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아키와 아라이의 티키타카

댓글: 0 / 조회: 736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9-01, 2020 14:36에 작성됨.

아키는 후쿠오카의 밀리터리점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얼마 전 아이돌로 스카웃 되었습니다.
그를 스카웃하고 담당하게 된 프로듀서의 이름은 ‘아라이 이쿠荒井 育’, 세미롱 헤어가 특징인, 무척이나 진중하고 키가 큰 나라 출신의 21살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담당 아이돌인 아키와 몹시 대조적인 이미지를 보였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성격적으로도 각 잡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거예요. 수련회에 갔을 때 교관이 밤중에 숙소에 들이닥쳐 학생들을 강당으로 끌고 가 욕설 섞인 잔소리를 한다면, 아키는 군말 없이 그 모든 말을 듣는 데 반해, 아라이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을 내세워




씨발 왜 갑자기 끌고 와서 욕하고 지랄하고 난리야?!





는 말로 시작해서 똑같이 욕을 할 겁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아라이의 성격은 그렇습니다. 좋게 표현하자면 고양이 가죽을 쓰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에 능구렁이가 산다고나 할까요.


아키도 아라이의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키가 스카웃된 뒤로, 아라이가 말을 험하게 하는 PD나 상부 임원에게 똑같이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상대방은 놀라며, 또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그때 아라이가 하는 말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입니다. 진흙을 내뱉고서 금가루라도 돌아오길 바라셨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제 갈길 가는 게 아라이의 스타일입니다.
그런 스타일을 가진 아라이를, 아키는 내심 잔뜩 걱정했습니다.




“저렇게까지 대응하면 평판도 깎이고 나중엔 잘리고 말 텐데...”




솔직한 건 좋긴 하지만, 가끔은 숙여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때로는 기분 나빠도 굽히고 들어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요.
하지만 아라이는 상대가 어떻게 말하든 항상 그런 식으로 대답하곤 합니다. 좋게 얘기가 나오면 대답도 좋게 나오고, 반면에 욕이 섞여 나오면 아라이도 욕을 섞어서 대답하고 하는 식이라구요.
좋게 좋게 말들이 오고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람들이 좋게만 말할 리가 없잖아요? 아무 이유 없이 욕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도 화내고. 아라이는 바로 그렇게 상대를 똑같이 대합니다.



그래서 한번은, 아키가 아라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라이 공, 아라이 공은 항상 상대의 말투를 똑같이 반영해 대답하시지 말입니다. 대체 어째서 그렇게 대답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대답하시는 데엔 무슨 계기라도 있으신 겁니까?”




이 질문에, 아라이는 처음엔 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답해봤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거니까요.’ 정도였죠.
하지만 아키는 영 미심쩍었습니다. 고작 속담 하나만으로 저렇게까지 대응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분명히 뭔가 숨겨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뭔가 이유가 있었다든지...






그렇게 며칠을 질리도록 물었습니다.




“아니 대체 그게 왜 궁금한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지 말입니다. 저는 아라이 공이 대답하시는 걸 보면 ‘저래도 괜찮나?’ 싶지 말입니다. 자칫하면 평판도 안 좋아지고 매장당할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걸 아시면서도 욕에 욕으로 답하다니, 대체 무슨 사연이 있으신 겁니까?”




아키의 설득에, 결국 아라이는 숨겨둔 사연을 꺼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이에요. 초등학교를 다닐 때, 담임선생님이(솔직히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아요) 욕을 엄청 많이 하신데다 꼰대였어요. 아무리 좋게 얘기해도 욕을 기본적으로 한두 마디씩 섞어가며 말하기 십상이었어요. 단 한 번도 좋은 말 하신 적이 없었죠.
그때 저는 결심했어요. 이제는 나한테 말한 그대로 똑같이 갚아주기로. 저를 칭찬해주면 저도 칭찬해주고, 욕하면 저도 욕하고. 아키 씨도 아시다시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아라이의 표정은, 마치 지금 막 시작한 결심인 듯 비장했습니다.
아키는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라이가 이처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를 고집하는 이유를. 아라이는 그저 서로서로 좋은 말들이 오고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라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죠. 좋은 말을 주고받기는커녕 심심하면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게 사람들이니까요. 성경은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라고 했습니다.
음식이나 경험 등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는 않지만, 잘못된 언어와 말은 사람의 심성을 더럽힌다는 것입니다.


