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수영장에 갇힌 히비타카

댓글: 1 / 조회: 1047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8-18, 2020 20:29에 작성됨.




1.

히비키 「캬ㅡ수영장을 통으로 빌리니까, 정말 기분 좋다조!

그렇지 이누미, 햄죠?」


「왈왈!」 「찍찍!」


히비키 「어~이! 와나코도 즐겁지?」


와나코 「....」


타카네 「실로 놀랍군요. 이렇게 넒은 수영장이라니..

다만, 행여나 저희 때문에 일반인 분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지..」


히비키 「아아, 괜찮다조! 여기, 어차피 폐장하는 곳이거든..

원래 프로듀서 친척분이 하시던 곳인데,

시설이 전체적으로 녹슬기도 많이 녹슬었고, 손님도 많이 줄어서 어쩔 수 없이 폐장하게 되었대..

뭐, 그러니까, 2주 동안은 우리 놀이터란 말씀!

다른 애들도 차차 부를려고, 무더위에 장마철에 코로나에.. 다들 요즘은 나가기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주변에 사람도 없는 곳이라, 신나게 놀 수 있다조! 히힛」


타카네 「그것 또한 마음에 드는군요, 역시 히비키입니다. 다만..」


타카네는 조용히 한쪽 구석을 응시했다. 수영장 반대편, 깊은 물 위를 헤엄치는 악어 한 마리.

히비키의 애완 악어 '와나코'였다. 애완이라기엔 너무 큰 크기였지만.

그녀의 불안한 눈빛을 알아차린 히비키는 짐짓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히비키 「걱정말라조! 쟤, 자신이랑 매일 같이 산다조? 엄청 착하다구!

뭐.. 엄청 조용한 친구라서 아직까지 대화한 적은 없지만, 주면 주는대로 다 먹고 건강하다조?

그리고, 타카네가 걱정할까봐, 저렇게 수영장 테니스 줄도 쳐놨다조!

자신은 완벽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조!」


타카네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하지만 타카네의 눈빛은 아직도 약간의 불안감을 담고 있었다.


히비키는 그녀의 불안감을 털어주기 위해, 그녀가 누워 있는 튜브 침대 구석을 덥석 잡는 장난을 치며 말했다.


타카네 「꺅!」


히비키 「놀랐지 방금?... 응? 타카ㅡ우갹!」


타카네 「후훗, 물총입니다 히비키. 아직 수행이 이르군요.」


히비키 「우우 치사해! 물총이라니, 가만 안 두겠다조!」


그렇게 즐겁게 노느라, 두 사람은 머리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 보지 못하였다.


2.

한참 놀던 둘은 둥둥 떠다니는 튜브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잠깐의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먼저 잠을 깬 것은 히비키였다. 몇 방울의 가느다란 빗방울이 그녀의 잘 그슬린 건강한 피부 위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히비키 「...우웅, 비냐조..」


빗방울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히비키가 깨울 새도 없이, 갑자기 후두둑 떨어진 굵은 빗방울에

깊게 자고 있었던 타카네도 눈을 떴다.


히비키 「아, 일어났어, 타카네?

..비가 오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아야 할 것 같다조?」


타카네 「예, 아무래도 그리해야 할 것 같군요.」


히비키 「먼저 나가. 자신, 뒷 정리 좀 해야 잠깐 하고 바로 나갈게!」


타카네 「그렇다면, 먼저 가서 간단한 요깃거리라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타카네는 튜브 침대에서 내려, 긴 팔다리로 순식간에 수영장 끝에 도착했다.

대략 2m짜리 수영장 사다리 하나가 있었는데, 타카네는 별다른 생각 없이 사다리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다리를 고정하는 나사가 물에 축 늘어진 그녀의 무게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절반 정도 오른 순간, 사다리 끝의 나사를 시작으로 고정축 부분이 연달아 터졌다.

