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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4장, 새의 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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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6, 2020 23:34에 작성됨.

[도쿄도 오타구 타도코로 자택 ------ 타도코로 신이치]


“다녀왔습니다-”

“늦었네, 오빠.”

“부활동이 있어서.”

“오빠, 부활동 안 하지 않았어?”

“이번에 새로 생겼어. 그보다, 뮤 삼촌은?”

“삼촌이라면 조금 전에 들어왔어. 지금은 방에.”


  사실 월요일부터 키사라기의 일에 관해 상담하려고 했는데, 뮤 삼촌이 요즘 더 바빠졌는지 주말이건 평일이건 집에 일찍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 나는 저녁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이야기를 마치는 게 좋을 것 같아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삼촌의 방을 찾았다. 혹시 키사라기가 밴드부에서의 일 때문에 뭔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평소에는 어떤 성격인지 등을 물어볼 생각이었다.


“여, 신짱. 어째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네.”

“뮤 삼촌이 매일 늦게 들어오니까 그렇지. 웬일로 오늘은 일찍 왔네?”

“오늘은 현장에 나가야 하는 일이 여러 개 있었거든. 특별히 일찍 퇴근했지.”

“어쨌든, 키사라기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는데.”

“응?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지난번에 아카바네에서 마주쳤을 때, 왠지 우리보다 뮤 삼촌이 더 편한 것 같아 보였거든.”

“그랬나... 그래서, 물어볼 게 뭐야?”

  나는 삼촌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밴드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삼촌은 살짝 놀란 듯한 눈치였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키사라기가 평소 아이돌 활동을 할 때는 어떤 성격인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려고.”

“음... 그랬구나. 미안하지만 신짱, 그건 대답해줄 수 없어.”

“응? 왜?”


  뮤 삼촌은 지난번에 내가 키사라기에 대해 알아봐주는 것을 제안했을 때도 거절했었지. 혹시 그 때랑 비슷한 이유일까? 조금만, 조금만 더 물어보면 답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돌로서의 치하야와 학교에서의 치하야는 당연히 다른 면이 있어. 그리고 내가 이야기해준다고 해도, 치하야에게 다가가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야. 그 아이는...”

“그때의 나와, 닮았으니까?”

“...”


  방금 전에 밴드부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잠깐 흠칫하고 넘어갔던 삼촌이, 이번에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나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뮤 삼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충분한 답변이 됐어.”

“신이치. 치하야는...”

“그 아이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던 거구나.”

“신이치...”

“괜찮아, 뮤 삼촌. 더 자세하게는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돼.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던 거거든. 나도, 옛날 일이라 이젠 아무렇지도 않고. 그럼 편히 쉬어. 오늘은 유이나가 요리를 한다고 했거든.”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라인을 열어 카츠라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6:18: 검증 완료.]

[카츠라기, 오후 6:19: 확인.]

“오빠, 한가하게 누워 있지 말고 좀 도와!”


  나는 카츠라기의 메시지를 확인한 뒤, 유이나의 호통에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전에도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째선지 몸이 더욱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도쿄도 오타구 스이게츠 학원 중등부 ------ 중학생 카츠라기 타로]


  “어이, 타도코로! 왜 매번 짜증인건데?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아, 시끄럽네. 누구는 원소 기호 좀 외워보겠다고 노력 중인데, 저 녀석들은 배려심이라는 게 부족한 걸까? 


“무슨 일 있어?”

“코다이가 또 타도코로를 건드렸나봐, 아니면 타도코로가 또 과민 반응하는 걸지도.”

“말려야 하나? 아니면 선생님 불러올까?”


  주변의 급우들은 상황을 살피며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분위기에서는 산소가 7번인지 8번인지 헷갈려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원소 기호를 포기하고 소란이 일어난 쪽으로 향했다.


“저기, 적당히 그쯤 해 두자.”

“뭐야? 카츠라기. 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렇긴 한데, 타도코로 쪽에 볼 일이 있어서. 선생님 호출.”

