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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까마귀 연대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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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0, 2020 13:49에 작성됨.

철컹, 철컹,


둔중한 철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드넓은 평원에 울려퍼진다.


다그닥, 다그닥,


기운찬, 그러나 어딘가 공포스러운 말발굽 소리가 광활한 대지에 퍼져나간다.


누군가 이 소리를 듣는다면, 그는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은 말발굽과 둔중한 철들의 주인이, 지금 내딛고 있는 이 땅의 주인 또한 될 거란 것을.

그리고 그 뒤를 까마귀처럼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뒤따르고 있는 것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공포스러운 존재를 피해 숨든지, 아니면 그에게 충성하든지, 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으리라.




히오리는 ‘카르메아 대륙’ 동부에 자리 잡은 ‘우사밍 왕국’의 둘째 공주로 태어났다.

그녀에겐 위로 맏언니 한 명, 아래로 다섯 동생이 형제로서 있었는데, 모두 정숙하고 품위 있기로 명성이 자자한 자들이었다.

허나 히오리에게 있어 그녀들의 정숙함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로밖에 보이지 않았음은, 나라의 분위기가 한창 어지러웠기 때문이다.


히오리가 6살일 적, 그녀의(그리고 그녀의 언니 미유 공주와 첫째 동생 미나미 공주, 둘째 동생 하루카 공주의) 어머니 코토리우스 2세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후로 대신들과 장관들의 영향력이 전에 비해 매우 강해졌다.

이럴수록 왕이 더욱 카리스마와 강한 왕권으로 나라를 휘어잡아야 하거늘, 아버지 나나 왕은 약했고, 공주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데다 유약할 뿐이라. 


또한 히오리가 8살이었을 적, 우사밍 왕국에 큰 도적 떼가 창궐했던 적이 있었다.

출신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대규모의 도적들이 우사밍 왕국 안을 매우 휘젓고 다녔고, 그 때문에 궁궐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고, 나나 왕이 급히 대신들과 장관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다.


“아니, 도적 떼라니! 대체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소?”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우선 군대를 보내서 도적들을 소탕해야 함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그 말이 지당하오. 하지만 동서남북 모두 동시에 군대를 파견하기엔 인원이 많이 부족함으로 알고 있소.”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렇다면 어디부터 먼저 보내는 게 좋겠소?”


그러자 농림부 소속 대신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동쪽에는 그곳은 이 나라의 식량 창고인 곡창지대가 있사오니, 도적들이 그곳을 습격하면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옵니다. 그러니 그곳을 먼저 방어하는 것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


나나 왕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고 군사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다른 대신이 나서서 말했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우리 우사밍 왕국의 무역소가 있는 서쪽을 지켜야 합니다. 그곳의 물자가 끊기면 나라의 손해가 지대할 줄로 아옵니다.”


그 말도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음은 우사밍 왕국은 해상 무역으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라.


“어허! 재무대신! 어찌 백성들을 외면한 채 국익에 몰두한단 말이오! 곡창지대를 사수해야 하오!”


“그게 무슨 소리요! 나라의 경제가 곧 국민의 삶이오! 이 나라가 가난해지길 바란단 말이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농림대신을 지지하는 공화파와 재무대신을 지지하는 왕권파가 서로 뒤섞여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신이 그러고도 이 나라의 신하란 말이오?! 대체 안 잘리려고 얼마나 많은 뇌물을 갖다 바치며 살았소?!”


“닥치시오! 당신이야말로 받아쳐먹은 녹이 아깝소! 이 나라는 당신 같은 사람 필요 없단 말이오!”



크와앙,



크르릉,



처음엔 의견 대립 정도로 부딪쳤지만, 이내 원색적인 비난과 모욕의 수준까지 이르러버리고 말았다.


“제발, 제발 그만들 좀 하시오...”


나나 왕이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부탁했으나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고, 급기야 대신들끼리 몸싸움을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동안에도 도적 떼의 약탈은 계속되었고, 결국 히오리가 따로 군사부장을 불러 도적 떼가 가장 많은 쪽부터 처리한 덕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흔히들 ‘좋게 말하면’이라고 미화시키며 상황을 설명하곤 하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좋게 말할 거리가 하나도 없었고, 그저 왕의 권위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소탕을 명한 사람이 왕도 아니고 첫째 공주도 아니고 고작 6살 어린 나이의 히오리였으니, 이는 그야말로 왕이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첫째 공주 또한 심히 유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었으리라.