고정을 잃은 사다리는 타카네와 함께 그대로 물 속에 떨어졌다.


타카네 「꺅!」


히비키 「우갹! 타카네!」


히비키가 물 속에 떨어진 타카네를 서둘러 부축했다. 다행히도, 수심은 1m 이상이었기에 딱히 다칠 것도 없었지만,

문제는 그 사다리가 유일한 사다리라는 것이었다.

벽은 3m였고, 매끈한 대리석이라 어딜 붙잡고 올라갈 수도 없었다. 즉, 사다리가 유일한 나가는 길이었다.

마침내 상황을 인지하자, 타카네는 몹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타카네 「...저, 저... 저 때문에.. 어, 어떻게 해야..」


히비키 「괘, 괜찮다조?.. 이, 일단 수영장 벽이 매끄러워서 올라가기는 힘들겠고..

아! 햄죠! 햄죠가 밖에 올라와 있다조?

햄죠! 자신 스마트폰 좀 여기로 내려달라조!」


잠시 뒤, 햄죠가 히비키의 폰을 낑낑 끌고 나타났다.

햄죠가 핸드폰을 수영장 밑으로 떨어트렸다.

와중에 자신도 균형을 잃고 떨어졌지만, 햄죠와 폰까지, 둘 다 실로 나이스하게 캐치한 히비키.

하지만..


히비키 「폰.. 이미 젖어서 고장나버렸어! 우갹!」


타카네 「..어, 어떻게해야 하는 것인지?」


히비키 「..그, 부ㅡ분명히 누가 와줄 테니까 걱정 말라조!」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2.

다행히도 튜브 침대는 3인용 사이즈로 컷고, 작은 가림막도 있었다.

그 안에 히비키와 타카네, 이누미는 서로 쪼그려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젖은 몸은 슬슬 오들오들 떨려오고 있었다.

비는 단어 그대로,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히비키는 문득 이대로 계속 비가 내린다면,

물이 넘쳐흘러서 그대로 수영장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때, 타카네가 히비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타카네 「저기, 저기..」


히비키 「..아!」


물이 오르며, 테니스 줄까지의 수심이 점점 오르고 있었다.

히비키는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타카네의 두 눈이 너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히비키는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타카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폭우 쏟아지는 수영장 물로 다시 입수했다.


히비키 「잠깐 기다리라조, 자신, 와나코 좀 확인하고 올게!

테니스 선 절대 넘지 말라고 말할 테니까, 안심하라조!」


타카네 「조,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히비키는 빙긋 웃어보이고는 빗방울로 요동치는 물을 헤엄쳐 건너가 테니스줄 쪽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와나코를 부르자, 악어는 마치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악어는 콧구멍과 눈만을 내놓고 어슬렁 어슬렁 헤엄치고 있었다.

히비키는 문득, 악어의 사냥 방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악어는 먹이가 가까이 올 때까지, 콧구멍과 눈만을 내놓고 기다렸다가 갑자기 공격해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고 했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인가, 갑자기 히비키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와나코가 얼마나 조용하고 착한데..'


그런데, 만약 와나코가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냥, 말이 안 통하는 것이었다면?


그 잠깐의 생각이, 테니스줄 너머에 손을 뻗어 와나코를 쓰다듬으려던 히비키의 손을 멈추었고

그 덕에 히비키는 자신의 두 손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만약 그대로 뻗었다면, 치악력 1톤 이상의 강력한 악어 턱이 히비키의 두 손을 그대로 박살내버렸을 테니.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히비키는 자신의 팔뚝 가장자리의 살을 파고드는 이빨의 오싹한 고통을 느꼈다.

기겁하며 확 잡아뺸 덕에 이어진 두번째 깨물기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살짝 물린 것만으로도 가장자리 살결에 깊은 구멍이 뚫리기에는 충분했다.

붉은 피가 마치 꽃처럼 수면 위로 퍼져나갔다.


