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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의 속상한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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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9, 2020 16:34에 작성됨.

오늘은 대참사가 일어났다. 어제 새로 만든 향수를 테스트한다고 밤을 새는 바람에 단독 라이브에서 그만 쓰러져버렸다. 쓰러지긴 무슨. 퍼질러 잔거지. 난 그렇게 퍼질러 자다가 사무실에서 눈을 떴다. 아이돌이라는 입장에선 내가 거한 실수를 한 것이다. 실수가 아닌 사고라고 봐줄 너그러운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일어났네. 몸은 괜찮아?"


적어도 프로듀서는 그런 것 같지만.


어느정도 식은 아포크린샘 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무래도 내가 쓰러지는 바람에 프로듀서는 급히 뛰어다니다가 큰일이 아니란 걸 알고 다시 사무실로 데려간 거겠지. 자세를 보니 프로듀서는 그 이후론 내 옆에 계속 앉아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프레쨩은 없었다. 오늘은 다른 일이 있었으니까.


"시키..."


"응?"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방에서 실험 좀 하고... 그런 거지."


"...병원에서 피로누적으로 쓰러진 거래. 어느정도 휴식을 취하면 다시 나아질 거고 딱히 입원할 필요까진 없다고 해서 그냥 다시 데리고 왔어."


"그렇구나..."


"...혹시 나한테 말 못할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런 일 없어. 공연은 어떻게 됐어?"


"취소됐지. 아이돌이 없는데 공연을 어떻게 진행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프로듀서는 담당 아이돌 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인해 시말서를 쓰게 되겠지. 정작 실종되고 싸돌아다닌건 나인데 말이지. 프로듀서는 그런 날 잡아두려 하지 않고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니까. 난 프로듀서의 향기를 더더욱 떠날 수가 없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프로듀서의 얼굴을 더 보기가 싫어진다. 나 스스로도 거역하지 못하는 본성 때문에 프로듀서가 힘들어한다면 차라리 나도 모르게 나라는 존재가 완벽하게 사라지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다. 프로듀서가 있는 한 난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예전엔 이럴 때면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었는데. 아무도 날 보지 않고, 나도 그 누구를 보지 않는 그런 곳. 이젠 아니지. 프로듀서는 늘상 날 지켜봐주고 있고, 나도 항상 프로듀서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프레데리카한테는 전화해 뒀어."


"하지 말지."


"왜?"


"난 괜찮은데 괜히 걱정할 거 아니야."


"......"


프로듀서는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절레절레 저었다.


"미안."


"왜?"


"신경 못써줘서."


"이미 넘칠만큼 써주고 있으면서."


"...오늘 스케줄은 다 끝이야. 집에 가고 싶으면 가도 돼."


프로듀서는 몇 마디도 안 돼서 대화를 끊어버렸다.


대화를 끊고 나서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던 프로듀서는 창가 쪽으로 갔다. 별이라고는 안 보이는 밤하늘이 투된 창문으로 프로듀서의 피로한 얼굴이 비쳐온다. 프로듀서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세 단어를 중얼댔다.


양키. 호텔. 폭스트롯.


양키 호텔 폭스트롯? 아무 연관성 없어보이는 세 단어. 사실 저 지구 반대편 어딘가의 난수방송에서 나왔던 단어다. Yankee Hotel Foxtrot은 앞의 세 글자를 딴 코드명이다. YHF. YHF로 시작하는 무언가를 뜻하겠지. 프로듀서는 YHF라는 말로 무엇을 말하려던 건지.


그리고 프로듀서는 어디서 그런 난수방송 같은걸 접한 건지. 나랑 비슷하게 어디든 파고들어보는 끼가 있는 걸까. 하긴, 그러니까 나 같은 걸 아이돌이라고 담당하고 있겠지.


내가 뭔가를 알아채주면 하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무슨 메세지를 전하려는 건지.


프로듀서는 내가 집에 돌아갈 때 까지도 그렇게 말했다. 양키 호텔 폭스트롯. 무슨 암호인 걸까. 아니면 정말로 아무 연관성 없는 단어를 늘어놓은 걸까. a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


집에 돌아가서 침대에 누웠어도 잠은 통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퍼질러 잤으니까 당연한 거겠지. 아무래도, 오늘 밤 자긴 이미 글른 것 같다. 나는 프로듀서에게 메세지를 하나 보내봤다.


