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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들)건국 30주년 기념 인터뷰 - 재무장관 쿠와야마 치유키(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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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3, 2020 12:14에 작성됨.

제국 정부청사 안의 휴게실, 그 안에서 한 정복을 입은 여성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장을 이리 기다리게 할 줄이야. 하여튼 우리 장관님들은 못 말려.”
감색 정복을 입은 여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차를 한잔 마시려던 찰나,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관님, 그래도, 제가…… 인터뷰는…….”
“괜찮습니다. 재무장관께서는 충분히 기록을 가지신 분이니까요.”
“하지만, 인터뷰하시는 분이 제국 경찰청 청장이라면서요. 그분…….”
‘아니, 당사자가 코앞에 있는데…….’
“이렇게 다 늙은 여자와 인터뷰 하는 건 싫으신 거 아니에요.”
“장관님이 원수님과 비슷한 연배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뭐가 됩니까?”
“저기, 닛타…… 장관님??”
한숨을 쉬는 감색 정복의 여성이 부른 사람은 카키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국방부의 닛타 미나미 장관. 닛타 장관은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빨리도 오셨습니다. 하야미 청장.”
“왜 이리 늦으신 겁니까?”
한숨을 쉬면서 말하는 하야미 카나데 청장, 닛타 장관은 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손을 잡은 한 여성을 가리켰다.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를 입은 그녀가 바로 제국의 재무를 총괄하는 주인공, 쿠와야마 치유키였다.

“아무리 그래도 장관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쩌십니까?”
“하야미 청장도 아시잖아요. 저 원수님 급으로 나이 많은 거.”
“잠깐, 그래도 핫토리 장관님급은 아닐 거 아니에요?”
“저 올해 55세에요. 제국의 장관급 중 고연령인데요?”
하야미 카나데는 그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비록 쿠와야마 치유키라는 여성이 건국 주체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엄연히 제국의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제국의 조세제도를 다시 세우고, 재정적인 면에서 제국을 부강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또한, 현물 위주로 흐를 수도 있었던 제국의 경제를 화폐경제로 돌린 인물이었다. 그래서인가, 쿠와야마 치유키는 개국 30년이 되는 올해, 제국 건국의 주역들과 함께 훈장을 받게 된 건 사실이었다.
‘이런 분이 할 이야기가…… 없진 않겠지.’
하야미 청장은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어떤 폭탄이 떨어질지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단은, 제가 오면서 잠시 정보부에 부탁해 신상을 봤습니다.”
“그런 거 함부로 보면 안 되지 않나요??”
“보통 제가 뵐 일이 없으니까요.”
하야미 청장의 말에 쿠와야마 장관은 뺨을 부풀렸다. 옆에 있던 닛타 장관은 그걸 보면서 쓴 웃음만 짓고 있었고 하야미 청장이 물었다.
“시간 남아요? 닛타 장관님은?”
“쿠와야마 장관님 요청이니까, 잠시 시간을 뺐어요.”
“제 부탁이니까요.”
쿠와야마 장관의 말에 하야미 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네.”

인터뷰 대상 : 쿠와야마 치유키
초대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재무부 장관(前 부재상급, 현재는 일반 장관과 동일.), 메르세아 대학교 감독 위원
세토나카 대학교 비상근 명예교수, 전 세토나카 대학교 설립추진위원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역사상 최초의 피정복민 출신 장관

“일단, 출신지가 특이한데, 여기가 어디예요?”
“첫 질문부터 지역감정을 건드리나요? 하야미 청장님은?”
하야미 청장의 질문을 받은 닛타 장관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물었고 하야미 청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나도 처음 듣는 곳이라고요, 여기는.”
“아, 제 고향인 세토나카 지역은 메르세아에서 차로 2시간 걸리는 바닷가 지역이에요.”
“그런데, 여기가…….”
하야미 청장이 말을 흐리자 닛타 장관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우리 아인헤리어 제국이 최초로 장악한 지역입니다.”
“건국 직후 말이죠?”
“네.”
닛타 장관의 말에 하야미 청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쿠와야마 장관도 할 말이 없어졌다. 잠시 조용해진 사이에 하야미 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닛타 장관께 잠시 물어보고 싶은데, 당시 그 일대에서 학살 같은 것이…….”
“아뇨. 없었어요.”
쿠와야마 장관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래요?”
“제가 살던 지역의 장로분들이 항복을 그대로 선언해버렸어요.”
“허…….”
하야미 청장은 그대로 할 말을 잃었다.

