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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피어오른 점심

댓글: 4 / 조회: 623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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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5, 2020 01:08에 작성됨.

원작: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등장, 주연: 타카가키 카에데, 니노미야 아스카, P

자체 심의: 전체 연령가


 금요일의 사무실, 평소와 달리 콧속을 얼얼케 하는 매운 공기가 쇼파들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발생하는걸 주시하는 두 사람이다.

 얼핏보면 상석에 앉은 사람이 머리가 큰 은빛뱀을 두손으로 가볍게 감싸쥐고 있는듯하나, 이음새 없는 스텐리스 국자를 쥔 카에데씨였고 전기 인덕션에 올려진 검은색 웍을 상대로 짙은색 앞치마에다가 소매를 걷어붙인 프로듀서에게 간헐적으로 식재를 넘겨주고서 빈 밀폐용기를 탕비공간 싱크대에 놓고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맞다, 어제 니노미야한테 확인하신다던거 하셨죠? 매운거나 고수 못 먹는지.”

“… … …”

“… 예?”


 있어야 할 대답이 없다. 아까부터 휴대폰 진동이 있어도 왜 안 받나 싶더니만, 웍을 달굴때부터 집중한게 아니라 어제 퇴근하면서부터 모든 정신을 마라탕에 쏟으신건가? 웍에 집중하던 시선을 잠시 왼편으로 올렸다.


“… 미안해요, 프로듀서. 오늘의 중요 이벤트에 신나서 그만…”

“어… 아니, 괜찮아요. 스케쥴상 조퇴하고 곧장 오기로 한 일정이기도 하니 오면 물어보죠. 고수는 뿌려먹을 정도만 있기도 해서 안 넣었고. 딱히 비상사태인 이슈도 아닌데요, 뭘. 그런데 안 더우세요? 코도 좀 매워지는거 같고 창문 좀 열어주실래요?”

“… 미안해요.”

“괜찮아요, 괜찮아. 혹시 몰라 토마토랑 계란도 준비했으니 ‘시홍스차오지단’이라도 만들거나 알아서 먹게 하던지 하면 될거 같아요.”


 내 뒤쪽은 벽면이다보니 상석 뒷 편에 있던 창문을 열고온 사무실 주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채수를 넣어 탕을 마무리 하려는 참에 사무실 문이 천천히 움직이다 변박자로 안쪽 손잡이가 벽에 찍히며 한 템포 늦은 호랑이가 두리번 거리며 입장했다.


“사무실에서 이게 무슨 톡시한 스모크ㄱ 퀘-엑! 커-흑!”

“안녕, 왔어? 창문 열어두긴 했는데 너무 매우면 몇 개 더 열어주겠어?”

“안녕하세요, 아스카”


 창문과 정면에 있던 사무실 문이 열리자, 웍에서 피어난 증기는 급풍을 타고 도망가면서 방문자와 충돌했다. 낯선 공기를 들이킨건지 교복 가디건 소매와 손수건으로 감싸쥔채 거센 재채기는 안면과 에쿠스테를 널뛰기 시켰다. 재채기하는 중간 중간 사무실 몇군데를 계속 주변을 살펴보길래 왜 그러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창틀에 빠르게 다가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잠금장치를 풀고서 창문들을 열길래 타이밍을 놓쳤다. 새로 열린 통로로 매운 공기들이 빠져나가자 소녀의 머리칼끝과 어깨가 안정을 취하는게 보이더니 그것도 잠시, 우리쪽으로 성킁성큼 걸어오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려서 눈쪽에만 보이던 성난 게이지는 소파와 허리에 손을 얹으면서 상당히 높은 상태임을 마저 드러냈다.


“난데없이 왠 비강전용 화학 무기전인거야? 프라이빗 스퀘어도 아닌 비즈니스 스퀘어에서는 퍼포먼스에 집중해야한다고 매일 주장하던게 누군데 대체?”

“그렇기야 한데, 지금 점심시간이고 그…”

“저기, 아스카. 이건 제 의견이라 프로듀서도 허가받고 같이 준비한거에요.”


 구원자! 

 카에데씨가 성이 난듯한 진짜 호랑이 시야에 살짝 들어갔다. 아스카쪽으로 고개가 향해있어 표정은 모르겠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말하는 내용상 저런 순풍에도 누그러지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없을것이다.