메세지는 갔다. 분명히 갔다. 하지만, 아무런 답장도 돌아오지 않았다. 답 같은걸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던 걸까. 아니면 그런 것도 못할 만큼 뒷수습에 한창이었던 걸까. 둘 다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게 프로듀서의 메세지를 기다리고 있을 적. 드디어 알림이 하나 왔다. 프로듀서에게서 온 건 아니고, 프레쨩에게서 온 것이었다.


"괜찮아?"


"응."


"진짜로?"


"응."


"일이 이제 끝났어. 중간에 연락할 시간도 없더라."


"프레쨩도 마음대로 못하는 일이 다 있구나."


"프레쨩도 시키쨩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할때가 가끔 있답니당."


"신기하네."


"미안. 내가 일을 중간에 끊고 나서라도 갔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신경 안써줘도 시키쨩은 괜찮습니당."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안 괜찮았으면 집에 누워가지고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말하니까 할말이 없네. 아무튼. 그럼 내일 보자. 잘 자."


"잘 자."


그렇게 프레쨩이랑 이야기를 좀 하고. 나는 좀 더 프로듀서의 답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렴 다른 수가 있나? 프로듀서가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갈 수밖에.


프로듀서는 내가 어디 사는지 알고 있다. 나도 프로듀서가 어디 사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프로듀서네 집의 비밀번호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건 딱히 상관없었다. 시간은 이미 한밤중이고, 이 시간에 굳이 누군가를 찾아가려고 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나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서 프로듀서네 집으로 갔다.


그렇게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들겨도 보았고, 초인종을 눌러도 봤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집에 불이 꺼져 있는 걸 봐선 벌써 깊이 잠든 걸까. 어쩌면 집에 가지 않았던 걸지도. 나는 한번 더 기대를 걸고 문 앞에 대고 말 한 마디를 했다.


"저, 프로듀서. 문 좀 열어줄래?"


그렇게 다시 한 마디를 거내고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깊게 잠든 건지... 잠시 옆으로 가서 불이 꺼진 창문을 자세히 보니 칭문 틈새가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프로듀서가 그렇게 프라이버시에 민감했던가? 다른 사람들이 방을 훔쳐보지 않았으면 하니까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놔? 굳이? 난 아무 생각 없이 테이프를 뜯어봤다. 테이프를 뜯으니 익숙한 냄새가 났다.


익숙하지만, 여기서는 절대로 나선 안 되는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


갑작스러운 충격에 이리저리 회전하던 두뇌가 순간적으로 굳었다. 머릿 속, 마음 속, 그 어떤 곳 한 편에도 염두해두지 않았던 최악의 가능성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프로듀서는, 지금 안에 연기가 나는 무언가에 불을 지펴두고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뒀다. 스스로가 질식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문 앞으로 돌아가서 문고리를 당겼다. 문은 곧장 열렸다. 문을 열어두면 누군가가 자기를 발견해줄 거란 생각이었던 거겠지. 그게 나라고 해도. 정답이다. 그 시간이 빨랐을 뿐. 그래서 다행이야. 프로듀서. 내가 구해줄게.


문을 열어제끼고, 틈새가 테이프로 봉쇄되어있던 안방 문까지 열어제끼고 나니, 문 앞에서 프로듀서는 처참한 모양으로 쓰러져 있었다. 옆엔 술병들이 이리저리 나돌아다니고 있고, 불완전 연소중인 연탄이 연기가 나는 채로 타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눈을 감았지만, 아직 호흡이 붙어 있었다.


난 어서 구급차부터 부른 다음 낑낑대며 프로듀서를 빌라 밖에 있는 벤치까지 옮겨서 뉘였다. 옮겼다기보단 질질 끌고 간 거지만. 아마 바지는 바닥에 질질 끌리는 바람에 빨아도 못 쓸 만큼 다 상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라. 무릎이 까였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하면 안 된다. 유독가스에 중독되면 보통 가장 먼저 하는 조치는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유독가스를 더이상 접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일산화탄소도 다를 건 없다.


하지만 일산화탄소는 다른 유독가스와는 성질이 다르다. 일산화탄소는 직접 세포에 해를 끼치거나 하는건 아니다. 폐나 기도에 염증이나 부종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신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과 산소보다 몇 배는 빨리 결합한다.


