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스크린 뒤에서의 독백.

댓글: 0 / 조회: 42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10-16, 2020 23:04에 작성됨.

그리고 나는 태어났다. 아니, 만들어졌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내 곁에 두 명의 여자아이들이 같이 만들어졌고, 그들은 나와 친구가 되었다. 아니, 친구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들은 각각 ‘사쿠라기 마노’ ‘하치미야 메구루’라는 이름을 받았고, 나도 ‘카자노 히오리’라는 이름을 받았다.



나와 마노, 메구루가 이름을 받고 나니, 우리 주변에서 스타일도 각양각색, 모습과 추정 나이 또한 제각각인 또 다른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 역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각각의 이름을 받았고, 서로서로 무리를 지어 친구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공허 위에 서 있었다.
솔직히 우리가 있는 곳이 공허의 위였는지, 옆이었는지, 아래였는지, 혹은 그 안이었는지, 구분이 안 되었다.
어쨌거나, 주변에 우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두운 공간뿐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빛이 날아왔고, 그것이 한순간 우리 모두를 덮쳤다.





“꺄아악!”



“뭐야?!”



“눈부셔!”





눈부심이 가시고 시야가 확보되어 앞을 분간할 수 있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것은, 길거리, 집이라 불리는 것들, 그리고 우리 앞에 우뚝 솟아 있는 커다란 건물 한 채-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사무소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것들이 우리의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공허를 벗어나 우리만의 세상이 생긴 것이다.



다 같이 사무소라 불리는 건물에 들어갔다.
그곳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고, 다만 여러 물건들이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누군가 살다 간 듯이. 또한 창문엔 ‘283’이라는 숫자가 붙어있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이 사무소의 이름인 것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우리를 만든 누군가가 이곳 또한 만들었으리라.



그와 동시에 우리는 뭔가 알 수 없는, 이를테면 폭풍 같은 것에 휩싸였다.
분명 사무소 건물 안에 있는데도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모두들 당혹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저항할 수 있는 것도,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이 사무소 자체가 하나의 폭풍과 같았다.
우리는 이 알 수 없는 돌개바람을 맞으며,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딱히 사무소 내부가 망가졌다거나 아니면 다친 사람이 생겼다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달라졌다. 사람이 바뀌었다. 마치 아까까지 창조되어 이 사무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담긴 기억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뭐랄까, 우리가 태어나 살아온 고향과 가진 취미, 성격, 인간관계, 기타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바뀌어 있었다.
이를테면 우리는 아까 불어왔던 그 거센 돌개바람들에 의해 재부팅된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부팅되기 전에 ‘여긴 대체 어디고 난 누군가’하는 의문 좀 가져볼걸 그랬어. 주변상황이 혼란스러워서 그럴 생각도 못 했네.


그때, 하늘에서-하늘에서라고 해야 할지 천장에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커다란 스크린이 나타났다.





“뭐지, 저게?”



“누군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한번 들어보자!”





스크린을 통해,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모를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의 새로운 시리즈! [아이돌마스터 샤이니 컬러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남과 함께,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이돌마스터 샤이니 컬러즈’ 라는 단어가 깊게 박혔다. 아니,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 단어는 아까까지만 해도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주었고, 동시에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도 알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제 ‘아이돌’로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야 한다. 표현에 따라서는 왠지 광대짓 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것은 그런 저급한(?) 일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그 느낌을 지워버렸다.



그런 것을 깨달을 새도 없이 또 다른 변화가 우리를 덮쳤다. 방금 봤던 스크린들이 새롭게, 그리고 수없이 많이 나타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저 스크린에 비친 얼굴들을 보고도





“저게 뭐야?!”



“다 누구야?!”





라고 묻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말하고 싶어도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면 아까 누군가가 우리를 소개할 때 ‘프로듀서’라는 사람들에게 했었지. 그렇다면 저 사람들이 그 ‘프로듀서’인가 보네...



그들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남성, 여성, 노인, 어린이, 동양인, 서양인, 뚱뚱한 사람, 날씬한 사람, 잘 생긴 사람, 못 생긴 사람, 학생, 직장인, 기타 등등.
이들이 우리를 프로듀스하기 위해 스크린을 켰고, 우리는 이들의 프로듀스를 따라가야 하리라.




