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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듣는 라디오

댓글: 2 / 조회: 1035 / 추천: 1



본문 - 07-20, 2020 00:38에 작성됨.

Lemon - 米津玄師


전국에 계신 팬 여러분, 그리고
이 라디오를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Girls be next step의 멤버이자 One steps의 멤버,
시라기쿠 호타루입니다.

본래라면 보다 많은 아이돌분들과 함께 화려한 무대에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릴 예정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대규모 감염병 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되고 부득이하게 공연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이렇게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시로 프로 인터넷 방송.
팬 레터를 읽어드리는, '혼자 듣는 라디오'의 게스트로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멤버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준비해온 무대가 공연 직전에 무산되면서
아이돌들은 물론 많은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이 허탈해하셨지만

가장 가슴 아프셨을 분들은 아무래도
오랫동안 콘서트를 기다린 팬 여러분들이시겠죠.

오늘은 여러분들의 그런 아쉬운 마음을 고이 담아 저에게 보내주신
수 많은 편지들 중 인상적인 몇 선을 꼽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첫 번째 편지로군요.

[누구보다 강인한 아이돌, 호타루양에게.
호타루양 안녕하셔요. 저는 지방에 살고 있는 20대 팬입니다.

지방의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도내의 자그마한 회사에 취직한 지 수 개월,
매일 고된 사회 초년생의 생활이지만 호타루양의 노래로

위로를 받으며 지내고 있답니다. 

그러나 지난 수 개월동안은

정말 힘겨운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COVID-19로 인해 선포된 긴급 사태 기간 동안

저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갈 수도,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도 만날 수 없고


자주가던 음식점이나, 좋아하던 카페도,

게다가 그렇게나 싫던 회사도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수 십일 째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하며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나가자니


처음엔 편하고 좋았지만...

점점 즐거운 모든 것들이 시시해지고....


또 이렇게 혼자 방 안에 있자니
괜히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 죄스럽고,


무엇보다 지독한 외로움을 견딜 수 없네요.
무언가....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문득, 최근 'One steps'의 공연이 결국 무산된 것을 보며

호타루양 역시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안부를 전하고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린 시대, 외로움의 바다 속에서

호타루양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언젠가 무대에서 다시 만날 그 날 까지,

항상 건강하길 바랄게요.] 

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비롯한 One steps의 멤버들은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렇게 여유 시간이 있을 땐 예전 같았으면

같이 모여서 자율 레슨을 했겠지만

지금은 각자의 자택에서 체력 단련을 하거나


이런 비대면 콘텐츠에 참여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멈춰진 세계 속의 외로움의 바다...그렇네요.
지금은 전 세계가 혼자 남겨진 고독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네요.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곁에 있을 수도,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갈 수 도, 
죄 없이 떠나간 많은 이들을 위해 함께 모여 울 수도 없는 시간의 연속.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결국 우리는 세상 속에서 '혼자'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지도요.

늘 함께 있었기에....언제든 곁에 있었기에
평소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족, 친구 그리고 팬 여러분들의 소중함을
이렇게 사무치게 느끼게 될 줄이야....

혼자가 되고서야 인생의 이명이 '외로움'인 줄 깨달았습니다.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러고보면....지금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예전에 프로덕션에 있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들이 제법 많았었네요.

이유야.....아마 다들 잘 알고 계실테지만요.

분명 외로움은 힘들고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게 하지만...
고독이 반드시 기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뭐랄까...혼자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만의 취미를 가지거나 홀로 사색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더 나은 나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기도 했으니까요.

인생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니까, 삶도 죽음도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것이니
우리는 처음부터 '영원한 고독'을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요.

그런 현실 속에 좋음과 싫음은 있을지 모르겠만,

옳음과 그름은 없는 것 같아요.


정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모든 건 결국 자신의 선택이니까요.

비록 지금처럼 예기치 못한 이별과 단절의 시간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지만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며 살아갈 지...생각해보면

수 많은 선택지와 길들이 있을테죠.
새로운 취미를 가지거나, 전에 없던 예술활동을 하는 것 역시 기분전환이 될거에요.

그런 점에서 저는 최근 기숙사에서 '화분'을 키우고 있어요.
규정상 동물은 키우지 못하지만, 식물은 제한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예전에 팬 분께 받은 자그마한 새싹이 무럭 무럭 자라

마침내 꽃을 피운 것을, SNS를 통해 보여드린 적이 있었죠.

그 때의 그 신비로움과 뿌듯함을 잊지 못해서

이후로도 쭉 화분을 가꾸게 되었답니다.

식물을 키우는 건 처음이라 금방 시들해지거나

영양분이 부족해져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꽃집을 하시는 린 언니,

꽃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시는 유미 언니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끝에 지금은 무난히 꽃들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린 언니, 유미 언니를 비롯한

모두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꽃들을 소중히 가꾸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건...무대 활동이나 레슨으로 바빴다면

할 수 없었을...저만의 선택이군요.

때를 기다린다...기약 없는 기다림과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약속은
언제나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인내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성숙시키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단련시켜준다고 저는 믿습니다.

분명 이 시대는 모두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것에 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지금은 장마의 한 가운데지만, 반드시 그칠 것을 알기에
이 비가 그친 맑은 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대도...부디 혼자가 된 이 시간들을
절망과 괴로움 속에서만 보내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반가운 이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꽃을 피우기 위해 어둠을 기꺼이 감내하는 수 많은 꽃들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거에요.

후훗....팬 여러분의 편지 덕분에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콘서트를 하지 못하게 되어서

역시나 저의 불행이 다시 찾아온 것인가 했었는데

팬 여러분들과 이렇게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행복해요.
이것도 나름....해피엔딩인 것일까요.

그래도 역시 하루빨리 팬 여러분들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럼...잠시 휴식한 뒤에 다음 편지 읽어드릴게요.


그동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준비하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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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입니다.

이 글은 본래 [주사위]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 스레드에서


호타루를 주인공으로 하여

'콘서트를  못하게 된 아이돌들' 을 소재로 해피엔딩을 써본 단편입니다.


아이돌을 소재로한 창작물들에서 다양한 이유로 등장하는

'콘서트 취소'라는 소재...수 많은 이들의 그동안의 노력과 실력을 증명받는


그 영광스러운 자리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거나

엉망이 되는 일은 확실히 엄청 극적인 이벤트 소재네요.


아이돌의 컨디션 조절 실패, 부상, 무대 장비 불량, 계약 취소 등등...

콘서트가 취소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에는 '범유행성 전염병'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라 느끼면서도,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기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군요.


COVID-19로 콘서트가 취소되었지만....

팬들과 비대면 라디오 방송으로 소통을 하며 팬 레터를 읽는다면....

.....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COVID-19로 인해 수 십일 간 자택에서 격리를 하며

재택 근무를 하던 당시의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을 담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지금이야 다소 상황이 소강된 감이 없지않지만,

만개한 벚꽃을 즐길 새도 없이 온 산하가 고통과 비탄에 잠겨


말 없이 유폐되어야만 했던 그때의 그 봄날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고 숙연해지네요


(강제) 재택 근무는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돌이켜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드네요.

고독을 곱씹는 시간. 결국 삶은 혼자라는 것을 다시금 자각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취미와 흥미를 발견하고...새로운 재미와 도전을 해보기도 한,

가슴 아프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COVID-19가 전 세계를 할퀴고 간 기나긴 시간들이

아이커뮤의 프로듀서님들께는 어떤 형태로 기억이 될지...궁금해지네요.


하루빨리 COVID-19 치료제가 개발되길 바라며...

프로듀서님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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