그로부터 대략 8년쯤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나나 왕은 후처를 얻어 다섯째 공주 쿄코, 여섯째 공주 아리스를 낳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이 때에 일곱째 공주 니나를 얻었다. (즉 히오리에겐 셋째 동생, 넷째 동생, 다섯째 동생, 부모로는 이복동생들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나나 왕의 후처인 ‘미사키엘라 아오바이아’는 왕국 귀족들 가운데서도 명망 있는 상급 귀족의 딸이라. 그렇기에 그녀를 지지하는 대신들이 많았고, 그녀의 자식들이 다음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나 법전에서는 장자 상속이 원칙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그렇기에 미사키엘라의 자식들이 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아니, 거의 0에 수렴했다.


쿄코와 아리스, 니나가 왕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대신들과 미사키엘라는 그녀들이 왕이 될 가능성이 너무 낮은 것에 배가 아팠고, 결국 그들은 니나의 돌을 갓 지난 뒤 한 가지 모의를 했는데, 그 내용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코토리우스의 자식들을 모두 죽이자.”


그들의 계획은 이러했다.

첫째부터 죽이지 말고 막내부터 죽임으로서, 마지막 타겟이자 다음 왕 유력후보가 될 미유 공주에게 심리적인 엄청난 압박을 주어 왕좌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들의 첫 번째 타겟은 코토리우스의 마지막 자녀인 하루카 공주, 형제들 중 가장 막내인 그녀를 먼저 암살하고, 점차 제거 대상의 계급을 한 층 한 층 높여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미사키엘라와 그의 지지자들이 고용한 암살자들이 하루카의 처소 근처로 숨어들어갔다.

마침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 하루카가 바깥뜰을 산책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늘이 도왔구나!”


암살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조용히 하루카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다가가고 있는데, 돌연 하루카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는 게 아닌가?


“아야!”


순간 그 상황에 암살자 한 명이 놀라 몸을 움찔했고, 그 때문에 그들이 숨어 있는 풀 더미가 흔들려 소리를 냈다.


쉬익,


방금 풀 더미가 바람 때문에 흔들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하루카는 분명히 인지했다. 기후현상에 밝은 하루카였기에 그런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만 무언가 맹수가 숨어있는 거라 생각했던 하루카는 비명을 지르며 재빠르게 도망갔고, 그 소리를 들은 하루카의 병사들은 재빨리 달려왔다.


“공주님, 무슨 일로 그렇게도 놀라십니까?”


“저기에...저기에 뭔가 있어요! 맹수인 것 같아요!”


“맹수라니요?”


“맹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있었어요! 풀 더미가 흔들렸다고요!”


하루카의 말을 따라 병사들이 앞뜰의 풀 더미들을 수색했고, 그곳에 숨어 있던 암살자들을 발견해 체포할 수 있었다.


“네놈들 뭐냐!? 누군데 여기 숨어있는 거야?”


“이런 젠장! 다 잡은 고기를 놓쳤잖아!”


“뭐?! 다 잡은 고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놈들이 누구인지 순순히 밝히셔야겠어!


“체엣, 어쌔신이라고만 말해두지.”


“어쌔신? 암살자라고? 이봐! 이 녀석들을 당장 끌고 가!”


“예!”


병사들이 암살자들을 전부 포획해 감옥으로 끌고 갔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경비병 한 명이 하루카에게 다가가 물었다.


“암살자라니...저를 죽이려고 왔던 거예요? 대체 어째서...”


“저희가 조사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들어가 쉬십시오.”


“네...감사합니다...”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하루카는 아직도 식은땀으로 등이 흥건히 젖어있었고, 씻고 나서 침대에 누워서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암살자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왕실은 발칵 뒤집혔다.


“뭐라고요?! 암살자?! 그것도 공주를 암살하려 했다고요?!”


“전하! 이것은 중대사입니다! 감히 공주님을 암살하려 하다니, 암살자들뿐만 아니라 공범들을 찾아내어 엄히 벌해야 할 줄로 아옵니다, 전하!”


왕권파 대신들이 소리 높여 왕에게 고했다.

