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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 아이돌)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수도 방문기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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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9, 2020 22:38에 작성됨.

"반발, 때문인가요?"
"반발도 있고요. 사실 저희가 점령…… (내 표정을 읽었는지) 저희가 들어간 지역의 경우에는 그 지역의 문화에 맞추는 것이 원수님의 철학입니다. 저희 장관들은 그에 맞추고 있고요."
"하지만 결국은 그 지역을 수탈하실 거잖아요."
"수탈이라……."

와쿠이 장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점령한 후 수탈을 통해 배를 불리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내 앞에 앉은 사람은 이쿠야 제국의 총리까지 했던 사람. 평범한 음유시인인 내가 그녀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겠지?
하지만, 의외로 와쿠이 장관은 피식 웃고서 말했다.
"뭐, 사람의 관점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실제로 제국 내에서도 수탈이 아니냐? 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도 이 나라의 백성들과 똑같은 대우를 할 겁니다. 선거권도 줄거고, 의회에도 참여케 할 겁니다. 원수님께서 직접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셨고, 저희는 그에 맞춰서 피점령지에 대한 통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에도……요?"
"국방장관께서는 군 입대 문제는 조금 고민하고 계시는거 같네요. 음……. 이유가 있긴 합니다."


잠시 여기서 제국의 정치 형태과 헌법에 대해 조금 짚고 넘어가자. 제국의 수도 메르세아에 위치한 궁성에서 불과 200보 떨어진 곳에 한 교회 건물이 있는데 사실 이곳이 현 제국의회 건물이다. 제국은 건국 직전의 군정회의에서 헌법을 정한 후 이 헌법을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국민들의 지지도는 썩 나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군정 수반이었던 현 원수께서는 의견을 청취해 본 결과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했고, 이에 당시 제국령 각 지역의 원로들을 임시로 모아서 의회를 구성, 그들의 자문을 얻어 만든 것이 현재의 헌법이라고 한다.
제국은 헌법과 종교를 두개의 축으로 해서 국가를 운영한다. 오딘을 주신으로 한 제국의 종교는 제국민들의 정신을 하나로 잇고 있고, 제국의 헌법은 제국을 통치해 나가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 헌법이 제국이 점령한 지역에까지 완전히 미치지는 않는다.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은 일찌감치 이 방안도 만들어서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자리에서 와쿠이 장관께 들은 제국군의 현지 행동 5개 방안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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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라. 그들은 언제든지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 피정복된 주민들은 본 제국에 대해 불만과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차가워 보이는 본국 군의 특성상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그들은 언제든지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2. 그 지역의 법도 준수하라.
- 제 아무리 우리가 정복한 지역이지만 그들이 갖고 있던 법은 지켜야 할 것이다. 본국의 군인이 현지에서 이를 어긴다면 그 지역의 법과 본국(=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법을 비교하여 더 엄한 형으로 다스려라.

3. 현지 주둔 본부 군은 엄히 다스려라.
- 비록 우리가 점령한 영토와 나라의 백성이지만, 우리는 현지 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범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따라올 것이다.

4. 정당하게 요구하고 그 값을 치뤄라.
- 보급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조달을 해야 할 경우에는 직접 그 지역 이들에게 구매하고 그 값을 치른 후 보고서를 송부하라.

5. 법 집행은 엄정하게, 1차로 그 지역의 법을 통해 진행하고 부족하면 제국의 법을 준용하고, 판결은 주민들이 알기 쉬운 말로 하라.
- 총독은 원수님 및 제국 내각을 대리해 현지의 행정 및 사법을 담당하는 자로, 그가 부패하면 곧 제국이 부패하는 것과 같은 위치에 서게 된다. 특히 민정 총독의 경우 이 부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하는게, 정복지가 완전히 제국에 동화하는 시점까지는 총독이 원수님의 대리라 봐야 하기에, 엄정한 법집행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법적으로 죽일 수도 있는 것이 사법 절차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른 어느것보다도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
"그 이유는 뭔가요?"
"군대는 상명하복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피정복민들이 입영했을 경우,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피정복지의 종교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개종을 하거나 군에서 이를 수용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아……."
"하지만 국방장관도 이 문제를 잘 알기에 향후에 조절할 거에요. 제국의 영토는 커졌고 그동안 본국이 정복한 지역의 주민들도 본국의 정책을 잘 따르고 있거든요. 제국 본토의 주민들이나 현재 군에 있는 이들이 동의만 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정복한 지역의 주민들도 받을 생각입니다. 이미 이 나라의 공직자 중에는 정복지 출신 주민들이 있어요."
"공직사회에 먼저 개방하신 건가요?"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그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요. 지역 출신들이 합류하는게 낫죠. 물론 그분들 중에서도 관료로 분류되는 분들은, 엄연히 주신이신 오딘님을 믿는 분들이에요. 개종을 하시긴 했지만, 그 지역에서는 자랑과 같죠. 개종할 당시에 논란은 있었다고 하지만요."


