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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들)2.제국의 일들

댓글: 2 / 조회: 771 / 추천: 1



본문 - 07-21, 2020 02:37에 작성됨.

W’가 숙청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소.
그동안 이쿠야 제국에서는 놀라우리만치 아무 일도 없었음이외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항상 하던 뒷세계의 마피아들, 또는 유레츠들과 제국경찰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반복될 뿐이라.
그나마 이제는 이것도 늘 있는 일상이라 딱히 크고 작은 사건으로 치지도 않소.
제국의 국민들은 더 이상 이들의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그저 총소리와 죽음의 신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우리 동네에서 안 일어났으면’하는 바람이오.







클린디아 서북쪽, 이름 모를 도시에는 붉고 짧은 웨이브 머리를 가진 소녀가 거리를 걷고 있소. 그녀는 일종의 가출 청소년이오.
그녀는 중류층 귀족 히구치 가문의 둘째 딸인 마도카인데, 사는 모습은 귀족과는 거리가 완전히 먼 자요. 오히려 일반 백성들 사이에 끼면 그 쪽이 더 어울릴 정도지.



그런 그녀가 왜 가출을 했느냐, 그건 그녀의 부모 때문이었소.
그녀의 부모는 굉장히 특이한 신념을 가진 자들이오. 예를 들어, 평소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예민해지면 그것은 필시 마약을 했다거나, 아니면 돈 때문이라고 말하는 자들이라.
마도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였소. 그도 그럴게, 돈과 마약 둘 다 없는 자가 예민해지면 그건 뭐란 말이오? 그땐 다른 걸 빌미로 삼을 거란 말이오?


이 부모들은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했고, 누구라도 자신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도저히 같이 살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자들이었음이외다.


이런 특이하다 못해 이상할 정도의 사상을 가진 부모에게 질린 나머지, 마도카는 집을 나와 버렸소.




‘이런 헛소리를 듣고 참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이러다간 나도 이상해지겠어.’




집을 나오긴 했어도 갈 곳이 없었던 그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나나오 유리코의 서점을 찾아갔소.
원래 이 서점은 사기사와 후미카의 것이었지만, 그녀가 신성 아인헤리아 제국을 세우면서 메르세아 북쪽으로 가버리자 나나오 유리코의 아버지가 매입한 것이오.
그마저도 얼마 전 유리코의 아버지가 정치범으로 몰려 가스티유 서드에 수용되면서 이젠 완전히 유리코의 소유가 되어 버렸지.



여하튼 마도카는 유리코의 서점을 찾아갔소.




“어, 마도카! 여긴 웬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번에 집을 나오게 됐어. 젠장, 우리 엄마아빠 성격은 왜 그런지 몰라. 하여튼, 내가 살 집을 찾고 있는데, 괜찮은 곳 있어?”


“음...괜찮으면 이 서점 지하에서 사는 게 어때?”


“여기에 지하가 있어?”


“응. 평소엔 제국경찰들의 감시를 피해서 방공호로 쓰고 있는데, 얼마 전에 아빠가 잡혀간 이후로 밖에 나오기도 쉽지 않아서, 아예 방공호 밑에 방 몇 개를 만들어놓았어.”


“인력이 상당히 들었겠네.”


“의외로 얼마 들지 않았어. 몰랐는데 사기사와 후미카도 같은 방식으로 여길 사용했었나봐. 애초 방을 만들겠다고 계획할 때부터 방은 존재했지.”


“방을 만들어놓았다며?”


“말이 만든 거지, 사실상 꾸민 거라고 보는 게 더 적당해.”


“하여튼, 그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거지?”


“맞아. 지하로 내려가면 방 4개가 있어. 하나는 내 방, 하나는 화장실, 하나는 부엌, 나머지가 네 방.”


“입구는 어디에 있어?”


“저어기 카펫 보이지? 저걸 걷어내면 입구가 나와.”





그리하여서 마도카는 묵을 집을 구할 수 있었소.
지하의 방치고는 꽤나 깨끗하고 쾌적하였지. 게다가 있을 것은 다 있었음이외다.



그러나 염치없이 이곳에서 무작정 있기만 할 수는 없는 일, 방도 제공해준 유리코를 돕겠다는 마음을 가졌소.




“저기, 유리코.”


“왜 그래?”


“네가 나에게 방을 준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야. 그래서 나도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그럼...우리 일을 좀 도와줄래?”


“기꺼이. 어떤 일인데?”




그러자, 유리코가 한 권의 책을 내미오.




“이게 뭐야?”


“이 책을, 이 주소로 갖다 줘.”


“알겠어. 바로 다녀올게.”




다행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오. 마도카는 책을 받아들고 바로 그 주소로 향했소.
그 책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꿈에도 모른 채.






클린디아시 타르바 현 24-03번지, 이곳에 도착하였소.
마도카는 크게 놀랐으니, 이는 그곳이 마피아들의 본거지이기 때문이외다.




“뭐...뭐야...여기 마피아 기지 아니야?”


“유리코...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야.”



“거기 누구냐?”


“민간인은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 빨리 가거라.”


“아...그게...혹시 나나오 유리코를 아시나요?”


“나나오 유리코? 우리에게 ‘물건’을 전해주는 자인데, 무슨 일인가?”


“그게, 유리코가 이 책을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말하며 책을 건네었소.




“이건, 살생부군. 어째서 자네가?”


“그럴 사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것 같군...’



“그나저나 살생부라니, 무슨 뜻이죠?”


“음...우리 입으로 말해주긴 힘들겠군.”


“자세한 건 나나오에게 물어보게.”





나나오 서점으로 돌아간 마도카는, 유리코에게 물었소.




“유리코.”


“왜 그래, 마도카?”


“...뭐였어, 그 책? 살생부? 무슨 뜻이야?”