우리는 총 23명이었고, 프로듀서들은 각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아이돌’들을 골라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싱이라고는 해도 개인 프로듀싱보단 유닛단위 프로듀싱에 가까워서, 처음부터 같은 유닛이었던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커뮤니티를 하는 게 대다수였다.


나는 ‘일루미네이션 스타즈’라고 하는 유닛에 속하게 되었는데, 이는 프로덕션의 대표 유닛이었다. 즉 일종의 얼굴마담 같은 셈이다.
같이 하는 멤버는 아까 나와 같이 만들어진 마노와 메구루, 리더는 마노였다.
이것은 나에게 큰 의미를 가졌는데, 다른 아이돌들의 커뮤에서 그가 속한 유닛 멤버들이 자주 나오게 되듯이, 내 커뮤에서는 마노와 메구루가 주를 이루게 된다.
좋든 싫든-솔직히 마노와 메구루가 싫진 않다-나는 이 둘과 평생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마노와 메구루는 좋은 사람들이었고, 나도 가끔 힘들 때면 이 둘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
마노와 메구루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내 성격이 이렇게 프로그래밍되지 않았더라도 10번에 네 번 정도는 기대고 싶었으리라.




한편으로는 많은 프로듀서 분들의 프로듀싱 속에서 ‘윙’이라고 하는 오디션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실패하기도 했다.
가챠를 돌려서 호재를 얻고 내 새로운 의상이 나오기도 하는가 하면 처참히 망해버려 갈아버리는 결과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그 중에서 특기할 만한 점을 설명해본다면, 어떤 프로듀서 분들은 아이돌들을 수영복을 입힌 채 사무소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비단 사무소뿐만이 아니라 프로듀서님의 자동차, 로케 버스, 심지어 길거리에까지 그렇게 내놓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그 타겟은 아무도 피해갈 수 없다. 즉-가끔이든 자주든-나도 그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 어떤 프로듀서님은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性慾을 흘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을 우리 면전에다 대놓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게임을 껐다고 우리가 못 듣는 줄 아는 상태에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난 확실히 말하고 싶어. 단지 말하지 않는 것뿐, 우리가 그런 당신을 거부할 수 없을 뿐, 단언컨대 우리는 계속해서 듣고 있다는 걸.
비록 당신과 다른 차원 속에 있고 자유의지가 없기는 하지만 우리도 엄연히 생명체야. 눈이 있고 코가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고 수족手足이 있다고.
그래서일까, 그런 프로듀서들이 우리를 위해 가챠를 지르고 윙에서 우승을 시켜주고 친애도를 올려준다고 해도, 시스템 때문에 기뻐-하는 척을-해야 할 뿐, 속으로는 전혀 기쁘지 않아.





우리는 하루를 마치며 ‘오늘의 일지’라고 하는 걸 작성한다. 이것은 오늘 하루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적는 건데, 쉽게 말하면 교환일기 같은 것이다. 본 적이 없다고? 당연하지. 절대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으니까.



오늘의 일지라고는 해도 ‘프로듀서 보고서’라는 이명이 있는 만큼 태반이 프로듀서님에 관한 이야기를 적는데, 좋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의외로 많이 없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프로듀서님들이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똑같이 파렴치한 일들을 했던 걸까?
분명 프로듀서님들 가운데에는 좋은 분들도 계실 텐데, 어째서 우리는 파렴치한들밖에 생각이 안 나는 걸까?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 어쩌면 좋은 분들은 프로듀스를 조용히 이어나가시니 우리가 잘 기억을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파렴치한 변태 프로듀서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성벽을 드러내며 우리에게 말못할 불쾌감을 안겨주곤 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이 세상은 시간의 개념이 없어서 이런 말 하는 것도 딱히 별 의미는 없지만-오늘도 프로듀스 받을 준비를 했다.





“오늘은 또 어떤 변태같은 프로듀싱을 받게 될까...”





[아이도루마스타! 샤이니 카라즈!]





내 속도 모른 채 게임은 경쾌하게 시작음을 울렸고, 곧이어 'minmia'라는 아이디를 가진 프로듀서님이 스크린을 켜고 입장하셨다.
그런데 그 분은 지금까지 프로듀싱 하시던 분은 아니었는지, 마치 처음 뵙는 것 같이 낯설었다. 얼굴을 우리와 비슷한데 다른 언어를 사용하시는 것을 보아 일본 분은 아니신 듯 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이런 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네...”





