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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765프로 극장, 아마미 씨는 불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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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3, 2020 23:13에 작성됨.

*용량 문제로 제2장이 10월 24일 오후 10시 36분에 분할 및 재업로드되었습니다. 아직 2장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2장을 먼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765프로 극장, 그 첫 번째-

아마미 씨는 불리고 싶어


[카나가와현 나카군 니노미야마치 아마미 자택 ------ 아마미 하루카]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렴, 하루카.”

“네-!”


  아마미 하루카, 17살입니다! 연예기획사 765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주말이라 아침부터 바로 사무소로 출근하는 길이에요. 도쿄까지는 지하철로 2시간 정도 걸려서, 새벽 일찍 첫 차를 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다니다보니 익숙해져서 이제는 괜찮아요. 음악을 들으면서 가면 금방 도착한답니다. 사무소에서 교통비도 지원해주셔서 용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어요! 사무소 분들이 다들 친절하셔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오늘은...


“하루카짱-! 좋은 아침-!”

“아, 아키짱! 안녕~!”


  옆 반 친구인 아키짱과 함께 가는 날이에요. 아키짱은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데, 오늘 출시되는 게임을 사러 도쿄에 간다고 해서 첫 차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동네는 아늑한 곳이지만, 아키짱의 취미생활을 위한 전자 상가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몇 달에 한 번씩 제 출근길에 동행하고 있어요. 사실 중간에 지나가는 요코하마에도 전자 상가 같은 곳은 있을 것 같지만, 제가 심심해 할까봐 일부러 도쿄까지 같이 가주는 것 같아요. 귀여운 것도 좋아하는 착한 아이랍니다.


“있지, 하루카짱. 어제 넷에서 신기한 이야기를 봤는데 말이야...”

“뭐어? 진짜? 신기하네~”

“그치그치?”


  예의상 지하철에서 떠드는 건 좋지 않지만, 보통 이 시간대에 도쿄로 가는 첫 차를 타면 저희밖에 없어서 사람들이 늘어나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어요. 


“잠시 후, 카마타역입니다. 출구는...”

“아, 다 왔네. 그러면 아키짱, 조심해서 가!”

“응. 하루카짱도 아이돌 활동 힘내!”


  요코하마를 지나서 도쿄에 들어서면 저는 카마타 역에서 사무소 방향으로 갈아타고, 아키짱은 전자 상가 쪽으로 가기 위해 헤어집니다. 저도 지난번에 CD 홍보를 위해서 아키짱이 간다던 상점가에 영업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도 엄청 많고 알록달록한 간판도 많아서 굉장히 활기 넘치는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 그 때 커다란 돔 구장을 봤는데, 톱 아이돌이 되면 언젠가 저도 저런 곳에서 라이브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답니다. 프로듀서씨도 “돔을 향해서 힘내자, 하루카.” 같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욱 열심히 아이돌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녕하세요!”

“왔구나, 하루카.”

“어서 와, 하루카짱.”

“안녕하세요, 리츠코 씨, 코토리 씨! 다른 아이들은 아직 안 왔나요?”

“미키짱이 일찍 나왔는데, 지금은 응접실 소파에서 자고 있어. 프로듀서 씨는 1층에서 아침식사 중이셔.”


  응접실 쪽 칸막이 사이로 소파에 잠들어 있는 미키가 보였어요.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 사무소에서도 자다니, 미키는 자는 걸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TV 앞 소파에 앉아 프로듀서 씨가 오시기를 기다리면서, 일거리가 적혀 있는 칠판을 보고 있었어요.


  일거리가, 없었지만요...


  그, 그래도 최근에는 하나 둘 일거리가 늘어나고 있어요. 치하야짱이랑 유키호, 그리고 저는 각자 소규모 음악 방송의 오디션에 합격해서 데뷔했답니다. 프로듀서 씨가 치하야짱이랑 제가 진행하는 웹 라디오 같은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셔서, 조만간 더 다양한 일을 해볼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사무소에는 저희 셋 말고도 9명의 아이돌들이 있는데, 상황이 괜찮아지면 다들 정식으로 데뷔할거라고 해요. 그 때가 되면 프로듀서 씨가 엄청 바빠질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렴, 치하야.”

“안녕, 치하야짱. 하루카짱도 와 있어.”

“치하야짱!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아마미 씨.”


  저랑 같은 학년인 치하야짱은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에요. 치하야짱은 성실하고 공부도 잘 한답니다. 그래서 주말 아침에는 레슨 시간 전까지 제 숙제를 도와주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치하야짱은 평소에 학교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서, 숙제를 하다 왠지 치하야짱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져 물어보기로 했답니다.


“치하야짱은 도쿄에서 살고 있지? 혹시 학교는 어디야?”