“아...그거...”


“말해줘. 대체, 뭐였어?”


“. . .”



“사실은, 우리도 유레츠야.”


“유...유레츠? 우리가 아는 그거?”


“맞아...그 유레츠야.”


“어째서...이런 일을...”


“제국경찰이 싫으니까. 죄 없는 아버지를 잡아간 나쁜 제국경찰이 싫으니까.”


“그래서, 마피아들과 연합한 거야.”


“이해해달라고 하진 않을게. 그저 사정이 있었다고만 생각해줘.”


“. . .”


“알겠어.”




단지 그뿐이었소.  그 이외의 대답은 없었단 말이오.
그저,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마도카는, ‘오늘의 살생부’를 전해줄 뿐이오.







나루미야엔 거대한 유레츠 조직이 있소.
다른 지역에도 많지만, 이곳에도 특징적인 유레츠 조직이 있다는 것이라.
나루미야 지역의 주민들은 말하오.




“나루미야의 명물이라고 하면 고등어구이, 유람선, 그리고 이 유레츠 조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명세는 다른 지역에도 널리 퍼져서, 더캐드의 타쿠미가 이끄는 타쿠미 파에게도 소문이 퍼진 것이오.
다만 지역도 다르고 관할 구역도 달라서 두 조직이 맞붙을 일은 거의 없었고, 설령 같았다고 해도 맞붙을 명분은 없었소.
안 그런 것 같겠지만 유레츠들은 꽤나 신사적이어서, 이유 없는 싸움은 금기요.
그것이 유레츠들 사이의 약속이고 율법이외다.



그래서 그들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오?
이들의 이름은 ‘도쿠가와 파’, 나름 역사가 깊은 조직이오. 유레츠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소.
지금으로부터 무려 300년 전부터 존재한, 무사도를 규율로 삼는 조직인 것이오.
현재의 유레츠들도 무사도+신사도를 규율로 삼으니, 이들은 사실상 모든 유레츠들의 조상인 셈이외다.




상술했듯 도쿠가와 파는 유래가 깊은 조직이오. 그런 만큼 조직의 수장도 많이 있었지.
현재 도쿠가와 파의 수장은 도쿠가와 마츠리라는 이름의 19세 여성이오.
원래는 그녀의 아버지가 수장을 맡게 될 예정이었으나, 질병에 걸린 나머지 마츠리가 다 크기도 전에 그의 아버지보다(마츠리에겐 할아버지인 셈이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외다.
결국 마츠리가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조직의 수장을 맡게 되었소.
처음에는 다들 불안 반, 의심 반의 눈빛이었소. 지금까지 여성이 조직의 수장을 맡은 전례가 없는지라, 다들 조직의 운명을 걱정한 셈이지.


하지만 마츠리는 예상외의 엄청난 단호함을 보였소.
한 번은 조직 내의 제국경찰의 스파이가 밝혀졌던 적이 있었음이라.
혹시나 죽이면 제국경찰이 그것을 빌미삼아 도쿠가와 파를 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다들 죽이지 말자는 분위기였는데, 그 상황에서 마츠리는 주저 없이 칼을 빼어 그를 쳤소.




“아...아니, 마츠리 대장! 어째서 이 자를 죽인 겁니까? 제국경찰이 이를 빌미로 우리를 칠지도 모릅니다! 그럼 우린 멸망이란 말입니다!”




그때 마츠리는 답하기를.




“제국경찰 따위 두려울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도쿠가와입니다. 제국경찰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다.”




이 말을 하는 마츠리에겐, 무엇인지 모를 위엄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신뢰가 느껴졌소.




며칠 후, 정말로 제국경찰들이 도쿠가와 파를 치러 나루미야로 향하였소.
그 소식을 들은 마츠리는, 칼을 꺼내 치켜들며 말하길




“저들은 제국경찰들이고, 우리는 도쿠가와입니다. 우리가 3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건재할 수 있었던 그 비결을, 이제 보여줍시다!”




말하고, 나루미야에 들어오는 제국경찰들을 바로 썰어버렸소.
제국경찰들은 당황했으니 이는 도쿠가와 파가 입구에서부터 대기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제국경찰들도 열심히 저항했으나, 죽음을 각오하고 덤빈 도쿠가와 파에 의해 결국 극소수만 도망치고 전부 전멸하고 말았소.



그제서야 도쿠가와 파는 마츠리를 조직의 절대적인 수장으로 인정하였고, 현재까지도 마츠리는 나루미야의 뒷세계의 지배자로 군림중이외다.





마츠리는 종교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지이교에 관심을 갖고 있소. 이는 2달 전, 이루아르에서 온 전도사들이 전해준 후지이교가 굉장히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오.
후지이교가 마음에 들었는지, 마츠리는 나루미야에서 후지이교를 포교하는 것을 허락하였소.
비록 본인은 딱히 믿지 않았지만 말이오.



도쿠가와 파의 주 수입원은 ‘파르바르’라고 하는 마약을 유통하는 것이오.
파르바르는 이쿠야 제국 남쪽의 루미나에서 생산되는 꽃 ‘라마나’를 가공해서 만들어지는 마약인데, 뒷세계에서 마피아들과 귀족들이 애용하는 물품이오.
도쿠가와 파는 그것을 제국경찰들의 감시를 피해 전국에 유통시켜 유통비를 받는 일을 함이외다.


마츠리가 어째서 이 일을 하는지 알려진 바는 없소. 다만 마츠리가 파르바르를 좋아해서 그렇다는 소문이 있을 뿐이오.
실제로 마츠리는 친히 루미나까지 내려가서 파르바르 한 상자와 라마나 씨앗을 직접 가져온 일이 있었소. 직접 재배해 가공하려는 계획이었지.
루미나와 나루미야의 기후가 달라서 결국 라마나 재배엔 실패했지만 말이오.