결국 나나 왕은 암살자들을 엄히 심문하도록 했고, 말하지 않을 경우 고문해서라도 말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고문에 지친 암살자들에게서 자신들을 고용한 미사키엘라와 그의 지지자들이 시킨 일들이 밝혀졌고, 왕실은 또 한 번 뒤집혔다.


“뭣이라고요?! 아오바이아 부인이 그런 짓을 했다고요?!”


“전하! 이는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오니 엄히 다스리소서! 미사키엘라 아오바이아는 일국의 왕비로서 반인륜적인 일을 저질렀습니다! 아무리 친자녀가 아니라도 그렇지 어떻게 일국의 공주를 암살하려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요! 어떻게 왕비가 공주를 죽이려고 할 수 있는 거죠? 당장 아오바이아 부인을 체포하세요!”


“예! 폐하!”


병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갔다.

그 뒷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지자, 나나 왕은 큰 충격을 받고 왕좌에 널브러지다시피 주저앉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좋은 사람이라 믿었는데...”


분명 자신의 앞에서는 언제나 너그럽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던 미사키엘라가 사실은 그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으흐흑...”


너무 어이가 없고 설움이 벅차오른 나머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분명히 나라를 잘 다스려보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도대체가 따라주지 않는 이 괴로운 삶과 운명에 나나 왕은 이제 너무 지쳤다.

대체 자신이 왜 왕을 하고 있는 건가 싶었고, 앞으로의 왕조와 사직이 어떻게 되련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편, 병사들은 미사키엘라 아오바이아의 본가로 달려가 그녀를 끌어냈다.


“나는 왕비입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미사키엘라 아오바이아, 당신을 암살 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자세한 건 왕궁의 재판소에 가서 말씀하십시오!”


“뭐, 뭐라고?! 암살 혐의?!"


‘치잇, 들켜버렸나...’


미사키엘라는, 처음엔 한두 번 정도 반항하다가 이내 조용히 재판소까지 연행되었으며, 재판소에서 심문을 받을 때도 일체의 반항 없이 심문에 제대로 응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증거들에 따르면, 아오바이아 부인께서는 국왕의 넷째 딸인 아마미 하루카를 암살하려 하셨고, 다른 공주님도 순차적으로 암살하려 하셨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인정합니다. 저의 딸을 차기 왕으로 세울 목적이었죠. 실패하고 말았으니 그저 분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더 들을 것도 없겠군요. 본 법원은 피고에게 종신형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땅,



땅,



땅,



미사키엘라는 종신 징역형에 처해졌고, 그녀의 일가친척들과 지지자들은 숙청되었으며, 암살자들은 사형선고를 받아 나흘 후에 목이 달아났다.

또한 미사키엘라의 자식들은 공주이기에 사형이나 징역에 처하진 않았지만, 1년간 왕궁에 출입할 수 없는 벌을 받게 되었다.


이번 암살 사건은 비단 왕궁뿐만 아니라 공주 자신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원체 나약했던 미유와 미나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암살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되었고, 암살의 첫 타겟이었던 하루카는 그 다음날 공주의 직위를 버리고 왕궁 친위대로 들어가 무술 및 검술을 연마했다. 그녀의 삶의 모토가 된 ‘철저한 금욕주의’도 이때 시작된 것이다.

또한 미사키엘라의 첫째 딸 쿄코는 왕궁 출입 금지령이 해제된 후 공주의 예우를 박탈당하고 궁중 견습 요리사로 강등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쿄코의 잘못이 전혀 아니었고 일체의 가담도 하지 않았지만, 미사키엘라의 지지자 및 그 후계를 뿌리 뽑아 본보기를 보여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왕권파의 등쌀에 못 이겨 최소한의 형벌을 내린 것이기에 나나 왕으로서는 다소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훗날 쿄코를 복권시켜 자신의 다섯 번째 자식이자 엄연한 ‘쿄코 공주’로 선언하였다.

허나 때는 이미 늦었다. 쿄코 개인으로서는 이미 공주로서의 모든 예절과 지식, 그리고 고고함까지 다 잊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그때 쿄코가 보인 모습은 왕족이 아니라 그저 많이 출세한 평민 수준에 가까웠다. 자신이 공주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는지 왕궁 하인들처럼 일했고, 그 때문에 ‘가정부’라는 별명이 붙기에 이르렀다. 즉 명함만 ‘쿄코 공주’인 셈이다. 


