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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의 저편. -제3장. Brand New Day!-

댓글: 3 / 조회: 590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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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22, 2020 20:48에 작성됨.

*용량 문제로 제2장이 10월 24일 오후 10시 36분에 재업로드 되었습니다. 아직 2장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2장을 먼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3장-

Brand New Day!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교무실 ------ 히야마 레이나]


“사정은 알겠지만, 들어주기는 어렵겠구나. 히야마.”

“선생님, 그렇지만...!”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고 돌아온 월요일 아침.


“없어진지 2년이나 된 밴드부를 갑자기 만들어달라고 해도, 부원도 없는 부활동을 승인해줄 수는 없어. 생각보다 행정이랑 서류가 복잡하단다.”

“멤버는 제가 어떻게든 모아올게요! 2년간 안 썼다고 해도 부실에 드럼 세트랑 앰프는 남아 있겠죠? 분명 살짝 손보면 다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선생님. 제발요!”


  나는 교무실에서 부활동 담당교사인 모리 선생님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멋지게 우리 밴드의 피날레를 장식한 다음 날인 일요일, 우리는 다 함께 모여 기념 회식을 가졌다. 이미 전날 밤에 다들 눈물을 뺀 뒤라서, 일요일 회식은 좀 더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자, 다들 건배!”

“건배-!”


  멤버들은 미성년자인 나를 배려해서 다들 술 대신 미O야 사이다를 골랐다. 알코올 대신 분위기에 취한다는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기는 했지만, 고맙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가나와는 이적할 곳을 찾았다고 했지? 어디야?”

“응. 우리 학교 밴드부. 4학년 부장 선배랑 타츠 언니가 마침 아는 사이라고 해서, 키보드가 결원이라 들어가기로 했어.”

“대학 밴드라~ 청춘이구나!”

“어이구,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할아버지?”

“우리도 늙었지. 너랑 나랑 동갑이라는 걸 잊지 마. 츠바키.”


  야마우치 오빠는 나가나와 언니에게 이적하게 될 밴드에 대해 물으면서 세상 다 산 것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어쨌든 잘 됐네. 히야마는?”

“내가 소개해주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어. 그런 의미에서, 너희 학교는 밴드부가 없다고 했었나?”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입학하고 나서 밴드부에 지원하려고 했었는데, 전년도에 부원을 모으지 못해서 2학년 밴드부는 없었고, 남은 부원들은 3학년이 되어 입시가 시작되자 밴드부 자체가 붕 떠서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자세한 사연을 듣기 전에 타츠 언니에게 섭외되어 인디밴드 활동을 시작해버려서, 밴드부를 다시 만들어본다거나 하는 생각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잘 됐다. 이제 새 학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잖아? 히야마가 밴드부를 부활시켜보면 되겠네.”

“문화제 정도는 놀러가 줄 수 있어. 직장인에게도 휴가라는 치트키가 있다고!”

“아저씨는 조용히 계세요. 히야마, 스이게츠 학원에 다녔었지? 좋네~ 스이게츠제는 주변 학교에서도 찾아올 만큼 규모가 대단하거든. 지금도 여름이랑 겨울로 나뉘어 있나?”

“스이게츠? 나는 들어본 적 없는데.”

“확실히 카가는 들어보기 어려웠겠네. 나는 오타구에서 학교를 나왔거든.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스이게츠제는 유명했지. 거의 동네 축제라니까?”


  우리 학교는 총동문회와 학부모회를 통해 문화예술과 부활동에 대한 지원이 빵빵했다. 물론 밴드부는 운 나쁘게 공중 분해된 상태긴 하지만, 대형 행사만 해도 1학기말인 7월에 열리는 공연제인 서머 페스티벌과, 2학기말에 열리는 종합문화제인 스이게츠제로 두 번이나 된다. 특히 스이게츠제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중등부, 수요일부터 사흘간은 고등부의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규모가 더욱 엄청났다. 중등부 축제는 보호자와 지역 중고생 외에는 출입이 제한되지만, 고등부 축제는 일반인들도 들어올 수 있어서 정말 지역 행사 수준이었다. 나도 작년에는 문화제라고 5일 내내 들떠서 놀다 지쳐 쓰러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어때? 히야마. 지금이라면 멤버를 모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너는 재능이 있으니까. 이대로 밴드 활동을 그만 두기에는 아까워.”