참고로 파르바르는 크게 독한 마약은 아니오. 그저 한번 복용할 시 머리가 약간 아프며 황홀경을 보는 정도?
이 때문에 예술가들도 필요할 시 몰래 파르바르를 받아서 복용하곤 하오. 그러면 작품이 잘 만들어진다는 속설이 있지.
실제로도 파르바르를 복용하고 나서 그린 그림들도 대중에게서 좋은 평을 받곤 하오.


하지만 마츠리가 왜 파르바르에 주목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소.
사실 파르바르가 유명한 것도 마츠리의 도쿠가와 파가 적극적으로 유통했기에 유명한 것이지, 그 전까지는 루미나인들에게만 간간이 알려진 마이너한 제품이란 말이오. 심지어 파르바르의 원료인 라마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꽃일 정도였소.
그런 파르바르를 마츠리가 왜 주목한 것인지, 아니 어떻게 안 건지도 알 수 없는 일이외다.
누군가 가르쳐주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책으로 읽었을 수도 있지만, 마약을 금기시하는 이쿠야 제국의 특성상 그럴 확률은 희박하오.


추론이오만, 어쩌면 옛날에 마츠리가 루미나에 갔다가 어떠한 경로로 라마나와 파르바르의 맛을 알게 되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 나루미야로 돌아갈 때 가져온 게 아닐까 하오. 그리고 그것이 도쿠가와 파의 파르바르 유통의 시작일 것이고.
물론 이 역시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정확한 진실은 마츠리만이 알고 있소이다.







‘W’를, 와쿠이 루미를 숙청하고 나서 총리의 자리에 앉은 키류 츠카사는, 역시나 국민들에게 비호감이었소.
루미나 츠카사나 똑같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총리가 된 사람인데 무슨 차이가 있겠소, 그저 오십보백보지.
그러나 탄핵 시위를 한다고 해서 제국경찰 총지휘관인 카타기리 사나에가 가만히 있겠소, 곧장 경찰들을 이끌고 그들을 두들겨 팬 뒤 가스티유 서드로 보내버릴 것임이외다. 결국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조용히 지내야 하는 것이오.



나라가 이렇게 흘러간다고는 해도 권력자들이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았소.
시이카 상원의원은 제국경찰의 이러한 만행을 크게 비판하기 시작하기 시작하였고, 입법부장 유키카는




“제국경찰이 도를 넘는 만행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즉시 영장을 발부해 압수수색에 들어갈 것입니다.”




하고 엄포를 놓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외다.
또한 열성 신문기자 미즈타니 에리는 제국경찰이 가진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제국경찰청과 청사를 들락날락하며 많은 정보를 모았소.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그 모든 사실을 신문에 싣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그러나 천하의 사나에가 그 모든 것들을 용인할 리 없는 법, 곧장 제국경찰들을 보내 시이카 상원의원이 로비를 일으켰다는 루머를 퍼뜨려 매장시키고, 유키카는 강제로 가택연금 시켰으며, 미즈타니 에리의 신문사는 강제 폐간시켜버리는 대사건을 일으켜버렸소.



일각에서는 키류 츠카사가 총리인 건 아무 소용없다는 의견도 나왔소.
W’때도 그렇고, 지금도 총리는 특별하게 한 게 없고 모든 건 그저 사나에가 다 해먹었다는 뜻이오.
그나마 ‘W’는 나라의 경제를 다시 재건했다는 업적이라도 있지, 키류 츠카사는 그마저도 없소. 그저 바지사장이지.
게다가 사나에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엔 츠카사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축출해낼지도 모르는 일이외다. ‘W’ 루미 때처럼.
그렇기에 총리 직은 아무런 혜택도 없고, 그저 사나에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다, 이것이 국민들의 생각이오.


사나에도 그걸 알고 있는지 츠카사에게 독자적인 정책을 펼치라는 제안을 했고, 츠카사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곧장 규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소.
그것은 다름 아닌, 제국경찰의 수를 줄이고, 줄어든 인원들을 의경으로 전환하는 정책이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모든 제국경찰의 통제권이 미치는 범위도 줄이기로 하였소.
그 정책을 실제로 발현했을 때, 반응은 열렬했소. 국민들에게 있어서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이는 정책이었으니까. 국민들을 그토록 괴롭혀온 제국경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니까.


사나에는 기가 막히었소.
이 법안이 발휘한다는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반으로, 아니 반보다 더 많이 줄어든다는 의미인 것이오.
그렇다고 항의할 수도 없었으니 이는 자율권을 줄 때 츠카사에게 일절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외다.
결국 사나에와 제국경찰들은 츠카사의 정책들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소.




사실 츠카사가 이 법안을 만들어낸 건 제국의 국민들을 위한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본인을 위해서이기도 하였소.
츠카사는 ‘W’ 와쿠이 루미가 쿠데타로 쫓겨나는 것을 본 사람이고, 또 그 덕에 총리 직에 오른 사람이라.
사나에가 쿠데타를 일으켜 루미를 쫓아내었다면, 자신이라고 그렇게 안 할 거란 보장도 없지 않겠소.
그렇기에, 만약 사나에가 정말로 나를 쫓아낼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마음을 드러내기 전에 그의 입지와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외다.
그냥 축출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엔 사나에의 능력은 굉장히 아깝소. 무척이나 쓸 만하단 것이오. 그런 사나에를 두고두고 쓰려면 활동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보험이다, 츠카사는 그렇게 생각하였소.




