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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시리즈)카게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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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8, 2020 23:49에 작성됨.

“으아아악!!!”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나 빨리...!”


“크헉?!”


“저 녀석...보통내기가 아니야!”


“어떻게 저런 인법을...!”





일을 마친 닌자는 유유히 그 자리를 뜹니다.
그 어디에도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적들을 뒤로 하고서.








아야메는 미에 현에 사는 닌자입니다.
현재 닌자는 거의 씨가 말랐고, 전국 어디에서도 닌자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남은 아야메의 집안도 슬슬 가세가 기울어져가고 있었죠.
그렇기에 아야메는, 자신이 닌자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맥을 잇기 위해 하루하루를 수련에 열심히 매진했습니다.






어느 날, 집의 마루를 받치는 다리가 부러졌기에 망치와 수리도구를 꺼내러 아야메가 창고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망치랑 못이 어디 있지? 공구상자가 여기쯤 있을 텐데...아, 찾았다.”





공구상자를 꺼내 밖으로 나가려는데, 저어기 구석에 어떤 물건이 눈에 띄었습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못 봤던 것 같은데, 저게 뭐지?



잠깐 공구 상자를 내려놓고 그 물건을 집어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뭔가가 적혀있는 두루마리 같았어요.





“웬 두루마리지? 우리 집에 이런 게 있었나?”





먼지를 털어내고 두루마리를 펼쳤을 때 보인 건, 자세하진 않지만 무언가를 적은 비법 같았습니다.





“글씨의 상태로 보았을 땐 그리 오래된 두루마리 같진 않은데, 어째서 이런 게 여기에 있는 거지?”


“그나저나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나가서 읽을까?”


“아야메! 아직 멀었느냐~?”


“찾았어요! 지금 나가요!”





두루마리를 잠시 내려놓은 뒤 공구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한참 후 마루 수리를 끝내고 다시 창고에 들어갔을 땐 두루마리는 아까 놓아둔 자리 그곳에 있었고, 아야메는 두루마리를 집어 품 안에 숨긴 뒤 재빨리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방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다시 읽었을 때는 확연히 눈에 들어왔죠.





“확실히 아까는 어두워서 안 보였던 것 같네.”


“그럼 이제, 다시 한 번 읽어볼까...무슨 내용인지.”




「인법仁法-그림자 조작술影操作術」



이러한 제목과, 두루마리 속에 있었던 내용은, 아야메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습니다.




“그림자 조작술!”




예로부터 닌자는 그림자처럼 움직인다고 하였습니다. 즉 닌자에겐 필수요소인 술법인 것이죠!


동시에 아야메의 집안에서는 금기禁忌로 취급되어 그 누구도 습득하길 꺼려했고, 심지어 언급하기조차 꺼렸던 인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두루마리가 창고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잠들어 있었던 것이겠죠.
아야메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금기된 인술에 대해서 여러 번 경고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아야메는 그림자 인술의 비법을 담은 이 두루마리를 읽자마자, 단숨에 매료되어버렸습니다.
지금껏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금기된 이 그림자 비술에 대해 오랜 시간 경고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니 경고 했었다는 사실조차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비술은 아야메의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두루마리에 적힌 모든 내용을 읽고 나자, 아야메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인술을, 왜 가족들과 친척들은 금기禁忌로 취급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이 저주받은 인술이라든가 아니면 악마 소환의식 같은 것도 아니고, 그저 좀 더 멋있고 실용적인 인법일 뿐인데 대체 왜 이 술법이 금기 중의 금기씩이나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뭐든 좋게 쓴다면 좋은 거라는데, 왜 할아버지와 일가친척들은 써보지도 않고 금기 취급하는 건지, 아야메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생각만 해서는 답이 안 나와. 실전으로 옮겨보면 뭔가 되겠지.”






일어서서 두루마리에 적힌 방법대로 인법을 펼쳤습니다.




-챠크라Chakra를 손에 모은다.


-챠크라가 모인 손을 원하는 대상의 그림자에 가져다댄다.


-그 때 그림자가 손에 잡히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때 날붙이를 이용해 그림자를 잘라낸다.


-그림자가 잘린 상대는 기절하게 되며, 시간대가 낮일 경우 불타올라서 금세 새하얀 잿더미로 변하게 된다.


-주문을 외워 잘라낸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의 부하들을 생성해낸다.


  -주문은 ‘삼천세계에서 떠도는 그림자여, 나를 따라 이 어지러운 속세를 벗어나거라!’이다.