궁성을 나오면서 나는 와쿠이 장관님께 오면서 들은 이야기인 타카가키 특임장관님의 술 관련 이야기를 언급했다. 와쿠이 장관님께서는 그 말을 듣더니 어디서 들었냐고 먼저 물으셨고 나는 서점의 잡지 코너에서 이야기를 봤다고 했다.
"원래 특임장관께서는 나처럼 망명해 오신 건 아니고 이 지역 사람이신데, 내가 이곳의 내무장관이 된 이후에 원수님께서 관료가 될 사람을 찾던 중에, 이 지역의 원로분이 추천하셨어요. 상당히 유능한 분인데, 술을 주의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술을 워낙 잘 드시는 분이라, 한번 봉인이 풀리면 그냥 다른 장관들이 말리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술을 드시면 원수님을 덮치시려드니…… 원수부 경호실 직원 업무 중 하나가 특임장관님 술 마시는거 말리기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다가 실패하면 나하고, 국방장관, 경호실장이 모두 나서니까요."
"네???"
"믿어지지 않죠? 진짜에요. 그러다 원수님이 한잔 드시는 순간 다 꼬이는 거지."
와쿠이 장관님께서는 그렇게 말씀을 하고 웃으셨다.

"그나저나 음유시인……이라고 했나요?"
"아, 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와쿠이 장관님의 눈빛이 변했다는 것은 금새 짐작이 가는 것이었다.
"혹시 우리를 좀 도와줄 수 있나요?"
"예??"
와쿠이 장관님의 말, 의외의 말이었다. 난 일개 음유시인, 게다가 이 나라 사람도 아닌데…….

"국가(國歌)의…… 작곡……이요?"
"네, 현재 저희는 국가의 가사는 만들었지만, 가사에 입힐 곡을 못 정했어요. 제국 건국 이래로,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해서 저희가 필요했던 것은 나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국기하고 국조, 국화는 제국의 인민들도 알고 있지만 이 제국의 백성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국가입니다. 국가 역시 나라의 상징이지만 곡이 없기 때문에 가사를 만들어 놓고도 국민들에게 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국 내에 잘 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제국의 장관 대부분이 군인 출신입니다. 그래서 예술적 소양이 좀 부족한 감이 있고, 그나마 뛰어난 타카모리 장관도 음악에 대해서는…… 좀 어려워 해요. 그렇기에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겁니다."
와쿠이 장관님의 말을 조금 믿기 어려웠다. 믿지 못하는 나에게 와쿠이 장관님은 비서 되시는 분에게 누군가를 와 달라고 시켰고 잠시 후 어디론가 간 비서가 어떤 분과 함께 왔는데, 하필이면 그 분이……

어제 뵈었던 타카모리 장관님이었다.

나는 일단 한숨을 쉬고서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공연도 중요하니까 시간을 감안해야 했고, 공연장인 시청 청사 인근의 광장은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지만 연습도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타카모리 장관님의 질문은 의외였다.
"오늘 공연은 어디서 하는 건가요?"
"시청 앞…… 광장……입니다만……."
궁금해 하는 타카모리 장관님에게 나는 대답을 했지만 타카모리 장관님은 웃고만 있었다. 무슨 일일까?

