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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모음집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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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12, 2020 00:49에 작성됨.

1.


밤 12시 무렵, 사나에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어디 있어 미즈키?]


"집에 있는데?"


[미안한데 지금부터 갈 테니까 거기 있어줘.]


"뭐? 딱히 상관없지만."


10분 후 사나에가 찾아왔다.


"갑자기 와서 미안해."


"괜찮다니까. 근데 무슨 일?"


"이상한 걸 주워서."


사나에는 그렇게 말하며 수건을 꺼냈다.
수건 안에서는 무언가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휴대 전화다.
수건을 푸니 아니나 다를까 휴대전화가 나왔다.
착신이 와서 진동하고 있다.


"절대로 그거 받지 마."


"주웠다는 게 이거야?"


"응."


사나에는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을 보여줬다.
착신 200건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잠시 후 다시 착신이 왔다.


"받아보지그래?"


"뭔가 위험할 것 같아서."


확실히 위험하다. 잠시 상태를 보았지만 틀림없이 착신이다.
누구한테서 온 전화일까.
휴대전화를 집으려고 하니 사나에가 그걸 말리고 지갑에서 메모를 꺼냈다.
[010-XXXX-YYYY]라고 적혀있다.


"전부 여기서 걸린 전화야."


"뭐? 무섭잖아, 경찰에게 말해봐."


"이미 늦었어. 내일 찾아갈 생각이야."


그로부터 일단 술을 마셨다. 그러는 동안에도 휴대전화는 웅웅거리고 있다.


"시끄럽네."


사나에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전화를 수건으로 감싼 뒤 가방에 집어던졌다.
그로부터 잠시 잡담을 나눈 뒤 심야 텔레비전을 보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니 오후 늦게지만 경찰서에 갔다.
그 무렵에는 휴대전화도 조용했다.
궁금해서 확인해보니 700건 정도 와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감탄이 나온다.


"죄송합니다. 이런 걸 주웠는데요."


"아, 네. 분실물인가요. 조금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그 뒤 어디서 주웠는지, 어떤 상태인지, 몇 시에 주웠는지 그런 걸 물어보았다.
경찰관은 휴대전화를 유심히 보면서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책상에 두고 서류에 무언가를 적어 넣었다.
메이커라거나 색, 모양 같은 그런 것 같았다.
그때, 웅웅하고 휴대전화가 울렸다. 슬쩍 번호를 보니 그 번호였다.
경찰관은 깜짝 놀라며 휴대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그리고 [네.], [예예.], [그렇습니까?], [네.], [여기는 경찰서인데요.] 같은 말을 했다.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소유주에게서 온 전화입니다. 여기로 받으러 올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잘 됐네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1 시간 후에 와주시겠습니까.
주인이 답례를 하고 싶다고 말해서."


나는 한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결국 1시간 후 사나에와 같이 경찰서에 다시 가기로 했다.
경찰서에 가니, 시원스러운 남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겉모습은 20대 후반 정도.


"고마워. 찾지 못하면 어쩌나 했어. 진짜 고마워."


그로부터 경찰관과 그 남자와 사나에, 나 네 명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배고프지 않아? 뭔가 사줄게. 좋은 가게 알고 있거든.
내가 추천하는 맛집이야."


남자와 사나에와 나는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간 곳은 미국풍 스테이크 가게였다.
남자는 밝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다.
자기가 광고 대리점에 일하고 있고 이 가게의 사장과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장은 다른 가게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그 가게 광고 같은 걸 만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메뉴를 고를 때 어느 걸 고를까 고민하고 있을 때 대신 골라주었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이게 좋다고, 이게. 굽는 건 어떤 게 좋아?
여긴 레어가 맛있다고. 이걸로 해. 이게 크고 먹은 보람이 있으니까.
저기, 죄송합니다. 주문해도 될까요?"


그런 식으로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남자는 칭찬이 능숙했다.
나와 사나에를 보고 [괜찮네! 아주 좋아~]라는 말을 연발했다.


"맞다, 번호 좀 알려주지 않을래? 이 기회에 친구 하자."


나는 그러자고 말하려고 했지만 사나에가 그걸 가로막았다.


"아뇨 됐어요. 그런 거 진짜로 괜찮아요."


사나에는 번호를 알려주는 걸 싫어했다.
그러고 보니 사나에가 평소보다 말이 없던 것 같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말을 꺼내고 우리가 맞장구만 쳐서 깨닫지 못했었다.
사나에가 끈질기게 거절하자 남자는 한순간 울컥한 듯 보였으나 바로 미소를 지었다.


"여러 사정이 있을 테니까 신중하게 행동한 거겠지.
괜찮아,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럼 슬슬 가자."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남자는 이미 식사를 다 마친 후였다.
잘 모르겠지만 남자는 갑자기 허둥대는 것 같았다.
나와 사나에는 먹었던 것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괜찮다니까. 맛있었지. 이 가게 다음에도 와. 그럼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


그렇게 헤어졌다.