“응. 학교는 공항 쪽에 있어. 사무소랑 그렇게 멀지는 않아.” 


  치하야짱이 알려준 학교를 검색해보니, 꽤 넓고 좋아 보이는 학교였어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가 한 번에 같이 있어서, 가끔씩 중등부랑 교류하기도 한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치하야짱은 어떤 부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치하야짱은 학교에서 부활동 하고 있어?”

“일단은 합창부인데, 잘 안 나가는 편이라...”

“응? 왜? 부활동, 즐겁지 않아? 나는 이것저것 하고 있거든.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게 알려졌더니 치어리더부에서 도와달라고 해서, 이것저것 안무도 가르쳐주고 있어.”

“그렇구나. 나는 합창부 선배들이랑 사이가 좋지 않거든. 특별히 친구도 없고.”


  으음. 확실히 치하야짱은 처음 봤을 때는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한 번 가까워지면 치하야짱도 좋은 아이인데 말이죠. 지금도 조금은 딱딱하지만, 사실 마음이 여리고 생각도 깊은 아이랍니다. 아, 그리고 가끔씩 귀여운 구석도 있어요. 지난번에는 제 휴대전화를 빌려줬는데, 이어폰 잭을 찾지 못해서 곤란해하길래 블루투스에 대해 설명해줬던 일이 있었어요.

“저기, 아마미 씨.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꽂을 곳이 없는데...”

“아, 치하야 짱은 유선 이어폰을 쓰는구나. 내 거 빌려줄게.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돼.”

“블루..투스? 치아랑 이어폰은 어떤 관련이 있는 거야?”

“으, 응?”


  그 후로도 선 없이 이어폰과 휴대전화가 연결된다는 걸 잘 모르겠다고 해서, 결국 제가 연결해주었답니다. 성실한 치하야짱이 기계치라니, 의외라서 귀여운 것 같지 않나요? 다들 이런 치하야짱의 귀여움을 알아준다면, 분명 쉽게 다가와줄 수 있을 텐데...


“아마미 씨, 그 부분은 이렇게...”


  저는 어떻게 하면 다들 치하야짱의 귀여움을 알아줄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답니다.


“음. 치하야짱.”

“응? 왜 그래?”

“역시, 그거 관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떤 거 말하는 거야, 아마미 씨?”

“그거. 그거.”

“응......?”

“나, 하루카로 불러줄래?”

“뭐? 그런 걸 갑자기 얘기해도...”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하루카.”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던 리츠코 씨도 제 아이디어가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리츠코 씨는 그러고 난 뒤에 머그컵을 들고 제 옆에 앉아 치하야짱에게 얘기했어요.


“자, 치하야. 나도 그냥 리츠코라고 불러 줘.”

“아키즈키 씨도?!”

“말도 편하게 놓아줘. 좀 더 가볍게, 편한 느낌으로.”

“그렇지만...”


  치하야짱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역시 편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치하야짱은 동갑내기나 얼마 차이 안 나는 상대에게도 누구누구 씨, 하고 부르니까, 약간 거리감이 생기는 느낌이었거든요. 치하야짱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면, 분명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 치하야. 말해봐. 리-츠-코.”

“...리츠코, 씨...”

“호칭은 필요 없어! 자, 다시!”

“그래도 역시, 연상이고...”

“이건 프로듀서로서의 요구야. 어서, 다시 불러봐.”

“......리츠코.”

“치하야짱, 나도 나도!”

“......하루카.”


  아직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편해진 것 같아서 좋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름하여 치하야짱 순둥이 만들기 프로젝트! 그 후로 저희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에, 프로듀서 씨가 사무소로 돌아오셨어요.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아, 하루카랑 치하야도 왔구나. 좋은 아침이야.”

“프로듀서 씨, 저, 치하야짱한테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응? 그거 잘 됐네.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프로듀서마저...”  


  프로듀서 씨도 좋은 생각이라고 해 주셔서 왠지 기뻤어요. 그 후로는 숙제를 정리하고 같이 레슨실에 갈 준비를 했답니다.


“저기, 아마...하루카. 지우개가 떨어졌어.”

“치하야짱, 내 이름은 세 글자면 충분하다구?”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뭐, ‘아마’미라고 부르는 것도 ‘아마’ 괜찮겠지만.” (「あま」みと呼ぶのも「甘」いけどね。)


  프로듀서 씨도 참, 저런 썰렁한 말장난을 하시다ㄴ-


“푸흣! 후훗, 후후후! ㅈ, 죄송, 해요. 푸흣!”

“진짜 그렇게까지 재미있어...?”


  으-음. 이름으로 부르는 건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일단 치하야짱이 즐거워 보이니까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 시간이었답니다.


-765프로 극장, 그 첫 번째. ~아마미 씨는 불리고 싶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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