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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2장. Snow Whit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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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4, 2020 22:36에 작성됨.

[도쿄도 기타구 아카바네 거리 ------ 프로듀서]


  라이브 하우스에 가는 길에 그런 일이 있어서 잠시 당황했지만, 어찌저찌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다. 타로 녀석, 많이 컸네. 그보다 타로가 어떻게 알았을까. 원래 눈치가 빠른 녀석이기는 했지만, 역시 신이치가 이야기해준 걸까? 다행히도 치하야는 별다른 의심이나 의문을 가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솔직히 이걸 굳이 숨겨야할지, 언제까지 숨겨야할지도 고민스럽기는 했다. 치하야가 학교생활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시점이 되면 털어놔도 괜찮지 않을까.

  라이브에서 나는 뜻밖에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됐다. 끝나고 따로 인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알고 보니 치하야의 친구가 있다던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가 내 대학 시절 지인들이었다. 서로 바쁘다고 연락도 잘 못한지가 꽤 됐는데, 나중에 연락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브 자체도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로웠다. 인디밴드라고는 하지만 오늘 무대에 섰던 팀들이 다들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치하야는 공연 중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공연이 끝나자 두 번째 순서로 나왔던 팀, 그러니까 내 지인들이 있던 팀이 초대해준 친구네 밴드였다고 이야기했다. 보컬이나 기타리스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드러머였다. 드럼이라면 곡 중간에 솔로가 나오는 부분이 있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프로듀서, 무대, 어떻게 보셨나요?”

“응? 좋았다고 생각해. 다들 실력이 좋은걸.”

“좀 더 전문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의견을 원했던 건데요.”


  이크. 치하야는 무대나 음악에 대해서는 엄격했지. 그렇지만 나도 전문가라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라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고 한 건데. 그래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는 편이 좋았으려나.


“공연 자체는 완성도 높았어. 다들 실력도 있었고. 치하야의 친구 쪽은... 드러머라는 포지션이 특수해서 딱 잘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중간의 솔로가 기억에 남네. 즐거워 보이더라.”

“역시, 그렇죠...”


  치하야는 나에게 동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고민이 있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프로듀서... 저, 아이돌을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첫 미팅 때 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전력으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아까 무대에서 솔로를 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마음이 담겨 있구나. 진심을 다해, 전하고 싶은 간절함으로 연주하고 있구나. 그러면서도 저렇게 즐겁게 연주하는구나.”

“치하야는, 즐겁지 않아?”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관객 분들께 전달할 수 있는지... 저는 보컬리스트라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아이돌은 아이돌다운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딱딱하고, 귀염성도 그다지 없어서...”


  흠. 확실히 치하야의 친구가 선보인 드럼 솔로는 화려했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았고, 중간 중간 스틱을 돌리거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여유로운 어필도 있었다. 비록 아이돌과는 다른 밴드의 영역이었지만, 치하야는 그런 여유와 어필을 보고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치햐아는 누구보다 뛰어난 보컬을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쪽의 어필이 약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딱딱한 느낌이 들다가 중간에 풀어지는 그 갭이 치하야의 매력인데, 무대 위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게 보여줄 수가 없으니까... 앞으로 무대 말고도 라디오나 방송 쪽으로 활동 기회가 많아지면 분명 그런 매력도 어필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직 조급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치하야,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네?”

“내가 보증할게. 치하야는 엄청 귀여워.”

“네?! 그게 무슨...!”


  치하야는 당황하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고 얼굴을 돌렸다. 이런 면이 귀여운 건데, 왜 본인은 그걸 몰라주는 걸까. 

“봐. 방금까지 진지하다가 귀엽다고 했다고 당황하잖아. 엄청 귀엽지.”

“그. 그만둬주세요! 저를 놀리시는 건가요?!”

  잘못하면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지.


“그렇지 않아. 치하야는 아이돌답다는 게 뭐라고 생각해?”

“네? 그거야 좀 더 활발하고, 여유롭고... 말하자면 아마미 씨. 하루카 같은 쪽이라고 생각해요.”

“음. 확실히 하루카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니까. 훌륭한 아이돌이 될 수 있겠지.”

“프로듀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역시 저는...”

“그렇지만 치하야, 모든 아이돌이 하루카 같다면 어떨 것 같아?”

“네?”

