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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들)건국 30주년 기념 인터뷰 - 닛타 미나미 국방장관(2부)

댓글: 2 / 조회: 1196 / 추천: 2



본문 - 07-30, 2020 13:45에 작성됨.

전편은 이쪽으로

“제국 건국 당시, 이쿠야 제국에서는 ‘메르세아가 적의 침공을 받아서 점령당했다.’라고 알고 있었지만 알고 보면 장관님께서 이끄시는 부대가 포격을 감행했는데, 굳이 포격을 감행한 이유가 있습니까? 포탄도 충분치 않았을 거 같은데요?”
“아, 그때 말입니까?”
“네.”
닛타 장관은 미즈노 장관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당시 일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기억에서 생생하다.
“실탄은 쓰지 않았습니다.”
“네??”
“사실 처음에 독립 및 건국을 준비할 때, 원수님께서는 이렇게 해야 하겠냐고 저희를 책망하셨어요. 저하고 사기사와 장관이 설득했는데, 원수님께서 반대하셨죠. 신의 뜻을 거역하는 행위가 되는 게 아니냐? 하시면서 말이죠.”
“아무래도 원수님의 온화한 성격을 감안해 본다면 싫어하실 겁니다만…….”
“그건 그렇죠. 그래도 마지막에 설득하신 분은 농상공부 장관이신 핫토리 장관님이시죠.”
“그분께서요?”
“사실 그 당시 이쿠야 제국 수상 ‘W’가 파견한 자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수님께서는 그걸 마음에 안 들어 하셨지만, 만약 대놓고 했다간 그야말로 쿠데타가 터지는 수준이니 참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당시 핫토리 장관께서 원수님과 같은 방을 쓰시다 보니, 원수님과 장관님 사이에 밀담이 오간 것으로 압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신앙을 지키려는 이들은 사제가 없이 비밀리에 제를 올리고 있었던 상태니까요. 그렇기에 원수님께서 최종적으로 승인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럼 당시 두 어른, 어른이라고 말하기에는 뭣하지만 두 분 사이의 대화는 당사자분들만의 비밀이다. 이거군요.”
“그렇죠.”
미즈노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당시에 포격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이쿠야에서 올 당시에 훈련용 탄약하고, 실탄, 공포탄 등을 챙겨왔습니다. 부대원들 훈련은 시켜야 했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출발 전에 원수님께 말씀 드려서 최대한 챙겨오자고 했죠.”
“잠깐만요. 그 당시 같이 온 생도들도 많았잖습니까? 그럼 그 생도들이 직접 다 농사도 지었나요? 이 땅에서?”
미즈노 장관은 그 말을 듣고 경악했다. 과거 이쿠야 제국 시절부터 아인헤리어와 발렌타인 특임대는 여자만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아무런 도구 없이 농사를 지었을 리가?
“그건 아니고, 몇몇은 집안이 통째로 같이 올라왔었어요. 사실 이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겠죠. 그런데 진짜 처음에 갔을 때는 우리 자체가 완전히 이쿠야 제국의 끄나풀이니까, 그 지역 주민들의 표정이 좋지는 않았지.”
“결국은…….”
“우리가 몸을 낮췄어요. 원수님께서도 그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살 것을 지시했고요. 그렇게 그 지역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고 소위 포격을 감행함으로써,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쳐도 그 당시에 어떻게 그걸 성공시킨 건지…….”
황당해하는 미즈노 장관의 말에 닛타 장관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결국은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거예요. 나라를 세우는 것, 정치하는 것 모두 똑같더라고요.”

“포격 당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장관께서는 당시 작전을 진두지휘하셨다고 했는데…….”
미즈노 장관의 다른 질문이 나오자 닛타 장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후, 그녀는 입을 열었다.
“주민들은 오히려 환영하는 눈치였어요. 다른 생도들이나 저도 그렇고, 아이바 장관이나 핫토리 장관님이 돌아다니면서 미리 피해 있으라고 언질을 준 덕에…… 군정 선포 직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쿠야 제국보다 낫겠지.’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을 텐데요? 두려워하는 주민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네, 그래서 군정 실시와 함께 원수님께서 지역 게시판에 ‘여러분께서는 여러분이 하시고자 하시는 일을 하시면서, 생업에 종사하여 주시오.’라 적었었어요.”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주민의 안전이죠. 안전이 없으면 아무것도 불가능하다는 건 저희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서 창을 잠시 바라봤다.