그런 쿄코를 본 미나미는 가슴 아파하며 생각했다.


“어쩜 저런 불운아가 또 있을까...부모님 잘못 만나서 공주가 저렇게...”


“쿄코의 동생인 아리스와 니나는, 분명 아버지를 많이 원망하겠지. 그리고 어머니도 원망할 거야...”


다행히도 아리스와 니나는 쿄코와 같이 공주의 예우를 박탈당하진 않았고, 오히려 쿄코의 예우를 나눠가지기라도 한 듯 더욱 나나왕의 사랑을 받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적어도 아버지 나나 왕을 원망하진 않는 듯한 눈치였다. 속마음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히오리는 이러한 환경이 몹시도 싫었다.


“대신과 장관이라는 자들이 어찌 저렇게 공공연하게 왕과 공주의 권위를 무시할 수가 있단 말이지?”


“아버지는 왕으로서 어찌 저리도 약하신 거야?”


“아아,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너무나 유약하다. 어찌 이렇게도 위엄이 없단 말인가.”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아버지 나나 왕과 그 뒤를 이어 왕이 될 후계자들은 위엄도 없이 그저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고 있었다.


허나 위엄 없는 공주라는 그 말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공주들이 약하니 어쩌니 해도 결국 본인도 이 나라의 공주, 자신도 결국엔 유약한 한 명의 공주에 불과했고,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히오리는 혼자 헛웃음을 흘렸다.


결국 히오리는 그 유약함을 극복해내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하였다.


“아니, 히오리 공주! 군에 들어가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 그러니까 대신들이 아바마마를 무시하는 행보와 암살시도 및 국가전복시도. 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게 다 저희가 약하여 기강을 잡지 못한 탓입니다. 이 못난 자식은 왕궁을 떠나 군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하여 우사밍 왕국의 최고 군대인 ‘USaGi ARMY'에 입대하니 그때 나이가 불과 17살이었다.

일반적으로 군에서는 왕족이 입대하면 대접을 잘 해주는 편이었는데, 히오리는 그런 황금대우를 받기를 원치 않았기에 이름을 아예 ‘후우야 토쇼쿠’로 바꾸고 들어갔다.


군의 장교들과 선임들, 그리고 동기들은 히오리, 아니 ‘토쇼쿠’가 17살이라는 무척이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군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한편으로는 별종으로 여기기도 했고, 때로는 주목하여 보기도 했다.



USaGi ARMY의 훈련은 왕국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도 꽤나 강도 높고 힘들기로 소문났고, 심지어 훈련하다 죽게 된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히오리도 처음엔 ‘훈련이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의 비유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되자 그것이 절대로 뜬소문도, 과장도, 비유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그대로였던 것이다.


다른 군 장병들이 그런 ‘토쇼쿠’를 보고 놀라워한 것은, 방금 죽어 실려나간 사람은 근육질에 무척이나 체격이 큰 거구였다. 그런 사람조차 이 훈련을 버티지 못했는데, 비교적 작은 ‘토쇼쿠’가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도 살아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대단하다 여겼기 때문이라. 그들은 ‘토쇼쿠’를 보고


“토쇼쿠 쟤는 어쩌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내장형 근육이나 체력이 있을지도 몰라. 그러지 않고서는 저 작은 체격에 이런 훈련을 견뎌낼 수 없어.”


라고 평했고, 히오리도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정말로 그런 게 있나 싶어서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결과적으로는 딱히 발견하지 못했지만, 하루하루 이어지는 훈련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거리를 달리고, 산 속을 뛰고, 장애물을 넘고, 대포를 쏘고, 단도를 던졌다.


그렇게 2년이 지나, 히오리는 마침내 장교로 승급하여 첫 훈장을 달 수 있게 되었다.

장교가 되어서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렇게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지 불과 3년 만에, 히오리는 초고속으로 승급에 승급을 거듭하여 마침내 ‘국가기사단장’이라는 직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국군을 총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직급으로서 총사령관과 같은 위치이다. 입대한지 5년 만인 23살에 그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최상위 직책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런 히오리에게 첫 중대한 임무가 주어졌다.