“실제로 항복을 한 건 사실이에요. 정복 전쟁 기간에 병력의 손실이 적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고요.”
하야미 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말을 한 당사자가 바로 닛타 미나미 전 제국 군 대리 총사령관이니 틀릴 것은 없다. 정복 전쟁 기간 중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이 거인족과의 전투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 제국군의 기세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장관까지 어떻게 되신 건가요?”
“제가 24세가 되던 해에 제 고향이 이 나라에 병합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부에서 관료를 모집한다는 발표를 한 거예요. 그런데 조건이, 지역 무관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지역 무관요?”
하야미 청장은 당혹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제국이 정복한 지역에서도 사람을 모집한 거예요. 제국의 영토는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부족하니, 우리가 정복한 지역의 사람들도 공무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거죠.”
“그럼 언어는요?”
“제국의 공용어가 가능한 사람의 경우에는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합격 후에 바로 임용하지 않고 교육을 하기로 했어요. 실제로도 교육이 이뤄졌고요.”
하야미 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제국 관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시험 합격자 교육이 진행되는 내용의 기사들이 실렸던 것을 그녀도 봤고, 심지어 미후네 원수가 현장을 찾을 때 동행한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 장관께서 제국어를 하실 줄 아셨던가?’
“제가 장관을 처음 뵈었을 당시 장관께서는 제국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거로 기억합니다만…….”
“네, 사실 처음에 닛타 장관님을 제 고향에서 뵈었을 당시에도, 말을 잘못했어요.”
“진짜로요?”
하야미 청장은 당혹스러운 투로 닛타 장관을 바라봤고 닛타 장관은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토나카 지방이 항복해서 그 지역이 이 나라에 편입된 후, 제가 잠시 그 지역의 행정관 업무도 맡았어요. 일단 그 지역 자체가 우리가 처음으로 병합한 땅이니까, 그 지역의 통치 방식이 제국의 점령이 통치 방식을 결정하는 건데, 그때 쿠와야마 장관을 처음 봤어요. 근데 제국어는 간단한 인사말이나 할 줄 아는데, 그것도 입이 얼어서 한마디도 못 했어요.”
닛타 장관의 말을 들은 쿠와야마 장관이 당혹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저도 그거에는 할 말이 있는데, 그때 닛타 장관님을 보면 진짜 저에게는 공포의 존재였다니까요! 그때 시가지를 지나는 군대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두려워할 거에요. 하얀색 정복을 입고 무표정인 데다가 사기도 높고, 화력도 강하니까, 그 모습을 본 제 고향의 장로분들이 항복을 결정한 거죠.”
하야미 청장은 쿠와야마 장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으려다가 잠시 생각 후 웃음기를 거뒀다. 건군 행사 당시 제국군의 모습은 정말 신군(神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걸 누구보다도 아는 사람이 바로 그녀 자신이고 말이다.
“그렇죠. 정복 전쟁 기간 강력한 신의 군대를, 원수님의 명명을 받들어 지휘한 사람이 바로 여기 닛타 미나미 장관이니까요.”
“그때 정말, 닛타 장관께서는 저에게 있어서는 두려움이 존재였어요. 그런데 정말 이 나라의 공무원이 되고 나서 만났는데, 그때에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쿠와야마 장관의 말을 듣고 하야미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나라의 공무원이 되셨습니다. 여러 일을 하셨죠?”
“조세제도 문제라든가, 화폐 정책 등의 실무를 제가 담당했어요. 그때에는 재무부가 아니라, 재무국이라 해서, 내무부 산하였거든요.”
“아, 그럼 처음 발령된 부서가 재무국이었군요.”
“네, 처음부터 재무국으로 갔어요, 재무국에서 근무했는데, 당시에도 워낙 할 일이 많다 보니까, 장관님…….”
“내무장관님.”
“네, 와쿠이 내무장관님께서 필요하실 때마다 절 썼어요. 그러니까, 이제 원수님께서도 제 이야기를 들으신 거겠죠.”
쿠와야마 장관은 인터뷰 중에 목이 탔는지 잠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입을 다시 열었다.
“언제인지는…… 저도 몰라요. 한, 20년도 더, 넘은 이야기겠죠? 와쿠이 장관님이 원수님께서 찾으신다고, 원수부로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전 모르고 있었는데, 내무장관님이 그때 원수부 부장…… 그 직을 겸직하시더라고요. 맞나요?”
쿠와야마 장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닛타 장관에게 물었고 닛타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원수부로 갔어요. 전 원수님을 가까이서 뵌 건 그때가 처음이니까.”
“잠깐만요. 장관님. 원수부로 가서 가까이 뵌 것이 그때가 처음이라고요?”
“네.”
하야미 청장의 말에 쿠와야마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닛타 장관은 ‘뭔 소리인가?’ 하는 반응이었다.
“공무원 임용자 연수 때 한번 봤던 거 아니었어요?”
“멀찍이서 뵈었고, 그때에는 사실 전 피정복지 출신자라, 좀,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쿠와야마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서 닛타 장관을 본 후 입을 열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어요.”
그 말에 하야미 청장과 닛타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원수부에 갔어요. 그래서 원수님과 대면하게 되었는데…….”
쿠와야마 장관은 잠시 머리에 손을 얹고서 또 생각에 잠겼다.
“그때 흔들렸어요. 완전히 원수님 페이스에 넘어갔다니까요!!”
그 말에 두 공직자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일 잘한다고 이야기 들었다고 하면서 원수님께서 이 나라의 재무를 총지휘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거에요. 나는 그거 자신 없다고 빼려고 했는데, 원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뭐라고요?”
“‘그대가 만약, 이 나라의 재무를 총지휘하게 되면, 그대가 데리고 있는 두 아이의 교육을 이 나라에서 도와주겠다.’라고…….”
하야미 청장은 그 말에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닛타 미나미 장관을 바라봤다.
“아, 그 오사키 자매 말하는 거죠? 현재 정보부 소속인”
“네.”
“오사키, 자매요?”
“쿠와야마 장관하고 되게 가까운 사이의 아이들이에요. 친자매는 아니지만, 자매처럼 가까운 사이인데, 이때에는 그 둘 다 세토나카 지방에서 생활하고 학교만 메르세아로 올라와 있었어요. 가숙사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원수님께서 어떻게 그 둘에 대해 아신 건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때…… 와쿠이 장관님과 면담하다가…… 아셨겠죠.”
쿠와야마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선 머리를 쓸어넘겼다.