"사나에, 왜 그래. 배라도 아픈 거야?"


"아니, 조금 신경 쓰여서."


"뭔데?"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사나에는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아마 그 남자는 휴대전화의 주인이 아니야.
애당초 그렇게 끈질기게 전화를 하다니 보통이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 녀석은 자기애성 성격장애야."


사나에는 그 남자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라는 것의 근거로
자신의 이야기(자기자랑)만 했다는 점. 우리를 근거도 없이 쓸데없이 칭찬했다는 점,
이상하게 친하게 군다는 점, 언뜻 친절하게 보이나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우리를 휘말리게 했다는 점, 그 직후 자신의 입장을 꾸미는 것 같은 말을 한 점.


"자신이 '성격 좋고 답례를 잘하는 청년'이라는 설정에 취한 것처럼 보였어.
답례로 스테이크를 사준다는 그 행동 자체는 친절해 보이지만 메뉴를 멋대로 정했잖아.
게다가 우리가 식사하는 건 알 바 아니라는 듯 계속 말을 걸어왔어.
자주 칭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우리를 쉽게 다루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갑자기 번호를 물어보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이쪽이 다 먹지 않았다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어.
애당초 가게에 우리를 멋대로 끌고 가는 그 행위를 친절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보기엔 자기중심적인 것 같은데."


"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 휴대전화 주인 말인데, 아마 그 남자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지 않을까.
하룻밤 사이에 700번이나 전화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2.


린이랑 논 후 비도 내리고 시간도 늦었으니까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와서
이번 주 만화를 읽지 않았다는 걸 떠올라 편의점으로 갔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은 나밖에 없다.
한 권을 집고 문득 고개를 드니 편의점 앞에 있는 길에 하얀 우산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걷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뭐하고 있는 거냐고 남말할 처지가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한 권을 다 읽고 다음에 읽으려던 책을 손에 집고 고개를 드니
아까 그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다.
도로와 편의점 사이에는 주차할 공간이 있으니까 거리가 아주 가까운 건 아니지만
겉모습도 걷는 방법도 같았으니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양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두 번째 책도 다 읽고 다음으로 아까 점원이 진열해놓은
오늘 발매하는 잡지를 집어서 읽기 전에 지친 어깨를 돌렸다.
그러자 또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 것이다.
아까와 똑같이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었다.
이쯤 되자 기분이 나빠져서 그 후에는 창밖을 보지 않고 만화를 집중해 읽었다.


두 권 정도 더 읽은 뒤 친해진 점원과 잠시 대화를 한 뒤 밖으로 갔다.
비는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또 많이 내리면 싫으니까
빨리 돌아가자고 길에 나온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20미터 정도 앞에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차는 거의 없었고 가로등도 적었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멀어지면 주위는 상당히 어두웠다.
그 탓에 더욱더 수상하게 보였다.
왠지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점점 거리가 좁혀진다.
얼마나 걷는 게 느린 건가 생각했다.


앞을 걷는 하얀 우산을 쓴 사람과 거리가 3미터 정도로 좁혀졌을 때
이 이상 거리를 좁히기도 싫었고 앞질러 가기도 싫어서
앞에 있는 모퉁이에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으니 그 사람이 그 모퉁이를 돌아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한편으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이상한 상상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그 사람 뒤를 향해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 순간 사람이 뭔가 말하는 게 들렸다.
의아했지만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으니 그냥 혼잣말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대로 걸어가서 다음 골목을 가로지르려고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주택지가 보였다.
하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도 보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천천히 걸어가는데도 거리가 좁혀질 정도로
그 사람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조금 보폭을 크게 움직여 빨리 걷고 있는데
상대도 안쪽 길을 평행하게 걷고 있다.
뭔가 불길해서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우연이나
나를 의식하고 걷는 속도를 바꾸며 놀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골목을 가로질러도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은 안쪽 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걷는 속도를 빠르거나 느리게 바꾸어도
내가 골목길을 지나칠 때 건너편 사람도 골목길을 지나치는 것이다.
무서워져서 곁눈질도 하지 않고 대로까지 달려갔다.
머릿속에는 이건 그저 비가 조금 많이 내려서 젖고 싶지 않으니까 달리는 거라고 되뇌었다.
대로까지 나오니 차가 몇 대 지나가고 있어서 조금 안심했다.