츠카사가 해둔 또 다른 일은 사나에의 수하에 2명의 부지휘관을 두는 것이었소.
이것이 왜 중요한 일인고 하면, 이쿠야 제국의 법안에서는 부하장교가 상관의 비행을 보았을 시 만류해야 해야 하오. 그런데 사나에에겐 부하장교가 없었기에 말리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이러한 비행을 저지른 것이오. 그렇기에 츠카사는 사나에의 수하에 2명의 부지휘관을 배정시킨 것이외다.
한명은 사나에의 직속 후배인 ‘아쿠노 히데오’라는 남성 경찰관이었고, 또 한 명은 군악대 출신의 전투경찰 '사쿠라모리 카오리'요.
사나에는 아쿠노 히데오는 알지만, 사쿠라모리 카오리는 잘 몰랐기에 한동안은 서로 갈등하는 일도 있었소.
사실 지금도 갈등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소. 사나에가 하고자 하는 일에, 히데오와 카오리 둘이서 계속 만류하기 때문에, 사나에는




‘너희 때문에 내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며 화를 내고, 카오리와 히데오는




‘저희는 상관의 비행을 저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라며 사나에를 막기 때문이오.
특히 카오리는 더욱 강하게 막았는데, 평소 카오리는 사나에가 너무 막나간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외다.
사나에는 마음 같아서는 카오리를 날리고 싶었지만,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해임할 수 없다는 군법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있음이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나에는 관저의 모두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자였지만, 츠카사의 계략으로 그 한 달 만에 몸을 사려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소.
이제, 츠카사가 나라의 진정한 권력자가 되었고, 총리로서의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것이외다.





일이 이렇게 되니 뒷세계도 변화될 수밖에 없었소.




“뭐? 제국경찰이 엄청나게 약해졌다고? 그럼 더 이상 우리랑은 싸울 이유가 없는 거잖아?”




타쿠미가 경악했소. 그토록 리벤지 매치를 바라고 있었는데, 이제 그럴 여지가 없어진 셈이오.




“제국경찰의 약화? 그럼 종교 규제도 풀린 건가? 만세!!! 후지이노미코토시여!!! 감사드립니다!!!!”




후지이 토모가 기쁨에 겨워 외쳤고, 후지이교의 신자들도 기쁨의 찬송을 올렸소.




“제국경찰이 약화되었다!!! 이제 해방이다!!!!”




국민들도 환호하오. 이제 한숨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오.
이제 행복한 미래만이 남았다, 국민들과 뒷세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소이다.





하지만 이렇게 잘 되기만 할 거라면 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오.
츠카사는 제국경찰의 권한을 축소시킨 뒤, 그 권한을 자기가 쓰기 시작했소.
거기다가 한 술 더 떠서, 지금껏 카타기리 사나에와 제국경찰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갈아버렸소.
이는 의원들이 사나에의 복각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애써 축소시키고 줄여놓은 제국경찰의 권한을 다시 원상복귀시키자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오.
여론에 떠밀려 사나에를 다시 복각시키면, 사나에는 필시 카오리와 히데오가 말린다고 하더라도 무시한 채 쿠데타를 일으켜 츠카사를 제거해버릴 것이라.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나에와 제국경찰들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전부 제거해야 함이외다.



그러한 결정에, 국민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소. 오히려 기뻐하면 기뻐했지.
자신들을 괴롭히던 제국경찰들의 기를 펴지 못하게 한다는 정책을 마다할 리가 있겠소.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수상쩍다고 할까, 의문을 품는 국민들도 있었소.
제국경찰의 권한을 축소시켜 국민들을 편하게 해주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정작 이 법안을 제의하고 통과시킨 츠카사도 경찰공무원 출신이오. 즉 황제 시절, 그리고 ‘W’시절 츠카사와 사나에는 같은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는 의미요.
그런데 츠카사는 어째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입지를 스스로 좁게 만드는 건지 의문을 품는 국민들이 있소.



어쨌거나 츠카사의 정책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졌고,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들의 1/3이 의석을 잃었소. 그리고 그 자리엔 새로운 의원들이 선출되었지.
그들의 성향은 다들 제각각이었지만 적어도 사나에와 제국경찰을 지지하진 않았음이외다.





그러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키류 내각은 곧장 나라의 경제를 개발하는데 착수하였소.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쓴 분야는 다름 아닌 중공업이었는데, 키류 츠카사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오.




“중공업이야말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소재야. 그리고 나라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고.”




하여 나라 곳곳에 공장을 설립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개척하여 국민들의 실업률을 어느 정도 낮추는 업적을 달성한 것이외다.



그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익을 거둔 분야가 있다면 비행기 제조업이었소. 비행기를 제조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했고, 이쿠야 제국 서쪽의 레오디아에 제국 수장의 이름을 딴 ‘키류 공항’을 세웠소이다.
현재 신성 아인헤리아 제국과 리체타, 그리고 타국을 오가는 비행기들의 8할은 이쿠야 제국산 비행기요.
참고로 이 비행기라는 것은 단순 항공기만이 아닌 전투기도 포함되오. 즉 수송기산업과 방위산업을 동시에 담당한 셈이라.


나라 내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중공업 분야는 건축 분야라고 할 수 있겠소.
그 전까지는 우습게도 국가의 반이 벽돌집이었소. 황제 이전부터 쓰인 양식이 그때까지도 쓰인 것이오.
그러나 시범으로 고층의 철근 건물을 지은 뒤 국민들의 평을 보자, 처음엔




‘저렇게 높은 곳에서 어떻게 사나?’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홈리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여기저기에 중, 고층 건물들을 세워 홈리스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소.




심지어 뒷세계의 사람들도 중, 고층 건물의 혜택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다 낡은 건물에서 벌레들을 쫓아내고 한기와 더위를 견뎌내며 집회를 해야 했던 후지이교의 신자들에게도, 더 이상 그럴 필요 없는 편리하고 깨끗한, 그리고 어엿한 회당이 생긴 것이라.


