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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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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31, 2020 05:43에 작성됨.

 2018년, 밀리언 스타즈는 데뷔 1년만에 어엿한 연예인으로 일본 곳곳을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선배인 올스타즈와 함께, 일본 최정상을 군림하는 이들, 765 프로덕션. 이 프로덕션은 1명의 프로듀서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노리모토P라고 세간에 알려진 그는, 52인의 입맛에 맞는 자리를 능수능란하게 물어오는데 재주가 있었고, 크건 작건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도 만들어주어 765 프로덕션을 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노리모토P는, 765 프로덕션의 2인자가 될 예정이었다. 적어도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해 12월 6일. 하네다 공항.

"프로듀서 님, 출장 잘 다녀오세요."
"이 참에 우리도 해외 여행도 다녀봐요!"

건장한 체격의 노리모토P를 두 명의 여성이 배웅한다. 연노랑 목도리를 두르고 코트를 입은 코토리와 민트색 파카를 입은 미사키가 출국장으로 향하는 노리모토P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속보 KE 238 13시 19분 경 동해상공에서 피격, 동해안 일대 추락, 사망자 239명]
[생존자 확인 안돼... 해군 해경 합동 수색했으나 생존자 없는 것으로 추정]

2018년 12월 6일 13시 19분, 강릉에서 30km 떨어진 해상에서 비행기가 한 대 피격당했다. 원인은 (후문이 많았던) 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으로 밝혀졌고, 이로 인해 동해상에서 남북한 간 해전이 벌어질 정도로 동북아시아가 혼란에 빠졌다. 일본도 마찬가지였고, 총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헌법을 바꾸는 무리수까지 두어가면서 군대도 만들고, 종신 집권 총리에 앉았으나, 전쟁이 한창 격화중이던 2021년 결국 암살당하면서 그 후임을 정하지 못한 일본은 3개월 총리의 연속으로 매일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 765 프로덕션은 시신은 찾지 못한 프로듀서의 영결식을 치른 뒤 두 사무원의 분투와 땜빵 여럿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노리모토P의 공백을 막는데 성공했고, 이전부터 쌓은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나중엔 자신들이 직접 관리를 할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그렇게 해서, 다들 노리모토P의 존재를 잊고 10년이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정말. 이쿠는 나를 힘들게 한다니까."

사각 안경을 쓴 모모코가 책을 펴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쿠에게 한 소리를 한다.

"이거 어렵지 않다고. 다시 처음부터 해보자, 응?"
"하지만...  수학이 이렇게나 어려운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옆에 앉은 타마키도 울상을 짓는다. 

"난... 수학하고 담 쌓은지 10년이라고..."
"너도 빨리 수학은 이수해서 이번엔 졸업해야지. 아미랑 마미 봐봐."

 모모코가 소파에 앉아서 스위치 3를 갖고 서로 플레이하는 아미와 마미를 가리킨다.

"저렇게 게임만 하는 거처럼 보여도, 머리는 나보다 좋아. 아마 공대를 3년만에 졸업했을 거니까..."
"나도 저렇게 게임만 하고 싶다..."

이쿠가 한숨을 푸우우 내쉬면서 책상위에 엎어진다.



이쿠의 간절함을 신이 들어줬을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얘들아, 들어봐 들어봐!"

5층 사무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린다.

"오늘 저녁에 11층에서 파티할 거래!"

문을 연 장본인은 우미. 건강 미인으로 이름난 덕에 8년이나 자기 이름을 딴 "코우사카 피트니스"라는 프로그램을 했고, 지금도 피트니스 광고의 섭외 1순위인데다 한국에서도 콜라보로 피트니스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이쿠랑 모모코, 타마키, 아미 마미도 갈거지?"
"이쿠랑 타마키는 수학공부 필요한데?"
"뭐 잠깐 파티정도면 괜찮잖아?"

모모코가 한마디하려다가, 우미의 열화에 못 이겨 가겠다고 손짓을 했다.

"근데, 오늘 뭔 날이야? 코토리 씨 셋째 생일도 아니고..."
"오늘 신 사옥 이사 기념일이잖아?"

모모코가 아 하는 표정을 짓는다.

"간만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간만이라면...?"
"하루카짱이라던가?"

그 말에 모모코가 멈칫한다.

"...나...나도 갈래..."
"오케이! 5층 섭외 끝!"

우미가 나가고 나서, 모모코가 한숨 내쉰다.

"하루카 씨라... 진짜 어쩔수가 없네."

모모코의 입가에 미소가 살며시 피어난다.





"정말 우미 언니도..."