히비키 「우갸악!! 아파!!!」


손을 물지 못하자, 와나코는 더 깊숙히 얼굴을 들이대었다.

악어는 거대한 턱을 벌려 히비키의 군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구릿빛 복부를 씹어버리려 들었지만,

테니스줄이 겨우 몇 센치 남겨두고 그것을 방해했다. 히비키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와나코는 조용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화를 나눌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걸.

히비키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와나코는 히비키를 그저 먹이 주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면, 예비 먹이거나.


쏟아지는 폭우에, 수심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히비키는 수심이 어느새 테니스 줄 맨 윗부분에 걸려있음을 발견했다.

악어는 이미 구석으로 물러나, 히비키 쪽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밥상을 바라보는 것 같이 차가운 파충류의 눈빛에, 히비키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때, 히비키는 수영장 바닥에 수동으로 물을 방류하는 장치가 있음을 떠올렸다. 히비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히비키 「타카네! 나 잠깐 수영장 바닥 좀 보고 올게!」


깊은 호흡과 함께, 히비키는 물 속으로 잠수했다.

과연, 저 아래 커다란 배수구 뚜껑 같은 것이 있었다.

히비키는 그것을 잡아 들어올리려 했는데, 단단해서 잘 빠지지 않았지만

수영장 바닥에 두 발을 짚고 낑낑거리자 결국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순간, 막대한 양의 물이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히비키는 서둘러 벗어나려 했지만, 수압이 워낙 쌔서 작은 몸의 그녀조차 그대로 붙잡아 끌어내렸다.

그녀는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숨이 막혀오고 있었다. 마침내 숨이 터진 그녀는 입으로 보글보글 거품을 토해내며 다급하게 팔을 허우적거렸다.


그때, 대리석 같은 매끈한 두 팔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았다.

그리고는 강력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그대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타카네 「히비키! 히비키! 괜찮은겁니까?! 그, 그 상처는?! 어서 빨리 응급조치부터ㅡ」


히비키 「..콜록 콜록.. 괜찮다조. 수영장 물 좀 먹긴 했지만..」


타카네 「무모하셨어요! 그러다가 크게 다치면 어쩌시려고ㅡ」


히비키 「미안,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와나코, 자신과 친구가 아니었다조..

정말 열심히 키워줬는데..

자신.. 와나코랑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울먹)


타카네 「..히비키..」


「끼이잉..」「찍찍..!」


비는 점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히비키의 두 눈에선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3.

비가 그쳤고, 물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이어진 것은 뜨거운 한여름의 태양빛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또 문제였다. 이제는 마실 것이 너무 부족했다.


벌써 나흘이 지났다. 아무도 오지 않았고, 둘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지는 수영장 바닥에 고인 물들을 마셔왔지만

그것조차도 이제는 다 말라버린 상황이었다.


히비키 오른팔 팔뚝의 상처는 이제 굳어서 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제법 깊었던지라 이미 피가 많이 흘러내린 후였다.

히비키는 탈수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입 속이 바싹 말랐고, 헛구역질이 나오고 있었다.

팔뚝은 시큰거리고 있었다. 자뼈 부분에 최소한 금이 간 모양이었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부러졌을 수도 있었고.


타카네 「..안되겠어요. 어떻게든 해야..」


히비키 「하지만.. 방법이 없다조?」


타카네 「..사다리..어떻게든 위쪽에 걸기만 한다면 되지 않을까요?」


히비키는 상당히 걱정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어쩔 수 없이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둘은 사다리를 들어올린 다음, 낑낑거리며 그것을 수영장 벽 위쪽에 걸었다.

하지만 고정할 수 있는 나사라든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로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히비키가 아랫부분을 최대한 붙잡아 고정하는 동안, 타카네가 오르기로 했다.