아라이도 이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좋게 좋게 말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면전에다 대고 욕을 하는 걸 들으면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똑같이 욕설로 맞받아치게 됩니다.
처음엔 문제를 자각하고 고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 되는 걸 보고서는 결국 포기해버리고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를 실천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아라이 자신도 실직과 평판 매장을 두려워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자신을 욕하고 있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죠.
그렇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기에는 그녀의 성격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욕을 먹으면 그대로 받아쳐야만 속이 풀립니다.
네, 분명 좋은 성격은 아니겠지요. 사회생활에 문제가 되는 성격일 겁니다.
아라이도 알고 있었지만, 고치지 않았습니다. 아니, 고칠 수가 없었습니다.




‘욕 좀 안 하고 살면 안 되는 건가?’


‘좋게 좋게 말할 수는 없는 건가?’


‘왜 사람들은 입에 걸레를 물었지?’


‘그러고서는 왜 좋은 말만 돌아오길 바라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는 한,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테죠.






그렇게 살아가는 어느 많은 날 중에 하루는 비가 내렸습니다.
슬슬 장마철이니만큼 많은 비가 내리는데, 문제는 비 때문에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던 겁니다.




“비가 엄청 많이 내리지 말입니다.”


“그렇군요. 며칠간 내리 들이붓는다는데 걱정입니다.”


“아라이 공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사시죠?”


“그렇죠. 아키 씨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금 시간이 7시 반, 이제 집에 돌아가야지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아키 씨의 집은 여기서 꽤나 멀다고 알고 있는데. 돌아가실 수 있겠어요?”


“뭐, 조금 젖기는 하겠지만 빨리 뛰어가면 괜찮지 말입니다.”


“젖으면 안 되죠. 나중에 냄새가 엄청 난다구요. 차라리 제 차를 타고 가시겠어요?”


“엇, 아라이 공, 차가 있으십니까?”


“얼마 전에 뽑았어요. 저희 삼촌이 그쪽 계열에서 일하시거든요.”


“오오! 축하드리지 말입니다! 이제 아라이 공께서 직접 저를 데려다 주시겠군요! 사기는 안 당하셨죠?”


“예, 뭐...그런 것 같은데. 근데 보통 차 뽑으면 먼저 드라이브 시켜달라고 말하지 않던가요. 어째서 사기 걱정부터 하시나요?”


“아라이 공, 요즘 차믈리에 및 자동차조무사들이 엄청 많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런 놈들한테 걸리시진 않았나 싶었지 말입니다.”


“제 생각엔 안 걸린 것 같네요. 저희 삼촌이 설마 저를 속이셨으려고요.”


“그래도 조심하셔야 하지 말입니다. 차믈리에와 자동차조무사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네 가족도 등쳐먹을 놈들이지 말입니다.”



“하여튼 그건 그렇고, 제가 차로 데려다 드릴 테니, 젖지 말고 돌아가세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하지 말입니다.”




말하고서 아라이와 아키는 회사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오는데, 아라이가 말을 꺼냅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스케줄이 있어요.”


“그렇습니다. 아라이 공이 저를 픽업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새벽 일찍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조금 고역일지도 모르겠지 말입니다.”


“그래서 하는 얘기인데, 오늘은 저희 집에서 묵고 가실래요?”




굉장히 느닷없는 제안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시간 맞춰서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어 좋겠지만, 아키로서는 생각도 못한 방법이고 해본 적도 없는 방법이죠.
이 갑작스러운 제안에, 아키는 두뇌 회전이 잠시 멈춰버렸습니다.




“어떤가요?”


“어...아...나쁘지 않지 말입니다. 다만 굉장히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좀 당황했지 말입니다.”


“미안해요.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어요.”


“아, 아닙니다. 솔직히 좋은 생각이지 말입니다. 아라이 공의 댁에서 묵게 되면 내일 일어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나름 널널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아키의 집으로 가던 차는, 아라이의 제안과 아키의 동의로 방향을 돌려 아라이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라이의 집, 그녀의 집은 21살 프로듄느가 거주하는 곳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적당한 크기였습니다.
너무 크지 않은, 그렇다고 2명 정도 들어가는 건 아무 문제도 없을 만큼 작지도 않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지 말입니다~!”