기초적인 사용법은 대략 이러합니다.




“쉽네, 이 정도면. 챠크라 모으는 건 많이 해봤어.”





실전을 하러 집 밖으로 나왔는데, 막상 시험해보려니 주변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구라도 있으면 생사람 잡아서라도 그림자를 빼앗을 텐데, 아무도 없었다구요. 그저 텅 빈 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길고양이라도 있었냐면 그조차도 없었어요. 속된 말로 ‘쥐새끼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은 셈이죠.





“이런. 아무도 없잖아? 종쳤네...이 때쯤에 소가류 녀석들이라든가 마피아라든가 그런 불한당들이 와주면 진짜 나이스 타이밍인데.”





그렇게 중얼거려도 누가 오지는 않죠. 와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올 시간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시간대를 잘못 잡은 것 같네요. 저녁때에 다시 나와야겠어요.





방으로 돌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두루마리를 숨기는 일이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그림자 인술은 하마구치 가에서는 금기이기에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에요.
행여 아야메가 그림자 인술을 익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크게 혼나는 건 기본이고, 심하면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구요.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반드시 비술의 두루마리를 꼭꼭 숨겨야만 합니다.





“어디에 숨기는 게 좋을까?”





사실 아야메의 방은 그렇게 넓지 않아서 숨길만한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요.





“간단하게 책상 서랍이나 그런 데에 숨겨도 되겠지...어차피 누가 내 방에 들어와서 뒤져볼 것도 아니고.”





책상 서랍 두 번째 칸에 두루마리를 넣었어요.
그러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주변엔 아무도 없네요.
만약 누구든 아야메를 보고 있었다면 크게 곤란해졌을 거예요.
방금 숨긴 게 뭐냐고 추궁당한 뒤 들켜서 혼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인법 배우기 참 어렵네...”





다른 인법 같았으면 그냥 포기했겠지만, 그림자 인술이 가진 매력과 이유도 없는 터부시에 대한 의문들이 아야메의 열정에 계속해서 기름을 부어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이 좋은 기회를 절대 포기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실패했지만, 좋은 시간대를 노려 다시 이 비술을 시험하겠다고, 아야메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밤 8시,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깐 산책을 나온 아야메입니다.
이제 슬슬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오기 시작하네요. 아야메에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죠!
분명히 누구 한 명은 아야메의 손아귀에 걸릴 거고, 그 사람의 그림자는 아야메의 충실한 시노비가 될 것입니다.



산책하며 거리를 걷다가 으슥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아야메는 기척을 느꼈습니다.





“이 기척은...”





무척이나 익숙했죠.





“여기까지 오다니...제법이시군요. 하지만,”





말하고서는 재빨리 돌려차기를 시전했고, 그에 맞은 야쿠자 조무래기 한 명이 저만치로 날아갔습니다.





“호오, 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나.”


“눈치 챈 겁니다. 기척 좀 잘 숨기지 그랬어요.”


“네년이 입을 놀릴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제 그만 죽어버려라!”





장전한 총을 난사하는 야쿠자들이었지만, 아야메의 발은 날아오는 총탄보다도 빨랐어요.
달리면서 손에 챠크라를 모으고,





[하마구치 그림자 인술 32장, 그림자 탈취 影奪取]





수리검으로 조무래기들의 그림자를 하나하나 잘라낸 뒤, 외쳤습니다.





삼천세계를 떠도는 그림자여! 나를 따라 이 어지러운 속세를 벗어나거라!”





그러자, 그림자를 잃은 야쿠자들은 풀썩, 풀썩, 쓰러졌고, 잘라낸 그림자들은 아야메의 ‘카게시노비影忍び’가 되어 과거 자신들의 대장이었던 야쿠자를 몰아붙였습니다.



“뭐...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놀란 대장이 황급히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림자에게 공격이 먹힐 리가 있나요. 그 어떤 공격도 카게시노비影忍び들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했어요.
결국 다구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대장은 빈사 상태에까지 이르렀고, 아야메는 그의 그림자마저도 잘라내 카게시노비影忍び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저의 시노비로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충성하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말한 뒤, 카게시노비들은 아야메의 그림자 속으로 숨었고, 아야메는 다시 산책길을 걸어갔습니다.



