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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로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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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0, 2020 11:42에 작성됨.

나가츠다 코너를 돌면서, 미호가 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경기 다 봤네."
"프로듀서님, 이제 어쩌실 건가요?"
"음... 반성회하고 우즈키 일에 대해 생각해야지."





미호도 승산이 없다는 걸 느끼고 무리하게 밟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호는 마지막이지만 커브라도 제대로 돌아보고 완주라도 할 요량으로 달리자고 마음먹고는 이내 마스콘을 고쳐잡는다.



추오린칸 역.

"고생하셨습니다."
"아,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미호가 덕담을 건낸다.

"처음이신데 그정도면 무난한 거에요. 저도 고생했으니..."

아이코도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한다. 그렇게해서 미호의 첫 경주는 막을 내렸다.



"프로듀서 님, 미호는 왜 진건가요?"

시부야 역에서 경기가 끝난 걸 확인한 쿄코가 일어서면서 묻는다.

"미호가 진 건 하나야."

Y는 잠시 생각하고서는 말을 잇는다.

"경험부족."
"그럼 제가 이긴건 어째서 인거죠?"
"쿄코 너는 상대가 운이 좋았던 거지."

Y가 켄타가 보낸 메일을 쿄코와 우즈키에게 보여준다.

"후타고타마가와에서부터 미조노쿠치까지는 복복선이야. 주행 선로는 바깥쪽 선로. 거의 직선 주로이기도 해서 여기서 보통 폐색 간격을 조절하는데..."

Y가 핸드폰을 몇 번 만지직하더니 켄타의 분석자료를 보여준다. 깔끔한 그림 한장이 있었다.

"미호의 위치에서 후방을 보면 보이는 거리는 많이 짧아. 아이코 주로에서 주행했다면 모르겠지만, 미호쪽으로 선로가 굽어있는데 복복선이다보니 멀리의 후방을 주시할 방법이 없어. 아이코는 그것을 알고 미조노쿠치까지 간격을 서서히 줄였어. 미호는 그걸 눈치 못챘던 거 같지만..."

그리고 Y가 화면의 사진을 카지카야 역과 미조노쿠치 역 사이의 위성지도로 바꾼다.

"그리고 그 다음 터널에서 시야가 가려지는 걸 이용해서, 아이코는 경기를 뒤집은 거야."

쿄코가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저도 질 수 있었던 상황인가요?"
"그렇지. 상대가 아이코같은 케이스가 아니라서 이긴거지만. 근데 첫 경기잖아? 완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도 지금은 충분해."

프로듀서가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말한다.

"그럼 미호를 데리고 와서 반성회나 해볼까?"





반성회 후 돌아오는 차 안.

"미호 고생 많았어. 첫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라 나도 고민했었거든."
"아니에요. 반성회로 다시 보니까 저도 하나 배웠는 걸요."
"미호에겐 이게 좋은 경험이 되길 빌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호의 집 앞에 프로듀서의 차가 도착한다.

"미호는 하루 푹 쉬고 내일 스케줄있으니 잊지말고 나와."
"조심해서 가세요."

미호가 내리고 우즈키와 Y 단둘이 차안에 남는다.

"다음은 도요코 선에서 미오랑 맞대결이야. 각오는 되어있어?"
"물론이죠. 저, 이번엔 힘낼게요."
"너는 내가 전에 본 게 있어서 내가 믿지만 말이지..."

우즈키가 멋쩍게 웃는다.





한편 모토스미요시 차량기지. 금발의 사내가 지나가다 무언가 발견한다. 어딘가 낯익은 열차. 도큐 7700계 7973편성이 정비를 받고 있었다.

"타무라, 이 차 왜 갑자기 정비하고 있는거야?"
"아, 그게 신인 데뷔한 아이돌이 이 차를 골랐는데 내일 시합이라잖아, 그래서 정비좀 해주는 거지."
"진짜 이 차를 골랐다고?"
"어. 근데 그건 왜?"
"신인이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
"어... 나카무라였던가 야마무라였던가 시마무라였던가..."