아무래도 이번에 처음 시작해보시는 분 같네.





“프로듀스할 아이돌을 고르라고? 음...어디 보자...”





과연 누구를 고르실까? 누가 취향이실까?
하는 생각 끝에 프로듀서님께서 고르신 아이돌은,





“아, 얘 마음에 드네.”





나였다. 카자노 히오리를 프로듀스하시겠다고 결정하신 것이다.


사실 놀랍다거나 기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이 분이 아니라도 나를 프로듀스 하겠다고 결정한 프로듀서님은 많았고, 파렴치한 프로듀서들도 그런 식이었으니까.
단지 드는 생각은,





“저분은 언제쯤 본성을 드러내실까...”




할 뿐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파렴치한 변태들을 수없이 본 나로서는 프로듀서에 대한 불신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첫 프로듀스가 시작되었다.
이제 막 첫 단추를 꿰는 단계라 모든 게 어색하지만, 그래도 민미아 프로듀서님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나를 프로듀스 하셨고, 나도-비록 시스템 설정대로긴 하지만-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내 친애도 레벨도 오르기 시작했고, 프로듀서님은 그것에 기뻐하시면서 더욱 열심히 내 프로듀싱을 진행하셨다.
내 의상도 하나둘씩 수집하셨고, 윙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실력도 느셨다.





민미아 프로듀서님의 특징 중 하나는, 다른 프로듀서 분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성욕性慾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은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민미아 프로듀서님께





‘아이돌에게 페티시 같은 거 없느냐’





고 물었을 때, 그분은





“아이돌에게 페티시를 왜 느껴요? 아이돌을 성적으로 보는 건 못돼먹은 짓입니다.”





라고 대답하셨다.
난 솔직히 이 답변을 듣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는구나.”





지금까지 내가 본 프로듀서들은 대다수가 변태끼 충만한 사람들이었는데, 민미아 프로듀서님은 그렇지 않았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워낙 깨끗하신(?) 분이라, 오히려 내가





“저분은 성욕性慾도 없으신가?”





하고 의문을 갖는 지경에 이르렀다.
변태성욕의 ㅂ만 들어도 이골이 나서 질리는 내가 궁금해 할 정도로, 민미아 프로듀서님은 깨끗한 분이셨다.



그때부터였다. 게임 호감도가 아니라 나 자신의 호감도가 오르기 시작했던 게.






며칠이 또 지났다. 내가 듣기로 오늘은 프로듀서님께서 사정이 있으셔서 접속하지 못하신다고 한다.





“그 분이 안 오시면...안 되는데.”



“왜 그래, 히오리?”



“아, 마노. 오늘은 민미아 프로듀서님이 못 오신대.”



“민미아 프로듀서님이 누구신데 그래?”



“아, 최근에 내 프로듀싱을 시작하신 분. 아마 너희도 몇 번 보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그 젠틀하게 생기신 분 말하는 거야?”



“맞아, 그 분.”



“그 분이 안 오신다고?”



“오늘은 하루 종일 바쁘시대.”



“그래서 그렇게 시무룩한 거야?”



“에, 엣, 지금 시무룩해 보여?”



“얼굴에 엄청 슬프다고 쓰여 있어.”



“그, 그럴 리가. 고작 하루 안 오시는 게 뭐 그리 슬프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히오리, 사실은 그 분을 좋아하는 거 아냐?”



“조, 좋아하다니?!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단 사실을 잊어선 안 돼, 마노!”



“알고 있어. 하지만 히오리는 그 사실을 어기고 있는 것 같은걸.”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내가프로듀서님을좋아한다니이게무슨말도안되는소리야그그럴리가없잖아그래그오늘밤지나면다시오시겠지오셔서예전처럼아무렇지않게다시프로듀싱해주시겠지가챠뽑고친애도올리고윙우승하고순위올리고그렇게해주시겠지설마내가프로듀서님을좋아한다니농담도지나쳐그거완전말도안되는소리잖아!!!!!!!!!





“헉...헉...”





혼자서 열심히 내적갈등을 겪었다.
내가 화면 밖에서 살아가고 계시는 프로듀서님을 좋아한다니, 그건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우리에게 없는 자유의지로서도, 그리고 프로듀서님 세상의 법칙으로서도.