“아무리 카에데씨가 그리 말해도 오늘 아침에 데드라인이라고 서면 요청한 전적에서 못 믿겠어. 탕비실에 있던 휴대용 인덕션으로 불장난이나 하고 있고… 이래서는 신망의 상태가 마이크로 스코프로도 안 보일정도잖아?”


 냉정한 자식,  카에데씨 중재를 받고도 가시돋히게 말하다니.

 그래도 내편이던 순풍이 효과가 있는지 질풍은 잠시 누그러졌지만, 쇼파에 앉고도 팔짱을 끼고 앉아 손가락 까딱거리며 감시하듯 테이블 너머에 있는 나와 웍을 번갈아 쏘아보는걸 애써 못본체 하며 웍에 채수를 부었다.

 

 


“매운거나 고수 향신료 못 먹나요?”

“너무 맵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먹어도 고수는 내쪽에서 정중히 사양이야.”

“시홍스차오 그거 안 하셔도 될거 같아요, 프로듀서.”

“예이, 알겠습니다.”

“밥은 즉석밥인데, 반 공기정도면 되겠죠? 그릇 있으니까 거기에 덜어 드릴께요.”

“어… 그… 가… 감사합니다.”


 옆에서 하나씩 챙겨줄때마다 팔에 걸려있던 방벽이 느슨해지더니 결국 끊어져내렸다. 저런 분위기 어디서 봤더라? 어릴때 부모님 따라 모임에 갔다가 조카왔다고 이모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간식 챙겨주시던 그거 던가?

 잠시 영양가없는 입체 퍼즐맞추기는 테이블 너머에 거수로 조용한 호출로 끊어졌다.


“그보다 프로듀서.”

“응?”

“요리 할 줄 알았어? 헤스티아 스토브보다는 헤파이스토스 풀무질로서 불옆에 있는 이미지쪽이였는데. 게다가 웍을 쓰는걸 보면 중식인건가?”

“이번에는 좀 서운타, 니노미야 학생. 식문화에 대한 사람의 집념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프로듀서 말이 맞아요.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한 모금이 얼마나 값진데요.”

“은근슬쩍 반주 챙기시는거 반칙아닌가요?”

“점심인데 너무 야뱍한거 아니에요? 야근으로 1박이나 해라.”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선생님?”

“오늘 스케쥴은 오전에 끝난데다가 마라탕 먹으려고 이번 주 권장 식단도 아침까지 100%찍었다고요.”

“어… 음… 어…”

“융화되지 않은 비즈니스쪽 이슈는 당사자끼리 마저 대화토록 하는게 좋겠군. 그런 플로우와 거리 있는 불청객은 잠시 자리를 피해주지.”

“다녀오세요, 아스카~”

“어어-어… 잠시 그럴래?”


 굉장히 필사적인 어필이긴 했는데 그 안건이 ‘점심식사에 반주 곁들이기’다보니 제 3자에겐 코메디겠지만, 식단 관리대상인 사람에겐 그런 소소한 쟁취라도 없으면 샛길로 빠지게된다. 누구더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 사람이?

 협상에 나온 강력한 패들을 되짚어 봤다. 이번주 공식 일정 자체는 오전에 끝나긴 했지만, 여긴 업무공간이고 무엇보다 퇴근전 미시로 상무님이 오늘 신관 전체를 잠시 들리실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주 권장 식단을 평소와 달리 잘 지킨 카에데씨가 희망하는 소소한 보상을 불확실한 일정때문에 잔을 엎어버리기도 난감하다. 냄새나 얼굴에 티나지 않게 머그컵으로 반컵은 조금 많고

… … …

… … …

… … …

1/3정도로 타협하는게 최선이려나?


“반주내올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프로듀서, 멋쟁이!”

“머그컵 1/3.”

“프로듀서, 깍쟁이! 반주라면서 반잔도 안 되게 깎아버리면 감질나서 어떡해요?”

“0 ml?”

“아뇨, 아니에요. 생각해보니 적절한 판단 같아요.”

“예-예, 얼른 가져오겠습니다.”