또한 도쿠가와 파도 안락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건물을 매입하였소. 이제 더 이상은 제국경찰의 눈을 피해 골목을 쏘다니며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오. 그리고 트럭도 한 대 구매하였는데, 그것으로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파르바르와 라마나를 운반할 수 있는 것이오.




도시의 시가지에도 여러 고층 건물들이 세워졌고, 수많은 회사들이 세워졌소.
비슷한 계열의 회사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만들었고, 그러한 그룹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 만들어졌음이라.
그룹의 회장들은 엄청난 부를 쌓아갔고, 그 돈으로 산하 회사들에게 발전기금을 내렸고, 산하 회사들은 그 돈으로 더욱 질 좋은 제품들을 생성해내었지.
키류 내각이 도시화 계획을 추진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땐, 이쿠야 제국은 예전보다도 더욱 부유한 제국이 되어 있었소.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이들처럼 재력이 받쳐주는 자들 뿐, 나머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야 했소.
키류 내각에서 유레츠들을 포섭할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뒷세계의 유레츠들 사이에서도 재력이 받쳐주는 유레츠만 발전의 혜택을 볼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유레츠들은 평소 살던, 낙후된 양식의 집에서 여전히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오.







카스페로에는 두 명의 자매들이 살고 있소.
마유와 아츠미라는 이름을 가진 자매들은, 그녀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 사나에가 이끄는 제국경찰에 의해 부모님을 잃었소.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가스티유 서드에 들어간 이상 이미 죽은 거나 진배없지.
그 바람에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둘은, 처음엔 친척의 집에 맡겨졌지만, 2년도 안 되어 친척들마저 제국경찰들의 손아귀에 희생되면서 갈 곳이 없어졌소. 그래서 결국 거리를 전전해야 했지.



얼마 후에, 한 마피아 조직에게 발견되어 거두어졌소.
마피아라는 이름이 무서웠기에 처음 얼마간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의 보스는 선한 사람이었던 데다가,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들의 법칙에 따라 마유와 아츠미 자매를 잘 돌보아주었고, 결국 마유와 아츠미 자매도 그들의 호의를 감사하게 받았음이라.
마유와 아츠미는 마피아 조직의 돌봄 속에서 아늑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오.





마유와 아츠미가 마피아 조직으로부터 나온 건 그로부터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소. 그때 그녀들은 각각 14살, 12살이 되던 시기였지.
제국경찰에 의해 마피아들이 하나 둘 척결되고, 결국에는 마유와 아츠미가 의탁하고 있었던 마피아 조직들마저도 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소.
이로 인해 마유와 아츠미는 또 다시 길거리를 전전해야 했고, 이젠 도저히 살아갈 방법이 없었음이라.




“언니...이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러게...마피아들도 해산되었고, 일가친척도 전부 제국경찰이 죽여 버렸고...이젠 의지할 곳이 없어.”




그렇게 주저앉아 절망하기를 몇 시간, 문득 그녀들의 머릿속에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소.




“우리의 삶이 이렇게 된 건 전부 제국경찰들 때문이야.”


“제국경찰들이 우리 부모님과 친척들을 잡아가지 않았으면, 우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나쁜 제국경찰들. 분명 지금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사람들을 잡아가서 그의 가족들을 우리처럼 만들어놓고 있겠지.”


“그런 제국경찰들은 필요 없어. 나쁜 제국경찰.”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나쁜 제국경찰들.




이러한 생각이 떠오르자, 마유와 아츠미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섰소.
마유에겐 한 줄의 리본이, 마치 부모님의 유산처럼 간직되어 있었고, 아츠미에겐 타고났다고밖에 할 수 없는 엄청난 악력이 있었소.
그녀들이 이것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은, 그래.
바로 교살絞殺이라는 것이오.
그녀들이 가진 타고난 기회 포착 능력과 악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교살뿐이외다.





어느 날 밤, 제국경찰들이 마유와 아츠미가 사는 동네의 순찰을 돌고 있었소.
이 순찰이라는 것은, 혹시나 유레츠들이 또 남아있는가를 살피는 것이오. 찾아서 있으면 소탕하려는 목적이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동네에는 더 이상 유레츠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외다.



순찰을 끝내고 돌아가던 제국경찰들을, 유레츠가 되어버린 마유와 아츠미는 뒤에서 붙잡아 목을 졸랐소.
상대가 천하의 제국경찰이긴 하지만, 수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월하게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오.




“뭐...뭐ㅇ...으으으악!!”


“죽어라, 이 나쁜 제국경찰.”


“크으윽...”


“지옥으로 꺼져버려!”




그렇게 제국경찰들을 목 졸라 교살해 버린 뒤, 시체는 아무데나 치워버렸소.
그런 뒤에 또 다른 제국경찰들을 찾아 나서려다가, 죽은 제국경찰의 뒷주머니에 있는 값비싸 보이는 회중시계가 눈에 보이지 않겠소?
아츠미가 마유에게 물었소.




“언니, 저기 저 사람한테 엄청 비싸 보이는 회중시계가 있는데?”


“그러네. 저거 분명히 국민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얻은 걸 거야.”


“우리, 저거 전당포에 가져가서 팔까? 분명 많이는 아니어도 상당하게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아마도 내일 하루 정도는 빵 몇 개 정도 먹으면서 지낼 수 있겠지.”




하여, 그 회중시계를 빼냈소.
혹시 또 돈이 될 만한 물건이 있을까, 다른 제국경찰들의 주머니도 뒤져보았지.
그 결과 지갑에서 돈 몇 푼과 쓸 만한 금품(예를 들면 반지나 팔찌 같은 것)이 발견되었음이외다.




“얘넨 이런 걸 왜 갖고 있는 걸까...쓸 데도 없으면서.”


