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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모음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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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30, 2020 02:16에 작성됨.

1.


여름방학을 맞아 한가한 시간을 주체 못 하는 나에게 에마가
'심심하면 여행 안 갈래?'라고 전화가 왔다.
심심하기는 해도 돈은 없다. 그래도 바다에서 한 10번 정도 놀고 싶다.
그런 우리가 생각한 여행 계획은 '모래사장에서 노숙, 자전거 여행'이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자전거로 각지의 모래사장에서 노숙하면서 계속 북상.
일단 전화로 들고 갈 걸 분담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내일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오전 11시, 출발.
기념으로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 1장.
그리고 중요한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출발한 것이 오후 3시 정도였다.


급히 결정해서 계획도 엉성한 여행이었던 탓인지
첫날부터 빨리도 문제가 발생했다.
밤 8시 무렵, 길을 잃어 에마가 준비해 온 지도를 보았지만
무슨 생각인지 에마가 들고 온 지도는 세계지도.
어이가 없었지만 에마와 지내면서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뭐,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편의점에서 지도를 보거나 하면 된다고 웃으며 넘겼다.


우리는 우리가 지참한 나침반대로 계속 동쪽으로 갔다.
편의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주요소도 영업이 끝나서 길을 물어보지 못하고 나아갔다.
불안해하면서도 나아가니,
청간판의 도로 표시로 200미터 앞에 우로 꺾으면 목적지 근처였다.
우리는 길을 맞게 찾아온 것에 기뻐하며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오르막길이 많고 자전거를 탄 우리한텐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도 많았다.
시계를 보니 9시를 지나서 우리는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졌다.
판단력이 약해져 갈림길이 있으면 간판도 보지 않고 큰 길 쪽을 선택했다.
정신 차려보니 차도 지나지 않고 양측에는 숲, 민간도 없고,
가로등과 가로등의 사이도 넓어져 불빛이 줄어들었다.
직전 갈림길에서 이미 40분 이상이나 달려서 돌아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가끔씩 상공의 비행기가 날아다녀 제트음이 들린다.
그 소리가 불안감을 다소 해소시켜주었던 건지도 모른다.


한 40분 정도 더 달리니 그때까지 실없이 웃으면서 얘기하던 에마가 진지해져서
'이 길 위험하지 않아? 왠지 길이 좁아지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확실히 길 폭이 좁아져서 길 포장도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이야. 도중부터 전혀 표지판이 없어.
게다가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걸 보니 위험하지 않아? 그리고 너무 길어.
어째서 교차점이 없는 거야."


나도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사도로 들어간 거 아냐? 그래도 이만큼 긴 도로가 도중에 막힐 리 없잖아.
게다가 원래 이런 여행의 길은 이런 거 아니겠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에마가 말했다.


"역시 이 길 이상해. 민가도 없고 너무 조용하잖아.
비행기 소리를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어? 간격이 너무 넓잖아.
도로가 포장 안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페달이 무겁지 않아?
아니, 너무 무겁잖아."


듣고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자주 들었던 비행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덤으로 평탄한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페달이 기묘하게 무겁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고 반박했다.


"양쪽이 숲이니까 민가가 없는 게 당연하잖아.
혹시 우리가 놓친 민간도 있을지도 모르고. 비행기도 이 시간대면 많지 않아.
이미 11시가 넘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오래 달려왔으니 지쳐서 페달도 당연히 무겁겠지."


에마는 납득이 가지 않는 듯했으나 '그렇겠지...'라고 말했다.
이미 일직선의 도로를 1시간 반 이상이나 달리고 있었다.


왠지 어두워져서 우리도 갑자기 불안해졌기 때문에 일단 노래하기로 했다.
대표곡, 어렸을 때 불렀던 만화영화 노래.
에마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는 둘이서 목청껏 불렀다.
나는 달리면서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
큰 소리로 노래하는 에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둘이서 큰 소리로 노래하면서 페달을 힘껏 밟아 비탈길을 올라갈 때였다.