"공연, 구경가도 되나요?"
"무슨 말인가요? 타카모리 장관?"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일은 커질거 같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연을 했지만 시민들이 놀란 것은 장관들과 원수란 분이 사복 차림으로 공연을 관람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시민들 사이에 섞여서 말이다. 이 나라에서는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싶을 정도다. 제국의 치안이 상상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는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연에 대한 기록을 다 정리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시민들의 박수소리는 높았다는 것은 확실했다. 어쩌면 제국의 국가원수가 직접 나왔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국의 사람들이 이 나라 원수를 신뢰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두려워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공연을 마친 내 입장에서는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힘이 들어서냐고?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제국의 원수와 장관들이 직접 왔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졌겠지.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왔다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극대화 된다.

겨우 공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려는데,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국방장관님?" "국방장관님과 경호실장님?"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몸이 노곤해졌다. 아무래도 공연장에 있던 분들 때문일거 같았다.


다음날 아침.
보통 2일이면 충분하다 싶었지만 나는 하루 더 이곳에 있어야 할거 같았다. 어제 공연의 후유증 때문일까?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좀 더 이곳을 돌아보려고 숙소 대표님에게 물었더니 그 분이 나에게 말했다.
"어제 시청 광장에서 공연했었죠?"
"네."
"어제 정부 각료분들이 오셨는데, 그 분들 중 국방장관님과 원수부 경호실장님께서 내일 좀 궁성으로 와달라고 전달하셨어요. 아, 이것도 주셨는데……."
그 분은 뭔가를 꺼내서 나에게 주셨다. 제국의 국가 문장이 그려진 종이, 그리고 그 밑으로는 뭐라 적혀 있었지만 읽기 어려웠다.
"뭔가요?"
"궁성 통행증입니다. 국방 장관님께서 전달해달라 하셨거든요."
"국방 장관님……이요?"
"네. 이 나라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성(魔性)의 장관님이라 불리세요. 제국 내 여성들 사이에서는…… 롤모델과 같은 분이라는 이야기가 있고요."
"그런……가요?"
두렵다. 갔다가 어떤 요청을 받을지. 설마 어제의 내무장관님께서 하신 말과 같은건 아니겠지?

궁성에 들어갔다 나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억은 사실 나지 않는다. 다만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가 악보를 하나 써서 줬다는 것, 그거 하나만 기억이 났다. 궁성 인근의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신전의 제사장님께 물어보니 궁성에 계신 장관님이나 원수님 모두 신의 축복을 받은 분들인데, 그 분들께서 나를 쓰셨다는 건 언젠가 나를 다시 부르실지도 모를 거라는 것이다. 난 원치 않는 일인데…….


더 이상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제국에서 내가 전체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국 사람들의 분위기는 굉장히 자유롭다. 그런데 보면 여자들끼리 같이 다니는 것도 보였고 남자와 여자가 같이 다니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남자와 남자간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같이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을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제국 의회도 국민들이 관람을 신청한다면 관람 할 수 있고 비록 궁성의 경우 제한된 곳이 있긴 하지만 둘러볼 수도 있다. 여자도 장관직에 오를 수 있고 현 국가원수도 여성 분이고, 남여의 차별은 법으로 규제되었는데다 종교가 국민들을 하나로 묶고 있었다.
수도인 메르세아에는 여러 신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왜 이리 많나 했더니 여러 신들을 섬기는 제국의 특성상 신 한분께만 봉헌을 할 수 없기에 각 신들께 봉헌된 신전이 있다고 한다. 물어보니 이건 제국의 영역에서는 볼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신전을 하나씩 둘러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각 신들마다 특색이 강한 것 같았고, 심지어 여성들만 들어가는 신전도 보였다.
제국의 게시판에는 관보와 제국군 모병 모집 공고문, 관료 모집 공고문 등 여러가지가 붙어있다. 제국 정부의 공고가 붙는 이 게시판에서 내 눈에 띈 것은 제국군 군복을 입은 국방장관과 제국 원수 이 두 분, 듣기로는 제국의 군 장병을 모집하는 이 광고가 나간 후 지망자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더니 그게 다 이 광고 때문인 모양이다.
이 나라에서 살면 좋을까? 아님 이 나라에 있다간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릴까? 이 나라에서는 여자와 여자간의 사랑에 대해서는 큰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걸 모르겠다. 건국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확장중인 이 나라, 강력한 군대와 개방적인 사회이고 모든 이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는데, 이게 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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