대로를 건널 때 오른쪽을 봤지만 인영은 없었고 그 이전에 건너편 골목길에서
대로로 나와도 횡단보도가 없으니까 건널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로를 건너서
첫 번째로 나타난 골목길을 지날 때 용기를 내어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 후에도 골목을 지나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진정하고 걸어가 이 골목을 돌아가면 곧 기숙사라고 생각하며
평소에 지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었다.
안쪽 골목에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
정신이 멍해졌을 때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은 골목을 꺾어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소름이 돋았다. 위험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
내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달려서 전 골목으로 꺾었다.
그런데 꺾은 골목 안쪽 길에서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걸어 나왔다.
길 한가운데까지 나와서 그 자세 그대로 부자연스럽게
빙글 이쪽으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캄캄한 주택지 한가운데에서 길이 교차하는 곳에는 가로등이 있으니까
하얀 우산과 하얀 옷이 엄청 눈에 띄었다.
심야인데 비명이 터져나왔다.
들고 있던 우산도 편의점 봉투도 내전지고 한달음에 그 곳에서 도망쳤다.


달리면서 린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는 걸 깨운 뒤
"지금부터 갈 테니까 집에 들여보내줘."라고 애원했다.
몇 시간 전에 바래다주었는데 린은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살았다고 생각하면서 서둘러 달려갔지만 대로를 넘어서 편의점을 지나
도로를 횡단하고 길을 꺾은 그 너머에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이때는 어째서라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서 길을 꺾는 걸 그만두고
그대로 다음 골목을 향해 달렸지만 거기서도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안쪽에서 나왔다.
이제 싫다고 생각하면서 길 앞으로 나아갈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착신이 아니라 부재 착신 표시가 떴다. 그것도 3번.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4시가 지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1시간 가까이 지난 것이다.
시내에서 나가지도 않았고 그 이전에 길을 꺾지 않아서 이 도로를 빠져나가지도 않았는데.
이곳이 모르는 곳 같아서 엄청나게 무서워졌다.


린에게 전화하니 "아직이야? 지금 어디야? 안 와?"라며 졸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고 싶은데 안 되겠어. 길을 꺾지 못해.
길을 꺾은 곳마다 하얀 우산을 쓴 무언가가 먼저 앞질러 와."


제대로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정을 설명하니 린이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앞질러 간다면 쫓기면 되지 않아?"


"뭐? 무슨 말이야?!"


그렇게 대답하는 게 고작이었던 나에게 린은 화내지도 않고 천천히 말했다.


"일단 꺾고 싶은 방향과 반대로 꺾어봐. 그러면 앞에 앞질러 오잖아?
거기서 뒤로 돌아가서 쫓기듯이 똑바로 길을 가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뭐든지 좋으니까 끝내고 싶다는 일념으로 알았다고 말한 뒤
린이 말한 대로 해보았다. 이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자 정말로 길을 꺾은 곳 앞에 하얀 우산을 쓴 사람이 나타났지만
뒤로 돌아서서 도망쳐도 쫓아오지는 않았다.
정확하게는 나를 향해서 걸어왔지만 그것은 내가 꺾은 모퉁이까지 왔다가 돌아갔다.
하지만 또 다른 모퉁이를 꺾거나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그 너머에서 나왔다.
갈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이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감각적으로 아, 그것이 말했다고 생각해서 더더욱 박차를 가해 달렸다.
겨우 린의 집 근처까지 와서 전화를 하니 집 앞까지 나와 기다려준다고 했다.


정말로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린에게 다가갔다.


"푹 젖었잖아. 우산 어딨어?"


린이 그렇게 웃자 조금 안심되었지만 본 걸 설명하고
달려온 길 너머를 함께 보기로 했다.
어둡고 먼데 분명히 사거리에 하얀 우산과 하얀 옷을 입은 사람 모습이 있었다.
깜짝 놀란 린이랑 황급히 집에 들어온 후 조금 먼 곳에서
사람 목소리 같은 저음이 들려서 린이 기르던 강아지가 창문이나 현관을 왔다 갔다 했다.
날이 밝고 차 소리가 시끄러워졌을 무렵에는

어느새 목소리 같은 소리와 불길한 느낌이 사라졌다.


3.


요시노를 태우고 둘이서 밤늦게 돌아오는 중이었다.
약간 산골이어서 그런지 구불구불 뱀 같은 산길을 지났다.
낮과는 다르게 밤은 이것이 같은 길인가 의심이 될 만큼
꺼림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겁이 많은 편이지만 차라리 운전에 집중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요시노는 피곤하지만 조수석에서 지루해할까 봐 잡담을 오고 나누었다.
그때.


"이 고개에는 이상한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갑자기 요시노가 목소리를 죽이고 중얼거렸다.
나는 들은 적이 없었으나 "뭔데 뭔데? 무슨 얘기?"라고 물어보면
무서울 것 같아 관심 없는 척을 하고 "그래."라고 대답했다.
요시노는 왠지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말없이 차를 몰고 있으니 갑자기 커다란 인영이
전방에서 보인 것 같아 한순간 놀랐으나
길가에 서 있는 지장이라는 걸 알고 안도했다.
이 근처 무지하게 큰 지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요시노가 입을 열었다.