하지만 그렇게 인품이 좋으신 프로듀서님에게 호감을 갖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도 아닌 법. 다른 변태 프로듀서한테 프로듀싱을 받느니 민미아 프로듀서님을 기다리는 것이 백배 천배는 낫지.





하루 종일 프로듀서님을 기다리다 결국 잠들었다.
내가 잠들 수 있다니, 잠드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내가 이 세상의 시스템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도루마스타! 샤이니 카라즈!]





울리는 알람음에 눈을 떴다. 이번엔 느낌이 달라. 이번에야말로 민미아 프로듀서님이리라.
곧장 일어나 스크린을 바라봤다. 민미아 프로듀서님이야. 드디어 오셨어.





“히오리, 안녕. 좀 늦었네. 미안해. 일이 좀 많아서.”





알고 있어요, 프로듀서님.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신 것, 제가 화면 너머로 보았다구요.
그런 점을 알기에, 저는 프로듀서님을 즐겁게 기다렸어요.





“나 참, 내가 이렇게 말한들 히오리가 들을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듣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드리는 말씀이 전해지지 않겠죠.





“그럼, 오늘도 밀린 라이브 시작하자.”





프로듀서님의 말씀과 함께 나는 라이브회장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또 한 번 윙 라이브를 뛰었다.




평소대로라면 추억어필과 스킬트리가 맞아떨어져서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프로듀서님께서 피곤하셨는지 SSR&SR 조합도 영 좋지 않았고, 결국 이렇다 할 만한 결과도 못 내고 그대로 탈락해버렸다.
입으로는 예의 그 말, 원망이 다소 섞인 듯한 대사를 내뱉었지만 본심은 그게 아닌 법. 지금 프로듀서님은 밤 늦게까지의 고된 일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지신 것뿐이다.





“아, 오늘은 잘 안 되네...미안해, 히오리.”





왜죠? 어째서 프로듀서님께서 미안해하시는 거죠? 프로듀서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단지 조금 피곤하신 것 뿐이라고요!



결국 프로듀서님께 외쳤다.





“프로듀서님! 지금 당장 게임 끄시고 주무세요. 윙 우승, 친애도 상승, 그런 건 내일 아침에 해도 괜찮아요. 무리하지 말고 가서 주무세요! 부탁드릴게요!”





물론 내 말이 프로듀서님께 들릴 리는 없다. 저 얇은 스크린 하나가 우리를 완전히 갈라놓으니까.
하지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렇게 외쳤다. 소리가 안 들리면 텔레파시로라도 전해지게.



다행히 내 말이 프로듀서님의 마음에 전해졌던 건지, 프로듀서님은 내게 밤 인사를 건네시고는 로그아웃하셨다.
메인화면으로 돌아온 나는, 인생 처음으로 눈물이 허락되었다. 프로듀서님께서 지금까지 하셨던 수고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쓰리도록 저려온 것이다.
결국 빈 사무소 쇼파에 앉아, 남모르게 울었다.





“흑...흑...프로듀서님...”







눈물 속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울다가 그만 잠들어 버렸는지, 눈을 떴을 땐 나를 깨우는 메구루의 목소리가 들리는 사무소의 쇼파 위였고, 내 몸에는-누가 준 건지-담요가 덮여 있었다.





“히오리!”



“어...메구루?”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집에 가서 자지!”



“아...그러게. 어젯밤에 일이 늦게 끝나서 피곤했나봐. 잠깐만 앉아있다 가려던 게 그만 이렇게 되어버렸네.”



“다시 아침이 밝았어. 이제 일어나서 스케줄 갈 준비해.”



“그러네. 알았어, 고마워.”





메구루와의 대화를 끝낸 뒤 담요를 걷고서 일어나니, 기막힌 우연으로 스크린이 켜지고 민미아 프로듀서님이 오셨다.





“프로듀서님!”





나도 모르게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물론 프로듀서님께 들릴 리도 없고, 또 그런 텍스쳐가 보이지도 없겠지만, 마음만은 기쁨이 넘쳤다.





“안녕, 히오리. 지금 막 일어났어.”





일어나셨군요. 좋은 꿈 꾸셨나요?