즉 일산화탄소 중독은 일반적인 산소를 아무리 공급해도 소용이 없다.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지 못한단 건 세포에 산소가 전달되지 못한다는 소리다. 인체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 성질로 인해 아무리 산소를 공급해도, 숨을 쉬어도, 심장은 뛰는데도, 결국엔 질식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지경에 이른다. 치료방법은 하나뿐이다. 환자를 고압 산소 챔버에 두는 것. 일반적인 산소는 일산화탄소에 밀려 헤모글로빈과 결합이 안 되니 압력이 높은 산소로 일산화탄소를 밀어내고 산소를 헤모글로빈에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난 고압 산소 챔버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모른다.


난 결국 반은 알고 반은 모르는 반쪽짜리. 그 사실만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뿐. 샴푸의 구성성분은 분자단위로 알면서 샤워기를 트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일 뿐.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이윽고 도착한 구급차 안에 앉아서 난 하염없이 바닥을 바라본다. 프로듀서에게선 아직도 알콜 냄새가 난다. 기분나쁜 알콜냄새가 내가 사랑하던 그 냄새를 전부 다 가려버렸다. 이 알콜 냄새를 병원에 가면 줄창 맡아야만 하겠지.


"환자분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일산화탄소 중독. 자기 방을 밀폐한 다음에 일부러 연탄을 반쯤 연소시켰어. 고압 산소 챔버가 있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고압 산소 챔버가 있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고압 산소 챔버가 있는 병원에..."


내가 고압 산소 챔버를 웅얼거리자 구급차의 방향이 바뀌었다. 고압 산소 챔버가 있는 병원은 여기서 5분은 더 가야 한다고 했다.


5분. 5분은 굉장히 치명적인 시간이다. 5분이면 사람 하나 죽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가 죽는 바람에 뇌사나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뿐. 그리고 비는 것 뿐. 제발. 살려달라고. 프로듀서를 살려달라고. 난 신이라는 존재를 떠올렸다.


참 오랜만에 떠올린 글자다. 신. 신? 신이 있을까? 난 리처드 도킨스의 책 같은건 읽은 적이 없는데. 하지만 내러티브라도 한번 따 보자. 만들어진 신? 진짜로 신이 한번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신.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면. 신이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고 우리가 빚어낸 존재라면. 그 신은 무엇을 본따서 만들었을까. 아마 부모겠지. 부모라는 작자를 한번 떠올려보자. 지금 내가 이 지경이 되는데 한몫을 톡톡히 한 부모라는 사람들.


만약 나를 관장하는 신이 내 부모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면, 신은 무엇이란 말인가.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날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겠지. 신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원치도 않고, 어쩌면,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라린 현실도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참상보단 훨씬 낫겠지.


잡고 싶은 것도 없고 머무를 곳도 없었는데. 드디어 잡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고 나니 이번엔 그쪽이 날 떠나려 한다. 드디어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는가 싶더니. 사실 따라오는 게 아니라 혼자서 사라져버리려 할 뿐이었다. 매일 실종되기 일쑤였던 내가 뭐라 할 자격은 없겠지.


프레쨩이 보고 싶어. 프레쨩도 프로듀서 좋아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부르고 싶지 않아. 시간은 벌써 12시가 다 됐는데. 이미 다들 한창 자고 있을 시간인데. 다음 날에 스케쥴이 있는데도 그런 시간에 깨어있을 괴짜는 나밖에 없지. 그런 시간에 남의 집을 염탐하러 갈 괴짜도 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프로듀서가 이 지경까지 됐으니까, 이 일은 나 혼자서 해결해야만 하니까. 괜히 프레쨩까지 나때문에 힘들어지는건 질색이야. 바닥에 가라앉을 거라면 나 혼자 가라앉으면 족하니까. 나에게 손을 뻗어준 사람을 바닥으로 끌고 내려가는 역겨운 사람은 절대로 되기 싫어. 그런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죽어버릴거야.


5분. 난 그동안 아무런 일이 없길 바라면서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심박수 재는 기계를 옆에 둔 채로 프로듀서를 원통형의 작은 챔버 안으로 집어넣고 급히 챔버를 가동했다. 난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문득 프로듀서가 한 말이 떠오른다.


양키 호텔 폭스트롯. YHF. YHF... You Have Failed. 넌 실패했다. 넌 실패했다... 그 뜻이었어. 프로듀서는 자신이 비춰보이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말했던 거야. 넌 실패했다. 넌 실패자다.