“음음. 히야마만한 JK 드러머를 찾는 건 쉽지 않지.”

“내일 학교에 가게 되면 상담 드려볼게요. 문화제는 꼭 와주셔야 돼요?”

“얘기했잖아. 직장인에게는 휴가가 있어!”


  그렇게 돼서, 오늘 등교하자마자 모리 선생님께 달려와 보았지만 상황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히야마. 학부모회 지원금이 없으면 부활동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워. 특히 밴드처럼 기자재를 사용한다면 더욱. 하지만 우리 학교 밴드부는 2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해체 상태야. 내가 등록해준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야.”

“괜찮아요, 선생님. 제가 멤버를 모아 올게요. 부실 사용 허가만 내 주세요. 그 후로는 어떻게든 해 볼게요.”

“하아. 성실한 네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까 일단 들어는 주겠지만... 나는 분명히 경고했어. 일단 서류가 필요하니까, 부원 다섯 명부터 모아오렴.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 열심히 할게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야. 너무 성급히 기뻐하지는 말려무나.”

“네! 감사합니다-!”


  뭐, 이 정도면 최악의 상황보다는 순조롭게 풀린 걸까나? 하지만 들떠서 교무실을 나서니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나, 우리 학년에서 악기를 다루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모르는데.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옥상 ------ 카츠라기 타로]


  아아. 햄버그. 이거야. 이거라고. 그보다 사토, 점점 실력이 느네.

  우리는 오늘도 옥상에 올라왔다. 사토가 도시락을 싸 오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서 이젠 일상적인 루틴이 되고 말았다. 나는 요리를 직접 하는 편은 아니지만, 메뉴 선정도 그렇고 아침에 준비해서 등교하기에는 손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사토는 지치지도 않나?


“지난 토요일, 대단했지? 엄청 멋있었어!”

“우음. 흐은느.”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삼키고 이야기 해. 카츠라기.”

“음. 그랬네. 오랜만에 베이스 속주를 봤더니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어.”

“그러고 보니 너희는 둘 다 기타를 칠 줄 알았었지? 나도 뭔가 배워놓을 걸 그랬어.”

“베이스야! 기타랑 다르다고!”

“에, 그게 그거 아니었어? 베이스도 기타처럼 치잖아.”

“......”


  모든 베이시스트들의 고충이다. 특히 밴드 합주는 베이스 리프가 강조되는 곡이 아니면 튀지 않아서 뭘 연주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베이스는 앞에서 튀지 않을 때도 곡의 기반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기타랑 비슷하게 든다고 그게 그거라는 소리는 대단히 실례란 말이다.


“그렇긴 해도, 난 마지막으로 기타를 쳐본지 몇 년이나 지났으니까. 다 까먹었을 걸. 내 기타 줄이 멀쩡한지도 모르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고장이라도 안 났으면 다행인데.”


  기타나 베이스 같은 전기 악기들은 현을 수시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상태가 안 좋아진다. 특히 우리처럼 몇 년 가까이 그냥 방치하면 녹슬어서 아예 갈아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 맞아. 그리고 키사라기 말인데. 어제 유튜브에서 무대 영상을 봤어. 학교에서 보던 거랑 달리 엄청 멋있더라? 팬이 되어버릴까 생각이 들더라고!”

“음. 대단하지?”

“...왜 네가 우쭐해하는 거야, 타도코로.”

“에, 그래도 뮤 삼촌이 매일 열심히 하는 걸 보니까 나도 모르게 동질감이 든다고 할까나.”

“이상한데. 기분 나빠.”

“어디가...?”


  잘 생각해보니 그 때의 점심시간 이후로 키사라기를 옥상에서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우리가 신경 쓰여서 자리를 옮겼을지도 모르겠다. 괜히 미안해지네.


“역시 노래가 됐던, 악기가 됐던 배워볼 걸 그랬나봐. 밴드에, 아이돌에, 음악을 잘 하는 건 멋있네~”

“음악... 노래... 밴드... 아이돌...... 어라?”