여담으로, 왜 야쿠자가 나오느냐고 물어보실 분들이 계실 것 같기에 대답을 해드리고 싶어요.
아주 오래 전, 아야메의 할아버지의 아버지 시절부터, 전통을 고수하는 닌자 가문과, 정부에서 허락한 ‘쓰레기청소기’ 야쿠자 조직은 부딪쳐 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정부는 닌자 가문을 어떻게든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는데, 그것은 국회의원들이나 사업가들이 부패하게 된다면 닌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살해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의원들은 그 흔한 로비 한 번 할 수가 없었고, 이는 재산 증식의 실패를 보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닌자 가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야쿠자와 모종의 협약을 맺어 닌자 가문을 소탕하기로 했고, 그때부터 닌자와 야쿠자의 끝없는 대립이 이어진 것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가족 중 누군가가 아야메의 방에 들어가 그 두루마리를 찾아내진 않았을까 싶었고, 그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죠.
다행히 아무도 찾아낸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아야메도 안심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오늘 처음 시도했던 그림자 탈취술은 성공적이야. 어렵지 않은 기술이었지.”


“허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법, 더욱 더 많은 비술을 연마해야겠어.”


“탈취뿐만 아니라 그림자를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그런 비술들이 필요해.”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쯤에나 한 번 해볼까...”





그 다음날부터, 아야메는 학교에서도, 학교가 파한 뒤 인근 공원에서 가족들 몰래 그림자 인술을 수련하며 더욱 많은 비술과, 더욱 높은 노련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화가 있었는데요.
아야메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매점에 가기 위해 운동장을 가로지르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용역들이 차를 몰고 학교 운동장에 들어왔습니다.
이 용역들은 학교 내에서도 (안 좋은 쪽으로)꽤나 유명했어요. 이들은 학교 부지의 지주地主가 고용한 용역들인데, 분명 땅값을 다 주고 공사한 건데도 불구하고 공사 기간이 며칠 지체되었다는 이유로 약속을 어겼다며 배상금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들이에요.
비가 와서 지체할 수밖에 없었던 건데 그걸 배려해주지 않고 배상금을 내놓으라니, 어지간히 탐욕스럽지 않으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죠.


하여튼 그런 용역들이, 오늘도 와서 학교에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학생들이 몰려들었을 텐데,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이젠 ‘또 와서 저러네...’하며 지나갈 뿐입니다.
그리고 아야메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용역 중 한 명이 근처의 다른 학생을 인질로 잡은 게 아니겠어요?!





“꺄아아악!!!”


“?!?!”


“이봐! 카스다! 너희 학교의 학생을 구하고 싶다면 빨리 배상금을 내놓아라!!!!”





카스다는 아야메가 다니는 학교 교장의 이름이에요.
무고한 학생을 인질로 잡은 것을 보고, 아야메는 일순간 눈이 돌아가 버렸습니다.





“잡을 게 없어서 무고한 학생을 인질로 잡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하마구치 그림자 인술 15장, 그림자 끌어당기기 影引術]




그때, 그림자가 용역들의 몸을 감싸더니, 뒤로 확 잡아당겼어요.





“으아아악!”


“갑자기 왜 넘어진 거지?”


“크헉?!”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잡아당긴 용역들을 그들의 그림자 속으로 빨아들였습니다.







잠시 후, 용역들의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남은 사람은 인질로 잡혔었던 학생뿐이었어요.





“. . .어, 어떻게 된 거지?”


“사람들이 갑자기 그림자에 빨려들어갔어!”


“구해져서 좋긴 하지만...조금 무서워.”





아야메로서는 조금 실수를 저지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용역들이 더 이상 학교와 교장선생님을 몰아붙이지 않을 테니 잘된 일이에요.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째서인지 가족들은 집에 없었습니다.
요즘에 할아버지께서 잔병이 조금 있으신데, 그 때문에 같이 병원에 가셨는지도 모르죠.



어쨌거나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고, 그렇기에 아야메로서는 두루마리를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죠.
책상 서랍에 있는 두루마리를 다시 꺼내 펼친 뒤, 전에 다 읽지 못한 부분을 마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목엔 ‘그림자를 변형시키는 비술影變形術’이 적혀 있었는데, 읽자마자 순간 눈이 번쩍 뜨였어요. 이것이야말로 아야메 자신이 그토록 익히고 싶었던 비술이었으니까요!





“바로 이거야!”





이 비술에 따르면 자신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그림자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해요.





“이거 완전 최고잖아!”





주저하지 않고 마루가 있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림자에 차크라를 담는다




아야메에게 있어 차크라를 담는 일은 쉬운 일이에요.
더욱이 그림자 인술을 어느 정도 익힌 아야메는 그림자에조차 챠크라를 담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죠.