타카네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히비키가 끙끙거리며 붙잡고 있었지만, 녹슨 사다리는 계속해서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타카네는 결국 사다리 윗부분까지 올라오는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으로 벽 위쪽에 손을 닿기 직전, 벽에 걸린 사다리 양쪽 끝 중 녹슨 쪽이 결국 무게를 못 이기고 부셔지며 기울어졌고ㅡ

그녀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말았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한 타카네는 그대로 외마디 짧은 비명과 함께 수영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짧은 비명은, 곧 긴 비명이 되어 돌아왔다.


타카네 「아아악!! 아파! 아파요!! 아파!!」


히비키가 기겁하며 다가와, 어떻게든 그녀를 부축해 올리려 했지만ㅡ타카네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타카네는 허리가 아프다고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히비키가 몸을 돌리자, 허리 하단 부분의 뼈 골격 중 아랫부분이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닐 정도로 튀어나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고통은 멎어들었으나ㅡ 타카네는 일어나지 못했다. 절망적인 체념의 목소리로, 그녀는 이제 허리 아래로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

고통 속에 땀을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결국 타카네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그 순간, 히비키는 두려움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탈수 증상으로 정말로 큰 일이 나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히비키는 구할 수 있는 물이 아직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수영복 하의를 천천히 내린 히비키는, 스스로 인간 정수기가 되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물 한 방울까지 쥐어짜며 흘려내었다.

그렇게 노란 빛깔의 히비키카노가 완성되었다.

그것을 텀블러에 쭉 담아서, 드립 한방울까지 남김없이 모은 히비키는

먼저 정신을 잃은 타카네에게 몇 모금, 이누미에게 몇 모금, 햄죠에게 몇 방울, 그리고 자신도 몇 모금 마셨다.


히비키 「와나코.. 미안하다조, 일단 이거라도..」


와나코 「끼이잉..」


햄죠 「찍..찍찍..」


인간 정수기에서 내려온 드립의 맛은 시큼하고, 미지근하고, 매슥거렸다.

히비키는 자신이 드립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몇 번인가 헛구역질했지만, 최소한 더 이상 목은 마르지 않았다.


4.

새벽에, 히비키는 잠에서 깼다. 와나코가 테니스 라인을 잡아 물어뜯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테니스 라인은 질기고 복잡하게 엉켜 있어서, 악어가 계속 물어 뜯음에도 실오라기 하나 뜯어지지 않았다.

걱정하던 히비키는 곧 악어가 라인을 끊지 못함을 깨닫고 악어를 비웃으며 말했다.


히비키 「멍청한 X끼야! 그 줄 안 끊어진다조!」


그러나, 악어는 멈추지 않았다. 줄을 물고, 계속해서 머리를 젓기 시작했다.

잡은 상태 그대로, 마치 야생에서 물소를 붙잡은마냥 라인줄을 잡고 몸을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댔다.

그제서야 히비키는 악어가 멍청해서 저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라인을 고정한 벽의 고정대들이 흔들리며 나사가 빠지고 있었다.


히비키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결국 나사가 다 빠져버렸다.

고정대가 떨어져 나간 라인줄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악어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굶주린 악어가, 4개의 다리로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때, 말릴 새도 없이 이누미가 와나코에게 달려들었다.

마지막 순간, 이누미와 히비키의 시선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당연히, 이누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히비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악어와 개가 한데 뒤엉켜 싸웠다.

이누미가 악어의 가죽을 마구 물어 뜯었지만, 단단한 살가죽에는 구멍 하나 나지 않았다.

개의 공격을 뿌리진 악어가 큰 턱으로 이누미의 하반신을 덥썩 물었다.

개의 애처로운 비명소리에, 히비키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지만,

악어의 꼬리치기 한 번에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너무 세게 맞아서, 정강이 뼈에 금이 갈 정도였다.

그러나 그 순간, 이누미가 악어의 눈을 깨물었다. 깨물어서, 한쪽을 터트려 버렸다.

악어가 마침내 데스 롤을 시작하며, 이누미의 몸을 완전히 뒤트는 그 순간에도

이누미는 끝까지 악어를 공격했다.