아키가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라이는 옷장에서 잠옷으로 쓰는 티셔츠와 반바지 츄리닝을 꺼냈습니다.




“아키 씨, 이걸 받으세요.”


“이 옷은 무엇입니까?”


“잠옷이에요. 외출복을 입고 잠을 잘 수는 없잖아요? 이걸 입고 주무시면 돼요.”


“오오! 감사합니다! 배려심이 넘치시지 말입니다!”


“아키 씨에게 맞으려나 모르겠네요. 아키 씨와 저는 체형도 다르고 하니까 말이에요.”




아키는 바스트가 큰 P라인 체형이지만 아라이는 큰 키에 비해 작은 바스트를 갖고 있습니다.
키사라기급 판넬은 아니지만 상당히 작습니다.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더 말하면 아라이 씨 상처받으니까요.


다행히 아키에겐 입을 만한가 봅니다.



“사이즈가 넉넉하군요! 감사합니다!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말입니다!”


“바스트가 크셔서 걱정됐는데 잘 맞는다니 다행이에요.”




“그건 그렇고 아직 저녁식사 안 하셨죠?”


“그러고 보니 아직 저녁을 안 먹었군요.”


“제가 저녁식사 준비할게요. 부엌에 나와 계세요.”


“아, 아닙니다. 잠자리까지 마련해주셨는데 이 이상 누를 끼칠 수는 없지 말입니다. 저도 아라이 공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지 말입니다.”


“그런가요...그럼 같이 요리하시겠어요?”


“시켜주신다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키와 아라이는 식칼과 도마, 냄비, 그리고 각종재료들을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금 무슨 요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저 말없이 재료를 썰기만 하고 있으니.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요리를 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하하호호 웃는 것이 정석인데, 그런 거 없이 서로 조용히 있으니 한편으로는 조금 답답한 노릇입니다.





잠시 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이 담긴 냄비가 책상 위에 올려집니다.
아하! 저것은 찌개였군요! 돼지고기를 잔뜩 넣고 고추장을 풀어 알싸한 맛을 낸 고추장찌개.
들으니 아라이가 이번에 새로 도전해보려고 준비했다는데, 겉보기엔 그 도전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입 먹었습니다.
그 순간, 고초장苦椒醬으로부터 배어나온 얼큰함이 혀에 닿으며 둘의 입 속의 미각을 자극시켜 아드레날린이 대량 분출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녀들로 하여금 밥도둑으로 만들기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었죠.




“맛있어...엄청 맛있어...!”


“그야말로 밥도둑이지 말입니다...!”


“단언컨대 이걸 만드는 사람은 구속시켜야만 해요.”


“어째서 그러십니까?”


“많은 사람들의 밥을 훔쳐갈 거니까요.”


“옳지 말입니다! 지금 당장 이 녀석을 뱃속에 구금시키도록 하죠!”




밥도둑 개그를 치며 저녁식사를 하니 밥솥에 가득했던 밥들은 어느새 절반으로, 또 절반으로 대폭 줄어 있었습니다.
냄비는 완전히 비웠고, 둘의 배가 빵빵해졌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배부르군요. 맛있는 음식 만들어주셔서 감사하지 말입니다.”


“아키 씨도 같이 만들었잖아요. 저야말로 감사드려요. 도와주셔서 더 맛있게 잘 된 것 같아요.”




식후의 설거지도 둘이 같이 했습니다. 이건 같이 할 필요 없을 텐데...
만약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사이좋은 백합 커플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정작 둘은 프로듀서와 담당 아이돌 그 이상이하의 관계도 아니지만 말이죠.





설거지가 끝나고 난 뒤, 아라이는 ‘핀시딜’이라는 이름의 알약을 먹었습니다.




“아라이 공? 무엇을 드시는 겁니까?”


“아, 이건 ‘핀시딜’이라고 하는 약이에요. 일종의 영양제죠.”




하지만 아라이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핀시딜은 영양제가 아니라 탈모약이라는 걸.
아라이는 아버지로부터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보이지 않게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아라이는 남몰래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줄 거면 좋은 것 좀 주지. 왜 하필 탈모를 물려주고 난리야.”