 작은 잔으로 결론난 힘겨운 실랑이를 끝내고 자리에 일어서 냉장고로 걸어가는중 문이 열리는게 보였다. 스치듯 본 머리끝과 교복 카디건 그리고 가방으로 아스카가 다시 들어온건가 했는데, 방문객을 대하는 카에데씨의 말에서 얼핏 본게 맞는걸 알 수 있다.

 냉장실 아랫칸, 작은 플라스틱 박스를 열쇠로 열어 맥주 1캔을 꺼내 다시 잠그고, 문쪽에 있던 냉 메밀차 물병도 집어들고서야 냉장고 문을 닫았다. 싱크대옆 건조대에 놓인 컵을 집으려니 방금전에 씻어둔듯한 밀폐용기들이 옆에 세워져 있었다.

 마음 약해지게 시리… … …

 변수가 이러니 찬장에서 약간의 오차가 허용한 머그컵을 꺼냈을지라도 캔의 나머지 내용물은 싱크대에 수직으로 쏟아 부어지니 요란한 소리를 냈다. 파티션 너머에 아주 작은 소리로 ‘저 아까운걸!’이라는 말이 들리지만 못 들은척 하자.

 그렇게 승리의 잔은 승자에게 전해졌고, 웍에 있던 국물은 다 끓었다. 이제야 기다리던 식사시간이다.




“점심시간 반주를 위한 대가들로는 너무 컸던건 아닌지? 이래서야 피로스의 승리인데 그런 축배로 만족하는건가?”

“그리 뼈 분지르면 카에데씨 울겠다, 야.”

“가만있어봐요, 프로듀서. 이건 제 대화에요.”

“네이- 전 밥이나 먹죠. 대화들 마저 하세요.”

“아스카 잘 들어봐요, 교외 활동으로 직장과 학교를 오가고 있으니 이해가 좀더 쉬울거에요. 학생도 회사원도 하루중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장소잖아요? 아스카가 종종 말하는 쳇바퀴 처럼 돌아가는 톱니바퀴 일상에서 허용된 점심시간은 그만큼 휴식과 이완으로 숨통 좀 트는 시간이죠? 그리고 그런 휴식 시간일때 애주가에겐 뭐가 빛과 소금이 될거 같아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 대한 미학을 설파하는거야 그렇다치더라도, 그걸 위한 근거들이  술꾼들의 변명 매뉴얼같아서 왠지 안쓰럽다. 그런데 빛과 소금 이야기 한걸 봐서는 혹시 마르가리타라도 생각하신 거에요, 설마?


“… … … 해서 이런 점심 회식에서 반주란 쟁취할 수 있으면 반드시 챙겨야 하는거에요. 저 카에데에게 있어서.”

“저기 죄송한데,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한테 술 이야기 늘어놔봐야… … …”

“무슨 소리세요? 아무리 미성년자라도 무조건 안 된다는 아니죠. 이게 어른들 특권까진 아닌 소소한 선택인것 정도는 배우게해야죠. 그 왜 술은 어른에게 배워라!”

“틀리지 않은 말을 설득력이 없는 사람이? 니노미야, 너라도 좀 뭐라고 항의해봐.”

“실망이군. 그런 인신공격 오류같은걸 하다니 프로듀서.”

“이럴때 구체적으로 나한테 정곡 찌르면 어떻게 해?”

“그래, 카에데씨가 말하고자 한 궁극점과 스펙트럼에 대한 취지는 확실히 세복(說伏)됐어. 나중에 성년이 되고서 첫 잔은 카에데씨와 나누고 싶군.”


대체 누구 편이야?

그보다 어느 부분에서 이해한거고?

진짜로 이해한거 맞아?

그런식으로 납득되지 마!

카에데씨가 기대감에 눈 빛내는거 무서워등등, 사무실 실세들에게 더는 뭐라 할 수도 없어 그저 그릇에 있는걸 젓가락으로 부지런히 옮겨넣었다.


“헌데, 이 음식에 아무런 일조를 않은터라 말하기 뭐하지만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어?”

“질문하세요, 학생”

“대체 뭐지?”

“처음 먹나보네? ‘마라탕’이야. 스촨지방쪽 음식이 맵고 얼얼한편이라 너무 매우면 냉장고에 저지방 우유나 이 물병에 있는 시원한 메밀냉차로 응급조치하고.”

