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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프로듀서 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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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8, 2020 00:33에 작성됨.

죄가 없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말이다. 나는 마유의 프로듀서였고, 마유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상대였다. 그런데 죄가 없다니. 절대 말도 안 되는 말이야. 나는, 10년간의 죄악감이 온 몸에 몇 번이고 절여진 나는,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나데, 너는 어떻게....!」


「지, 진정하세요, 프로듀서 씨! 카나데 씨가 잘못한 일이 아니예요!」


카오루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그래, 이건 카나데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한 것은 바로 나야. 그렇기 때문에 나는 화를 낼 수밖에 없는거다. 나는 죄인이니까, 몇 번이고 잘못한 것을 참회해야하는 순례자니까. 그러기에 화를 내야만 한다. 나는...


「프로듀서 씨, 참지 않아도 돼.」


그런데 어째서일까, 카나데는 그런 나를 보고서도 의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평소의 카나데의 목소리로, 마치 천사같은 목소리로 나를 품으려는 듯이 말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내가 피해를 준 것은 카나데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그녀는 금방이라도 껴안아줄 듯이 나를 버리지 못하는 걸까.


「프로듀서 씨는 항상 그랬어. 모든 잘못은 당신의 것으로 돌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어.」


「카나데, 나는....」


「하지만 이번 일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굳이 당신의 잘못을 따지면-」


안 돼, 카나데. 그 말만은 하지 말아줘. 네가 그것을 말해버린다면, 나는-


「두 아이돌이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 뿐이었어.」


이 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사랑...?」


카나데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카오루.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10년 전의 진상이다. 카오루가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카나데, 나는 이만 가 볼게.」


「앗, 하지만....」


「나중에 보자, 카오루.」


「앗....」


하지만 그 진상은 나조차도 말하기 꺼려했던 것. 그래, 모든 일을 내가 잘못한 일로 묻어놓았다면 그 누구도 아프지 않고 끝났을 이야기다. 상처의 환부를 도려내 독을 빼내는 일은, 체내에 잔류한 독만큼의 진통제와 수면제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꽤나 두려운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카나데와 카오루의 손길을 뿌리치고, 늘 그랬듯이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 그녀들에게서 도망쳐나왔다.


올 때는 세 사람, 갈 때는 혼자. 올 때에도 그다지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사람의 수가 줄어든 만큼 침묵의 무게가 늘어나 있다. 나는 어째서 도망친걸까. 그것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나와있다. 그것은 내가 잘못한 일들 때문이니까, 내가 그녀들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으니까다.


「하아....」


어째서 나는 한숨을 쉬는걸까. 나는 죄인인데. 내가 잘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죄악감을 지우지 못한 채 잠드는 밤. 평소와 같이 잠에 들고 깨었으면 좋으련만, 나의 무의식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이란 놈이 두 사람을 꿈 속으로 불러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 모든 것은 무의식이 잘못한 것이다. 그 녀석 때문이다.


「프로듀서 씨, 나의 안은 어때?」


나의 위에 올라타 소녀답지 않은 교성을 내뱉다가 땀이 잔뜩 맺힌 얼굴로 미소를 짓는 카나데. 몸을 움직이려고 해봐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녀의 가슴 가득히 차 있는 사랑의 무게 때문이겠지.


「후훗, 기분 좋아보이네. 그럼 조금 더 움직여도 괜찮을까?」


원하고 또 원할 수밖에 없는 카나데의 육신. 인간이 정말로 아름다운 부분은 영혼의 부분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서로의 몸을 섞을 때 나는 달콤한 육신의 교합에 또다시 탄복하게 된다. 나올 곳은 풍성하게 나오고, 들어갈 곳은 날렵한 곡선으로 마무리지은 축복받은 육체. 이 육체가, 어딜 보아도 포로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육체가 나의 것이다. 아니, 나의 것일까. 나는 몽롱한 채로 카나데의 곡선을 매만진다.


「후훗, 잘 말했어요♬」


대답은 분명히 없었을텐데, 카나데는 뭐가 그리도 기쁜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목덜미에 강렬한 키스마크를 남긴다. 어째서일까, 내 앞에서 흔들리는 두 개의 둔덕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이미 가지고 있는걸까. 몽롱한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나는 두 손을 뻗어 두 개의 선악과를 거칠게 애무한다. 아담과 하와. 나와 카나데는 죄악의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탐한다.


「앗, 쌀 것 같아? 좋아, 내 안에 듬뿍 내어줘.....」


죄악. 우리 두 사람이 범하고 있는 원죄.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카나데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밀어낼 수 없다. 그것이 아마도 나와 카나데의 관계이기 때문이겠지. 언제까지나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그것이 바로 우리 두 사람만이 가진 것. 그래, 아마 이것을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후후, 많이 내줬네.」


운명이라는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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