“아, 혹시 장관께서는 30년 전에 아라키 히나 처장께서 조사받으신 건, 아시는 바 있으십니까?”
“장관께서 이야기하려다 만 건 아닙니까?”
미즈노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 골치 아픈 건이었죠. 그 건은.”
“‘골치가 아팠다.’라……”
미즈노 장관의 말을 들은 닛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를 들고 왔다. 닛타 장관의 행동을 본 미즈노 장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봤지만 닛타 장관은 그녀 앞에 몇 권의 책을 가져온 후 그녀의 앞에 늘여 놨다.
“내 살다 살다 이런 사건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것이 다 무엇입니까?”
닛타 장관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미즈노 장관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동인지라는 거들어보셨습니까?”
“아뇨. 처음 듣습니다만…….”
닛타 장관은 잠시 자신의 머리를 쿡쿡 찌른 후 표정을 고치고 입을 열었다.
“제국이 이제 자리를 잡아나갈 당시, 그때는 군정을 행했는데, 임시법에 해당되는 포고령 위반으로 잡혀온 자가 있었습니다.”
“포고령…… 위반이라니, 아니, 그런 정신 나간 자가 있단 말입니까!”
벌떡 일어나려는 미즈노 장관을 진정시키면서 닛타 장관은 입을 열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아라키 처장이었습니다.”
“아!”
닛타 장관의 말을 들은 미즈노 장관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 당시 군정 포고령이면, 현재 제국법과 동급 아닙니까?”
“그 당시면 동급이죠. 제국헌법이 발효되지 않았기에, 제국 포고령이 임시법의 역할을 했으니까요. 사실 그렇기에 아라키 처장에 대한 처벌을 좀 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다치면요?”
미즈노 장관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닛타 장관이 웃으면서 답했다.
“뭐, 압박만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아라키 처장께서 꼬리를 너무 내리셨더라고요. 후후후.”
“전 또 뭐라고…… 처장께서 하신 말에 의하면 장관께서 직접 조사를 하셨을 때 눈매가 날카로워보였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왜요? 제가 아라키 처장을 매도라도 했을까 봐 그렇습니까?”
날카로운 눈매와 함께 고혹적인 미소를 보인 닛타 장관, 제국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도 불리고 제국을 수호하는 여신이라는 지지자들도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국민에게 환호와 절망을 모두 가져다줄 수 있는데, 그런 그녀의 표정은 무엇을 가리킴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아라키 처장이 저에게 과거 이야기를 꺼냄은 무엇이겠습니까?”
그 말에 닛타 장관은 웃었다.
“야, 그 이야기…… 미즈노 장관께서는 모르시는 이야기인데…….”
“전 모르죠. 전 그때에는 여기에 없었으니까.”
닛타 장관은 미즈노 장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미즈노 장관은 당시에는 없었다. 사건의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라키 처장과 닛타 자신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입을 열었다.
“좋아요. 30년 전의 사건을 다시 공개해 드리죠.”
미즈노 장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자신의 펜과 노트를 잡았다.

“30년 전, 사실 군정 막바지였죠.”
“군정 막바지라 하심, 원수께서 건국을 선언하기 직전, 그 시기란 겁니까?”
“네. 그때 저뿐 아니라 모든 장관이 계속 논의만, 논의만 할 때였으니까요.”
미즈노 장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논의할 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헌법 전문이 이미 나온 상태 아니었습니까?”
“30년 전, 그 당시에 발표된 헌법 초안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포함한 당시 관료들은 계속 회의를 거듭했고, 주민들도 계속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면 확실히 답답하셨겠네요. 당시 장관께서는 어떠셨나요?”
“저라고 답답하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제국 국민은 어쨌든, 새로운 국가를 세운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그 기대를 실망으로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긴 하죠. 그런데 그 와중에 아라키 처장이 잡혔던 이유는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군정법, 즉 군정 포고령 제 20조를 위반했다는 건데, 아라키 처장을 기습적으로 잡은 건가요? 아님, 탐문해서 잡은 건가요?”
“탐문이었어요. 누가 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건너고, 건너서 잡은 거죠.”
“한 몇 명 추적했겠네요.”
“그렇죠.”
닛타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녹차를 마시던 미즈노 장관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찻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그……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좋은가 싶습니다만.”
“말씀하십시오.”
“당시 아라키 처장이 정확히 어떤 쪽에서 죄를 지은 겁니까?”
미즈노 장관의 말을 들은 닛타 장관은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별거 없어요. 군정청 장관에 대한 모독이었으니까요. 이거 한번 보실래요?”
닛타 장관은 미즈노 장관에게 책 한 권을 건넸고, 책을 받아서 본 미즈노 장관의 얼굴은 그대로 새빨개졌다.
“자, 잠깐…… 이, 이런 흉측한 책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아하하. 나도 그거 보고 경악했어요. 그걸 아라키 처장이 만든 거예요.”
미즈노 장관은 아직도 혼미했는지, 정신을 못 차릴 거 같았다.