20미터 정도 앞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길 왼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여성의 뒷모습은 하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어두운 길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보였다.
나는 '와, 지금 부른 노래, 분명 들렸을 거야! 부끄러워!'라고 생각했다.
나는 에마에게 '저기 사람이 걸어가고 있어'라고 말을 거니
에마는 '어?'라고 말하며 오른쪽 뒤쪽에서 달리고 있던
에마도 부끄러웠는지 여성과 반대편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 여성은 데뷔 당시 가수처럼 머리끝을 안으로 만 헤어스타일이었다.
하늘거리는 느낌의 긴 스커트에 레이스가 달린 하얀 긴소매 블라우스를 입었다.
나는 '몇 십 년 전 센스의 머리야? 누구 결혼식이라도 참가한 건가?'라고 생각했다.
마침 여성의 옆을 지나갔을 때 내가 에마에게 '길을 물어보자'라고 말하니
에마는 '윽?'하고 놀란 것 같은 그리고 당황한 것처럼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급히 유턴했다.
그 여성에게 '해안으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 여성은 귀여운 타입이 아니라 아름다운 타입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옷차림과 머리모양이 안 어울리네. 그래도 예쁘다.'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처럼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두 호흡 정도의 침묵.
그녀는 천천히 오른손으로 진행 방향을 가리킨다.
시선 끝 쪽에 에마가 한 걸음 정도 페달을 밀고 조금 가다가 멈추는 게 보였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막다른 곳에서... T자형 길을.... 오른쪽으로 가면 바다가 나옵니다...."


모기가 우는 것 같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천천히, 더듬더듬 대답을 했다.
무섭다. 말투가 무섭다. 목소리가 무섭나. 그녀의 입이 묘하게 무섭다.
그리고 그때 겨우 나는 그녀가 여기에 있는 것에 대해 수상하게 생각했다.
차는 전혀 지나가지 않고 있다.
민가도 없고 자판기도 없다.
그녀는 맨손이다.
시간은 11시 반 정도.
여성은 홀로 걷고 있다.


이 상황에 뭔가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른다.
그녀는 몸이 투명하지 않으니 요괴나 유령이 아니다.
그렇다. 그녀는 애인이랑 다투고 그 녀석이 잔인한 녀석이라서 그녀를 방치했을 것이다.
길을 알고 있다면 이 앞으로 잠시 가면 그녀의 집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낙담한 그녀의 얼굴은 어두운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일단 '괜찮나요?'라고 물었다.
또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보니 에마의 자전거가 천천히 나아갔다.
그녀의 입이 또 천천히 열린다.


"오른쪽이에요... 오른쪽으로 가세요... 오른쪽..."


그 순간.


"히익!"


에마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에마의 자전거가 가속했다.


나는 당황해서 그녀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한 다음, 전력으로 달리는 에마를 쫓아갔다.
문득 뒤가 신경 쓰여 돌아보았다.
50미터 정도 뒤에 있는 그녀는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왠지 그녀의 미소를 보고 안심해서 마음이 진정되었다.
나는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크게 손을 흔들었다.


에마는 멀리 앞쪽을 달렸다.
분명 에마는 그녀를 유령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짐작하고 담력을 조금 비웃었다.
에마의 담력을 노려주자고 전력으로 쫓아갔으나 좀처럼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10분 정도 달리니 에마는 속도를 떨어뜨렸는지 조금 있으면 따라잡을 것 같았다.
에마의 앞쪽을 보니 그녀가 말했던 T자로가 보였다.
T자는 오른쪽이 내리막길이고 왼쪽은 오르막길이었다.
정면에 간판이 있고 왼쪽으로 꺾으면 골프장이 있는 것 같다.
3미터 정도 앞쪽에 달리는 에마에게 나는
'거기 오른쪽이야! 오른쪽!'이라고 말을 거니
에마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쪽이 좋겠다. 오른쪽이다! 오른쪽으로 가자!'라고 대답했다.
나는 에마의 이상한 대답에 의아해했다.
확실히 그녀는 T자로에서 오른쪽이라고 말했을 터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소리도 없는 장소에서는
에마에게도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다.


에마는 T자로를 오른쪽으로 꺾으며 돌아보았다.
시선이 나에게 내 뒤쪽으로 향한다.
돌아본 얼굴이 한순간 바뀐다.


"으아아아아!!"


에마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비탈길을 내려간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나도 T자로를 꺾으면서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잖아?
나도 돌아본 채로 자전거로 비탈길을 내려갔다.
T자로의 가로등 빛에 뭔가가 비춰 왼쪽으로 빠졌다.
뭐지? 아지랑이? 그림자? 프레데터?
... 모르겠다. 뭔지 모르겠다.
멧돼지 같은 것의 그림자로 빛이 가로막혀 그 형태 공기가 일그러진다.
그리고 그것은 미끄러지듯이 왼쪽으로 꺾어 비탈길을 올라갔다.
보인 것은 잠시뿐.
나도 전력으로 자전거를 몰았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드디어 봤다! 처음으로 령을 봤다!
에마가 본 것은 이거라고 이해했다.
에마에게는 내가 그녀와 이야기할 때부터 그녀의 옆에 있는 그것이 확실히 보였던 것이다.
그건 그녀에게 들러붙었던 것일까?
그래서 그녀는 얼굴이 어둡고 언동이 이상했던 건가?
단숨에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을 이해한 것 같았다.
몸이 떨린다.
그때 갑자기 페달이 가벼워졌다.