“왜 그래, 카츠라기?”


  순간 모든 것들이 하나로 맞춰지면서 하나의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니시야마 선배의 부탁,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타도코로, 너 나랑 밴드부 안 할래?”

“기각.”

“어?!”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옥상 ------ 타도코로 신이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츠라기는.


“보나마나 키사라기를 끌어들여서 같이 밴드부를 하자는 말을 하려고 했었지? 현실성이 부족하니까 기각이야.”

“어? 어떻게 알았어? 그보다, 현실성은 무슨 소리야?”

“하아. 들어 봐.”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키사라기는 음악이 싫어져서 합창부를 그만 둔다는 게 아니었다. 사토가 봤다는 유튜브 무대 영상도 그렇고, 뮤 삼촌이 점점 바빠지는 것도 그렇고, 분명 키사라기는 앞으로 아이돌 활동에 집중하면서 학교생활에 소홀하게 될 것이다.  [A.I.R.A.]에서 나온 주간 아이돌 랭킹을 찾아보니, 키사라기의 랭킹은 지난주에 비해 순위가 꽤 올라 있었다. 조만간 랭크 자체도 더 올라갈 거고, 학교를 빠지는 날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시점에서 밴드부에 키사라기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려울 거고, 키사라기 본인이 거절할 가능성도 높았다.


“으음...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난 생각이 달라.”

“뭔데?”

“나는 합창부에서 키사라기를 봐 왔잖아. 말을 섞어보진 않았어도, 키사라기가 노래할 때 얼마나 진지해지는지는 잘 안다고. 그리고, 키사라기가 학교를 안 나오더라도, 밴드부라는 소속감을 주는 건 좋을 것 같지 않아? 너도 키사라기랑 친해지고 싶은 눈치 아니었어?”


  으음. 그게 그렇게 되나? 물론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굳이 키사라기를 위해 귀가부 대신 밴드부를 택할 정도까지는... 잠깐. 그리고 카츠라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키사라기에게 적극적이 된 거지? 뭔가 이유가 있나?

  내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옥상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키사라기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키사라기 치고는 너무 박력이 넘쳤다. 문 쪽을 바라보자, 토요일에 봤던 인디밴드의 드러머, 레이나가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찾았다, 찾았다!”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 왔다. 혹시 우리를 찾아온 건가?


“안녕, 레이나.”

“안녕 안녕! 그보다, 할 이야기가 있어. 토요일에 라이브에 와줬었지? 혹시 밴드 음악에 관심 있어?” 


  아마 지난 토요일 공연 때 우리를 알아봤나보다. 우리는 중간쯤에 자리를 서 있었고, 무대를 제외하면 내부가 어두워서 알아채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무대에서 바라보면 관객 한 명 한 명이 다 보이는 걸까.

  

“타코 군, 나랑 같이 밴드부 해보지 않을래?”

“타코...?”


  밴드부? 레이나도?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타코 군? 타로 군도, 타도코로 군도 아니고? 레이나는 나를 신이치 군이라고 부르지, 타도코로 군이라고는 잘 부르지 않았다. 타로의 이름을 헷갈린 건가. 그렇지만 시선이 어째...


“저기, 레이나. 혹시 나 말이야?”

“응! 타코 군, 아니었나?”


  ...불쌍한 사토.

  일단 밴드부에 대해서는 레이나 쪽 이야기도 들어보기로 할까.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옥상 ------ 히야마 레이나]


“미안! 미안! 정말 미안해! 제대로 기억해놓을게! 그러니까 울지 말아줘, 사토 군!”


  사토 군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뭐라도 사주는 게 좋을까... 나는 사토 군에게 여러 번 고개 숙여 사과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어때? 밴드부에 관심 있어?”

“신기하네. 우리도 마침 밴드부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이었거든.”


  타로 군이 말했다.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혹시 이게 운명일까? 신님이 도와주시는 걸까? 아니지, 이 아이들은 토요일 공연에 와 줬으니까, 어쩌면 공연을 보고 밴드부에 관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레이나. 너는 이미 밴드 활동을 하고 있잖아. 밴드부를 만들면 병행할 수 있는 거야?”

“아, 그거 말인데...”