“이거 봐, 번쩍번쩍하잖아. 값비싸 보이고. 분명 국민들의 혈세를 빨아서 만든 물건일 거야.”


“팔면 분명 돈 좀 나오겠지. 한 3일은 먹고 살 수 있겠다.”


“이왕 파는 김에 이 지갑도 팔까? 조금 보탬이 될지도 몰라.”




실제로 물건을 팔았을 땐 3560레네 정도가 나왔고, 예상대로 3일 정도는 먹고 살 수 있었소.
물론 이것은 빵이나 또는 값싼 통조림만을 먹었을 때의 이야기고, 그 이상의 가격을 자랑하는 음식은 먹기 벅찼지.
그렇기에 자매들은 제국경찰들이 보이는 대로 부지런히, 그리고 자비 없이 교살한 뒤 금품들을 챙겨서 전당포에 팔아넘겨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모아 매일을 먹고 살았음이외다.





그렇게 수많은 제국경찰들을 교살시킨 지 기나긴 시간이 지났소.
이제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모였지.
허나 이득은 그 뿐이었소. 마유와 아츠미의 제국경찰 연쇄살인에 대한 소식을 들은 다른 제국경찰들이, 얼마 전부터 그들을 잡기 위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오.
마유와 아츠미로서도 부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0명이 족히 넘는, 그야말로 ‘한 부대’ 단위로 마유와 아츠미를 추격해오기 때문이라.
서너 명, 많아도 대여섯 명 정도면 모를까, 10명이 넘으면 마유와 아츠미는 싸워서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일단 도망치고 보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오.
그도 그럴 게 이 자매는 목숨까지 담보로 걸어가면서까지 싸울, 탐욕스러운 위인들은 아니란 말이오.



결국 마유와 아츠미는, 제국경찰 부대를 다 상대하기보다는 따로 떨어뜨려놓으면서 상대하자고 생각했음이외다.
10명이나 되는 다수의 인원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못해 위험한 일이니, 분산시켜 흩어질 때 하나씩 상대하겠다는 것이라.
제국경찰들이 마유와 아츠미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 탈출을 봉쇄하려고 할 테니, 다른 도시로 가는 길목들을 돌아다니면서 제국경찰들을 한 팀 한 팀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소.


마유와 아츠미의 예상대로 제국경찰들은 소규모 팀으로 분산해 다른 도시로 가는 길목을 지켰고, 결국 그들은 마유와 아츠미의 계획대로 소리 소문 없이 제거되었지.




“하! 정말 우리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네! 어쩜 이럴까!”


“제국경찰이 그렇지 뭐. 힘세고 잔혹한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는 존재들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마유와 아츠미를 쫓던 제국경찰 팀들을 모두 교살해 죽인 다음, 금품들을 챙겨 전당포, 더 나아가서는 마피아나 유레츠 조직들에게 팔아넘기고, 그 값이 되는 돈을 받았소.
이제 마유와 아츠미는 통장도 만들 수 있었고, 은행을 이용할 수도 있게 되었소. 그야말로 발전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 것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자신들의 삶이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하게만 느껴지고 있었소.
이 심정을 표현하자면 뭐랄까, 아직도 심적으로 만족이 되질 않는 것이오. 재물은 그저 살기 위해서 모은 것일 뿐이란 걸 이 자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이제 재물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데도 느껴지는 이 공허함, 이것은 대체 무엇인 걸까.





마침내 마유와 아츠미는 그 공허함에 대한 답을 찾았소. 정확히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오.
그녀들은 지금껏 너무 오랜 시간동안 카스페로에만 머물러 있었소. 즉 카스페로에서는 볼 일을 다 보았고, 이제 더 이상 그녀들을 만족시켜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



결국 자매는 결심했소.




‘나가타니로 가자.’


‘그 곳은 이 나라의 수도니까, 분명 많은 것이 있겠지.’


‘나가타니로 가서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결심하자마자 짐을 쌌고, 기차표를 사서 나가타니로 향했소.
기차에서 나눠준 신문을 통해, 그녀들은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소문은 실로 놀라운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오.




[긴급속보! 총리 키류 츠카사, 제국경찰의 권한 축소시켜]



[키류 츠카사 ‘이제부터는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은 총리가 담당할 것’]



[키류 내각 재구성...국가 발전에 집중할 것인가]




이것은 마유와 아츠미에게 있어서 문화충격이나 다름없었소.
지금껏 국가와 정치인들은 국제경찰의 만행을 방조하거나 옹호하였는데, 이제 그렇게 하지 않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지 않겠소.
더욱이 정치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가스티유 서드에 갇힌 시민들을 석방시켜주겠다는 키류 내각의 발표도 있었소. 이 말은,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그녀들의 부모님도 석방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마유와 아츠미는 거의 7~8년 만에 다시 부모님을 볼 수도 있게 된다는 뜻이오.




“우리...다시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 거야?”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비록 모진 고문을 받은 엄마 아빠지만, 피로 물든 삶을 산 우리지만, 서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제까지의 힘들었던 기억, 모두 싹 날아가게 될 거라고 확신해.”


“제발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심 기도하는 사이, 기차는 쉼 없이 달려 나가타니로 향했음이외다.





나가타니에 도착한 마유와 아츠미는, 주변을 둘러보았소.
이쿠야 제국의 수도답게 여기저기에 고층 건물들이 즐비했고, 카스페로에서는 볼 기회가 적었던 자동차들도 여기저기서 다니고 있었음이오. 그야말로 ‘발전된 도시라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듯 하였소.




“여기가 나가타니야, 언니!”


“드디어 도착했네! 여긴 엄청 활발한 것 같아!”