시즈카가 우동 면을 삶다가 당황하면서 말한다. 아이돌을 하면서도 우동 사랑을 꾸준히 보여주던 시즈카는, 765프로가 새 극장을 장만한 뒤 상점으로 모가미 우동을 런칭했다. 프로덕션이 신 사옥에 둥지를 틀때, 1층의 상업 공간에 모가미 우동 본점을 옮긴 뒤 아이돌 활동과 더불어 꾸준히 직원에게 맛있는 우동을 전파하고 있었다. 사옥 1층의 모가미 우동에 심심하면 놀러가서 지도중인 모습을 자주 볼수 있었다.

"그래서... 파티 올거야?"

우미가 뾰루퉁한 얼굴로 시즈카 앞에 턱을 괴면서 주시하고 있다. 남이 보면 사뭇 애교스러운 상황이지만 말이다.

"... 알았어. 언제 할 건데?"
"준비는 지금 하고 있을걸?"

시즈카가 잠시 생각한 뒤 말한다.

"이거 면 삶는 거만 전수하고 갈게."



30분 뒤 엘리베이터 안. 우미는 이미 올라가서 파티 준비하는 걸 돕고 있었다.

'매번 우미 언니에게 휘둘린단 말이지... 츠바사나 미라이도 그렇고...'

시즈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춰섰다. 모모코가 엘리베이터를 타다 시즈카와 눈이 마주쳤다.

"시즈카 언니, 오늘도 우동 전수하고 있었어요?"
"어... 오늘 마침 중요한 면 삶는 거 전수하는 날이거든. 뭐 여러 날에 걸쳐서 이야기해도 상관없지만."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해진다.

"... 올해 졸업 아니야?"
"응. 학점 다 채웠는데 교양 둘인가 모자라서 1년 더 다녀야 해."
"아하..."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7층에 멈춰선다.

"우리는 사옥 엘리베이터를 왜이리 복잡하게 해뒀는지 몰라..."
"언니, 프라이버시잖아? 코토리씨가 사장되고 나서 얼마나 고생하면서 만든건데..."
"하긴... 그래서 우리는 일 터지면 여기 숨어있는게 일상이지..."

765 프로덕션 사옥은 엘리베이터를 2대 가동한다. 1층에 연결되어있어 7층까지만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랑, 7층부터 옥상까지 이어진 엘리베이터. 이전 사옥에서 코토리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스바루의 야구 방망이 사건으로 코토하와 코토리가 머리를 쥐어낸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기서 기다리다보면 다른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그랬었지..."

모모코가 기억을 회상하면서 말한다.

"그러게... 누가 있을까... 미나코 언니도 있을거고..."

시즈카가 카드를 도어락에 댄다. 스르륵하고 문이 열린다.

"그래도, 여기 들어오면 진짜 마음이 편해져."

765 프로덕션 처음 시절 그대로의 사무실이 환영한다.

"여기 그대로 재현한 건 진짜 잘했지. 올스타 선배들도 뿌듯해했고..."

시즈카와 모모코는 한바퀴를 스윽 둘러보고는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이동했다. 순간, 모모코의 시야에 평소 닫혀있는 방이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어? 오늘 왠일로 여기가 열려있지...?"

시즈카가 말릴 새도 없이, 모모코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콜록콜록... 우리 사무소에 이런 곳이 있었나...?"

방안으로 들어온 모모코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이상한 박스들로 가득찬 공간. 그리고 덩그러니 있는 책상위에 있는 공유기.

"외장하드...? 이게 왜 여기에...?"

모모코는 외장하드의 전원을 켠다. 파란 불이 켜지고, 위잉 소리가 난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구 외장하드지...?"
"모모코, 어서 가자."

시즈카의 재촉에 일단 모모코는 외장하드를 내려놓고 그냥 나왔다.





11층.

옥상 연회장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이돌들의 인사로 시끌벅적했다.

"코노미 언니~ 뭐했어?"
"리오 넌 임마... 해외나 다니고..."

얼핏 들으면 아이돌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물론 외관으로 봐도 몇몇 아이돌은 아이돌이라고 보기엔 술을 이미 거하게 마시는 중이었지만.

"벌써 신사옥으로 이사온지 1년 됬네..."

시즈카가 어느새 옥상 한켠에서 풍경을 바라보면서 샴페인 한모금을 마신다.

"코토리씨도 여기서 밤풍경을 보면서 술을 마셨을까...."

하면서 생각에 잠기는데 누군가 시즈카를 뒤에서 덮친다.

"꺄악?"
"냐하하~ 시즈카짱 오랜만이네?"

주인공은 토코로 메구미. 시즈카가 화들짝 놀라자 메구미가 씨익 웃는다.