“확실히 이 요리는 생전 처음으로 대면하긴해. 내가 정확히 알고싶은건 허가 받았다곤 해도 런치를 이렇게 오일리하게 해도 괜찮은지야.”

“날 그렇게 준비성 없는 사람으로 보다니, 유감이다. 니노미야 학생! 오리지널 레시피라면 기름이 많게ㅅ”

“사람 정면에 손가락질 하지말아주겠어?”

“어음… 이건 미안, 그러니까… 그래. 이 레시피로 말할거 같으면 구내 식당 영양사님에게 자문받아ㅅ”

“대체 어디서 얼마나 상이점을 두고 있다는거야? ”

“성격 급하네. 지방 라디오 잠시 끄시고요, 아직 안 끝났어! 시판소스 으깰때 식용유 최소한으로 쓰고 당면이나 옥수수면같은 탄수화물 가공은 엄금! 그리고 두부 종류, 각종 채소, 채수까지 영양사님 레시피대로 했으니 나중에 영양사님 보면 인사 올려라,”

“… … 하…”


얼씨구?

질문은 질문대로 다 해놓고서 딴청을 피우려고 하시겠다?


“그리고. 입이 짧은건 둘째쳐도 네 식단일지 적색이래.”

“알았어, 알았다고! 유념해두면 될거 아닌가!!”


 반박하기 힘든 정론과 전문가의 소견까지 나와도 장기전으로 가면 잔소리밖에 안 되는터라 빠르게 백기를 들어주니 약간 고맙다. 괜히 엇 나간 부분에서 고집부리거나 하면 모처럼의 특별메뉴를 준비한 점심시간이 초토화되서 나만 손해일테니 오히려 내쪽에서 사양하고 싶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동료와 함께 하는 주요한 미식이로군.”


 뜨거운 국물요리와 배고픔이 겹쳐 각자 그릇을 비워간다. 그릇이 약간 작다보니 덜어먹은 분량도 적긴했는데 새로 퍼 담은 직후 국자를 쟁탈하려는 손이 2개나 보였다. 왼쪽에 보인 손에 슬쩍 떠넘기고 그릇을 다시 비우다가 슬쩍 웍쪽을 보니 카에데씨가 덜어준 그릇을 아스카가 쭈뼛거리며 받아두는 광경이 지나갔다.

 그리고 나나 아스카나 누가봐도 식사를 하고 있다는 모양새와 달리, 얼마 안 되는 반주라곤 해도 머그컵으로도 술국을 먹는 1인극을 펼치는 카에데씨. 분명 같은 음식을 같이 먹고 있는데 혼자만 음식 카테고리가 달라진듯한 모양새는 대체 뭘까?

 저렇게나 갈증상태인걸 보자니 이번에 제의가 들어왔던 혼술용 안주 밀키트 광고라ㄷ… 아니지 아니야. 지금은 점심! 휴식! 일 생각은 다 먹고! 밥 좀 먹자!


“니노미야, 오늘 서류 가져왔지? 다 먹고 책상에 놔둬. 그리고 마감직전에 교무실쪽 서류가져와 달라고 해서 미안해. 다른때라면 몰라도 신관 이전이랑 겹치니 완전 죽을맛이다 아주.”

“아이돌 활동을 납득시키기 위헤 정제된 근거가 필요하다고 하니 가져올수밖에 없지. 그거라면 여기에 응?…”


얼음처럼 굳었다.

다른쪽 손도 아니고 왼손으로 뒤적여도 못 찾자, 그 가방을 끌어다 들여다봐도 서류가 없는건지 그대로 꼼짝못하고 있다. 상황을 보니 사물함같은데 놓고 온거 같은데, 저녁 촬영지 가기전에 학교로 같이 들려야 하나? 그런데...  가방이 저기에 있었나?


“잘 찾아봐, 교외 활동같은거 할때 서류 누락되거나 하면 나중에 골치 아프다고. 특히 미성년자일수록.”

“기다려보라고, 증발된게 아직 확정된게 아니니 찾을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객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아스카양 지금 있나ㅇ… 아 계셨군요.”