  나는 신이치 군의 질문에 답하면서 자초지종에 대해 설명했다.


“뭐?! 해체?”

“응.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려서, 너희가 와 준 공연이 마지막이었거든. 그래서 우리 학교에 밴드부를 만들어 볼까나~ 하는 생각으로 모리 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일단 부원을 모아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우리한테 물어보려고?”

“응응. 사실 사토 군을 찾았던 건데, 마침 신이치 군이랑 타로 군도 같이 있었네.”


  방금까지 울상을 짓던 사토 군은 왠지 기뻐보였다. 저 아이는 기복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중, 신이치 군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레이나. 밴드부원을 모으는 거면 역시 세션을 구하는 거지? 사토 녀석, 음악이랑은 연이 없는 타입이거든.”

“아, 그래...?”

“ㄱ..그렇긴 하지만!”

“사토는 그렇지만, 타도코로랑 나는 기타랑 베이스를 다룰 줄 아는데, 우리라도 괜찮아?”


  나는 잠시 좌절할 뻔 했지만, 타로 군의 말에 뛸 듯이 기뻤다. 기타와 베이스라는 고급 인력을 한 번에 구할 수 있다니, 역시 행운의 여신님은 내 편인 것 같았다.


“어이, 카츠라기. 나는 아직 한다고 안 했어.”


  정말, 여신님! 도와주실 거면 한 번에 해주세요! 저,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면 쓰러질지도 모른다고요!


“괜찮잖아. 타도코로.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레이나는 실력도 좋으니까 우리끼리 뭘 해보는 것보다 나을 걸.”

“신이치 군, 귀가부라고 들었는데. 같이 해주면 안 될까...?”


  나는 필살기인 ‘불쌍함을 가득 담아 부탁하는 표정’을 사용했다. 신이치 군이 다시 고민해주는 것을 보니, 그럭저럭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흐음... 그러면 레이나, 드럼, 베이스, 기타면 밴드 구색은 갖춰진 것 같긴 한데. 역시 보컬이 필요하지 않아?”

“저기, 얘들아. 나는 뭐 할 거 없을까...?”


  구색이 갖춰졌다는 표현은 신이치 군이 해준다는 거겠지? 그보다 사토 군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세션이 아니면 곤란한데...


“보컬이라면 치하야에게 물어보려고 하는데, 치하야는 아이돌 활동으로 바쁜 것 같아서 걱정이야.”

“난 짐꾼이라도 좋은데...”

“사토는 조용히 있어 봐.”


  아, 사토 군 조금 불쌍할지도. 어쨌든 이따가 치하야를 마주치면 밴드부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치하야는 아이돌이라 바쁜 것은 아닐까 걱정되긴 했다. 그래도 부활동이니까, 매주 있는 부활동 시간에라도 나와 주면 되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레이나도 키사라기가 아이돌을 하는 걸 알고 있어?”

“응. 지난번에 프로듀서? 랑 통화하는 걸 들었거든. 친해지고 싶어서, 우리 공연에 초대도 했었어. 아, 혹시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였어?”

“레이나에게 숨기지 않은 걸 보니 아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우린 이미 알고 있기도 하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좋아. 그러면 내가 드럼, 기타는 신이치 군, 베이스는 타로 군. 어라, 치하야가 보컬을 해준다고 해도 네 명이었다. 모리 선생님께서는 부원 다섯 명을 모아 오라고 하셨으니까, 한 명이 더 필요했다. 기타를 한 명 더 구해서 퍼스트와 세컨드 기타로 가거나, 건반을 쳐 줄 친구가 필요한데...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은 다들 오케스트라와 그 산하 앙상블로 들어가 있어서, 아마 구하기가 쉽지 않을 듯 했다. 유명한 밴드들은 4인조도 많은데, 그냥 봐 주시면 안 될까나?

  

“우리도 사실 키사라기랑 밴드부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었거든. 그러면 키사라기에게는 같이 물어보러 가는 걸로 할까?”

“괜찮을까, 카츠라기? 우리가 몰려가면 부담스러워할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함께 가는 게 나을 거야. 밴드를 하게 되면 앞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테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얼굴을 익히는 게 좋아. 키사라기가 승낙해준다면, 이라는 조건이 필요하지만.”