  

  물론 타도코로를 호출한 선생님은 없었다. 중학생들은 교사라는 권위를 활용하면 쉽게 다룰 수 있으니까, 적당한 이유를 떠올려 둘러댔을 뿐이다.


“쳇! 어쨌든 맘에 안 들어. 타도코로!”

“말을 가려서 하는 게 좋을 거다. 코다이.”

“끝까지 신경전이네. 가자. 타도코로.”

  둘은 떼어 놓는 순간까지도 서로에게 으르렁댔다. 귀찮은 놈들이네... 둘이 다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는 타도코로를 데리고 체육관 뒤편으로 향했다. 이 시간대라면 딱히 누군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이, 카츠라기. 그래서 나는 왜? 날 체육관 뒤로 불러낼 선생님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눈치도 참 빠르네... 그래서 타도코로. 이번에는 왜 싸운 거야?”

“딱히 너랑 상관없잖아? 쓸데없는 이야기 할 거면 돌아갈게.”

“너, 네가 평소에 어떤 분위기인지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 오지랖은 필요 없다고!”

  오, 공격성이 장난이 아니네. 그러니까 별 것도 아닌 일에 시비가 걸리는 거겠지만. 녀석은 나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감정을 싣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저기, 네 아버지 일은 들었어. 안타깝게 생각해.”

“너... 그걸 어떻게...?”


  녀석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 섰다.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 어딘가에 떠들고 다니지 않으니까. 오지랖 넓은 담임 선생님을 탓해. 학급 위원장이라고 이런저런 당부 말씀을 하시거든. 그러다 보면 듣지 않고 싶은 것도 듣게 돼. 물론 아는 척은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아, 그래? 그래서 뭘 어쩌려고? 날 협박하려고?”


  아, 이쯤 되면 조금 짜증이 날지도. 그래도, 그만큼 이 녀석도 힘든 거겠지. 


“내 요점은 그게 아니야. 물론 너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게 어떤 일인지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 요점이란 게 뭔데?”

“너에게는 분명 내가 모르는 자세한 사연이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너만이 알고 있는 일이야.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로 인해 짜증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아, 정말 도움이 되네. 그럼 이만.”

  녀석은 여전히 들을 마음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


“모두가 널 싫어하지는 않아.”

“...?”


  먹혀들었나? 대충 분위기가 좀 누그러들었으니까 효과는 있는 것 같은데.


“코다이 녀석이 짜증을 내는 건 네가 그 녀석의 예상보다 강하게 나왔기 때문이야. 무안하기도 하고, 괜히 허세도 좀 부리고 싶으니까 싸움을 거는 거라고. 특별히 널 싫어하는 게 아니야.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야. 딱히 네 사연이나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아. 그럴 겨를도 없고. 너만 괜찮으면 다들 괜찮아한다는 뜻이야.”

“...타로, 라고 했었나?”

“카츠라기면 돼. 이름으로 불리는 거, 그다지 익숙하지 않아서.”


  녀석은 그 후로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좋은 말씀을 전해줬는데, 감사 인사 한 마디 없다니 너무하네. 뭐, 그래도...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나았겠지.

  나는 체육관 뒷골목을 빠져 나와 다시 교실로 향했다. 나의 오지랖이, 작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하고 기도하며.



[카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가와사키구 카츠라기 자택 ------ 카츠라기 타로]


  뭐, 그런 눈물 나는 과거사가 있다. 물론 사람이 한 번에 변하지는 않으니까, 그 후로도 1년 가까이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소재가 부족해지면 꺼내 보는 것으로 하자.

  나는 키사라기와 그다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1년 가까이 합창부에서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은 결과, 대충 그 때의 타도코로 녀석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밴드부실에서의 사건으로 그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물론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도 있고, 키사라기는 그 때의 타도코로에 비하면 좀 더 소극적인 편이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자기 자신을 남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는 점은 비슷했다. 내가 키사라기의 과거를 알 리가 없으니 그저 추측일 뿐이었지만, 타도코로가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어줬으니 이제 남은 건 키사라기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물론 타도코로 때의 상황과는 차이점이 많았다. 이미 이야기한 남녀의 차이도 그렇고, 뮤 형이 프로듀서와 아이돌이라는 관계로 키사라기와 얽혀 있다는 것도 그렇고. 그래도 우리는 천천히 기다려줄 수 있으니까, 키사라기가 마음을 열 때까지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로~ 저녁 먹어라! 누구랑 그렇게 문자를 하는 거니~!”