왜? 잘못한 건 나잖아. 실패한 건 나잖아. 왜?


내가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서 공연이 망했어. 내가 늘 실종되느라 프로듀서를 곤란하게 했어. 늘상 난 하고싶은 대로만 하고 실종되기 바빴어. 그런 주제에 의지하긴 엄청 의지해서 프로듀서를 힘들게 했어. 다 내가 했다고. 그런데 왜 그게 프로듀서 탓이냐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도 않는 생각이 이리저리 헝크러진 채로 날 파묻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다. 지금 현실을 바라보느니. 차라리 생각의 바다에 파묻혀 죽어버리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적, 전화가 울려왔다.


"...여보세요?"


"저, 시키쨩. 지금 자?"


"아니..."


"음, 역시 그냥 메세지로 이야기하는 것보단 그래도 직접 뭐라도 말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어. 그리고 잠이 안 오던 차였거든."


"고마워..."


"...시키쨩. 안 좋은 일 있구나."


"......"


"괜찮다는 사람이 목소리가 그렇게 질질 끌리고 있겠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사이에 거짓말하면 프레쨩 슬퍼요?"


"그런가. 역시 프레쨩이 슬픈건 좀... 싫달까?"


"지금 집이야?"


"...아니."


"어디야?"


"......"


굳게 닫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프로듀서는 아직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프레쨩이 이런 눈살 찌푸려지는 일에 휘말리는건 정말 싫다. 그것도 나 때문에 휘말리는 건 더더욱 싫다. 그렇지만 난, 더이상 혼자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난 내가 어디 있는지 이야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프레쨩의 대답도, 대답같은 침묵도 들을 자신이 없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몇 마디를 내뱉자마자 난 그대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프로듀서는 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상황이 안 좋은 건지 내가 전화를 다 하고 나서도 눈을 뜨지 않았다. 프레쨩이 황급히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을 때까지도 프로듀서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안녕..."


"허억... 허억... 어떻게 된 일이야? 프로듀서는 저기 왜 누워있고?"


"프로듀서가... 프로듀서가 집에서 문을 걸어잠근 채로 연탄을 피워놓고 있었어."


"뭐!?"


"그래가지고 저기 누워 있는 거야. 고압 산소 챔버에. 그래야지 숨을 쉴 수가 있어서. 어떻게든 내가 병원까지 데리고는 왔는데... 아직도 눈을 안 뜨고 있어..."


"......"


프로듀서를 바라보던 프레쨩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난 뭘 기대했던 걸까. 프레쨩이 이런 일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바로 훌훌 털고 일어설 초인이길 바랬던 걸까?


"프레쨩. 난 프로듀서가 없다면 살 자신이 없어."


"......"


"프레쨩도 마찬가지지만. 프로듀서가 없다면. 난..."


"...만약 프로듀서를 못 구했으면 어떻게 했을 거야?"


"어떡하긴. 수면제 먹고 카본모노옥사이드랑 댄스 파티나 하려고 했겠지. 프로듀서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프로듀서가 여기서 못 일어난다면, 당장 어딘가로 영영 사라져서 절대로 나타나지 않을거야."


난 솔직한 마음을 프레쨩에게 털었다. 프로듀서가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나도 함께 죽어버릴 거라고. 애초에 프레쨩을 여기에 부른 시점에서 난 글러먹은 거였다. 프레쨩은 기껏 이런 때도 나에게 손을 뻗어줬건만. 내가 주는 것은 짐뿐이다.


그렇게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말을 마음껏 토해내도 프레쨩은 날 탓하거나 억지로 감싸려고 하지도 않고 아무런 말 없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차라리 뭐라도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프레쨩이 프로듀서를 정말로 사랑한단건 나도 알고 있는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이럴 때면 나같은건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해도 괜찮은데.


심박수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정상이었지만, 프로듀서가 계속 눈을 뜨지 않자, 곁에서 지켜보던 의사와 간호사가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더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데리고 와서 프로듀서를 둘러싼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도 혹시라도 있을 최악의 가능성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고 있을까.


"환자분이 의식을 회복한 것 같습니다."


"......"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도, 프레쨩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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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을 쓰는게 슬슬 힘에 부쳐서 예전에 쓰다가 말았던 글을 다시 재발굴해서 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한 3월쯤에 쓴 글이네요.


여기까지가 파트 1이긴 한테 파트 2는 언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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