눈앞에 넓은 도로와 교차하는 십자로가 보였다.
교차점에 호텔 간판이 있다.
'왼쪽 1km'
에마가 화난 것처럼 나에게 크게 소리쳤다.


"오늘은 호텔에 머무르자! 꼭 머물러야 해!"


둘은 동시에 왼쪽으로 꺾었다.
오르막길이었지만 역시 페달이 가볍다.
호텔 주차장에 자전거 2대를 세우고 짐받이에 가방을 묶어두었던
로프를 단숨에 풀어 호텔로 뛰어갔다.


"자전거 여행 중에 몸이 나빠서 그러는데 묵게 해주세요! 돈은 낼게요!"


접수대 남성은 '자전거? 젊구나.'라고 웃으면서 바로 승낙해 주었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니 남성은 이불 하나와 알람시계를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특별히 가장 좋은 방에 묵게 해줄게'라고 말해
우리는 최상층에 있는 엄청 넓은 방을 배정받았다.
접수대 남성이 방을 나갈 대 비닐봉투를 두며
'이거 줄게. 그리고 좋을 때 체크아웃하면 돼.'라고 말하고 나갔다.
비닐봉투 안에는 맥주캔 4개와 빵 몇 개가 들어있었다.


밝은 빛 속에서 에마의 얼굴빛은 새파랗게 질렸다고 해야 하나,
골판지 같은 색을 하고 있고 표정은 분노로 떨고 있었다.
둘은 말없이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에마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걸 단숨에 토해낼 기세로 화를 냈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쁜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믿을 수 없어! 이 바보 자식! 너 때문이란 말이야!"


무척 흥분한 에마에게 나는 달래듯 말을 걸었다.


"그치만 그런 거 있는지도 몰랐다고. 그 여자가.."


내가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에마가 더 화를 내었다.


"여자? 뭐야? 그건, 할머니였나? 할머니 요괴였냐!
그게 아니라면 그냥 검은 천을 뒤집어쓴 보통 아주머니냐?
아니, 평범한 아주머니가 그런 속도로 쫓아올 리 없잖아! 요괴냐! 유령이냐!
것보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잖아! 그런 뭔지도 모를 것에게 말을 걸다니
넌 미친놈이야! 그리고 뭐야 그놈의 목소리는!
'왼쪽이다! 왼쪽이다!'라고 소리치다니.
그놈의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단 말이야!
그쪽에서 오른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분명 죽었을 거야! 아니 먹혔을 거야!
네가 잘한 건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은 것뿐이라고!"


에마는 어깨를 들썩이며 남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할머니? 검은 천? '왼쪽이다!'라고 소리쳐?
나는 에마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내가 본 건 하얀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오른쪽이에요...'라고
꺼져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을 터.
그리고 그녀는 꽤 미인이고 눈동자도... 어, 그러니까 눈은... 응?
어라? 어떤 눈인지 떠오르지 않아.
코는? 입은?
머리모양이나 옷차림은 기억나는데 중요한 얼굴이 전혀 떠로으지 않는다.
고작해야 20분 전에 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뚫어지게 봤는데...
혹, 혹시 그녀도?
그럴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투명하지 않았다.
그렇게 분명히 보이는 유령이 있을까?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머리로 생각했다.
에마가 본 것은 '검은 무언가'이고 내가 본 건 '그녀'였다.
에마에게 '검은 무언가'가 '왼쪽'이라고 말했고
나에게 '그녀'가 '오른쪽'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왼쪽으로는 '검은 무언가'가 달려갔고 오른쪽으로 온 우리는
호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혹시 그때 왼쪽으로 갔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알 수 있는 건 이것뿐이지만 이 일을 에마에게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2.


[띵동.]


P: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좀 여기 들를 용무가 있었으니까 돌아와 버렸어요.
뭐, 여러 사정이 생겨서 계획이 바뀌어버려서요.
갑자기 시간이 비어 버린 거죠."


P: "사실 미리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치히로 씨라면 아직 깨어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말이죠. 오늘 밤 묵게 해주지 않을래요?
적어도 비가 그칠 때까지만."


P: "아, 괜찮아요? 묵게 해 주는 건가요?
이거 정말 염치가 없네요.. 근데 정말로 괜찮은 거죠?
내일 일찍 나가야 한다거나 그런 거 없어요??