-변형시키고자 하는 모양을 떠올린다




이번엔 그저 수련일 뿐이니, 간단한 과일 모양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그림자가 생각한 물체의 모양으로 분열될 것이다




그러자 아야메의 그림자가 과일 모양으로 분열되어 여기저기 나누어졌어요.





“우와! 신기하다!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너의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치면, 분열된 그림자들이 원래의 그림자로 돌아간다




“너의 집으로 돌아가라!”





그러자 과일 모양의 그림자 덩어리들이 아야메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오, 신기해. 이게 이런 거구나.”


“이거 꽤나 쓸 만한 인술인데?”





복습(?)으로 근처에 있던 나무의 그림자를 사슴 형태로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시노비 형태의 모습으로 변형시키기도 했어요.



여러 모로 완벽에 가까워졌고, 이제 남은 건 딱 두 가지,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먹는 것’과 ‘가족들에게 절대로 들키지 않는 것’이 아야메에게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후자가 제일 중요한 포인트였는데, 유용하게 써먹는 거야 기회가 오면 가능한 일이지만, 가문의 금기인 그림자 비술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습득했다는 점이 가족들에게 공개되면 분명히 엄벌이 내려질 것이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하게 숨겨야만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집 안에서나 주변에서는 절대로 그림자 인술을 쓰지 않았고, 집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에야 비로소 마음 놓고 사용할 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창문 너머 아야메의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창고 주변을 서성거리고 계시네요.
그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불현듯 그림자 인술의 두루마리가 생각났습니다.





“설마...아니겠지...”


“들키면 안 되는데...”





아야메의 손이 달달 떨렸습니다.





“안 돼...”





이 공포를 끝내기 위해서는 차라리 자수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수했다간 엄벌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기에, 쉽사리 그렇게 할 수도 없었죠.
결국 할아버지가 아야메에게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후, 아야메가 생각한대로 할아버지가 아야메의 방에 오셨습니다.





“아야메, 있느냐?”


“네. 저 여기 있어요.”


“아야메, 넌 혹시 창고에 있는 두루마리를 보았느냐?”


“두루마리요? 무슨 두루마리요?”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듯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죠.





“이 할애비가 그토록 말했던, 금기의 비술이 적힌 두루마리 말이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그림자 비술이 적힌 두루마리 같은 건 본 적이 없어요. 할아버지랑 엄마아빠가 못 읽게 하셨으니까요.”


“그래, 맞다.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지. 그런데 어떻게 그림자 비술인지 알고 있는 거니?”


“! ! !”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스스로 지뢰를 밟아버린 꼴이었죠





“아야메...너 설마...”


“. . . 네.”


“아야메, 너 제정신이냐?”


“. . .”


“이 할애비가 그렇게 경고했건만! 어떻게 경고를 무시하고 금기된 비술을 익힐 수가 있느냐!”


“ . . .죄송해요. . .”


“...그래, 하나만 묻자꾸나.”


“. . .”


“어디까지 익혔느냐?”


“그림자 변형술影變形術이요...”


“거기까지 했단 말이냐?!”


“얼마 전에 완벽히 마스터했어요...”


“갈 데까지 갔구나...”


“네...”


“아야메, 너는 이 비술을 습득할 때, 우리의 경고를 잊었느냐?”


“아니요,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이 비술에 손을 대었단 말이냐?”


“경고보다도...유혹이 굉장히 컸거든요...”



“할아버지, 알려주세요.”


“뭘 말이냐?”


“이 비술이 왜 금기禁忌인지. 제가 이 비술을 습득했을 땐 해롭기는커녕 굉장히 쓸 만했거든요.”


“그래...말해주마...잘 듣거라.”




“...옛날에, 우리 가문에 ‘하마구치 신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너의 5촌쯤 되는 사람이겠구나.
그가 이 그림자 비술을 처음 개발했는데, 한번은 그 비술을 보여주겠다고 우리 집에 찾아왔었지. 처음에는 잘 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무슨 이유인지 그림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신페이의 몸을 잠식해가며 주변의 여러 물건들을 파괴해갔단다.
그때 그 곳엔 무척이나 어렸던 네가 있었는데, (내 기억엔 아마 네가 2살쯤 되어서 막 걸어다니기 시작할 때였을 거야.) 신페이의 몸을 잠식한 그림자들이 너를 향해 달려들었고, 너는 도망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지. 꼼짝없이 잡아먹히려던 그 때에, 신페이가 겨우 이성의 끈을 잡으며 그림자들을 제어했고, 결국 그는 폭주하는 그림자와 함께 타올라 잿더미가 되어 죽고 말았단다.
그때부터 이 그림자 비술은 우리 가문에서 금기禁忌가 되었고, 주문의 두루마리를 깊숙한 창고에 보관해두기로 했지. 그렇게 13년이 지났고, 결국엔 그림자 비술의 역효과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체험한 아야메, 네가 그것을 발견해 익히게 된 것이란다.”