“하여튼, 그 말에 흔들리셨나 보네요.”
“많이 흔들렸어요. 엄청난 조건이니까. 게다가 저 포함한 3명이 살 집도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그거에 엄청나게 흔들렸어요.”
“세토나카 지방이 지금은 오고 가는 게 편해졌지만, 예전엔 엄청 힘들었죠? 닛타 장관?”
“빨라야 거의 2일이었죠. 지금은 확실히 나아진 겁니다.”
“그렇군요.”
하야미 청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쿠와야마 장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제안을 제가 받아들이고 난 후, 전 멸시와 모멸에 시달리게 되었어요. 임명 첫날부터, 제국 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돈 거예요.”
“저건가요?”
“네?”
닛타 장관은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원수님께 몸을 팔아서 장관 자리를 얻었다.’라는 소문.”
쿠와야마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문인데, 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진 거죠?”
“피 정복지 출신이라는 점이 좀 결정적이긴 해요. 그리고 임명이 급작스럽게 이뤄진 점도 그렇고요.”
하야미 청장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 차별이 분명했다.
“그러다 보니, 재무부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에도, 재무부 직원 대부분이 저를 무시했어요. 한 2~3명 정도만 저하고 인사를 나누고, 보고하는 게 고작이고…… 그리고, 의회에 나가려고 하면…… 의원분들이 대놓고 무시를 하니까.”
닛타 장관은 인터뷰를 옆에서 무심히 듣고만 있었지만 하야미 청장은 확실히 공기를 읽었다. 그녀도 화가 속으로 나 있는 거 같았다.
“무서웠고…… 죽고…… 싶었어요…….”
쿠와야마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인터뷰 잠시 중단하죠.”
“그래요.”
하야미 청장은 급히 마실 것을 사러 나갔고 닛타 장관이 그 옆에서 쿠와야마 장관을 다독였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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