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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거품과자 한 입 베어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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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06, 2020 02:0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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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촬영 문제로 맞춤 디자인한 웨딩드레스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오차 하나 없이 꼭 들어맞았다.


 세상에 수많은 여성들이 웨딩드레스를 입지만, 그녀만큼 이 순결함이 어울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 아리따운 사람의 옆에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마음 속 스멀스멀 기어나온 죄악의 색과 같은, 조금 구겨져 있는 양복의 먼지를 살살 털어내며, 그는 휘청거리는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어른스러움과,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남아 있는 앳된 얼굴을 보니, 말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의 머리를 헤집었다.


 은은한 장미꽃 내음이 코를 간질였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그녀의 향기에 그는 하마터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뻔 했다.


 그런 그의 타오르는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순수한 눈동자로 함박웃음을 짓는 그의 담당 아이돌은, 그녀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프로듀서?”


 휘청거리는 그를 받치듯, 그녀는 양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


 그녀의 손길 하나하나가,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목덜미에 불어오는 그녀의 숨결이, 하나같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불꽃과도 같았다.


 참아야 한다, 그러나 참을 수 없다. 그럼에도 참아야 한다. 하지만 참을 수 없다.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양,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등을 톡톡 건드렸다.


 “으음...싫어요.”


 하지만 그녀는 물러나지 않는다. 어떻게 쟁취한 행복인데, 여기서까지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조금 더 끈적거리듯, 자신의 양 팔로 그의 팔을 완전히 휘감았다.


 “오늘만큼은, 이래도 괜찮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반 걸음, 그 백옥과도 같은 순결함을 그의 몸에 부딪혔다. 하얀 장갑 아래로 느껴지는 고운 손길과, 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그는 필사적으로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침착하자, 두어번 심호흡을 한 뒤,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오늘을 위해 세팅된 머리카락이었지만, 그녀는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조금은 거칠지도 모르는 그 손길을, 갸르릉거리는 고양이마냥 헤프게 받아들였다.


 분명히 풀려 있는 표정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무엇보다도 청초한 얼굴이었다.


 그런 표정을 지으면, 여기서 어떻게 더 참으란 말인가. 그를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본능대로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쳤지만, 어째서인지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던 손에는 아무런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희뿌연 연기처럼 사르르 흩어졌다.


 쿵쾅거리는 심장 속으로, 차분하지만 들뜸을 숨길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의 목소리다.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다. 틀림없는 다나카 코토하의 목소리다.


 “저기, 프로듀서. 저를...”


 언젠가 들었던 말이다. 지난 달이었나? 지난 여름이었나? 아니, 작년이었던가? 정확한 날짜는 흐릿하니 잘 기억나지 않지만, 코토하가 했던 말 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도 웨딩드레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 인생에서 다시 없을 정도로 용기를 내어 말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농담이라고, 너무 들떴다고 재빨리 얼버무리긴 했었지만, 그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귓가를 간질이는 그녀의 말을, 입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저기, 프로듀서. 저를ㅡ 


 “...행복하게 해주시겠어요?”


 저절로 감기는 눈꺼풀에 자신을 맡기자, 코토하의 목소리가 더욱 뚜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프로듀서? 괜찮으세요?”


 그녀는 왜 아직도 프로듀서, 라고 부르는 것일까. 작은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머리에서 지워졌다. 코끝을 간질이는건 장밋빛 향기, 그리고 촉촉한 증기. 생각보다 가까이서 들리는 목소리에, 어둠 속을 표류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하얀 어깨와 보드라운 목덜미, 그리고 가느다란 쇄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보였다.


 수줍은 듯 발갛게 얼굴을 물들이고, 다나카 코토하는 붉은 빛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다. 온천의 김 서린 물이 그녀를 가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부터 가장 소중한 곳까지 모두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이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가 조금만 더 나이가 있었더라면 분명 혈압이 올라 쓰러졌으리라.


 하지만 그는 아직 건장한 청년이며, 다나카 코토하는 파릇파릇한 소녀이다. 부끄러웠는지 살며시 몸을 돌려 손으로 수면을 참방거리는 행동은 그의 입을 바싹 말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의 내면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토하는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며 그의 옆으로 살며시 다가왔다. 아니,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점점 다가올수록, 장미꽃 향기가 점점 진해졌다. 붉은 색 향기다. 사랑의 냄새요, 열정의 향기이며 아름다움과 욕망이 뒤섞인 진한 향내이다.


 그녀가 평소에 사용하는 향수의 냄새는 아닐진대, 그렇다고 이 온천에 꽃잎이 띄워져 있는 것도 아닐진대, 아마도 코토하에게서 나는 향기가 아닐까.


 다나카 코토하는 장미꽃의 향기가 나는 것인가. 허벅지에 느껴지는 보드라운 손길도, 다리에 느껴지는 가느다란 골격도, 팔과 허리에 느껴지는 따스한 살결도, 귓가를 간질이는 관능적인 숨결도, 어느것 하나 빠짐이 없었다.