"오랜만이래도 이렇게 놀리는 건 아니죠! ...그나저나 영화 촬영 아직도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 그거? 벌써 끝났어. 내가 좋아하는 배역이라 금방 끝냈다고! 냐하하..."

10년전 어떤 뮤지컬의 중요 조연에 캐스팅된 메구미는, 비록 뮤지컬이 작은 규모라 주목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평가하던 다른 감독의 눈에 띄어 그 다음작에서 주연으로 깜짝 발탁. 거기서 일약 연기자로서 성공을 거두어 지금까지 음반 활동과 더불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노리모토P가 메구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해서 메구미가 늘상 인터뷰 할때마다 되돌아보는 배역 1위로 항상 이 뮤지컬을 꼽았다. 

"그나저나... 몸 더 좋아지신 거 같아요, 언니."
"냐하하, 그래? 뭐 코토하랑 엘레나랑 매일 아침에 오다이바 조깅을 하는데 효과가 있나 보네?"
"그래요?"

시즈카의 눈이 메구미의 몸매로 향한다. 10년전 헐렁한 티가 어울리는 갸루같은 이미지의 메구미는 어느새 우아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발라드 가수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거기다 큰 가슴은 메구미의 매력을 더욱 더해줬다.

"가슴까진 아니더라도... 늘씬한 몸매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시즈카라면 가능할거야!"

메구미가 웃으면서 샴페인을 한잔 마신다.





연노랑 드레스에 볼륨있는 몸매의 여성이 들어선다. 입가의 점이 선명하게 섹시미를 강조한다.

"코토리 사장님!"
"코토리 사장님!"

아이돌들이 일제히 알아보고 인사한다. 오토나시 코토리, 혼란의 765 프로덕션을 정리하고 5년전부터 타카키 사장의 뒤를 이어 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7년전에 부녀자 망상을 하다 돈이 없자, 그때부터 사무 능력을 각성한게(?) 원인이었지만, 그래도 765 프로덕션이 새 사옥과 새 극장으로 이사가도록 한 주역이기도 하고, 더 놀라운 건 30대 초반이지만 (다행히) 결혼에 성공해 벌써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럼에도 몸매를 유지하는 건 765 프로덕션의 미스터리였다.

"사장님, 같이 술이나 한잔하실래요?"
"리오, 코노미. 너희는 술만 많이 안 마시면 괜찮을 거 같은데..."

리오와 코노미가 퇴짜맞자 풀이 죽는다. 코토리가 옥상 테라스에 마련된 간이 단상에 오른다. 모두의 시선이 단상으로 향한다.

"오늘은 두번째 새 사옥으로 이사간 지 1년되었기도 하고, 그동안 바빴던 우리 아이돌들 얼굴 한번 같이 보자고 해서 연 파티니까, 모두 맘껏 마셔. 건배!"
"건배!"

코토리가 샴페인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치자 아이돌 모두가 건배를 외친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치하야의 핸드폰이 수차례 울린다. 

"치하야 짱,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데? 전화온거 아니야?"

하루카가 지나가다 보고는 치하야에게 핸드폰을 건내준다. 치하야도 화면을 보고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목소리가 아닌 지지직 거리는 잡음이었다. 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치하야가 귀를 막고 쓰러진다. 하루카가 부축해준 것도 있고, 일시적인 고음이라 치하야에겐 아무 이상도 없었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운 전화였다. 전화는 받은지 30초 만에 끊어졌다.

"뭐... 뭐야 이 전화..."

치하야가 전화를 다시 넣으려는 데, 화면을 보고 멈칫한다. 이상한 사진이 있었다. 치하야는 이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아무리봐도 이해못한 치하야는 하루카를 부른다.

"하루카? 이거 무슨 사진인지 알아?"

하루카가 치하야의 폰을 받고 사진을 본다. 바다 위의 구명정에서 찍은 사진인듯했다. 사진이 찍은 대상은 바당이 추락한 비행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비행ㄱ..."

순간 하루카는 무언가 충격적인 걸 본 모양인지 폰을 떨어뜨린다. 아래에 살며시 찍힌 소매. 분명히 군청색 양복 재킷의 소매다.

"노... 노리모토P?"

하루카의 입에 그 이름이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하루카에게 향한다.

하루카는 황급히 전화 발신자를 확인한다. 노리모토P였다. 발신 시간은 2018년 12월 6일 13시 34분, 항공기가 격추되고 15분 뒤였다.

"어... 어떻게 10년전 사진이 지금 날아온거야..."





2028년 12월 6일 지금, 10년전 사건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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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냥 은@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소재에오
뭔가 떠오를 거 같지만
이번 건 군말 안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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