결국 숨이 멎었지만, 결국 마지막 눈 하나까지도 터트리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악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고통에 날뛰다가 이내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악어의 본능대로 안전한 구석으로 피하는 것이었다.

그 틈에 히비키가 이누미를 끌어당겼다. 이누미는 숨이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쌕쌕거리는 숨결에, 히비키는 패닉에 휩싸였다.


히비키 「죽지 마, 죽지 마, 죽지마, 죽지 말라죠 제발!!!」


그러나, 현실은 만화가 아니었다.

자비도, 기적도, 무엇도 없었다.


이누미의 마침내 숨이 끊어진 순간,

히비키는 이누미의 피에 젖은 목덜미를 움켜쥐며 하늘이 떠나가라 울부짖었다.


5.

6일째 아침. 습하고, 무덥고, 먹구름 낀 날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타카네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역시 움직일 수는 없었고, 몸 상태는 좋지 못했다.

히비키 또한, 자신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오줌조차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때, 히비키는 문득 수영장 바닥의 배수구가 떠올랐다.

배수구가 있다면, 그 끝에 나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히비키 「..안되겠어. 타카네, 기다리라조. 자신이.. 자신이 배수구로 건너서... 밖으로 나갈게!

그러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거라조!」


타카네 「..부디.. 성공하시길. 제발.. 하, 하지만 만약 시, 실패하면 어쩌조?

저, 저는 혼자서.. 혼자서 버틸 수는..」


히비키는 두려움에 휩싸인 타카네의 손을 꽉 붙잡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히비키 「걱정 말라죠, 자신, 절대로.. 절대로 타카네를 나가게 할 테니까!

자신은.. 자신은 완벽하다조! 그러니까.. 난쿠루나이사야!」


굳은 다짐과 함께, 히비키는 배수구 뚜껑을 열고,

배수망까지 뜯어낸 다음 좁은 파이프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


그런데, 그녀가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타카네는 문득 메마른 피부 위로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

그것은 빗방울이었다. 곧, 빗방울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간만에 메마른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지린내가 나는 텀블러에도 서둘러 물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영장 바닥에 물이 고이고..

그 물이 어디로 내려가는지를 깨닫자, 곧 패닉에 휩싸여 히비키의 이름을 연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파이프 안으로 사라진 그녀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빗줄기는 점차 거세졌다. 마침내, 수영장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파이프 내부는 제법 크긴 했지만, 16세짜리 여자아이가 들어가기에는 역시 좁았다.

자꾸 엉덩이살 부분이 끼었다. 게다가 덥고 습한 날씨에, 숨까지 막혀오고 있었다.

히비키는 벽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다고 느꼈다. 벽이 좁아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암흑 속에서, 히비키는 완전히 갇혀버렸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시커먼 어둠 속에 혼자 버려졌다고 생각하자,

히비키는 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타카네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히비키는 배수 파이프의 끝에 도달했다. 밖은 커다란 물웅덩이 저수조와 연결되어 있었다.

파이프는 수영장 외부 분수 등에 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저수조와 이어져 있었는데,

문제는 저수조와 만나는 파이프 끝이 하필 이물질 거름용 철망으로 막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깥으로 나가는 배수로 쪽은 그나마 충분히 넒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히비키가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철망을 어떻게든 밀어내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지만,

철망은 녹슬었음에도 제법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그 순간, 히비키는 엉덩이 쪽에서 차가운 것이 닿은 것을 느꼈다. 물이었다.

물이 위쪽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이 담긴 저수조 쪽을 보니, 비가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히비키는 계속해서 낑낑거리며 철망을 손으로 밀쳤다. 그러나 철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점점 거세졌다. 물줄기가 흐름이 되고, 곧 폭포처럼 물이 쏟아져 밖 저수조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저수조 전체의 수심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은 순식간에 히비키의 목덜미까지 올라왔고,

어느새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녀는 철망을 미친듯이 붙잡고 마구 흔들었지만,

철망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물은 계속해서 차올랐다. 곧, 히비키의 코까지 잠겼다. 히비키는 정말로 패닉에 휩싸여 마구 발버둥쳤다.