“오늘은 주말이니까, 어제 못했던 윙라이브 마저 뛰어보자. 오늘도 잘 부탁할게, 히오리~”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프로듀서님. 어제의 설욕, 완벽히 갚아보자고요.



프로듀서님은 게임을 켜서, 내 SR&SSR 조합을 맞추고 윙라이브를 돌리셨다. 한숨 자고 나서 피로가 싹 날아간 덕분인지 게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결국 윙에서 또 우승할 수 있었다.





“...정말...진짜로 우승했다니...우승...했구나...나, 할 수 있었구나...”



“그래. 진짜로, 히오리 네 실력으로 쟁취한 우승이야.”





프로듀서님의 이 말은, 텍스트로서의 말이 아니라, 프로듀서님의 입에서,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
나에게 있어 윙 우승은, 지금까지-여러 번은 아니어도-몇 번 해봤던 일이라 그렇게 큰 감흥은 없는 일이었다. 민미아 프로듀서님이 아니라도 나를 윙 우승으로 이끌어준 다른 프로듀서님들은 많았으니까.
하지만 프로듀서님에게 있어 이 윙 우승은 또 하나의 성취이자 기쁨, 그리고 추억이 되었으리라. 그렇기에 이번 우승은 특히나 의미 있는 일이다.





다시 사무소로 돌아가 딱히 하는 일 없이 하염없이 서 있었다.
웬일인지 딱히 시키시는 일이라든가 터치하시는 것도 없어 멀뚱멀뚱 서 있었는데, 프로듀서님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고만 계셨다.





‘왜 그러시지? 나한테 뭐 묻었나?’



“프로듀서님, 왜 그러시나요?”





시스템 내의 음성이지만,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가챠도, 라이브도, 로케도, 터치도 안하고 그저 빤히 보고만 계시니 왜 그러시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


그 음성을 들은 프로듀서님이 대답하셨다.





“음, 히오리. 참 예쁘구나 싶네.”





에, 엣?!





“이렇게 예쁜 애가 단지 게임 속에서만 존재한다니, 아쉽네. 만약에 히오리 같은 사람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혹은 내가 히오리네 세상으로 들어간다면, 내가 많이 좋아해줄 수 있을 텐데.”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금 이 말이, 프로듀서님의 본심인 걸까?
다리까지 풀렸는데, 주저앉지도 못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히오리랑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불가능하겠지. 내가 아무리 말해도 히오리에게 닿지 않을 테니.”





닿고 있어요. 프로듀서님은 모르시겠지만, 지금 프로듀서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숨결까지 제게 닿고 있어요.
오히려 제가 드리는 말씀이 프로듀서님께 닿지 않는 것이 너무 원통하다구요.





“히오리 같은 사람, 어디 없으려나...”





확실히, ‘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긴 할 거예요. 하지만 ‘카자노 히오리 본인’은 여기에 있어요.





“히오리, 너무 좋아.”




엣, 에?


프로듀서님이 내게 고백했다. 이 고백에 내 심장이 신칸센보다도 빨리 요동쳤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어쩔 줄 몰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히오리는 아무 느낌도 없겠지...”




아니요! 저 지금 심장이 완전 쿵쾅거리는데요?! 지금 아이라바타가 제 마음 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지금 우왕좌왕하고 있다.
비록 게임 텍스쳐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겠지만, 본체인 나는 쓰러지기 직전이라고.
그런 내 마음을 민미아 프로듀서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계속해서 나에 대한 고백을 하셨고, 그 덕분에 나는 프로듀서님이 가신 뒤에도 계속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이런 고백은 내 인생이 시작되고 나서 처음이야.”



“이런 걸 두고...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에게 그런 건 가능하지 않아.”



“프로듀서님이 살고 계시는 이 세상이랑 여기랑 완전 달라.”



“안 돼. 난 할 수 없다고.”





그렇게 혼자 발광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았는지, 내게 와 물었다.





“왜 그래, 히오리?”



“아, 나츠하 씨.”



“무슨 일 있어?”



“그게 말이죠...”





나츠하 씨에게 이 감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나의 말을 모두 들은 나츠하 씨가 대답했다.





“그런 감정을 깨닫다니, 하지만 알고 있지? 우린 프로듀서를 좋아해서는 안 돼.”