 꽃잎으로 이루어진 소녀가 아닐까.


 다나카 코토하가 아닐까.


 그저 눈을 감고, 코토하가 이끄는대로, 그의 본능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되는 것 아닐까.


 “......아.”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불 꺼진 작은 방 안, 손에 느껴지는 가죽 소파의 거친 감촉, 창 밖에는 깊은 어둠이 깔렸고 가로등과 하늘의 별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수면실이다. 그를 덮고 있는 얇은 이불과 방 한 구석에 있는 간이 침대가 방의 용도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만, 먼저 다녀간 손님이 있었는지, 침대 위에는 베이지색 외투가 놓여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왜 여기서 자고 있었는지, 혼미한 정신에도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한 파티 준비와 화이트보드의 낙서, 극장에서 야구를 하려던 나가요시 스바루를 가까스로 제지시키고, 코토하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생일 파티를 시작하려 했었다.


 그러나 잠시 쉬려고 수면실 소파에 앉은 뒤,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낙엽색 노을빛을 배게삼아,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최근의 피로가 누적되었던 것이리라.


 생일 파티는 끝났다. 아무도 그를 깨우지 않았다. 분명 깨우려 했겠지, 그러나 깨우지 말자고 말했을 것이다.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파티의 주역이, 상냥한 그 아이가.


 단순히 피곤했던 그에게 잠깐의 휴식을 선물하려던 것이다. 자신이 선물을 받아야 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옆에 놓인 포장된 선물 상자를 집어들었다. 토코로 메구미와 제법 오랜 시간 격렬한 토론같은 상담 끝에 정한 선물이다.


 상자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장미향에 그는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꿈이다. 너무나 생생하고 관능적이었지만,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게도 꿈이다.


 밖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직 누군가 남아있나보다. 시곗바늘은 아홉 시 조금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돌들은 퇴근했을 시간이다. 아마도 사무원들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코토하만큼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외투가 이를 반증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의 축하를 받고 퇴근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다나카 코토하는 옥상에 있었다.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도쿄의 하늘에서 별을 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오늘같이 별이 잘 보이는 날은 더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프로듀서의 옆에 기대어 자고 있던, 그녀 자신의 뜨거운 고동을 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일이라서 대담해졌을까, 평소라면 하지 못할 일도 큰 주저함 없이 하고 말았다. 프로듀서에게 들키기라도 했다간 사무소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그래도 들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자고 있는 그의 옆에 앉아, 그 믿음직스러운 팔을 감싸안으며, 평소의 다나카 코토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위를, 자그마한 발걸음을 내딛어버리고야 말았다.


 프로듀서는 모르겠지, 중얼거리며 쌀쌀한 가을바람 아래에 자신을 내던져 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괜찮다. 프로듀서라면 그녀가 싸늘하게 식어버리기 전에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가 담당하는 다나카 코토하라는 아이돌을 찾아오고야 말 것이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메구미가 들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냐하하 웃으며 등짝을 팡팡 쳤을법하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덜컹, 하고 옥상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보라, 비록 백마는 타지 않았지만, 동화 속 왕자님처럼 찾아오지 않았는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지만, 일부러 못 들은 척 했다. 공주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벌이다. 오늘만큼은 데리러 오는 것을 기다리고 싶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만큼이나 그녀의 가슴도 점점 크게 쿵쾅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발소리가 멈췄고, 그녀의 베이지색 외투가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기는 것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장미의 붉은 향기가 그녀의 코를 간질였다. 그녀의 생일 선물이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프로듀서라면 그녀의 취미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샀을 것이다.


 선물을 고르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다나카 코토하를 생각했을까, 타올 하나 걸치지 않고 욕조에 들어간 자신을 상상했을까. 선물을 사면서 부끄러워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입가가 부르르 떨려온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그가 자신의 생각만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늦으셨잖아요, 프로듀서.”


 그럼에도, 키득거리며 조금은 심술궂게 말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던 말을 가까스로 삼켜버리며, 다나카 코토하는 홱, 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코토하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동공이 커지며 입가에서 피어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 자신 때문이다. 부끄러움과, 그것을 애써 숨기려는 그 얼굴이 마치 몇분 전까지의 다나카 코토하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에 더더욱, 정말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내밀며 미안, 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늦어버렸기 때문일까, 부끄러워하는 이유 때문일까, 어느 쪽이건, 코토하 때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거면 된 것이다. 최고의 생일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생일의 야경이다.


 “저기, 프로듀서.”


 그래서, 들떠버린 감정 때문일까, 평소의 그녀였다면 이런 분위기에서 결코 입 밖으로 내지 못했을 말을, 그녀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해버리고야 말았다.


 “저를...행복하게 해주시겠어요?”


 소녀의 바램은 새콤달콤한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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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무시호P가 쓰는 코토하 생일 팬픽


문제는 생일날 올리는 것을 실패해버렸습니다.

그래도 생일선물 받고 좋아하는 코토하가 귀여워서 후다닥 써버렸습니다.

헤으응 코토하쟝 현모양처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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