  타로 군은 믿음직스러운 소리를 했다. 이쪽에서도 치하야랑 밴드를 하고 싶어 했다니, 일이 착착 맞아 떨어져서 느낌이 좋았다.


“저기, 얘들아... 나는 두고 가는 거니...?”

“그렇지만 사토, 밴드부는 세션 연주자나 보컬리스트가 아니면 특별히 필요가 없는걸.”

“너무해, 타도코로...”


  조금 전부터 다시 침울해져 있던 사토 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이마저도 안 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 물어는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저기, 사토 군. 혹시 앰프나 오디오 장비 같은 거 다룰 줄 알아?”

“응? 오디오 장비라면 다룰 수 있어. 밴드부에서 쓰는 앰프도 원리는 비슷하니까.”

“맞다. 너 중학교 때까지 방송부였지.”

“잘 됐다! 마침 부원은 5명을 채워야 하거든. 게다가 밴드부실을 2년 전부터 안 써서 상태가 어떨지도 잘 모르고. 사토 군이 기기 담당을 해줄래? 새로 사거나 고쳐야 할 것도 있을 테니까, 회계랑 다른 일도 맡아주면 좋겠는데.”

“당연하지! 열심히 할게!”


  다행이다. 이걸로 인원수도 맞추고, 기기랑 운영 쪽을 신경써줄 사람도 생겼다. 사토 군도 기뻐 보이고.


“왠지 급조된 직무인 것 같은ㄷ-”

“쉿, 타도코로.”

“응? 뭐라고 했어, 타도코로?”

“아니야. 아무 것도.”


  타로 군은 상냥하구나. 타로 군을 보다 보니 타츠 언니가 떠올랐다. 벌써 조금 그립네. 하지만 타츠 언니도 야마우치 오빠도 기대해주고 있으니까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면 이제 치하야만 섭외하면 되는데, 사실 지난번에 이야기했을 때 꽤 거리감을 보여서 걱정이 앞섰다. 정 안된다면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 보컬리스트를 구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치하야랑 함께 하고 싶은데... 잘 되겠지. 진심을 담아서 부탁해보자.


“그럼 지금 갈까? 치하야는 아마 D반에 있을 거야.”

“좋아. 가자, 타도코로. 사토, 너도 어서.”

“잠깐만 기다려! 도시락 통 좀 정리하고.”


  이 아이들, 평소에도 붙어 다니더니 역시 엄청 친한가보네. 비록 사토 군을 세션으로 섭외하지는 못했지만, 기타랑 베이시스트를 한 번에 구하다니. 역시 물어보러 오길 잘 했어.


  그렇게 소중한 인디밴드에서의 피날레를 완성한 나는, 막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나가고 있었다.



[도쿄 스이게츠 학원 고등부 2학년 D반 ------ 키사라기 치하야]


  교실에는 소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은 매점이나 운동장 나무 밑, 스탠드 등의 장소로 점심을 먹으러 갔고, 몇몇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고자 학교 도서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소녀는 창가의 자리에 앉아 악보를 읽으며 음악을 듣고 있었다. 전에는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옥상에 올라가 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점심을 먹으러 올라오는 이들이 있었기에 자리를 옮겼다. 급우들이 돌아오면 ‘혼자 조용히’라는 조건은 깨지고 말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은 교실밖에는 없었다.

  소녀는 잠깐의 평온을 즐기며 음악에 집중했다. 음 하나 하나, 리듬과 멜로디의 진행, 화성과 분위기를 느끼면서.


“이 곡...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 가단조와 닮았어. 하지만, 이후의 진행이나 분위기가, 조금 다를지도...”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그 때, 마치 소녀의 말에 대답하듯이 드르륵 하고 교실 문이 열렸다. 아직 누군가가 교실로 돌아올 만한 시간은 아니었기에, 소녀는 살짝 놀란 듯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미안. 놀라게 한 것 같네. 주말 잘 보냈어, 치하야?”


  히야마, 라는 이름의 소녀와, 옥상에서, 그리고 길에서 마주쳤던 남학생 세 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음악을 듣던 소녀는 요즘 자주 마주치게 되는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히야마가 자신의 공연에 대한 감상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일을 기억해냈다. 그렇다면 저 남학생들은 무슨 이유로 찾아온 걸까.