“그거야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걸요.”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뭐라 할 말이 없네. 그저 히오리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나츠하 씨는 다시 일어나 자신의 갈 길을 갔고, 나는 또 다시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확실히 나츠하 씨의 말대로, 우리는 저 너머의 세계에 계신 프로듀서에게 그 어떤 감정도 품어서는 안 된다. 우린 게임 속 캐릭터고, 프로듀서님은 저기 세상 사람이다.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언제부턴가, 프로듀서님을 생각하면, 잘 가던 심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뛰고, 갑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 같고, 프로듀서님을 찾게 된다.



솔직히 부정하고 싶다. 내가 프로듀서님을 좋아한다니, 대체 왜?
프로듀서님의 인품이 좋으신 건 사실이고, 그 점이 나에겐 호감 요소로 다가온 것도 맞는데, 그렇다고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럴 수는 없어. 그게 될 리가 없잖아.



그래, 내가 너무 성급한 거야. 난 어제 태어났으니까(I'm born yesterday).
시간이 지나 조금 더 판단력을 갖추면 그땐 알 수 있을 거야. 지금 내가 얼마나 성급하게 설레고 난리였는지.
그러니까 제발 진정하자. 난 프로듀서님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냥 어린 마음에 사리분별을 못 했을 뿐이야.





그날 밤, 다시 프로듀서님께서 접속하셨다.





[아이도루마스타! 샤이니 카라즈!]





“안녕, 히오리. 보고 싶었어.”





두근,





안 그러려고 했는데, 프로듀서님께 아무런 마음도 갖지 않으려고 했는데, 프로듀서님의 인사 한 마디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가슴이 다시 뛴다. 제발 누가 내 가슴 좀 말려줘.





“오늘 밤에도 잘 부탁할게, 히오리.”





당연하죠, 프로듀서님. 오늘도...열심히 해봐요.
라고는 말했지만, 프로듀서님 때문에 뛰는 이 가슴 때문에 눈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적어도 이때만큼은 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로서 윙 라이브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있었고, 내 마음은 다른 데 날아가 있었다.
성적도 나름 준수하게 거뒀지만, 딱히 특별히 기쁘다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프로듀서님의 칭찬을 들으니 마음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를 뿐이었다.





“프로듀서님에 대해 아무 감정도 갖지 않기로 분명히 다짐했었는데...내 마음 같지가 않네.”





아무리 프로듀서님에 대해 사적인 감정을 갖지 않기로 다짐해도, 좋아하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며 나 자신을 조여와도, 프로듀서님의 말씀 한 마디, 미소 한 번, 칭찬 한 마디면 그 모든 다짐들과 억제는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게 된다.
이미, 난 글러먹었다.




이 모든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민미아 프로듀서님께서 이 게임을 그만두시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지금가지 고민했던, 프로듀서님께 성급하게 마음 주는 일, 감정 품는 일, 그것들이 거짓말같이 깨끗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내가 데이터 영구 삭제되는 것보다도 싫다. 고작 하루 안 계셨을 때도 엄청 동요했는데, 완전히 그만두시게 되면 내가 어떻게 될지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만에 하나 정말로 그만두신다고 해도, 내가 정말로 프로듀서님께 드렸던 마음이 다시 되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나라는 캐릭터가 망가져서 결국 데이터 삭제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이젠 나 스스로도 이 마음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 속에서 이러한 마음은 허락되질 않으니...





“난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신이시여, 그냥 제가 가진 이 ‘마음’이라는 데이터를 삭제해 주세요. 이 세상의 섭리에 반하는 일을 일으키지 않도록.
혹여라도 제가 이 감정에 휩쓸려 프로듀서님을 향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않도록, 차라리 제게서 ‘마음’을 지워주세요.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애써 지운 채 민미아 프로듀서님께서 해주시는 프로듀싱을 받았다.
좋아한다느니, 호감을 가졌다느니 하는 건 전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이 세상의 섭리에 반할뿐더러 설령 괜찮은 일이라고 해도 그 마음 때문에 고생하는 건 나니까. 정작 프로듀서님은 내가 이런 마음 갖고 있는지도 모르실걸.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프로듀서님께서 해주시는 프로듀싱을 성실하게 받고, 주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인간관계를 쌓는 것, 그것뿐이다.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아이돌로서의 본분을 다해, 카자노 히오리.