우사밍 왕국의 옆 나라에는 포악한 유목민족 ‘라에나르’가 살고 있는데, 그들이 침략한 것이다.

라에나르는 유목민족인 만큼 승마와 검술, 궁술에 능했는데, 우사밍 왕국은 지금껏 저들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런 라에나르가 다시 침략했다. 이것은 중대 문제다.


“기사단장님, 어떻게 할까요?”


“무슨 의미입니까?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닙니까? 물리치는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저 녀석들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잘 됐네요.”


“네...?”


“이제 이겨볼 테니.”


“하지만...”


“부단장, 내가 그대에게 묻겠습니다. 우리가 지는 것이 하늘의 순리입니까?”


“아...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혹은 법으로 정해져있습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우리가 질 거라고 예언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그 어떤 제약도 걸려 있지 않은데, 왜 이번에도 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 .제가 너무 전례에 매여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깨달으셨군요. 그럼 이제 그건 갖다버리고, 나갈 준비하십시오.”


“. . . 네, 기사단장님.”


부단장과의 대화가 끝나고, 히오리는 시내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얼마 전에 자신의 갑옷과 검, 그리고 갑옷 제작을 의뢰했는데, 오늘쯤에 완성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장간의 문을 열었다.


끼익,


“계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아, 기사단장님. 잘 오셨습니다. 마침 모든 것들이 완성된 참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갑옷, 지금 한 번 입어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이즈가 딱 맞을 거예요.”


갑옷은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히오리에게 딱 맞는 사이즈로 완성되어 있었다.

움직임에 있어서 불편을 안겨줄 정도로 무겁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가볍지도 않은, 그야말로 최적의 무게감이었다.


“잘 맞는군요.”


“그것 참 다행입니다. 여기 검과 투구도 써보시겠습니까?”


“좋습니다.”


흑빛의 투구는 끼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적절한 사이즈였고, 투구의 가리개 부분은 새의 부리처럼 조금 뾰족하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검은 생각보다 큰 사이즈로 제작되었지만, 갖고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안심이 되는 정도.

검의 끝부분은 마치 까마귀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었고, 칼의 어깨 부분은 마치 날개 같았으며, 역시 전체적으로 검은 빛을 띄고 있었다.


“이 검의 이름은 ‘카라스클로’라고 하면 좋을 것 같네요.”


“기사단장님께서 까마귀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전체적으로 까마귀를 모티브로 해보았습니다.”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취향을 잊지 않고 반영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부디 승리하시기를.”


히오리는 자신의 승리 포즈인 ‘사람손(네 번째 손가락을 접는 포즈)’을 해보인 뒤, 다시 병영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이제 출격만 하면 된다. 

갑옷을 입고, 창과 칼과 활을 든 병사들의 모습은 전에 없이 당당하고 늠름하여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할 정도였고, 심지어 히오리도 내심 놀라며 그 기개에 감복하였다.


모든 병사들이 모인 가운데, 히오리가 단상 위에 섰다.

그곳에서 본 병사들의 기개는 더욱 빛이 났고, 지금 당장이라도 명을 내리면 출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병사들이여.“


히오리가 입을 떼었다.


“이제 우리는, 죽음의 문턱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이번 전투는, 여러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자리로 나아온 그대들에게, 이 나라는 영원히 감사하고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위대한 병사들이여.”


“준비 되었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 내심 무서운가 보네. 이해할 수 있어. 나라고 해도 지금 무섭지 않다고 장담은 못 할 테니.’


그렇게 생각하고 격려사를 하려는데, 병사들의 입과 마음속에서 갑자기 우렁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이 위대한 왕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우사밍 왕국 만세! 밍밍밍! 우사밍! 밍밍밍!”


순간 히오리는 깜짝 놀랐다.

이 많은 병사들이 일제히 외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개만큼 내적인 용기도 상당하다는 것을, 이 외침을 통해서 느꼈기 때문이다.


큰 감명을 받은 히오리는, 아까와는 달리 감동에 벅차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 .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기개와 용기,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외침, 모두 확인했습니다.”


“이제 나갑시다. 지난 수년간 이 나라와, 이 땅과, 우리의 조상과 순국선열들의 시신을 짓밟은 저 라에나르 인들에게 복수를 시작합시다. 피로서 갚아줍시다. 이 나라를 다시 회복합시다!”