“아…… 이건, 정말 위험합니다. 이런 걸 만들었다는 겁니까?”
“그렇죠. 아라키 처장이 이런 걸 몰래 만들어서 자신의 지인들끼리 돌려보았다는 거죠. 그런데, 미즈노 장관, 괜찮으십니까?”
“네??”
“얼굴이 심각하게 빨갛습니다만.”
“묻지 말아주십시오.”
미즈노 장관의 얼굴은 아직도 빨간 상태였다.

겨우 안정을 찾았을까? 미즈노 장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모든 관료가 다 그렇습니다만…….”
“네.”
“국가의 헌법을 개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가장 어려운 것이 헌법이죠. 정말 모든 것을 걸고 하는 거라고 봐야 하니까요. 그래서 30년밖에 안 된 나라가 헌법을 두 번 개정했잖습니까?”
“네. 그건 맞습니다.”
“사실 두 번 다, 법무부 장관과 내무장관께서 개헌을 제안하셔서 지금의 헌법이 나온 거긴 합니다만, 30년밖에 안 된 나라에서 개헌한다고 발표했을 때 누구보다 놀란 이들은 바로 이 나라 백성들이었습니다.”
“장관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국의 헌법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었지만, 쿠로카와 장관님이 보시기엔 완전치 않으셨을 겁니다.”
미즈노 장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잔에 남은 녹차를 다시 마셨다.
“그분은, 그렇죠.”
닛타 장관 역시 그에 동의했다. 그녀 역시 제국 헌법의 개헌에 대해 딱히 반대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개헌 문제는 의외로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사실 제국 헌법이 두 번이나 개정된 결정적 이유는 관료들의 증가와 그로 인해 생긴 공무원들의 업무 이관, 그리고 지방 정치 제도의 변화였다. 제국이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제국에 정복된 지역의 안정 정도에 따라 파견되는 이의 이름을 변화시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또한, 현지 주민들이 제국의 공무원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김에 따라 그에 대한 제도 정비 문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국이 처음으로 정복했던 지역 출신인 쿠와야마 치유키 제국 재무장관은 1차 개헌(제국력 5년 반포) 후 피지배 지역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제국의 장관직에 올랐는데, 헌법에 재정 관련 내용이 많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고선 미후네 원수에게 이에 대한 개정을 요청하였고, 이에 법무장관인 쿠로카와 장관이 동의하여, 개정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 아라키 처장은 왜 이런 것을 그렸다고 합니까?”
“아라키 처장은 전부터 이런 것들을 자주 그렸던지라, 이쿠야 제국의 제국 경찰에게 안 걸린 것이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처장께서 제국 공보처에서 일하시게 된 것도…….”
“원수께서 보시고 일을 시키기로 하셨답니다.”
미즈노 장관은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닛타 장관은 30년 전의 기억을 다시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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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군정청 청사
“하루 이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용케도 제국경찰에게 안 걸린 것을 보면 대단하군.”
“그런데…… 저 이렇게 잡혔는데, 그걸 보셔도 되는 검까?”
“내용이 뭔지는 알아야 처벌 수위를 결…….”
내용을 보던 닛타 미나미는 그대로 책을 덮고 아라키 히나의 멱살을 잡았다.
“이게 돌았나! 나하고 청장님이 뭐?”
“캑!!! 자, 잘못했음다!!!”
“닛타 부장님, 그만 하세요!”
“사기사와 처장님, 어서 청장님께 보고를!!”
화가 난 닛타를 아이바 유미가 말리고 사기사와 후미카가 급히 청장에게 보고하러 뛰어갔다.