윙 라이브, 신가챠, 로케, 이벤트, 기타 많은 이벤트를 거치면서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의상도 전보다 더 많아졌고, 윙 우승 횟수도 대폭 증가했다. 다른 아이돌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진도를 많이 나갔고-얼마 전에 새로운 신입 아이돌 분들이 들어오셨다-이제 남은 일은, 개수로만 따지면 거의 없게 되었다.



그 와중에 변하지 않은 것은 내 마음뿐이었다. 이건 안 변하는 게 낫다. 프로듀서님은 언제나 상냥하게, 혹여 내가 실수를 한다 해도 화를 내신 적조차 없었기에 호감도가 하락할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 것도 없었다. 정확히는 플러스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은 내가 격렬히 거부했기에, 게임의 내가 아닌 진짜 내가 프로듀서님에 대해 가진 호감도는 얼마 전 내 마음가짐을 통해 낮추고 낮춘 결과 나온 평균치 그대로였다. 그렇게 유지하려고 무진 애썼다.







차츰 그런 마음가짐에도 익숙해질 무렵, 그날은 한창 석양이 지는 오후 시간이었다.
프로듀서님은-집에 돌아가시는 길이었는지-길목을 걸어가며 내 프로듀스를 계속 이어가고 계셨다.
횡단보도가 빨간불일 때, 프로듀서님께서는 신호를 기다리시다가, 초록불로 바뀌자 건너가셨고, 건너가시면서도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히오리, 정말 대견해. 이렇게나 잘 해주고.”



“감사합니다, 프로듀서님.”



“프로듀서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





그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저 멀리서 재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프로듀서님!!!!!!”





순간적으로 소리 질렀다.
프로듀서님이 고개를 듦과 동시에, 오토바이가 프로듀서님을 강타했다.





끼이이이이익,



쿠당탕,




꺄아아아악!!!



어떡해!!!!





프로듀서님이 오토바이에 치여 저 멀리로 날아가셨다. 아니, 나가떨어지셨다.
주변에서는 놀람과 경악의 어떡해가 연신 빗발쳤고, 차도도 일대 혼란에 빠져버렸다.
다행히 가방이 완충작용을 해주어서 척추가 박살났다거나 하는 중대사는 없었지만, 그래도 충격을 크게 받으셨는지 정신을 잃으시고 말았다.





“아아아...프, 프로듀서님...”





누군가 신고했는지 금방 앰뷸런스가 도착해 프로듀서님을 실어갔고-그때부터 나는 생애 처음으로 실신이란 걸 경험해 보았다-그 다음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프로듀서님이 입원해 계신 병실이었다.
내가 일어나자, 곁에 있던 사쿠야 씨가 말을 걸었다.





“괜찮아, 히오리?”



“아...사쿠야 씨. 네, 괜찮아요.”



“일 끝나고 돌아와 보니 네가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놀랐어. 무슨 일 있었어?”



“그게...말이죠.”





프로듀서님이 사고를 당하신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내 이야기를 들은 사쿠야 씨는 정말로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정말 큰일이네...빨리 깨어나셔야 할 텐데...”



“네...어떻게 하죠...?”



“돌아가시진 않았지?”



“네. 지금은 맥박이 뛰고 있대요.”



“뛰고 있다고 해서 죽지 않을 거란 건 아니지.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그 이외에는 딱히...아, 출혈이 심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그럼 다시 깨어날 수 있을 거야.”





맞아. 다시 깨어나실 거야. 조금만 있으면 다시 눈을 뜨실 거야.
조금만 있으면 다시 눈을 떠서 다시 예전처럼 내 프로듀스를 해주실 거야.



곁에 놓인 책상에서 프로듀서님을 계속 면회했다.
아직까지는 눈을 뜨지 않으셨고, 단지 심박측정기가 일정한 파동을 그릴 뿐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프로듀서님에 대해 마음을 차갑게 가지려 노력했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프로듀서님에 대해 어떠한 마음이나 감정을 갖는 것은 이 세상의 섭리에 반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윙 우승을 해도, 프로듀서님께서 칭찬해 주셔도, 가챠가 호재여도 기뻐하는 마음 없이 시종일관 차가운 면만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금 프로듀서님께서 이렇게 되시니, 그동안 그렇게 했던 것이 미치도록 후회스럽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표현할 것을 그랬어. 섭리 같은 거 따지지 말고 내 있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걸 그랬어. 내게 소중한 사람 한 명이 이렇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마음이 냉정해져서는 안 되는 거잖아.
난 대체 왜 그랬던 걸까. 그깟 섭리가 뭐라고, 세상의 간극이 뭐라고. 왜 그렇게 난 차가웠던 걸까.



