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죄책감

댓글: 2 / 조회: 1172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8-14, 2020 04:37에 작성됨.

[프로듀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그러네요.
조금 욕심을 부려서 말한다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게
싫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은 사람?

--쿠로카와 치아키의 대답



------------------------------------------------


다녀왔어.


어서 와. 치아키. 오늘 일은 어땠어?


평소와 똑같아. 신곡과 무대 연습 등등.
요즘은 새로운 일거리가 없어서 심심한 정도야.


그렇구나. 잡지 일은?


그것도 벌써 끝냈지. 프로듀서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필 그때 불참해버렸었지?


미안해. 다른 일들로 바빠서 그만..


바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 심지어 나조차도.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프로듀서.
일에 치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한다는 거니까.


이해해 줘서 고마워 치아키.
사실 이 얘기를 해도 이해하고 고마워해주는 건 치아키뿐이야.
다들 변명하지 말라는 둥, 엄살 부리지 말라는 둥, 항상 그런 식이었는데.
치아키, 너만은 날 이해해 줬어.


치히로 씨도?


응... 동기라서 더 그런 거겠지.
심지어 어쩔 때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었으면 바로 큰소리를 내셨어.


.... 미안, 나쁜 기억을 들춰버렸네.


아니야. 이미 지난 이야기고 익숙해졌는걸.
피곤하지 않아? 내일을 위해서라도 빨리 자는 게 좋을 거야.


그렇네. 프로듀서 말이 맞아.
저기... 오늘도..


물론. 내 옆은 언제나 비어있어. 같이 자자.


응!


------------------------------------------------


냉방은 이 정도로 해두고 나머지는...


잘 잤니 치아키?


깨워버렸어?
에어컨 온도 조절하느라 소리가 났구나.


괜찮아. 어차피 일어나야 했고.


프로듀서 항상 하던 거.


뭘?


아침에 항상 일어나면 하던 거...
예를 들면 머리를...


하하, 치아키는 예상외로 어리광쟁이구나.


이, 이런 모습 보여주는 건 프로듀서뿐이니까!
프로듀서 손 차가워서 기분 좋아...


행복해보이지만 이제 슬슬 가야할 때 아니니?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안되겠지...?
프로듀서는 더위를 잘 타니까 온도를 많이 낮춰났어.
그럼 다녀올게.


------------------------------------------------


네, 이거 하고 드라마, 영화, 시간 걸리는 건 전부 빼세요.
만약 잡지도 밤늦게까지 한다면 그것도.
팬미팅? 제가 요즘 피곤해서 안 된다고 하세요.
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알아요 하지만 안되는 건 안돼요.
...이유요? 그게 왜 궁금하시죠?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고 그냥 일 얘기로 돌아가시죠?
쯧.. 잠시 실례할게요 도저히 말이 안 통해서.


하아... 프로듀서...
아, 치히로 씨 무슨 일로. 제가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이해 못 한 그 사람이 잘못이에요.
왜 자꾸 사생활을 캐묻는지 불쾌하기 짝이 없게..
걱정? 쓸데없는 참견이네요! 자기 일이나 잘할 것이지.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저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모든 게 엉망이라고요!
하! 부정하지 마시죠?! 사실이잖아요 치히로 씨도 은연 속으로 느끼잖아요!
아니, 치히로 씨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걸요!?
프로듀서가 훨씬 잘한다고! 훨씬...


그만... 잠시, 화장실 좀...
아...


여긴... 쓰러졌다고요..?
컨디션 관리는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상태가 이상하더니 역시라고요..
땀이.. 악몽이라도 꿨냐고요? 왜 그렇게 물으시죠 치히로 씨?
제가.. 쓰러져 있는 동안 프로듀서를 계속 찾았다고요..?


.......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제안은 고맙지만 혼자 갈 수 있어요.
혼자 갈 수 있다고요!
큰소리쳐서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예민해져서.
하지만 정말 혼자서 갈 수 있어요.


------------------------------------------------


다녀왔어...


어서 와. 근데 기분이 별로 안 좋네. 무슨 일이야?


그게.. 일단 밥부터 먹고 말할게. 배고프지?


음... 알았어.


앗.. 재료를 사 온다는 게 깜빡했네.
미안 프로듀서, 오늘은 조금 맛없을지도 몰라.


괜찮아. 치아키가 하는 거라면 뭐든지 맛있어.


정말...


이 시간에 누구지?


치히로...
문 잠그고 있어. 금방 끝낼게.


치히로 씨?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걱정할 것도 없이 멀쩡해요.
제 악몽 때문에 찾아온 거라고요?
... 그저 잠꼬대일 뿐이에요.
왜 그렇게 참견질이세요 제발 좀 그만 내버려 두면 안 되나요?!
당신도 그 사람도 왜!
이제 그만 가세요.


