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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프로듀서 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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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6, 2020 05:24에 작성됨.

「정말로 선생님이야...?」


그리고 나는 이 목소리도 알고 있다. 조금 변하긴 했지만 10년 전의 목소리와 닮은 이 목소리. 그래, 이 목소리는 카오루다. 10년 전의 사건을 전혀 모른 채 모두와 떨어져야만 했던 그 아이.어쩌면 내가 가장 죄를 저지른 아이.


「카나데, 이 아이가....」


「응, 카오루야. 엄청난 미인으로 컸지?」


나의 말에 빙긋 웃으며 답하는 카나데. 아니, 이렇게 성장할 줄은 알고 있었어. 그야 그럴만한 싹은 어릴 적부터 보였으니까. 하지만....


「선생님....?」


이 파괴력과 상냥함. 이렇게 예상 외로 자랄 줄은 정말로 몰랐다. 그래, 내가 알고 있는 류자키 카오루는 이제 없는거야. 대신 이렇게 멋들어지게 성장한 카오루만이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응, 선생님이야. 그렇게 불릴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없는 것 같지만. 오랜만이네, 카오루.」


「선생님...!」


나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연신 쳐다보던 카오루가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품에 안긴다. 이렇게 카오루를 보는 것도 얼마만일까, 나는 단 한순간이었지만 카나데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좋았다고 생각했다.


「어머, 조금은 그리우셨나봐?」


그 순간 나의 가슴을 파고드는 카나데의 날카로운 말 한 마디. 그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나는, 더 이상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꼭 껴안은 카오루를 살짝 떼어냈다. 그래, 나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 카오루를 만난 것은 물론 기쁘지만, 나는 과거의 행복했던 때를 떠올릴 자격이 없으니까.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고마워요. 프로듀서 씨는 녹차 프라푸치노로 주문해놨는데, 괜찮아?」


「아, 응. 괜찮아. 그보다 잘 자랐네, 카오루.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잘 자랐어.」


「에헤헤...」


「정말, 프로듀서 씨도 카오루가 그렇게 좋아? 그 아이에게서 전혀 눈을 못 떼네?」


나의 말에 조금은 질투가 난다는 듯이 파고드는 카나데의 말. 그 목소리에 카나데를 쳐다보니 소녀다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카나데가 있다. 어째서일까, 그 표정을 보니 잠시나마 옛날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햇살같았던 카오루, 그런 카오루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던 카나데. 그리고...


「그, 프로듀서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마음대로 불러도 돼, 카오루. 이름으로 불러도 되고, 어떻게 불러도 상관 없어. 하지만 프로듀서 씨란 호칭은 조금 어폐가 있다고 생각은 해. 카나데는 자기 멋대로 부르고는 있지만 말이야.」


「어머, 카오루 앞에서 나를 면박주는거야?」


「사실이 그렇잖아?」


그래, 부르려면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다. 다만 카나데는 아직도 나를 프로듀서 씨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문제지.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프로듀서가 아니고, 카나데에게 못할 짓만 잔뜩 한 쓸모없는 인간이니까 말이야.


「프, 프로듀서 씨...?」


그리고 이 순간에 나를 파고드는 카오루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의 카나데의 목소리보다도 따뜻하고 간드러져서 나의 마음을 금세 녹여버린다. 아아, 잘 커줘서 다행이야. 내가 아니어도 이렇게 멋진 여성으로 성장해줘서 다행이야. 카오루에겐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을 해도 모자라다.


「....프로듀서 씨?」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카나데의 새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카오루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것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 아마도 알 지도 모른다. 10년의 간극을 건너 뛰어 결국 나를 찾아낸 카나데다. 이 정도의 변화는 알아챌지도 모르지. 나는 어째선지 카나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쳐다본다. 카나데는 나의 시선이 닿자 살짝 웃어보였다. 그 미소에 나는 살짝 몸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 이 감정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나는, 그 미소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나란 녀석은 그 미소에 맞춰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에게 이 시간조차 과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 나는 욕심쟁이였다. 구제할 길 없는 남자. 나는 단 한 명도 놓치기 싫었던 10년 전의 욕심꾸러기 프로듀서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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