그렇게 불평해도 아라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매끼 식후에 핀시딜을 먹어서 탈모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영양제인 겁니까! 그럼 저도 먹고 싶지 말입니다!”


“원하신다면 조금 드릴게요.”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꾹 참고, 아키에게 핀시딜 한 알과 물을 건넸습니다.
사실은 이 핀시딜이라는 것이 영양제가 아니라 탈모약이라는 사실을 알면 아키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다행히도 아키는 핀시딜이 영양제라는 거짓 정보에 대해 조금의 의심조차 하지 않고 단숨에 목 깊은 곳까지 넘겼습니다.
이제 핀시딜은 아키의 몸속에서 물과 함께 녹아 머리카락의 근본이 되는 모근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겁니다.






핀시딜까지 모두 먹고 나니 시간은 밤 8시 50분을 막 지난 참이었습니다.
아키와 아라이는 ‘진로 연구’라는 명목 하에 TV를 시청했습니다.
방송에서는 ‘시오미 더 머니’라고 해서, 얼마 전에 시오미 슈코가 출연했던 힙합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있었죠.




“힙합인가요. 아키 씨는 힙합 좋아하시나요?”


“음, 저 스스로는, 딱히 관심은 없는 편이지 말입니다.”


“만약 하시게 되면 잘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주변인 분들께서 하시는 걸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제가 하면이라...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해보시겠어요?”


“저에게 들어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겠지 말입니다.”


“오~케이, 좋아요. 다음 일은 이겁니다.”


“에, 에엣?!”



순식간에 아키의 다음 스케줄이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음, 그러면, 어차피 결정된 거, 지금 여기서 랩을 해보아도 괜찮겠습니까?”


“사실 결정된 건 아니지만, 한번 듣고 싶네요. 아키 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놓아야 이 프로젝트의 기획 여부가 달라지니까요.”


“그렇다면, 한 번 해보겠습니다.”


“부탁드려요.”


“흠, 흠.”





「Here is A.K.I not a Autumn
 그래 내가 여기 있는 건 어쩌면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어떤
 길로 가야 옳은 길인지 알리기 위해
 허나 내가 바라보아야할 곳은 저 위의
 빛나는 왕좌, 그것은 신데렐라의 신데렐라에 의해
 그리고 신데렐라를 위해 존재하는 거란 걸 이제야 난 이해
 했어. 그래, 알았어. 좋아 가자 Yeah~」




아키가 나름 라임 있는 랩을 쏟아냅니다.




“어떻습니까, 아라이 공?”


“아키 씨.”


“네?”


“왜 지금까지 랩을 안 하셨던 거죠!?”


“네?!”


“이런 래핑실력이 있으면 진작 쓰셨어야죠?!”


“과찬이십니다, 아라이 공!”


“아닙니다! 진짜로 실력이 상상 이상이세요! 이건 그냥 넘길 수 없어요. 지금 당장 기획서를 써야...”




잔뜩 흥분한 아라이는 노트북을 켜서 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아키의 래핑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아키의 힙합 음악 발매를 기획하는 기획서를 작성하는 데에 전력을 다했죠.
모르긴 몰라도 마음만 먹으면 억지로라도 밀어붙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아...아라이 공, 꼭 제게 랩을 시키셔야 하겠습니까?”


“하지 않으신다면 그 재능이 아깝습니다. 이건 한번이라도 좋으니 꼭 해야 해요!”




이렇게 말하는 아라이는, 이제 막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아라이가 기획서를 작성하는 동안, 아키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돌리니 보인 것은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사이코인데 괜찮을 리가’였죠.
유명한 연기파 배우들이 한데 모여서 하는 드라마이니만큼 재미도, 화제성도, 시청률도, 대단했습니다.




“드라마군요...”


“그러네요. 아키 씨께서 원하신다면 연기에 관한 기획도 써볼까 합니다.”


“사양하겠지 말입니다. 저는 연기 쪽은 영 아니지 말입니다.”




아라이의 표정엔 내심 아쉬움이 묻어나왔습니다.




“아니 왜 아쉬워하십니까?!”


“아키 씨가 연기도 하신다면 그야말로 활동 반경이 넓어질 텐데.”


“무리하게 넓히다간 욕 듣기 십상이란 것을 아시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아키 씨라면 연기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쟁영화라면 도전해볼 마음은 나지만, 저런 드라마 연기는 당기지 않습니다.”


