렸어...”

“헤헤. 괜찮아, 치하야. 채 써는 방법은 가르쳐줄게.”

“고마워, 가나하 씨.”


  깜짝이야. 혹시라도 다치면 큰일이니까, 좀 더 조심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치하야는 히비키와 야요이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괜찮은 모양으로 오이를 썰었다. 처음에는 서투르지만, 역시 성실한 치하야라 그런지 금방 배우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 숙성시킨 반죽을 얇게 편 다음에, 썰어서 면으로 만들어줄 거예요.”

“반죽을 이렇게 얇게 펴고, 서로 들러붙지 않게 밀가루를 뿌려 줘. 그리고 여러 겹으로 접어서 썰어주면 돼. 간격은 최대한 일정하게 해줘!”

“저기, 치하야 씨. 그 자는 뭔가요...?”

“간격이 일정해야 한다고 해서, 표시하고 자르려고.”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셋은 우여곡절 끝에 면을 썬 뒤, 뜨거운 물에 삶고 흐르는 물에 데쳐냈다. 비록 장인의 솜씨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 나온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 마무리단계예요! 넓은 그릇에 물과 멘쯔유를 담고, 면을 넣은 뒤에 토핑을 얹어주면...”

“히야시 타누키우동, 완성이야!”

“그러면 저희는 잠시 후에 토크 파트로 돌아올게요. 채널을 고정하고 기다려주세요!”

“컷! 잠시 쉬었다가 다시 가겠습니다―!”


  카메라가 멈추자, 야요이와 히비키는 종이컵에 우동을 조금씩 옮겨 담아 스태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휴식 시간에 스태프들이 직접 시식한 뒤, 후반부 토크에서 의견을 알려주는 것도 방송의 일부였다.


“저기, 프로듀서?”

“응?”


  치하야는 종이컵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쭈뼛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제가 만든 건데요...”

“오, 치하야가 직접 만든 우동이라, 영광인데.”

“저, 요리는 미숙해서, 아마 기대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종이컵을 받아 들고는 우동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엄청나게 맛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해본 것 치고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치하야가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더욱 좋았다.


“어떠세요?”

“응, 맛있어. 처음 시도한 것 치고 대단한데. 어쩌면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정말이지... 과장하지 말아주세요, 프로듀서. 그래도 만족스러우셨다니 기쁘네요.”

“과장하는 거 아니야. 면을 만드는 건 꽤 난이도가 높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다른 요리도 해보는 건 어때? 치하야는 자취를 하고 있으니까 요리를 배워두면 유용할 텐데.”

“하루카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어요. 아마 당장은 무리겠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즐거워서, 나중에라도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그거 다행이네. 기대하고 있을게.”

“부담이 되니까 기대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보다 프로듀서, 이다음은 토크였죠? 저, 토크는 아무래도 능숙하지가 않은데,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해.”

“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저라면 토크가 재미없어질 텐데요...” 

“전에 이야기했지? 치하야는 이미 충분히 귀엽다고. 진행은 히비키랑 야요이가 도와줄 거야. 치하야는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 줘.”

“또 그런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그래도 부담은 좀 줄어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그럼 다녀올게요.”

“응, 다녀 와. 지켜보고 있을게.”


  치하야는 가볍게 미소 짓고는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갔다. 예전 같았다면 노래가 아닌 일이라고 분명 불만족스러워했을 텐데, 오늘은 꽤나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치하야도, 야요이도, 히비키도, 다들 한 걸음씩 나아가며 빛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장은 휴가가 필요할 정도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힘내자. 치하야의 저 미소를 위해서라도.


-765프로 극장, 그 두 번째. 프로듀서 씨! 여름 요리예요, 여름 요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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