정비 책임자 타무라가 고민하는 사이 금발의 사내는 잠시 무언가 생각한다.

'이거 분명 야마무라가 쓰던 차인데 이걸 타는 아이돌이 있다고?'

금발의 사내는 그 주인공이 누군지 어딘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야마무라는 전번의 USB에 담긴 영상을 재생한다. 시마무라 우즈키라고 불리우는 여자 애가 게이세이 3500계를 타고 타다유키와 배틀을 하는, 장장 40분 길이의 영상. 야마무라는 영상이 재생되는 40분동안, 아무 말 없이 게이세이 3500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 확실히, 타다유키가 당황했을 법도 하겠네."

영상을 끝까지 다 본 야마무라는 컴퓨터 화면을 끄고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바닥에 눕는다. 한숨을 내쉬는 찰나,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는 가도타니 타쿠미.

"어, 타쿠미, 너가 왠일로 전화를 다하냐?"

무언가를 들은 야마무라는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 궁금하면, 시합에 직접 나가보는 게 어때?"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야마무라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타쿠미도 재미있겠어..."





시부야 역으로 가는 가토P의 차 안.

"헤에, 오늘 그 당신이 말한 하얀 악마의 딸이 나온다고?"
"아마도. 저번 앞의 둘은 안 나왔으니 오늘 나올거란 말이지."

가토P가 확실하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앞의 둘중 하나가 하얀 악마의 딸일 수도 있지않아?"

린의 질문에 가토P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아이코의 실력보단 위야. 소문에 의하면."
"결국 아무도 진위를 확인 못했다는 말 아냐?"

린의 지적에 가토P의 말문이 막혔다. 린이 조용한 가토P를 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뭐 셋중 하나는 잘하는 게 보이겠지..."

린의 시선으로 비치는 시부야 역 앞 횡단보도는 퇴근하는 사람과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후쿠토신선 시부야 역 승강장. 도큐 8500계 한 대가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시마무라 우즈키라고 했나, 걔는 어떤 차량을 들고올 지 모르겠네..."

미오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뭐, 5050계 같은 거 몰고 오겠지, 안 그래?"
"그래봤자, 이 미오의 특제 운전차량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니까!"

미오가 주행하는 8583편성은 기존 8500계가 쓰던 모터를 출력이 센 걸로 바꿔 단 개조편성이었는데, 미오가 3개월동안 대차를 수 차례 고쳐가며 연습한 결과, 미오가 도큐 내에서 실력이 월등한 레이서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8583편성은 미오의 애마로 미시로 내에서 유명한 열차이기도 했다.

"근데 프로듀서, 오늘 사람 많지 않아?"
"글쎄. 근데 미오 너가 말하니까 많아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미도리P는 아이코랑 같이 나란히 차를 들이킨다.

"둘다 이럴때 차나 마시고 있다니까... 아카네는 시부야 역 곳곳을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진짜 미오 말대로 이날 레이싱을 참관하러 온 사람들의 수가 이전 두명이 시합했을때보다 많긴 했다. 보통 미시로 프로덕션 직원이나 도큐 직원 아니면 참관할 일이 없는데, 어쩐일인지 사복을 입은 사람의 수가 많았다. 물론 이 사람들이 왜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토스미요시 사람들이 왜 여기 있는거지..."

가토P도 이 상황에 굉장히 어리둥절해했다. 분명히 누군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왜 아이돌끼리 시합하는 현장에 있는지는 본인도 모르고 있었으니...



그러거나 말거나, Y와 켄타는 우즈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다이칸야마 방면에서 불빛 하나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면서 시부야 역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건, 회색빛의 도큐 7700계.

"너도 알고 있었어?"
"아니... 저때 알아서 골라준다고 들었는데 저 차일줄은 나도 몰랐지..."