“닛타 부장. 그러니까, 이 자가 지금 이런 책을 써서, 지인들과 돌려봤다. 이건가?”
“네, 맞습니다.”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아라키 히나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었던 것이 미후네 미유 군정청장이 마침 산책을 위해 청사를 나오려던 찰나에 이 사실을 봤던 것이다. 미유는 사기사와 후미카 당시 교육처장으로부터 사정을 들은 후, 직접 읽어보기 시작했다.
“내용은 혼나도 할 말이 없는 내용이군.”
“면목 없슴다.”
“처벌을 해야 하는 건 아닙니까?”
“하지만 닛타 부장.”
“네?”
당혹해하는 닛타 미나미, 미후네 청장은 책을 덮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서 입을 열었다.
“내용 면에선 분명 옥에 가둬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자의 그림 실력입니다.”
“그림 실력이라…….”
닛타 미나미 부장은 아라키 히나의 그림을 보고선 의문에 잠겼다. 미후네 청장은 왜 그녀의 그림에 주목한 것일까?
“포고령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림으로 쉽게 설명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귀관도 알다시피 현 군정청 요원 중에는 이렇게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사람이에요.”
“군정청장님.”
“죄를 묻지 않는 대신에 일을 시키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 말에 아라키 히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닛타 부장은 잠시 머리 좀 식혀요. 내가 대응하죠.”
“하지만 청장님.”
“이런 자에게는 내가 직접 형벌을 내리죠. 걱정 말고 차라도 마시면서 머리를 식혀요.”
“아, 네.”
미후네 군정청장은 닛타 부장을 잠시 진정하게 한 후 자리에 앉아서 아라키 히나가 그린 동인지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아라키 히나라 했나?”
“네, 그렇슴다.”
“조금 전에 내 이걸 한번 읽어봤네. 스토리 면에서는 닛타 부장의 말대로 죽도록 욕먹어도 할 말 없지.”
“며…… 면목 없음다.”
“그런데, 그림을 잘 그리는구먼. 독학인가?”
“네. 그렇슴다.”
“그러면, 이 실력으로, 국가를 위해 일해 줄 수 있는가?”
“네??”
“내 밑에서 일하란 말일세. 그럼 자네의 죄를 면해주지.”

당시 이 상황을 본 아이바 유미 장관은 훗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넌 죽었다. 피똥 싸게 굴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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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제국 건국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보처에서 못 나오고 있잖아요.”
미즈노 장관은 그 말을 듣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원수님께 엉덩이를 신나게 맞았지요.”
“왜요?”
“그 당시 조사과정에서… 아라키 처장이 숨겨놓고 있던 다른 게 걸려서 밤에, 원수님 관저로 끌려가서…… 어떻게, 됐다더라? 기억이 맞는다면 아라키 처장, 퀭한 얼굴로 공보처에 출근 했던데?”

“안 그래도 의원들 사이에서는 원수님 별명이 밤의 여제라고 하던데…….”
미즈노 장관의 말을 들은 닛타 장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면서 손으로 뭔가를 자르는 시늉을 했다. 이 부분은 빼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실제로 관보에는 이 부분이 들어가진 않았었다.

“뭐, 그건 그거고, 원수님께서 보위에 오르실 때 장관께서도 찬성하셨죠?”
“다들 그랬죠. 이미 일은 벌어졌다. 저들도 알 것이다. 원수님께서는 처음에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자신이 국가수반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셨지만, 결국은 오르셨죠.”
“운명이라는 걸까요?”
“옹립…… 이긴 해요. 솔직하게 말해서. 사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라고 말하겠지만, 청장이신 분이니까요.”
“그건 그렇죠.”
미즈노 장관은 그렇게 말하고 노트를 잠시 내려놨다.
“이건, 비보도를 전제로 가야 할 이야기입니다만, 사실 이 나라가 건국되고 나서, 장관들이 안 바뀐다. 회전문이다.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회전문도 아냐. 고인 물이지. 솔직히, 건국 이래로, 최근에 합류한 장관이…… 귀공이죠? 한 15년 전이지만.”
“미치겠습니다. 해양부가 왜 이리 늦게 생겼는지.”
“뭐, 원수께서도 제국 헌법을 통해 만들 생각을 하셨죠. 쿠로카와 장관께서도 꼭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적임자를 못 찾았을 뿐이지만요.”
“그, 그건 그렇죠.”
미즈노 장관은 닛타 장관의 말에 한숨을 쉬면서 답했다.
“오죽했으면 건설교통부 장관이신 아리스가와 장관께서도 처음에 장관이 되시고 나서 ‘이 나라에 해양 책임자가 없단 말입니까?’라 했으니 말 다 했죠.”
“덕분에 아리스가와 장관께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만…….”
“하야미 경찰청장도, 원수부 경호실 실장을 한 10년 가까이 하고…… 제국 경찰청장으로 부임해서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
“저희는 왜 이럴까요?”
“원수님 입장에서는 한 번 걸린 사람은 복지까지 열심히 챙겨주는 대신에 오래 쓰시겠다. 이거죠. 장관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급료 나오지, 관사 제공되지, 전속 마사지사에 주치의가 있지. 심지어 관용차 나오고, 물론 안 쓰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휴가도 차관급 이하 공무원보다 잘 나오지. 근데, 그만큼 복지가 좋으니, 원수께서 엄청나게 돌리시죠.”
닛타 장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신도 제국 건국 때부터 제국군의 장성이면서, 동시에 국방부 장관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고 어떤 때에는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군사령관을 맡고 있으니 말을 다 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그거야 뭐 할 말이 없습니다만…….”
“뭐, 때로는 원수님께서 ‘밤까지’ 챙겨주시죠.”
“네??”
미즈노 장관은 그 말에 경악했다. 밤이라니? 이게 뭔 소리야?? 하지만 닛타 장관은 웃고만 있었다.