왜... 그...


으..!? 자물쇠는 다 잠갔고 방음은 완벽해.
여긴 나와 프로듀서뿐이야.
그런데 도대체...!


프로듀서 미안해. 조금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네.


괜찮아. 치아키는 아무 잘못 없어.
그런데 저녁은.


아니야... 생각이 없어졌어..
피곤해. 나 먼저 잘게 프로듀서.


------------------------------------------------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괜찮아요. 잠깐 한 눈 판 것뿐이에요.


하나, 둘, 셋. 그리고..


왜...


윽...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허상일 뿐이야...
그래, 저건 그냥...


치아키... 왜...


히익..!
아, 아냐! ㅈ, 저건 그냥 가짜일 뿐이야!
저리 가!! 그, 그래! 프,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어디 있어!
프로듀서는 항상 촬영장에 나와있었어.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치, 치히로 씨...? 잘 됐어요 지금 당장 프로듀서를 불러주세요!
못 불러? 그게 무슨... 당신은 프로듀서와 제일 친한 동료였잖아요.
그런데 왜 못 부르신다는 거예요?
지금 부르지 않으면 저기 있는 가짜가..
아무것도 없다뇨?! 저 거울 앞에 있잖아!


네...? 계속 실종이라니 누가....
프로듀서요? 그래서 부르고 싶어도 못 부른다?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 그게 그럴게 프로듀서는 지금.
지금...


------------------------------------------------


프로듀서!


우왓! 왜 그래 치아키? 숨까지 차면서.


다, 다행이다. 그래, 모든 게 착각이었어.
프로듀서는 여기 있는걸. 치히로 씨가 착각한 걸 거야.


정말?


누구야!? 괜찮아 프로듀서 내가 처리할 테니까.


어머나 무서워라. 칼까지 들고 죽일 셈이야?


누군지 모르겠지만 빨리 튀어나와.
안 그러면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치아키...


너... 이 가짜까지 여기로 들어온 거야?
프로듀서 행세 따위나 하고.


진짜로 모르는 거야 아니면 현실 부정이 심한 거야?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여기서 나가!
여긴...! 내가 얼마나 여길.!


알아 알아. 너와 프로듀서의 '행복한' 공간인 거.
그런데 계속 눈치채지 않으려는 것뿐이지?
행복의 정체를.


무슨 소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사는 집인데 항상 에어컨이 틀어져있지.
계속 숨겨져있는 방, 이상하게 많은 향수와 탈취제.


닥쳐.


이웃들에게 들키지 않은 것도 용해.
저번에 치히로 씨가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응?
혹시 들켰을까? 냄새가 세어 나갔나? 그런 걱정들로 가득 찼었지?


닥쳐.


너무 무서워서 그때의 프로듀서를 봤을 정도였지.
오늘도 마찬가지고.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텐데 치아키.


닥쳐! 저건 가짜야! 프로듀서는 지금 방에 있어!
저 방에서 편하게 쉬고 있단 말이야!


한 번이라도.
한 번이라도 프로듀서가 움직이거나 너에게 말을 건 적 있어?


뭐? 그거야 당연히...


뭐, 네 말상대를 하고 배웅을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는 거?
그거 전부 너 스스로 한 거잖아.


아니야... 그건 프로듀서가 나에게..


프로듀서의 목소리를 따라 하며 혼자서 일인극.
차갑고 딱딱한 손을 네 머리에 올려서 부비적거렸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굳은 몸 옆에서 행복하게 잤다.
이제 그만 인정하지그래?


난. 난... 아니야 사실이 아니야...


아직도 부정하는 거야?
넌 모르는척하지만 실은 알고 있잖아.
그 손으로 떠나가는 프로듀서를 영원히 붙잡아둔 것을.


치아키....


프로듀서... 난...


왜...


눈을 뜬 순간 쓰러진 프로듀서와 넥타이가 내 손에 남아있을 뿐.
충동적이었어. 정말로 미안해 프로듀서.
하지만 행복했어 더 이상 뺏기지 않으니까.
질투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니까.


........


프로듀서..? 평소처럼 내 이름을 말해줄래?
아니면 배웅이라던가 뭐든지..


........


그래.... 이제 끝난 거구나...
정말로 미안해 프로듀서... 그리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


"다음 소식입니다.
실종되었던 346프로 프로듀서가 같은 소속 아이돌 C 씨의 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C 씨는 4일 전 자신의 저택으로 프로듀서를 부른 뒤 충동적으로 죽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C 씨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판단,
정신병원에 넣고 감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조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최초 발견자였던 센모씨는 "들어선 순간 집에서 악취가 풍겨져왔다.
잠겨져있던 문을 열자 더 심한 악취가 났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굳이 설명하자면 기울여져있는 건 양심의 목소리일까요.

독백만으로 구성된 이야기였습니다.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