발전된 도시의 전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들은 그녀 자신들이 무엇을 바랐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되는 것 같았소. 그녀들은 활기를 바랐던 것이라.
카스페로에는 활기가 없었소. 그저 제국경찰과 마피아들 그리고 유레츠들의 싸움, 항상 그뿐이었고, 이외의 다른 일들은 없었소. 마유와 아츠미는 그런 삶에, 그런 분위기에 질린 것이오.
그러나 이곳 나가타니에서는 여기저기 활기가 넘치지 않는 곳이 없었기에 마치 활기 그 자체로 이루어진 세상인 듯 했소. 마유와 아츠미는 바로 그러한 세상,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을 바란 것이외다.




“언니, 이제 우리, 나가타니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겠지?”


“물론이지. 아츠미. 이제 카스페로에서의 삶은 완전히 버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거야.”


“이제 더 이상은 손에 피와 마지막 숨소리를 묻히고 싶지 않아.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할 수 있어. 우린 그렇게 살 거니까.”




그 말을 끝으로, 마유와 아츠미는 도시의 소음 속으로 사라졌고, 그 뒤로부터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소.
다만 소문으로는 나가타니 입주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부모로 보이는 어른들과 같이 길을 걸으면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음이외다.







다시 시간이 돌아가서, 키류 내각의 경제 개발도 막 마무리될 시절이오.
말했다시피 키류 츠카사가 진행한 중공업 프로젝트는 무지막지한 성공을 거두었고, 황제가 다 구겨놓은 국가의 이미지를 다시 원상복귀 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소. 전국적으로 진행한 도시화 개발은 이쿠야 제국을 더욱 강성하게 만들었고, 공장은 국내외적인 국력을 전보다 10배는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소.
전체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국민들의 삶의 질도, 행복지수도, 국뽕(?)도 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음이외다.




그런 도시에, 한 명의 재미난 불청객이 흘러들어왔소.
그는 루미나 출신의 소문난 괴도인데, 어찌나 유명한지 일화 하나하나가 전국적으로 소문이 다 퍼졌음이외다.



나루미야의 생선 가공 전문 회사 ‘하야토’의 입구에는 상어의 모습을 한 납패가 달려 있소.
그 납패는 하야토의 상징과도 같은 것으로서, 하야토가 광고를 내보낼 때 필수적으로 납패의 모습을 집어넣곤 하오.
또한 국민들도 하야토라고 하면 가장 먼저 그것을 떠올릴 만큼, 그 납패는 매우 유명한 것이오.



그런 납패가, 어느 날 밤 사라졌소.
납패 실종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하야토에 출근하는 직원으로부터였는데, 그는 늘상 그 자리에 있던 납패가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을 보고 놀라 회사의 사장에게 알렸고, 곧이어 납패가 사라진 것을 안 사장은 크게 놀랐소.
그리하여 경찰에게 사건을 제보하고, 현상금 65만 레네를 거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이용해서 사라진 납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였지.





그렇게 납패를 찾아다니던 어느 날, 사장의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소.
문법을 보아하니 나루미야 사람이 쓴 것은 아닌 것 같았지.
그렇다고 아예 못 읽을 건 아니었고, 사전을 이용해 간간히 쓰여있는 사투리를 번역해가며 편지를 읽었음이외다.
편지의 내용은 이와 같았소.




「멋진 회사 하야토, 그리고 그 사장에게.
안녕! 지금 너희들, 상어 모양의 납패 찾고 있지?
그건 내가 갖고 있어. 원한다면 돌려줄 수도 있어. 물론 돌려줘야겠지!
하지만 그냥 돌려줄 수는 없어. 너희도 뭔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
내가 너희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아.


-너희가 내건 현상금 65만 레네를 국제 어린이기금에 기부할 것
-내륙 지방에 있는 모든 어린이 보육원에 고등어구이를 20kg씩 기부할 것
-또한 전국의 독거노인들을 위해 장어구이를 나누어 줄 것


이 조건을 지킨다면 나도 너희의 상어 모양 납패를 돌려줄게.
그러나 지키지 않는다면, 루미나의 라마나 밭을 이루는 흙 속 깊이 파묻어 버릴 거야!」
          -괴도 사이킥-




괴도 사이킥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 도둑은, 납패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를 요구한 것이오.
게다가 이행하지 않을 시 루미나의 라마나 밭 밑 깊은 곳에 묻어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지.
예로부터 나루미야는 루미나의 라마나를 사람을 홀려 이상하게 만드는 악마의 식물이라며 꺼리곤 했소. 뭐, 라마나를 가공해서 만드는 게 마약 파르바르이니 틀린 말은 아니오.
그렇기에 나루미야 사람들에게 있어 라마나 밭 밑에 묻어둔다는 말은 안 될 말이라. 괴도 사이킥도 이 점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다소 무리할 수 있는 조건이라도 무조건 이행하게 만드는 것이외다.


사장은 괴도 사이킥의 편지를 받은 즉시 직원들에게 후원에 쓰일 생선구이를 대량으로 준비하도록 시켰고, 모두 포장되자 즉시로 전국의 어린이 보육원과 독거노인 상담소로 보냈소.
그러자 괴도 사이킥도 약속을 지켜, 어느 날 밤에 상어 모양의 납패를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놓았소.
이 일은 신문에 실려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이때부터 괴도 사이킥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오.





괴도 사이킥에 대해서 알려져 있는 에피소드가 많긴 하지만, 정작 사람 자체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소.
한두 가지 정도 알려진 것이 있다면, 괴도 사이킥은 평소에 ‘호리 유코’라는 가명을 사용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추측하건대 남쪽의 루미나 출신이라는 것이오.
낮에는 그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밤이 되면 어딘가의 어떤 물건이 그의 손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돌려받는 댓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제 사업을 하라는 요구의 편지를 남기오.
이행하면 돌려주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훔쳐진 물건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짐이외다.