“아시잖아요. 이 나라에 퍼지는 소문.”
“농상공부 장관님과 원수님, 내무장관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거요?”
미즈노 장관은 경악한 눈치로 말하고선 할 말을 잃었다. 이 뭔 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국방부 장관께서도 아시다시피, 이거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합니다만…….”
“솔직히 맞긴 해요. 미즈노 장관께서도 아시잖습니까? 저 육군사관학교 교장하고 연인 사이인 거.”
“그건 공개적으로 선언하신 거잖습니까?”
어이가 없다는 투로 입을 연 미즈노 장관이었다. 제국 역사상 공개적으로 동성연애 사실을 공표한 주인공이 바로 국방부 장관 닛타 미나미와 제국 육군사관학교장 아나스타샤라는 사실은 익히 유명했다. 이게 불과 제국 창건 5년 만의 일이었다.
“엄청 시끄러웠죠.”
“더군다나 그 상대가 군 시절 부관이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닛타 미나미는 아인헤리어 시절부터 아나스타샤를 자신의 부관으로 두고 다녔다. 그런 가운데 둘 간의 애정은 더욱더 깊어졌고, 두 사람이 한 집에서 동거하는 것을 본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결국 제국력 5년에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처음에 많은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여신 프레이야께 승낙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발론은 많이 수그러들긴 했다.
“그 이후에 두 분께서 같이 다니셨죠.”
“뭐, 그래서 그런가, 원수님께서 아나스타샤를 사관학교 교장을 보내셨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긴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은 미즈노 장관은 다시 펜을 잡고 입을 열었다.
“제가 장관님을 인터뷰 하면서, 이거 하나가 묻고 싶었습니다.”
“어떤 건가요? 미즈노 장관?”
“제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메르세아 대학교에 흐르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아시나요?”
“뭔데요?”
닛타 장관은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르세아 대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총장님께서, 군사학교 학생들하고 같이 훈련받았는데 당시 그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할 당시에 특별상을 받았다.”
“또요?”
“제국의 각 사관학교에서는 5수장 중 세 분께서 제국군사학교 학생들과 같이 훈련받았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내용이 사실인지가 궁금합니다.”
닛타 장관은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란 말인가?
“누가 그래요? 그거…… 진짜인데?”
“정말로요??”
닛타 장관은 ‘와!’거리면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이건 솔직히 말할게요. 장관도 아시다시피 사기사와 장관이 그리 체력이 안 좋잖아요.”
“책을 많이 읽으시긴 하십니다만, 체력적인 면은 그리 좋지 않으시죠. 근력은 좋으시지만.”
“사실 원수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 그거였어요. 제국 초창기에는 정복 전쟁도 일어나다 보니,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장관들은 근무가 많잖아요. 그렇기에 체력 관리도 필수였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사기사와 장관이나 타치바나 장관, 타카모리 장관…… 이 3인은 나와 같이 일했는데, 일한 게 기적이죠.”
“같은 아인헤리어 출신이셨죠.”
“그렇죠. 그래서 원수께서 저한테, 그 3명을 제국군사학교 학생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라고 한거에요.”
“그럼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제국군사학교 학생들하고 그 3분이 같이 훈련한 것은 일단 사실이네요.”
“그렇죠. 아이바 장관도 같이 넣으려고 했는데, 아이바 장관은 체력이 좀 되니까 아이바 장관은 안 받았고, 나머지 3명은 확실한 대상자였죠.”
미즈노 장관은 닛타 장관의 말을 들은 후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 생각이 닿은 듯 말했다.
“그 혹시, 훈련이 사격, 독도법 등을 종합한 그 훈련 말씀이십니까?”
“네.”
미즈노 장관은 닛타 장관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푹 쉬었다. 분명 자신도 받고 겨우 통과한 훈련이었다.
“저도 그거 받고 한 하루 정도는 끙끙 앓았죠.”
“무관인 미즈노 장관이 끙끙 앓다뇨?”
“전 장관님이 아닙니다.”
미즈노 장관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걸 보면서 닛타 장관은 그냥 웃기만 하였다.