“. . .전쟁영화는 도전해 보시겠다구요? 그럼 그렇게 하죠. 기획서에 그렇게 적겠습니다.”


“엣...알겠습니다.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아라이의 두 번째 기획서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밤은 아키를 위해 할 일이 정말로 많겠군요.







“다 됐다~”


“수고하셨지 말입니다, 아라이 공!”


“이제 아키 씨의 스케줄이 조금 더 가득해지겠네요.”


“아라이 공의 덕분이지 말입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 말입니다!”




많은 스케줄이 생긴 아키도 그렇지만, 아라이도 내심 기뻤습니다.
‘아라이 덕분이다’라는 그 말이, 아라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 이렇게 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걸테죠.
앞으로도 아키가 저렇게 말해준다면, 아라이는 아키를 평생 책임질 자신이 생길지도 몰라요.
이 책임진다는 게 평생 프로듀스 하겠다는 뜻이지 결혼하겠다는 게 아니니까 착각은 금물이에요.






‘진로 연구’도 모두 끝냈을 때는 밤 10시 반이 조금 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내일 일찍 나가야 하니까, 이만 잠들도록 해요”


“그러도록 하죠. 제가 소파에서 잠들면 되는 겁니까?”


“아니요. 어떻게 아키 씨를 그 차디찬 소파에서 잠들게 할 수 있겠어요? 제가 거기서 잘 테니 아키 씨는 저희 방의 침대에서 주무세요.”


“그거야말로 받아들일 수 없지 말입니다! 아라이 공은 저의 하나뿐인 프로듀서이시지 말입니다. 아라이 공이 말씀하신 것처럼 차디찬 소파 위에서 주무시다가 감기라도 걸리시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게 논의가 오간 끝에 내려진 결론은,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프로듀서와 담당 아이돌이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둘은 동성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이불을 편 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아라이는 지금쯤 피로에 지쳐 당장 잠들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눈이 말똥말똥했어요.
한참이 지나도 잠은 찾아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늦잠을 자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잠을 청하다 지친 아라이는 조그만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안녕, 그대로 걸어가. 우리 이제 다시 만나지 말아. 잊혀짐도 잊을 만큼 나를 지워 가, 돌아선 그대로.」




“아라이 공, 노래 부르시는 겁니까?”


“네? 네. 잠이 안 오네요. 왜 그런 걸까요.”


“그 노래, 생각보다 어려운 노래인데 잘 부르시지 말입니다.”


“과찬이세요. 그저 흥얼거릴 뿐입니다.”


“혹시 괜찮다면 다음 구절도 불러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남아 있는 나의 맘은 하루하루 모두 흩어짐으로, 결국에는 사랑만을 내게 말했던 네 고운 입술만.」




밤이기에 너무 크지는 않은, 하지만 옆에 있는 아키에게만은 확연하게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마지막 후렴구까지 불렀습니다.




“아라이 공...이렇게 노래를 잘 하실 수가...!”


“과찬이세요. 그냥 보통 하는 것만큼만 불러보았을 뿐이에요.”


“보통 하는 정도...? 보통인데도 이 정도란 말씀이십니까?! 그럼 전력을 다하시면 그땐 그야말로...키사라기 치하야도 한 수 접게 할 실력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말입니다!”


“그건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키사라기 치하야라니 그 푸른 불사조에게 제가 감히 상대가 된단 말인가요?”


“제가 보기엔 그렇지 말입니다!”


“에이, 아니에요. 그렇게 띄워주시니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이것이 오버라고 해도 아라이 공은 노래를 정말 그 정도로 잘 하시지 말입니다! 나중에 트레이닝실에서 노래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분명 다들 큰 자극이 될 테지 말입니다!”




아라이는 아키가 자신을 너무 띄워준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는 게 납득이 갈 정도로 아라이의 가창력은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만약 프로듀서가 아니라 아이돌이 되었다면 (키사라기 치하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무코 올스타즈 정도는 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치하야도 올스타즈 멤버지만.


그렇다고 아라이가 이런 말을 듣고서 한번이라도 아이돌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라이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아이돌이 되어 아키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담당 아이돌과 겨룰 수가 있단 말입니까?