그런 괴도 사이킥이, 이제는 이쿠야 제국의 수도 나가타니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소.
괴도 사이킥이 목표한 것은, 대담하게도 정부 청사 안에 있는 ‘콜라’였던 것이오. 그 ‘콜라’를 훔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소.
그깟 콜라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고 그렇게 물을 수도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콜라는 흔히 마시는 음료수가 아니라 이쿠야 제국의 시기 내내 단 한 번도 빛을 잃지 않은 청명한 보석을 의미하오. 그래서 정확한 명칭은 ‘코르라’요.
다만 색깔이 콜라랑 비슷하긴 하기에 연관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외다.



키류 츠카사도 괴도 사이킥의 명성은 잘 알고 있었는데, 이는 괴도 사이킥이 과거 츠카사가 업무를 보던 컴퓨터에 저장된 중요한 기밀문서를 쥐도 새도 모르게 해킹해 빼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오.
이 때문에 키류 츠카사는 크게 낭패를 본 적 있었고, 그로 인해 괴도 사이킥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품기 시작했소.




“괴도 사이킥...내게 큰 낭패를 안긴 녀석...”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얼굴 한 번 보고 싶구나...!”




‘코르라’ 주변에 엄청난 경호원들을 세워두고, 그것도 모자라 코르라가 있는 방 밖에 엘리트 군인들을 잔뜩 세워두었소.




“나는 준비가 됐다. 괴도 사이킥,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구나.”




츠카사가 중얼거렸지.
이제 남은 것은 괴도 사이킥을 잡는 일 뿐이오.





배치한 지 기나긴 시간이 흘러갔고, 그 동안 특별한 무전이 한 번도 오지 않았소.
그 점이 너무나 수상하기에, 코르라를 지키는 경호원장에게 물었소.




“어떻게 되었느냐?”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괴도 사이킥...그 녀석은 한 번 털겠다고 마음먹은 건 반드시 털어가는 위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반응이 없다니...수상한데...’


‘[겁먹었나 보군]이라는 조롱은 통하지 않는 녀석이야. 겁을 먹었을 리가 없지.’


‘그런데 왜 안 온 거지...어째서, 아직까지도 아무런 입질이 오지 않는 거지...’




결국 츠카사는 코르라의 방으로 직접 향했고, 그곳에서 코르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소.
분명히 코르라였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완벽하고 깨끗한 코르라였단 말이오.




“이건 분명히 코르라인데, 어째서 안 왔단 말인가?”


“배치된 병력이 많으니까, 겁을 먹은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어. 그 녀석은 배치병력이 많다고 겁을 먹을 녀석이 아니야.”


“음...그럼 왜...”


“. . .”




모두가 침묵에 빠졌소.
아무리 생각해봐도 괴도 사이킥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



그러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뭔가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소.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뭔가 아는 게 있나?”


“외람된 의견이지만, 뭔가 짚이는 게 있습니다.”


“그것이 뭔가?”


“그, 이 방으로 코르라를 가져온 사람이 누구입니까?”


“총리님이 직접 가져오시지 않았나.”


“. . .내가 가져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 아까 총리님께서 직접 코르라와, 그 받침대를 여기로 갖고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말을 하는 겐가? 그 때 나는 업무 처리 중이었...설마?”


‘설마...괴도 사이킥 녀석...’


“혹시 내가 코르라를 가져올 때, 상황이 어땠나? 내가 뭔가를 했다던가.”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에 펜을 꽂고 계셨습니다.”


“그래? 내가 앞주머니에 펜을 꽂고 있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아까 도전장을 쓴 필체도 펜으로 쓴 것 같은 글씨체였어.’


“이제야 퍼즐이 맞춰졌네. 드디어 알겠어.”


“무엇을 말이십니까?”


“자네들이 보았다는 나는 내가 아니었네. 바로 괴도 사이킥이었지.”


“네?! 그게 사실이십니까?!”


“자네들이 본 ‘나’가 코르라를 가져왔을 때, 나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어. 그 때 괴도 사이킥은 자신이 가져온 모조품과 진짜 코르라를 바꿔치기 한 뒤 여기에 가져다 둔 거야.”


“자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은 아까 짚이는 게 있다고 말씀 드렸을 때, 저도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코르라의 빛깔이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보았네. 이건 결국 처음부터 모조품이었고, 우린 속아서 시간을 낭비한 거야.”




말한 뒤, 츠카사는 모조품 코르라를 바닥에 집어던졌고,


쨍그랑,


하는 굉음과 함께 파편이 여기저기 튀오.
츠카사는 낙담하며, 관저로 돌아가 나머지 업무를 보았소.




“아아...내가 완전히 속았구만...”


“괴도 사이킥...역시 나보다 한 수 위야...”





아이러니하게도, 괴도 사이킥은 사건 종결 후 불과 4시간 만에 다시 코르라를, 그것도 예쁘게 포장해서 돌려준 것이오.
그리고 짤막한 내용의 쪽지도 남겼소.




「국가의 리더 키류 츠카사 총리에게.
즐거웠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이런 일도 해보다니!
코르라는 돌려드립니다. 빛깔이 엄청 좋더군요.
앞으로는 잃어버리지 마시기를 부탁드려요!」
    -괴도 사이킥-




이렇게 뻔뻔한 내용의 쪽지를 읽으니, 츠카사는 기가 차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소.
그리고 코르라도 돌려주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도 했고 말이오.




“아~정말, 자네는 못 이기겠구만.”




한번 피식 웃은 뒤,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소.
키류 내각이 이런 괴도의 장난에만 매달릴 수는 없으니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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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았습니다.
일부러 정권의 변화를 좀 줘봤어요.
이제 슬슬 EQUAL 시리즈나 City Cloture 시리즈도 써야 할텐데...
미나미도령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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