“그런 일이...있었다구요? 어째서 저는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죠? 그 정도의 큰일이면 필시 트라우마 같은 것으로라도 남았을 텐데...”


“나는 네가 그것을 기억하길 원치 않았단다. 바로 그 트라우마 때문에 말이지. 그래서 인술로 너의 그 기억을 지워버렸어. 적어도 너에겐 그때의 과거는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야.”


“트라우마 때문인가요...하지만 그때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셨다면, 적어도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예전에 창고에 갔을 때 이 두루마리를 발견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솔직하게 말한다면, 네가 한번쯤 두루마리를 볼 것을 예상했었단다. 하지만 네가 금방 잊을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의외로 너는 쉽게 잊지 않았고, 결국 손을 대어버린 게지.”





할아버지가 대답하였습니다. 허나 아야메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도 위험한 것이라면 차라리 불태워서 아예 없애버리는 게 더욱 나을 텐데, 왜 굳이 창고에 두었던 걸까요?





“어째서, 불태워 없애지 않으셨나요? 차라리 그 편이 더 나았을 텐데.”


“우리 가문이 그것을 보면서 두고두고 그때의 그 사건을 기억하길 바랐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이해가 갔지만, 아야메에겐 아직도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마구치 신페이는 왜 폭주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이성을 가까스로 유지한 건지, 아야메는 아직 알고 싶었던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그것들을 물어보려는 순간, 어디선과 굉음이 들렸습니다.




콰앙,




“뭐지, 이 소리는?”





아야메의 놀람과 함께, 대문이 쾅 열리고, 야쿠자 무리들이 쳐들어온 거 있죠.





“네놈들, 우리 집의 위치는 어떻게 안 겐가?”


“스파이를 심어뒀거든, 덕분에 위치 추적을 수월히 할 수 있었지.”


“그럴 수가...치밀하군요...”


“지금껏 많은 닌자 일당들은 모두 우리의 손에 죽었다. 자, 이제 네놈들만 죽으면 닌자 가문은 완전히 소탕이야!”





이 선전포고를 신호로, 야쿠자들은 일제히 바주카포를 꺼냈습니다.





“바...바주카포...!”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자, 이제 얌전히 최후를 맞아라!”





바주카포를 장전하는 야쿠자들을 상대로, 할아버지는 체념의 표정을 지었어요.





“아야메...이제 우리도 끝인가 보구나...”





순간 아야메는 비책이 하나 생각났어요. 다만 이걸 할아버지가 허락해주셔야 하는데...





“...할아버지.”


“오냐, 아야메.”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


“무슨 방법 말이냐?”


“저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요.”


“저렇게 많은 수의 야쿠자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집안에서는 금기禁忌라고 터부시되어 왔지만, 이 그림자 비술, 이때가 아니면 쓸 수 없어요.”


“...할 수 있겠니?”


“가능성이 아니라 집안을 위해서예요.”


“. . .그래, 한 번 해보거라.”


“13년 전 신페이는 실패했지만, 아야메 너는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믿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럼 이제.”





말하고, 아야메는 머리를 풀은 뒤, 다시 묶었습니다.
이전의 경단머리가 아닌 날렵한 포니테일이었죠.





“네 년, 뭘 하려는 거냐?”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아주 박살을 내드리지요.”


“하하하하하하!!!! 네년이 어떻게 우리를 박살내겠다는 거냐?”


“보면 압니다.”





말하고서는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햇빛 때문에 그림자가 아야메의 앞에 드리워져 있네요.



챠크라를 모은 손을 그림자에 갖다대었어요.
그러자 그림자가 계속해서 길어지고, 길어지고, 그리고 커지고, 커지더니, 마침내 야쿠자들을 전부 덮을 만큼 거대해졌습니다.





“뭐...뭐지?”


“뭘 하려는 거야?”


“뭔가 쎄한데...”