"그대, 잠시 무서운 이야기 말해주겠습니다."


얌전하다 싶었더니 괴담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했으나 막상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조금 그래서
"그래, 해 봐."라고 말했다.


요시노는 고개를 숙인 채 말하기 시작했다.


"제 고향집 마당에는 소인이 묻혀 있다 하옵니다.
할아버지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돌이 마당 구석에 있었고,
그리고 그 밑에 묻혀 있답니다.
할아버지가 말하시길, 그 소인이 우리 집을 대대로 지켜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대신에 늘 화내고 있기에 매일 물을 뿌리고 그 돌 주위를 치워야 합니다.
분명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매일 그 돌에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그게 정말일까 의문이 들어 초등학생 무렵
병원에 입원한 증조할아버지 병문안 때 물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도 소인이 묻어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그것도 자기 할아버지한테서.
애들에겐 까마득하게 먼 옛날이었으나
이건 틀림없이 사실이라고 순진하게 믿었습니다.


요시노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이런 곳에서 할 괴담 치고는 상당히 묘한 얘기였다.
요시노는 말했다.


"소인이라는 건 자시키와라시(좌부동)처럼 집을 지키는 신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십니다.
근데 그 신을 묻어 놓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증조할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왜 묻혀 있냐고."


거기까지 들었을 때 갑자기 전방에서 인영이 보여서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으려고 했다.
라이트에 잠깐밖에 비치지 않았지만 인영은 아닌 모양이다.
지장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계속 움직였는데 다시 여기?
말도 안 돼.
길은 외길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침대 위에서 양손을 마주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속삭였습니다.
옛날에 우리 집 당주가 복을 가져오는 와라시를 집에 불러
크게 번성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술이나 여자로 대접해도 와라시는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당주는 칼을 꺼내들어서 와라시의 사지를 잘라 버리고
각각 집 모퉁이에 묻었습니다.


나는 머리가 어질거렸다.
길을 알 수 없다.
나무가 양쪽에 있어서 우거진 풍경은 변함없었지만
아직 고개를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건 이상하다.
아까 본 지장은 대체 뭘까.
차선이 구불구불 라이트를 피하려는 듯 몸을 비튼다.
요시노는 이따금 생각난 듯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 이후 우리 집은 상가로서 번성했지만
요절하거나 역병으로 가족이 죽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증조할아버지가 말하길 우리 집에 재앙을 내리는 신.
그러니까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 그 돌은 극진히 다루어야 합니다."


그만해.

"그만해, 요시노."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려.
하지만 같은 길을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착각과
요시노가 한 이야기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요시노가 말한 '이 고개에 전해지는 이상한 이야기'가
대체 뭘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시노는 계속 말하려고 했다.

"이건 우리 집에 전해지는 비밀이옵니다.
원래 남들에게 해서는 안 되지만..."


"요시노."

참을 수 없어서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요시노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장난을 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니 어깨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증조할아버지께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증조할아버지가 주문 하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요시노,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것은..."


"요시노! 창밖이 이상해. 눈치채지 못한 거야?"
나는 필사적이었다.


"이럴 경우 이렇게 대답하랍니다."


호이호이
네 팔은 어디에 있느냐
네 다리는 어디에 있느냐
기둥 떠받치고 어기영차
원 떠받치고 어기영차
호이호이


심장에 찬물을 끼얹는 기분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호이호이라는 잔향이 머릿속에 울렸다.
호이호이.... 중얼거리면서 나는 핸들을 꽉 쥐었다.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것이 머릿속에서 떠나는 것 같았다.
"부탁이옵니다."
요시노는 양손은 마주 모은 뒤 침묵했다.
그리고 깨닫고 보니 낯익은 넓은 길이 나왔다.
시내에 들어서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들를 때까지 우리는 말이 없었다.
요시노는 그 고개 주변에서 조수석 문 밑 틈새로
얼굴이 보였다고 한다.
갑자기 입을 다물었던 무렵이었을 것이다.
납작하고 창백한 얼굴이 쑥 튀어나와 히죽거려서
그걸 보고 위험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내게 말했다기보다는 자기 발밑에 있는 얼굴을 노려보면서
그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그녀의 집안사람들이 위험에 닥쳤을 때 외는 주문일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소인에게 감사드려야겠는걸."
나는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요시노가 그런 걸 믿다니 의외네."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니 요시노는 묘한 얼굴로 말했다.


"저, 할아버지한테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돌 밑을 파보았사옵니다."



마지막 괴담입니다. 날씨도 쌀쌀하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다음 이야기부터는 다시 일상과 조금 스릴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괴담들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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