그녀는 마치 한 마리 짐승마냥, 물 속에 잠겨 패닉 상태에서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날뛰었다.


...


타카네는 수영장에 물이 차오르자 겁을 먹기 시작했다.

저 좁은 안에서 히비키가 만약 물 속에 잠겨버리기라도 하면..

그러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질러도, 저 안에서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타카네는 끝없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제 물은 수영장 바닥에도 고이기 시작했다. 물론, 열린 배수로 덕분에 일정량 이상으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세차게 내리는 비 덕분에 이제는 제법 고인 상태였다.

비가 고이며, 이누미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와, 히비키가 흘렸던 피가 바닥에 고인 빗물에 섞여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나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카네는 공포에 휩싸였으나, 악어의 두 눈이 박살나서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안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악어가 똑바로, 타카네와 햄죠 방향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악어는 물 속에 흐르는 냄새를 맡고 찾아올 수 있음을.


마침내, 악어가 코 앞까지 다가왔다. 악어는 눈은 안 보였지만,

대신 그녀가 지금까지 흘린 땀, 오줌 등 체액 등으로 타카네의 위치를 아는 것 같았다.

타카네는 겁에 질려 마구 소리쳤다. 하지만, 거센 빗줄기 속에서 그녀의 비명을 잘 들리지 않았다.


악어가 커다란 입을 벌린 순간, 타카네와 햄죠는 죽음을 직감했다.

타카네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곧 벌어질 끔찍한 죽음에 대해 상상하며 두려움에 잠겼다.


...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악어의 머리통이 있던 자리에는, 대신 큼지막한 돌덩어리 하나가 차지하고 있었다.


타카네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수영장 위쪽을 바라보았다.


타카네 「히비키!!」


히비키 「..오래 기다렸다조.. 역시, 난쿠루나이사다조!!」


...


마지막 순간, 이마까지 물이 차올랐다.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패닉과ㅡ질식, 폐쇄 공간의 공포가 그녀 정신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순간, 히비키는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타카네를 떠올렸다. 자기가 죽으면 타카네는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렸다. 침착하게 몸을 돌린 히비키는,

이번에는 양 발로 동시에, 있는 힘껏 배수망을 발로 차대기 시작했다.


결국, 배수로가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히비키는 마침내 수영장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


다행스럽게도, 타카네의 전화기는 멀쩡했다.

전화를 건지 단 수 분만에, 응급차가 도착했고ㅡ

마침내 타카네 또한 지옥의 수영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몇 주 뒤, 타카네를 태운 휠체어를 끌며ㅡ

히비키는 이누미의 무덤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타카네의 허리는 심각한 척추 손상까지는 아니었다.

치료만 열심히 한다면 큰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 들었다.

그 사실에, 히비키는 새삼 안도감을 느꼈다. 다행이야, 다행이다조.


타카네 「히비키, 괜찮으신지요?」


히비키 「..응. 다만.. 다만 많이 그리울 것 같아.

이누미.. 자신이랑 어렸을 때부터 함께했다조?」


히비키는 몇 마디 말을 더 꺼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목이 메이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괜찮지 않아.


매일 같이 있어줄 거라 생각했어, 이누미.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겠지, 그렇지?

지금이라도, 집 문을 열면 커다랗고 복실복실한 네가 달려와 안길 것 같은데,

네가 없는 자리가 너무 크다 이누미.


앞으로도, 다시는 네 자리를 누가 대신할 수도 메울 수도 없겠지.

끝까지 힘들게 만들어서, 미안해 이누미.

그리고 고마워, 끝까지 나와 함께해줘서, 이누미.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기를.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