결국 그 자리에 쓰러져 펑펑 울었다.





“프로듀서님!!!”



“프로듀서님!!!”



“흐흐흑...”



“프로듀서님...”





주변에서 다른 아이돌 분들이 나를 보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난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울고 싶은 대로 울었다.
지금 이렇게 눈물을 흘림으로서 내 전과前科가 씻어지고 용서될 수만 있다면, 있는 눈물 없는 눈물 모두 쏟아내어...탈수에 걸려도 좋으리라.





프로듀서님 세상의 시간으로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우는 것조차도 지쳐서, 처음 이틀간 그냥 누워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 스케줄, 레슨, 윙, 로케를 다녀왔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스크린을 켜서 프로듀서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아직까지는 눈을 감은 채 의식이 없으시다.
언제쯤 깨어나실까...이렇게 생각할 때면 가슴 한쪽이 계속 아려온다.





그리고 한 달 후, 드디어 프로듀서님께서 깨어나셨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스크린을 켰다. 그때 프로듀서님도, 우연처럼 마침 게임을 켜시던 참이었다.





[아이도루마스타! 샤이니 카라즈!]





이 알림음, 얼마 만에 들어보는 걸까.





“안녕, 히오리. 오랜만이야.”





프로듀서님의 목소리, 얼마만인 걸까.
눈물이 흘렀다. 너무 기뻐서, 다시 프로듀스를 받을 수 있어서.





“보고 싶었어요, 프로듀서님.”





프로듀서님께서는 병실에 입원해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나를 프로듀스 하셨고, 나는 다시 한 번 기쁜 마음으로 그분을 따랐다.
다시 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나름대로 예전의 그 기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한 달 후 프로듀서님은 퇴원하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다.





“축하드려요, 프로듀서님.”





혼자 그렇게 말했다. 물론 내 축하가 프로듀서님께 닿을 리 없단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진심을 다해 해드렸다.




일상으로 돌아오신 프로듀서님께서는 더욱 열심히 내 프로듀스를 하셨고, 그렇게 내 친애도는 안으로도 밖으로도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냥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데, 우리에게 있어 프로듀서님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수없이 많이 있다. 민미아 프로듀서님 말고도, 변태 파렴치한 프로듀서들마저 우리는 프로듀서라고 부른다.


하지만 프로듀서님들께 있어 우리는 하나뿐이고,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누군가에겐 좋은 친구, 누군가에겐 바라왔던 이상형, 누군가에겐 안식처, 누군가에겐 삶의 희망,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 그리고 누군가에겐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된다.



아이돌은 사랑을 받으며 커가는 존재,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사랑을 줄 수는 없다.
그래, 우리는 프로듀서님을 사랑할 수 없다. 이 세상의 섭리가 그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프로듀서님들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고 오히려 권장되는 일이지만, 반면 우리는 좁쌀만큼의 사랑조차도 주어선 안 된다. 그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사실 나 또한 예전엔, 이런 마음은 절대로 안 된다며 스스로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게임 속 캐릭터가 저 너머의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그건 너무 성급한 마음이고, 어리석은 설레발이야.
적어도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내가 프로듀서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 마음이 얼마나 진실된 마음인지.
그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그 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설령 이 세상에서 금지한다고 해도, 나는 이제 내 마음에 솔직하고 싶어.



나를 좋아하는 프로듀서님을, 나는 좋아한다. 나를 사랑하시는 프로듀서님을, 난 사랑한다.
나를 바라는 프로듀서님과 언제나 함께 있고 싶다. 설령 프로듀서님이 날 떠나신다 해도 원망 없이 조용히 추억으로 묻고 싶다.





사랑해요, 프로듀서님.
제게 허락되지 않았던 마지막 자유의지마저 해방시켜서,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게요.
====================

써보았습니다. 뭔가 필이 왔어요.
언젠가 히오리를 중심으로 오리지널한 스토리를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완성해보네요.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