옆에 서 있던 미호와 쿄코도 놀란 표정이었다.

"왜이리... 낡은 차량이지...?"

도색도 빛 바랜 붉은 띠에 쇠 빛에 가까운 회색. 얼핏 보면 누가 봐도 고물 차량으로 의심갈 법한 상황. 반대편에서 대기중인 포지패 멤버들도 적잖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저 차량으로 나에게 승부를 건다고?"
"2000계로 갈 줄 알았는데 저건 너무 예상외인데..."

미도리P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다시 차 한잔 마신다.



"프로듀서, 이거 어떻게 된 상황이야?"

린이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무래도... 저 애가 하얀 악마의 딸인 모양이군."

가토P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관중의 반응도 마찬가지로 덤덤했다.

"근데 관중 분위기,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오늘은 도큐 쪽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그럴거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복 차림의 사람들은 말없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 똥차로 상대한다는 데 말이 되나...?"
"아냐."

가토P는 단언했다.

"절대, 미오에게 유리한 경기가 아니야. 아니, 미오가 질 가능성이 90퍼센트라고 본다."




"저 애인가..."

금발의 사내의 시선이 7700계에서 내린 우즈키에게 시선이 꽂힌다.

"타무라가 뭔가를 알고 있는 모양인거 같은데... 저 애에게 그냥 저 차를 줬을리가 없고..."

금발의 사내는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한다.



"도큐에서 진짜 이런 차를 준거야?"

Y와 켄타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속마음을 아는 우즈키가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그쪽 분께서 이 차면 분명 잘 어울릴 거라고 하셨어요!"
"아니... 이거 고물차잖아..."
"그래도 직원분은 이걸 잘 설명해주시던데..."

Y가 머리를 부여잡는다.

"이거 나중에 모토스미요시에 가서 따져야겠네..."





"야마무라? 어쩐일이야?"
"알잖아. 예의 부탁한 건은 잘 해결했어?"
"지금 하고 있을거야. 차량 인계는 1시간 전에 끝났고."
"인계 끝났으면 잘 해결한거지 뭐..."
"그래서, 제택 근무는 언제 끝나는 거야? 와서 스피드스타즈 코칭도 해줘야지, 선배로서."
"퇴물이 뭐가 힘이 있다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아야지."
"맞다, 가도타니가 지나가다 보고 물어봤던데?"
"아 그래서 가도타니가 전화한 거였네."

야마무라가 피던 담배를 끄고 재떨이에 떨군다. 흰 재가 사르륵 부서진다.

"그 애는 아마, 내가 말한 세팅대로면 무난하게 이길거야."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카운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 프로듀서는 자신의 아이돌 상태를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다.

"고물차니까 속도는 안나겠지, 뭐... 맘 편하게 해."

미도리P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한다. 물론 미오는 그 느긋함을 받아들일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나저나 아카네라면 바로 이기겠지?"
"외관상으로만 그렇겠지."

미오는 뭔가 생각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는다.



"고물차 기적은 두번은 바라진 않는데..."

Y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할 수 있어요."

반면 우즈키는 미오와는 반대로 자신있는 표정을 짓는다. 켄타도 어딘가 불안하다는 걸 느끼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 알았어. 현장에 모든 걸 걸어야지."

그리고나서 우즈키도 운전대를 잡는다.



미시로 프로덕션 직원이 운전대를 잡은 걸 확인한 후에 카운트를 한다. 숫자가 하나하나 내려가면서 우즈키의 손엔 긴장감이 가득 차올랐다. 0이라는 외침과 함께 신호기가 녹색불로 점등하면서, 두 사람은 동시에 마스콘을 내린다. 은빛의 뱀 두마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널 안으로 스르륵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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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코멘트 왜 잘렸지;;;;
이번건 배틀을 넣을지 말지 고민해서 좀 많이 늘어진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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