“지금 나가요!”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방을 나서면서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녀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내버려두기에는 신경이 쓰이는 걸.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운동장 ------ 키사라기 치하야]


  이제 막 모양새가 갖춰진 밴드부실에서는 8비트 리듬을 연주하는 드럼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문은 닫혀 있었지만, 베이스 드럼의 중후한 소리와 날카로운 스네어는 운동장 트랙을 도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들리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한 소녀가 있었다. 여전히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소녀가 있었다. 늦은 봄의 산들바람에 떨리는 공기를 느끼며, 지저귀는 참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소녀는 푸른 문 앞에 다가섰다.

  손을 뻗어 잡은 문고리에서는 드럼의 고동과 함께 미미하지만 확실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소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문고리를 돌린 뒤 힘을 주어 문을 밀어냈다. 푸른 벽이 갈라진 틈으로 쏟아진 빛이 소녀의 시야를 가렸다. 빛이 걷히고 나서 소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드럼을 연주하는 히야마와 분주히 화이트보드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남학생들이었다.

  카츠라기, 라고 했던 남학생은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마커를 떨어뜨렸다. 히야마는 하이햇을 연주하던 오른쪽 스틱을 떨어뜨렸고, 다른 두 남학생도 깜짝 놀라 순간 얼음처럼 멈춰 버렸다.


“치하야!”


  침묵을 깬 것은 드럼 세트에 놓인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히야마였다. 히야마는 달려와 소녀의 두 손을 잡았다.


“와 줬구나! 사실 데리러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와줄 줄 알았어!”

“저기, 레이나. 멘트는 다 같이 하는 거 아니었어?”


  타도코로라고 했던 남학생이 끼어들었다. 소녀는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놀란 표정으로 히야마와 다른 부원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랬지. 나, 너무 기뻐서...!”

“자, 그러면... 하나, 둘, 셋!”

““““치하야, 밴드부에 어서 와!””””


  카츠라기의 구령에 맞춰서, 모두가 함께 박수를 치며 소녀를 환영했다. 화이트보드의 맨 위에는, 아직 다 쓰지 못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치하야의 입부를 환영합ㄴ]



새의 시 (鳥の詩)

원곡 Lia

커버 키사라기 치하야

THE IDOLM@STER MASTER ARTIST 05 수록


消える飛行機雲 僕たちは見送った

사라지는 비행기 구름을 우리들은 떠나보냈어

眩しくて逃げた いつだって弱くてあの日から

눈이 부셔서 도망쳤어 언제나 나약했기에 그 날 이후로

変わらず いつまでも変わらずに

변함 없이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고

いられなかったこと 悔しくて指を離す

있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서 손을 놓아


あの鳥はまだうまく飛べないけど

저 새는 아직 잘 날지 못하지만

いつかは風を切って知る

언젠가는 바람을 가르며 알게 되겠지

届かない場所がまだ遠くにある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 저 멀리에 있는걸

願いだけ秘めて見つめてる

소망만을 품고 바라보고 있어


子供たちは夏の線路歩く

어린아이들은 여름의 선로를 걸어가

吹く風に素足をさらして

맨발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遠くには幼かった日々を

저 멀리에는 어렸을 적 보낸 나날을

両手には飛び立つ希望を

두 손에는 날아오를 희망을



消える飛行機雲 追いかけて追いかけて

사라지는 비행기 구름을 뒤쫓으며 뒤쫓으며

この丘を越えた あの日から変わらずいつまでも

이 언덕을 넘었던 그 날 이후로 변함 없이 언제까지고

真っ直ぐに僕たちはあるように

순수하게 우리들이 있을 수 있도록

わたつみのような強さを守れるよきっと

바다와도 같은 강인함을 꼭 지켜낼 거야


-제4장, 새의 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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