“보다시피 나는 여기에 자리하고 있어. 무슨일로 치히로씨가 주사(走使)를?”


 문을 쭈욱 열면서 사각지대에 앉아있던 아스카까지 확인한 치히로씨가 쇼파쪽으로 다가갔다.


“다름이 아니라, 복도에서 분실물을 주웠는데 내용물 보니 아스카양 물건같아 점심시간인건 알아도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왔어요.”

“이 문면은 명백히 내 물건이 맞군. 전달해줘서 고마워, 치히로씨.”

“다행이네요, 여기도 점심 회식이신거 같으니 그럼 전 ㅇ….”

“잠시만요, 치히로씨 혹시 상무님이 오늘 오후에 어찌하신다고 뭐 들은거 없나요?”

“글쎄요? 그 분이라면 오늘 오전엔가 급하게 외부 미팅이 잡혀서 오늘 저녁까지는 못 돌아오신다로 알고 있어서.”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신관 이사하고 아직 회선 처리가 안 되서 수동으로 확인해야 하는게 사람 꽤나 애먹네요.”

“아무래도 신관 이사 일정이 급하게 잡혔었죠? 그래도 이 층에 배정되신 분들은 몇 팀 안 되니 업무쪽 회선들은 다음주 월요일에 우선적으로 마무리 될거에요. 그보다 프로듀서씨. 식사 마치시면 환기에 신경써두셔야 할거 같아요. 창문들이 열려 있어도 매캐한게 캠프파이어에 할때 그거 같네요.”

“예? 아아아-! 예예 예예. 점심시간내로 깨끗하게 뒷정리해둘테니 염려마세요!”


문이 닫히면서 치히로씨 존재감이 더는 사무실에 안 남았다.


“참으로 기묘한 사람이야. 분명 저쪽은 비즈니스 매너말고도 기본적으로 친절한 제스쳐인데 어째서인지 위압적인 아우라로 아직 완전한 사회인도 아닌 내가 이렇게까지… … …”

“언제 들어도 참 강렬한 어법이네.”

“그만큼 치히로씨가 평범함에 은폐한 뭔가가 눈에 밟힌단 말이야.”

“절대로 치히로씨한테 말 실수는 하지 말아줘라? 알겠지, 니노미야?”




탄내같다는 치히로씨 주의를 듣고 다시 앉아 마지막 그릇을 비우다 뭔가 떠올랐다. 탄내? 이 냄새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유독가스같은 냄새로 맡아지나? 아까 아스카가 왔을때도 불장난이라니 화학 병기라니.


“어머, 아스카 아까 전화 했나요? 부재중이 몇 번 있네요?”

“아아. 그건... 그래 맞아, 잠시 질의 할게 있어서 그랬어.”

“단시간에 여러번한게 급한거 였나요? 들어오기 직전쯤 5번이나…  못 받아서 미안해요. 혹시 보안키없는데 문짝이 너무 뻑뻑해서 잠긴줄 알고 연락 하신건가요?”

“그...그 맞아. 바로 그거야!”

“보안키를 가방에 넣어두고 다니면 아무래도 까먹을 때 있지 않나요? 작년 연말 외부 촬영갔다가 프로듀서차에 가방 놓고서 먼저 와가지고 참 곤란했지 뭐에요?”


보안키 잘 좀 가지고 다니지, 성격도 급해.

가만? 가방?

지금 쇼파에 있는 저 가방이?

복도에 떨어진 서류? 가방없이 들어오지 않았었나?

그러고보니 처음 들어올때 손수건은 언제 또?

설마 너?


“그러고 보면 참 별난일 같지 않아, 니노미야?”

“무슨 연유인지?”

“아까 치히로씨 말이야. 이걸 탄내라고 하잖아. 유독가스같은 냄새로 착각할뻔했다는게 생소한 음식에 엮인 헤프닝으로 종종 있는거 같지 않아?”

“과히 컬쳐쇼크를 일으키는 이국적인 향신료라는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야.”

“그래서 아까 들어올때 내가 뭐 태워먹는걸로 착각한거니?”

“!”


눈썹이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은채, 대답을 피해 시선을 피하고 있다. 백드래프트가 연상되던 증기 흐름까지 다시 떠올려보니 짚이는게 더 있지만 조금만 더 떠보자.