야쿠자들이 수군거렸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야메는 그림자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더욱 거대해진 그림자들은 야쿠자들의 뒤에 있는 벽까지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거대해졌을까요? 아야메는 커질 대로 커다란 그림자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그리고선 손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시늉을 두어 번 하더니, 세 번째에서는 손을 위로 올린 뒤, 주먹을 꽉 쥐었고, 이어서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습니다.





[하마구치 그림자 인술 21장, 그림자 썰물 影潮汐]





순간 거대한 크기의 그림자들이 초고속으로 줄어들더니, 야쿠자들의 그림자를 전부 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슈우우우웅,




빠르게,




으아아아아악!!!!!




빠르게,




풀썩,



풀썩,



풀썩,



아주 빠르게.





그림자를 빼앗긴 수많은 조무래기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해버렸습니다.
그들의 대장도 그림자를 대부분 빼앗겼지만, 독하디 독한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네요.
아야메는 아직 기절하지 않은 자가 있다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살아있어서 매우 좋다고 생각했어요. 강자건 약자건 모두 한방에 쓰러지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ㄴ...네 년...”


“당신 하나 남았군요. 각오는 됐습니까?”


“죽여...버릴거야...”


“말은 그렇게 해도 금방 쓰러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 번은 봐드렸지만, 이젠 아닙니다. 기꺼이 최후를 맞으십시오.”





[하마구치 그림자 인술 43장, 응달의 거미影グモ]





야쿠자들의 두목의 얼마 남지 않은 그림자가 거미의 다리 같은 것을 뿜어내더니, 야쿠자 두목의 몸을 원하는 대로 덮치기 시작했어요.
덮친 뒤, 그를 깊고 깊은 그림자의 수렁 아래로 끌고 내려갔죠.




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아야메와 할아버지는 야쿠자 두목이 그림자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아야메?”


“방금까지 보여드린 비술들이, 제가 지금까지 익혔던 그림자 인술이에요.”


“그렇구나...”




“네에,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아야메?”


“금지된 비술을 익힌 데다 사용까지 했으니, 벌을 받아야하는 거죠? 제게 어떤 벌을 주시겠어요?”


“. . .벌이라...벌을 주고 싶지는 않구나. 그래도 네가 이 할애비의 손녀인데.”




“아야메,”


“네, 할아버지.”


“너, 그림자 닌자로서 살 수 있겠느냐?”


“그림자 닌자요?”


“아까 네가 썼던 ‘그림자 거미’ 말이다. 공교롭게도 너를 덮치려다 죽은 신페이도 그 기술을 썼었단다. 그래서 네가 ‘그림자 거미’를 쓴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했고, 심지어는 말리려고도 했었어. 하지만 아야메, 너는 실패의 기색 없이 완벽하게 해냈더구나. 그때 난 생각했지.


‘우리 집안에서 드디어 그림자 인술을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 있는 패왕이 탄생했구나.’


물론 아직 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장차 그림자 인술의 패왕이 될 아이를, 내가 너무 옭아맨 게 아닌가?’


아야메, 이제 너에게 정식으로 말하고 싶구나.
오늘부로 그림자 인술의 금기를 폐하노라.”


“금기를 폐한다고요? 그 말씀은...”


“그래, 이제부터 나는 너에게 그림자 인술에 대해서 더욱 집중적으로 가르쳐주겠다. 잘 따라오거라!”


“할아버지...! 네, 알겠습니다! 그림자 인술에 대한 모든 걸 가르쳐 주십시오!”





그렇게 아야메는 할아버지로부터 금기를 폐한 그림자 인술을 교육받게 되었으며, 불과 3주 후, 그녀는 그림자 인술의 대가가 되었습니다.
아야메의 할아버지가 족집게로 모든 걸 가르쳐준 덕도 있지만, 아야메 자신의 재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죠.




아야메는 자신들에게 덤벼오는 야쿠자들을 그림자 인술로 하나하나 털어버렸으며, 야쿠자들 사이에서는 초긴장상태를 부르는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달 후, 정부와 직접적인 커넥션이 있었던 마지막 야쿠자들까지도 남김없이 쓸어버림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였습니다.
마지막 한 명을 처치하고 돌아가는 아야메의 뒷모습을 본 의원은 이렇게 회고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닌자의 맥이 끊기지 않는 이유는 하마구치 가의 딸과 같은 닌자가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나는 그때 격렬히 통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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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았습니다. @피스 시리즈 아야메 편. 아야메의 열매는 초인계 그림자그림자 열매랍니다.
사실 EQUAL 시리즈에서 아야메가 능력을 쓰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더욱 간바리마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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