아라이는 자신의 가창력이 좋든 나쁘든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키를 톱 아이돌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만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아키 씨, 주무시나요?”


“아뇨, 이제 막 잠들려는 참이었지 말입니다.”


“그런가요...알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라이 공께서 저를 갑자기 부르시니 어찌된 일이십니까?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 .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


“제가 아키 씨에게 잘 해드린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이렇게 잘 따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 . .”


“아라이 공.”


“네?”


“어째서 아라이 공이 제게 해주신 게 없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라이 공께서 처음 저를 만나 스카우트하시고 담당하신 그 날부터, 이미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을 주신 것이지 말입니다.”


“아키 씨...”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를 프로듀스 해주시는 것이 제겐 가장 큰 선물이지 말입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감사했지 말입니다.”


“ . .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아키 씨.”




아라이에게 있어 이 말은 세이브 포인트救援나 다름없었습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고맙다.’



라고, 자신이 그토록 헌신하는 아키가 인정해준 셈이니까요.
아키는 어둠 속에서 볼 수 없었겠지만, 아라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을 흘렸습니다.
별 거 아닌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라이에겐 그야말로 복음福音이었습니다.
소리 내어 울진 않았지만, 눈물이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눈 다 부어있겠네...”




애써 눈물을 닦고 잠을 청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울고 나니 잠이 훨씬 잘 오는 것 같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키.”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라이 공.”




밤인사를 나누고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아라이도, 아키도, 오늘 밤엔 좋은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띠리리링,


띠리리링,




시간은 6시 20분, 새벽의 적막을 깨뜨리고 알람이 울렸습니다.
아라이는 일어나 알람을 끄고 아키를 깨웠습니다.




“아키 씨, 일어나세요. 시간이 됐어요.”




그러자 아키도 일어났고, 둘은 서둘러 스케줄 갈 준비를 했습니다.
예상 출발 시간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이 남았지만, 빨리 준비하고 일찍 출발할 계획이었어요.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 노트북과 가방을 챙겼습니다.
그 사이 아키도 샤워와 드라이를 모두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죠.




“준비 다 되셨나요?”


“네! 모든 준비는 다 끝났지 말입니다!


“그럼 이제, 갈까요?”


“갑시다! 오늘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나와 차를 탔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았기에, 하늘은 밝은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아직 해가 안 떴네요.”


“그렇군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 쌀쌀하지 말입니다.”






차를 몰고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가는 동안 차내에는 적막만이 감돌았죠.




“. . .”


“. . .”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 .”


“. . .저기, 아라이 공.”


“네? 왜 그러시나요, 아키 씨?”


“무척이나 조용해서 왠지 그렇군요.”


“그러네요.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어젯밤처럼 노래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노, 노래요?!”


“어제 잘 부르셨지 않습니까?”


“그...글쎄요...”


“부탁드리지 말입니다!”


“으...네, 알겠습니다. 대신에.”


“?”


“아키 씨도 같이 불러요. 아키 씨가 아이돌이시니까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럼, 이제 음악을 틀게요.”




카오디오에 핸드폰을 연결하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




왠지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이 노래는...”


“아키 씨가 좋아하는 팝송이에요.”


“Yeeaah I will Survive~I will Survive~!"



9
이 팝송의 제목은 ‘I will survive', 글로리아 게이너가 부른 노래입니다. (버전은 데미 로바토의 리메이크 버전이에요.)
아라이는 개인적으로 아키가 이 곡을 커버해주기를 바랐습니다.
‘힘든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이 주제가 아키의 이미지와 너무나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Go on now, go, walk out the door. Just turn around now. 'Cause you're not welcome anymore."


"Weren't you the one who tried to break me with goodbye. Do you think I'd crumble. Did you think I'd lay down and die?"


"And I've got all my love to give and I'll survive. I will survive. I will survive~!"




경쾌하고도 힘찬 노랫소리가 자동차를 가득 채우고, 도로를 흩날리며 저 멀리까지 날아갔습니다.


====================
써보았습니다. 아키와 프로듄느가 티키타카하는 걸 보고 싶었어요.
프로듀서의 이름이 아라이인 것은 맞지만 EQUAL 시리즈의 아라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제가 아라이라는 이름을 좋아해요.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간바리마스 하겠습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