“혹시 ㅁ…”

“… 사무실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연락은 안 되서 저희가 안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급하게 문 연거였나요? 그래서 막 두리번 거렸고요? ”

“… … …”


 나만 위화감을 짜 맞추던건게 아니였다. 예상치못한 카에데씨의 질문으로 인해 무언인 대답으로 심증이 사실화됐다.


“… … … 전부 실토하도록 하지.”


 헤프닝에 대한 전말은 이러했다. 문을 열기전, 코에 자극적인 수상한 냄새때문에 설마 학교에서 하던 화재훈련같은게 실제로 일어나겠냐며 혹시 몰라 카에데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각 문너머 요리에 집중하고 있던터라 받지 않았으니 설마가 반신반의인 상황으로 판단되어 패닉이 됐고, 다른 팀들은 전부 외부로 회식을 나간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니 급하게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와 입을 막고 발치에 놓고서, 화상을 대비해 가디건 소매를 내려서 손바닥을 덮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고 한다.

 사무실안에는 불씨라곤 찾아볼수도 없었고, 그저 전기 인덕션졍도인걸보니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리는것과 웍에 있던 증기가 문쪽으로 빠지는 타이밍이 겹치는 바람에 거의 무방비로 들이켜서 재채기까지 하니 세상 제일로 억울한 심정일수밖에…

 냄새에 익숙해질때 카에데씨의 반주 투쟁을 보고 슬쩍 가방을 회수했지만, 어째서인지 가방에는 학교에서 가져온 서류가 온데간데 없었으니 오늘은 대체 왜 이 모양일까 싶다가 서류를 급하게 가져와달라 했던 프로듀서에게 연대 책임 명목으로 학교에 다시 갔다 오는걸로 이야기 할까 생각하는 참에 치히로씨가 온거였다. 희보밑에 감춰진 비보가 오면서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이후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바이다.

 이야기만 들으면 우연의 일치가 너무 심한거 아니냐로 비웃음당했겠지만, 상황에 있던 관계자로써는… 

그래, 기억났다. 찰리 채플린의 격언.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적게 느낀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려니 카에데씨에게 미련으로 남겨진 머그컵만 놔둔채, 일회용 식기를 헹궈서 쓰레기통에 넣고 웍같은 조리기구들을 싱크대로 마저 옮겨와 손설거지를 시작했다. 


“프로듀서, 카에데씨가 나라잃은 표정으로 빈 컵 계속 물고 있는데?”

“안 돼요! 카에데씨.”

“라는데요, 카에데씨?”


 파티션 너머 들리던 투덜거림은 수도 레버 움직임을 뒤따라 시원스런 수압과 함께 흘려졌다. 웍이 크긴해도 설거지감이 몇 개 없어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세제 거품을 마저 닦는중 옆에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보니 머그컵을 내밀며 한숨과 고개질에 맞춰 에쿠스테가 주인대신 진저리 치고 있다.


“공허한 승리의 잔을 갈취했더니 이젠 캔 수거통 뚫어져라 보고 있어.”


제보와 협력은 고맙다만… 그래, 넌 역시 냉혈한 새싹이다.


“안 돼요! 카에데씨.”

“뼈 분지르면 카에데씨 운다면서?”

“마라탕 먹으면서 술을 말아먹은것도 아니고. 먹는거 가지고 치사해가지고 치사량으로 먹은것도 아니잖아요. 왜들 이래. 아스카마저 아슥하게 가버리고 다들 너무해!”


 아무말 후기.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이걸 전부 글로 변환시키는건 암만 해도 고역입니다. 텐션 조절이랑 분량상, 치히로씨가 등장하면 안 됐지만 사무실+점심시간 변수상 눈 가리고 아웅… 단편 분량은 어느 정도 잡을지 몰라 그냥 공백제외 최소 5천자 타협.


 추석날 궁중팬으로 마라탕을 했는데 그날 밤엔가 뜬금없이 플롯이 주르륵 나오더군요. 그냥 흘려버릴까 싶다 잠도 계속 안 오고해서 영화관람하듯 이미지들을 끝까지 보니 역시나 굉장히 늦은 시간까지… 그래도 이젠 편하게 잘수 있을거 같습니다.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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