“안녕하세요. 히야마 씨. 그리고 세 분도.”

“안녕, 키사라기.”

“정말, 레이나라고 불러달라고 했는데~ 아무튼, 치하야. 물어볼 게 있어. 중요한 일이야.”


  공연의 감상을 물어보려는 것이겠지. 역시 연주자로서 자신의 무대에 대한 피드백은 중요한 일이라고 칭할 만 했다. 소녀는 지난 주말에 찾아 갔던 공연에서의 감상을 떠올리며, 히야마의 연주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줄 말들을 떠올려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공연이라면...”

“치하야, 음악 좋아하지? 밴드는 어때?”

“그래. 우리랑 같이 밴드부로 활동해보지 않을래?”

“키사라기, 무대 영상 봤어! 노래, 엄청 멋있었거든~!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 소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기존에 활동하던 합창부도, 아이돌 활동이 바빠질 것과 선배들과의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그만 둘 예정이었다. 그녀는 음악을, 꿈만을 바라보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그렇기에 더욱 학교생활과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쏟을 시간은 없었다. 가희는 고고한 존재. 오직 노래만으로 인정받고, 그 외의 것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소녀는 단칼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정을 설명하고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히야마와 남학생들은 자신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밴드부라면 자신이 아니어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소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치하야 씨, 엄청 멋있어!”

“훌륭하군요. 키사라기 치하야.”

“나왔다 나왔다! 치하야 언니의 레어레어 귀욤귀욤 표정!”

“치하야짱은 무대 위에서 엄청 멋있으니까, 닮고 싶어져. 아, 물론 마코토짱도...!”

“치하야짱, 같이 돌아갈까? 정말~ 하루카, 라고 불러달라니까. 헤헤.”

 

  소녀는 순간 떠올렸다. 붙임성도, 귀염성도 없고, 언제나 남들과 거리를 두는 자신에게,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일방적인 배려와 친절함으로 다가와주는 이들을. 가희는 외로운 존재일거라 생각하던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하던 이들을.


“치하야는 치하야답게.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노력해나가면 되는 거야.”


  지금까지 계속 도망쳐왔다. 자신을 탓하며, 모든 것을 외면하며. 노력할 수 있는 것들마저 담을 쌓고 멀리해왔다. 분위기에 휩쓸린 탓이었을까,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찾아와주는 친절함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저라도 괜찮다면, 좋아요. 해볼게요.”

“해냈다!”

“고마워, 치하야! 나, 엄청 기뻐!”


  히야마와 남학생들은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뻐했다. 소녀는 긴장감이 풀린 얼굴로 자연스럽게, 미소지어보였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한 줄기 봄바람과 눈부신 빛이 소녀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Brand New Day!

765PRO ALLSTARS

THE IDOLM@STER 2 인게임 DLC 수록


いつだって微笑んで

언제나 웃으면서

歩き出せる仲間となる

걸어 나갈래 동료와 함께라면

輝いて見つめて

빛나고 있어 바라봐줘

今、始まる It's Brand New Day!

지금 시작되는 It’s Brand New Day! 


Catch Up 見つけましょ

Catch Up 찾아내보자

瞳の中にうつる

눈동자 속에 비치는

Dreamin' その先の

Dreamin’ 그 너머의

ドキドキを感じたいの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어


ストレートな思い

스트레이트한 마음

止められないの 乙女の熱いハート

멈출 수 없어 소녀의 뜨거운 하트

出会えたカモネ 本当の私色(Color)

만났을지도 몰라 진정한 나의 Color


Oh Yeah!


進め 負けない ここから始まる

나아가 지지 않아 여기서부터 시작이야

手と手を繋いで走り出す

손과 손을 잡고서 달려나가자

自分たちの未来は

우리들의 미래는

負けたり へこんだりしない

지지도 꺾이지도 않아

世界が呼んでいるんだから

세상이 부르고 있으니까

飛び込んじゃえば たぶん All Right!

뛰어 들어버리면 아마 All Right!


-제3장. Brand New Day!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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