“그때 고생 많으셨습니다. 30년 전 이야기가 새록새록 생각나네요.”
“장관께서 이 나라를 건국하실 때 그 이야기인데, 어찌 생각 안 나시겠습니까?”
“제가 원수님께 관을 바칠 때 했던 생각이 다시 듭니다.”
“네?”
미즈노 장관은 그 말에 다시 놀랐다. 이건 또 뭔 말인가?
“이 나라는 내가 다스릴 나라가 아니다. 비록 포격을 통해 세운 나라지만, 이 나라에는 통합과 자애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수님께서 보위에 오르셔야 한다. 나는 그분의 칼이 되리라. 나는 그분이 원한다면, 그분의 칼과 방패가 되리라. 라고요.”
닛타 장관의 말을 들은 미즈노 장관이 되물었다.
“장관께서는 지금도 그 생각을 간직하십니까?”
“원수께서 원하신다면, 전 그분의 곁에 영원히 있을 겁니다.”
미즈노 장관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도 아닌 제국의 국방을 총괄하는 그 닛타 미나미이다. 각오는 충분하리라.

“최후의 질문 두가지입니다. 만약에 인생을 마감한다면, 무덤에는 뭐라고 남기고 싶으세요?”
“그냥 내 이름만 남기고 싶어요. 내 이름만, 그게 내가 있었다는 마지막 증거니까. 미후네 원수님 곁에 있었다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네요.”
“유언으로 남길 말은요?”
“내가 사랑하는 아나스타샤, 그녀 옆에 묻어달라. 만약에 아인헤리어의 동료들이 내 주위에 묻히게 되거든, 그거야말로 내 생에 있어서 영광이고 복이다. 그녀들의 훈련을 엄하게 시켜서 많이 미안하다. 하늘로 올라가서도 원수님 곁에 있고 싶다. 그거네요.”
“오래 사시는 거 아닌가요?”
“그거야말로 영광이겠네요.”
“인터뷰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즈노 장관.”
“아닙니다. 장관님.”
미즈노 장관이 인터뷰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자리를 정돈했다.

공보처
“야, 엄청 대단함다. 역시 닛타 장관님이심다,”
아라키 처장은 인터뷰 기록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기억하시더라고요. 인터뷰 중, 혹시 기억이 안 나시는 건 노트를 가져오셔서 설명도 하셨고요.”
“아하하, 그런데……, 제 이야기는 너무 사실적임다.”
“그 건에 대해서는 노기가 좀 있으시더군요.”
미즈노 장관의 말을 들은 아라키 처장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하여튼, 다음 타자를 대충 생각해 뒀음다.”
“에? 누군데요? 사기사와 장관이 아닙니까?”
“그, 좀 의외의 분인데…….”
미즈노 장관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5수장 중 한 분이 아니란 말인가?
“제국의 재무장관이신 쿠와야마 치유키 장관이십니다.”
“쿠와야마 장관이면…… 제국 최초의 피정복민 출신 장관 아니십니까? 제국이 처음으로 정복한 지역 출신인데?”
“그분 맞슴다. 제국 세정의 기틀을 쌓아 올리신 분임다.”
“알겠습니다. 누가 갑니까?”
“생각중임다. 아직 정하지 못했음다.”
미즈노 장관은 그 말에 어이없어했다.


제작 :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공보처
기획 : 아라키 히나 공보처장
인터뷰 : 제국 해양부 장관 미즈노 미도리

다음 주인공 : 제국 재무장관 쿠와야마 치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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