[끼익. 덜컹]


P: "음, 그럼 괜찮겠네요. 미안해요, 다음부터는 꼭 연락할 테니까.
오랜만에 이것저것 얘기할 것도 있고.
한 번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설마 묵게 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밖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고 정말로 운이 없다니까요?
치히로 씨가 안된다고 말했다면 진짜 어떻게 할까 걱정했어요."


P: "이 주변 호텔이 언제나 만원이잖아요. 이 시기라면 말이죠.
아니, 뭐,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치히로 씨가 없었다면 노숙했을지도 몰라요.
이 빗속에서 말이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건 그렇고 일기예보에서 비 온다고 했나요?
일단 확인해둘 생각이었는데."


P: "그렇죠? 역시 하루 종일 맑다고 말했죠?
비가 온다는 거 알았다면 우산 정도는 가지고 오는 건데.
맞다. 좀 들어줬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요전에 오늘처럼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이 있었는데요.
벌써 이 주일이나 지났나? 일기예보에서는 맑다고 했는데 내리기 시작해서 말이죠.
번개까지 쳤었죠. 그래서 딱히 외출할 일도 없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누가 초인종을 울리는 거예요.
배달 일 수도 있으니까, 나 또 뭔가 주문했나 싶어서 현관문을 열었어요.
그랬더니 머리가 긴 여자가 온몸이 홀딱 젖어서 서 있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 깜짝 놀라서 하지만 사람이 놀랄 때 의외로 냉정해져서
"누구신가요?"라고 물어봤어요.
물어본 순간 후회했지만요.
그야 절대로 얽혀서는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거든요.
그랬더니 그 여자는 전혀 고개를 안 들고 "집에 들여보내 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영문을 모르겠잖아요.
비를 피하게 해달라고 말하면 또 몰라.
하지만 일단 자기가 누군지 밝혀야지.
저는 왠지 기분 나빠서 들이고 싶지 않은데 이 빗속에서 내쫓는 것도 미안하고
그래서 곤혹스러운 와중에 한 번 더 "누구신가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뱃속에 네 아기가 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P: "자세히 보니 확실히 배가 부풀어 올라있었어요.
정말로 곧 출산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전 금시초문이에요.
아니, 정말이에요. 진짜 절대로 저랑 관계없어요.
어쩌면 저랑 다른 사람을 착각한 건지도 모르죠.
분위기는 음침하지만 이렇게 계속 비 맞으면 몸도 안 좋고
임산부라면 더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죠.
"근처에 있는 호텔 찾아 드릴까요?"라고 물어봤죠.
하지만 "집에 들여보내 주세요." 그 말밖에 안 하는 거예요.
저 말이죠, 확실히 이 여자가 임산부일지도 모르지만
방 안에 들이는 건 무섭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아마 착각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잠깐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고
현관문을 닫았어요. 그리고 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 했어요.
범죄가 일어난 건 아니지만 임산부라면 경찰 측에서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더니 또 초인종이 울리는 겁니다.
처음부터 조금 무서웠는데 초인종 소리를 듣고 확신했어요.
이 사람 위험한 사람이라고.
정신적으로 그... 이상한 사람이구나 싶어서.
그래서 저, 휴대전화를 봤어요. 그랬더니 통화권 밖이래요.
지금까지 한 번도 집에서 전화가 먹통인 적 없었는데
3년 이상 살고 있는데 한 번도 없었다고요. 그런데 그날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르릉]


P: "어디서 번개가 친 것 같아서 방을 밝히던 불이 꺼져버렸어요.
휴대전화 화면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전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초인종이 울리고 있으니까.
다른 곳은 전기가 다 끊겼는데 초인종만 울렸다고요.
띵동. 띵동. 하고. 계속 일정한 박자로.
덜컥 겁이 나서 그 여자를 쫓아내고 싶은데
이 여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야 전기가 끊겼는데 초인종이 울리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그리고 일단 문밖을 확인하려고 했어요.
현관문 구멍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곳으로 밖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랬더니..."


[띵동. 띵동.]


P: "안 나가도 되나요? 초인종 울리잖아요.
나가보세요. 아무리 어두워도 자기 현관 입구 정도는 알잖아요.
죽을 맛이라고요. 여기까지 도망쳐도 계속 쫓아오니까.
저기, 저 대신 나가주세요."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더우면 찾아오는 괴담입니다. 그런데 겨우 2개밖에 적지 못했군요..

다음에는 좀 더 많이 써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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