“하루카도 매력적인 아이돌이지만, 유키호도, 마코토도, 히비키도 각자의 분명한 매력이 있잖아.”

“확실히, 그렇네요.”

“치하야에게도 치하야의 매력이 있는 거야. 아마 나중에 유닛 활동을 하게 되면, 서로의 매력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더욱 빛나는 것도 느낄 수 있겠지.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 치하야. 치하야는 치하야답게.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노력하면 되는 거야.”


  늘 이야기했듯이. 가끔 보여주는 갭에서 오는 귀여움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 치하야보다 그에 어울리는 타입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금보다 조금 더 순한 쪽도 대환영이긴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부드러워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노력해가나면 조금씩 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치하야가 충분히 귀엽다는 건 1호 팬인 내가 보증할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프로듀서...”

“어때? 아직 걱정돼?”

“아뇨! 괜찮아졌어요. 그럼 돌아갈까요, 프로듀서?”

“시간이 늦었으니까 집까지 바래다줄게. 마침 사무소도 같은 방향이니까.”

“그러실 것 까지는...”

“어차피 나도 사무소로 가야 해서 그래. 집도 그 쪽이고. 부담 갖지 마.”


  나는 치하야와 함께 아카바네 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치하야가 말을 걸어왔다.


“프로듀서, 저, 프로듀서가 ㅈ-”

  그 때였다. 열차가 들어오면서 치하야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요.”

“응? 뭐라고 했어, 치하야?”

“아무 것도 아니에요. 후후. 후후후.”

“...에?”

“어서 타죠. 뒤에 계신 분들께 방해가 되겠어요.”

“아. 그래.”


  뭔가 찜찜했지만, 치하야가 웃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오늘은 수고 많으셨습니다. 프로듀서. 내일 뵐게요.”

“응. 수고 많았어. 치하야. 푹 쉬어.”


  나는 치하야를 아파트 인근까지 데려다 준 뒤,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간이 꽤 늦기는 했지만, 사무소에 들러서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사무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오른쪽 신발에 무언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걷다가 조그만 돌멩이라도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잠깐 쉬어갈 생각으로 공원에 들러 벚나무 및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신발을 다시 신고 잠시 벤치에 기대어 흩날리는 벚꽃 잎을 바라보았다. 올해는 바빠서 작정하고 꽃놀이를 하지는 못했네. 하는 생각을 하던 중, 휴대전화에 문자 알림이 울렸다.


[치하야, 오후 10시 23분: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프로듀서. 지도해주신 덕분에 오디션도 잘 해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부탁이었는데도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프로듀서께 여쭤본 것은 잘 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아까 역에서 했던 이야기 말인데요, 저, 프로듀서가 제 프로듀서라서 기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프로듀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편안한 밤 되시길. 치하야.] 


  ...그러고 보니, 오늘 초대해줬다던 친구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네. 레슨도 오디션도 중요하지만, 이런 계기로 서로 가까워지는 게 프로듀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닐까... 후와암. 역시 피곤하긴 하네. 그래도 치하야가 점점 나에게 의지해주기 시작했으니까, 내일도 힘내자.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다시 걸음을 옮겼다.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들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마치 눈꽃처럼 아름다운 흰 빛을 내뿜고 있었다.



Snow White 

노래 키사라기 치하야

THE IDOLM@STER LIVE THE@TER PERFORMANCE 04 수록


たとえば君と

만약에 당신과

もし 出逢わずにいたのなら

만나지 못했더라면

こんな痛みを 今

이런 아픔을 지금

知らないまま いたけれど

모른 채 있었겠지만

乗り越えた 悲しみが

견뎌낸 슬픔이

人を強くするのならば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면

ああ 涙さえ

아아 눈물마저도

未来から 降り注いだ 贈り物

미래로부터 내려 온 선물


白い雪のように

새하얀 눈처럼

光る雪のように

빛나는 눈처럼

この心を白く染めて

이 마음을 새하얗게 물들여

歩いてゆく

함께 걸어가자

足跡も 轍(わだち)さえ無い道を

발자국도 바퀴자국도 없는 이 길을

遙かな君にも

멀리 있는 당신에게도

切ない日にさえ

애달픈 그 날에도

ただ ありがとうって言えたその時

그저 고맙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그 때에

心に灯る明かりに

마음에 켜지는 등불에

導かれ 行こう

의지하며 나가자


-제2장, Snow White.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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