“와아아아아아!!!!!!”


이 외침과 함께 성문이 열리며 우사밍 병사들이 맹렬히 돌진했고, 이들의 힘찬 기개에 움찔한 라에나르 인들은 똑같이 돌진해 우사밍 군과 맞서 싸웠다.

히오리는 자신의 검 ‘카라스클로’를 뽑아 적들을 무자비하게 베기 시작했고, 우사밍 병사들 역시 전력을 다해 라에나르 인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라에나르 인들은, 언제나처럼 자신들이 우사밍 병사들을 이기고 나서 이 나라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이곳에 왔을 때도 그런 마음을 갖고서 가볍게 침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비참한 오인誤認이었다. 히오리가 이끄는 우사밍 병사들은 평소 철저하고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살아온 데에다가 방금 전까지 생사유명死生有命을 가슴 속 깊이 받아들이고서 나온 자들. 더 이상 잃을 것은 목숨밖에 없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무엇을 더 두려워하겠는가? 담대하게 칼과 창, 그리고 활과 화살을 빼어 라에나르 인들의 목숨을 거둬들였다.

라에나르 인들은 우사밍 병사들의 180도 달라진 이 모습에 당황했고, 곧이어 대열이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리고 쓰러져갔다.


“이...이럴 수가! 우리가...밀리고 있어?”


“뭐...라고? 우리가, 저 놈들에게 지고 있다고? 어떻게 그런...”


예전엔 우사밍 인들을 약한 놈들이라고 비웃으며 짓밟기를 즐겼는데, 지금은 그 ‘약한 놈들’에게 유린당하며 쓰러져가는 군사들을 보니 라에나르 인들의 대장의 충격은 이를 데 없었다.



그로부터 한나절쯤 지났을 땐 라에나르 인들의 70% 정도가 궤멸되었고, 남은 인원마저도 계속해서 쓰러져갔다.

반면 우사밍 병사들은 사망자는 없는 대신 칼과 화살 그리고 창에 의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수준으로 그쳤다.


“이...이럴 수가...어서 도망을...”


아군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꼴을 견디지 못한 라에나르 인들의 대장은 말을 타고 서둘러 퇴각했다.


“기사단장님, 저희가 거의 다 이겼습니다. 이제 라에나르 인들의 대장을 잡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네요. 아, 저기 도망치는군요. 어서 쫓아갑시다.”


우사밍 병사들은 걸음을 지체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도망가는 라에나르 인의 대장을 추격했다.

그 와중에 부상을 입어서 달리기 힘겨워하는 병사들이 적지 않았고, 보다 못한 히오리가 부단장에게 말했다.


“부단장.”


“네, 기사단장님.”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따로 분리해내서 병영으로 돌아가세요.”


“네?”


“대장은 제가 잡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분리하세요.”


이윽고, 히오리는 나머지 병사들을 부상병과 분리시키고, 계속해서 라에나르 인의 대장을 추격했다.



한참을 달려가니 마침내 라에나르 인의 대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는 마침 조그만 느티나무 아래에서 목을 축이며 쉬고 있었고, 우사밍 병사들이 여기까지 오진 않으리라 믿었던 건지 반쯤 늘어져있었다.


“이 녀석 여기 있다!!!”


“흐익?!”


라에나르 인의 대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놀라는 소리가, 평소의 그라면 하지 않을 높은 톤의, 이를테면 참새가 한번 우는 소리와 비슷했기에, 그것을 들은 우사밍 병사 한 명이 빵 터졌다.


“드디어 잡았다. 라에나르 인!”


“우사밍 놈들이 어떻게...”


“네가 짓밟은 우리 우사밍 국민들의 피와 눈물을, 이젠 네가 흘릴 차례다.”


말한 뒤, 병사들을 시켜 라에나르 인의 대장을 그 나무에 꽁꽁 묶은 뒤, 자신의 검인 카라스클로를 꺼내 단숨에 목덜미를 찔렀다.


“커헉?!”


푸왁,


라에나르 인들의 대장의 목과 입에서 피가 흘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목에 박힌 카라스클로를 다시 꺼내서 심장부를 찔렀다.


푸왁,


가슴팍 정중앙에서 피가 솟구쳤고, 이번에야말로 라에나르 인들의 대장은 목숨이 끊어졌다.


“대장이 드디어 죽었다!”


“만세!!! 우사밍!!! 밍밍밍!!! 신께 영광을!!!”


그 곳에 있던 모든 우사밍 병사들이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이제 더 이상 우사밍 왕국은 라에나르 인들의 침략을 받지 않으리라.



히오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라에나르의 수도까지 진격했다.

이 전투에서 라에나르의 모든 군사들이 전멸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물러났다가 혹시 군대를 재결성해서 침략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도 이번처럼 이길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기에 차라리 지금 쳐서 나중을 대비하는 게 나으리라.


히오리와 우사밍 병사들이 말을 몰고 반나절동안 달려간 끝에 마침내 라에나르에 도착했고, 주저없이 칼을 빼어 그곳의 모든 백성들을 쳤다.

모든 군대가 전멸한 라에나르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한 채 맥없이 무너졌고, 온 길거리에 라에나르 인의 시체가 즐비했다.


정복의 시간이 끝난 뒤, 황폐화된 라에나르를 보던 히오리는, 감격에 젖은 듯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외쳤다.


“드디어 라에나르를 정복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흘린 피와 눈물 값을 갚아냈습니다!”


“만세!!!! 드디어 설욕하였다!!!! 만세!!!!”


모두가 기뻐하며 외쳤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드디어 부모님의 원수를 갚았다’며 하늘을 보고 감격에 찬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본국에 돌아가면서, 히오리는 보고서에 라에나르를 정복한 건에 관하여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히오리는 한 까마귀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기사단장님, 까마귀 한 마리가 길가에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자 히오리는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 까마귀를 주워들었다.


“웬 까마귀지? 아까는 못 본 녀석인데.”


“저희가 라에나르를 점령하러 갔을 때는 아마 이 길로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그나저나 이 까마귀, 뭐에 맞았던 건지 상처가 깊군...의무병 있습니까?”


“네, 저는 여기 있습니다.”


“이 까마귀를 치료하십시오. 제가 보기에 이 까마귀는 지금 죽어서는 안 될 운명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의무병에게 상처 입은 까마귀를 건넨 뒤,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던 와중에, 어디선가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렸기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까악,


까악,


까악,


까아악,


까마귀들은 수많은 무리를 지어, 라에나르로 향하고 있었다.


“까마귀들이 라에나르의 수북한 시체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부단장.”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녀석들에겐 만찬의 시간이 되겠군요.”


말한 뒤, 다시 보고서를 마저 작성하기 시작했고, 다 완성했을 때는 본국의 성문에 거의 다 도착해 있었다.



히오리의 명을 받은 의무병은, 처음 까마귀를 받았던 그때부터 병영에 돌아가서까지 까마귀의 상처를 치료하고 봉합했다.

치료를 받은 까마귀는 다행히도 금방 회복되어 기운을 차렸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어느 날, 히오리는 그를 데려가 ‘야타카라스’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 매일 훈련을 시켜 자신의 충실한 조력자로 양성했다.


전장에서 야타카라스는, 작게는 적들을 발톱으로 할퀴거나 부리로 쪼아댔으며, 크게는 까마귀 동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적들을 공격했다. 또한 전투가 끝나면 그 장소는 야타카라스와 동료들의 뷔페가 되었으며 야타카라스와 까마귀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건 말 그대로 유골밖에 없었다.

다른 수많은 까마귀들을 불러 모으는 능력을 신기한 듯 눈여겨본 히오리는, 야타카라스가 필시 보통 까마귀가 아니며 분명 대장급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 더욱 많은 훈련과 먹이를 주었다.


전쟁이 거듭될수록 히오리는 눈빛에 날이 서려갔고, 야타카라스도 주인인 히오리를 따라 더욱 간악해졌다.

그리고 그런 히오리를, 사람들은 쿠로카라스, 즉 ‘흑까마귀’ 장군이라고 불렀다.



히오리는 지금껏 우사밍 왕국을 괴롭혀오던 라에나르 인들을 멸절시키고 왕국의 영토를 넓혔다. 또한 왕국 남부에 생겨난 도적단을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소탕했다. 그야말로 왕국의 내외를 모두 안정시킨 것이다.

이제 그녀에겐 단 한 가지의 목표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그러나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아왔던 그 목표. 히오리는 그 목표를 이룰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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