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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디인가?
후이나 반도 남쪽에 위치한 길고 통통한 땅이오.
여기는 어디인가?
과거엔 정말 잘 나갔고, 지금은 약간 뒤쳐졌지만 여전히 풍요한 땅이오.
얼씨구나, 여기는 어떤 곳인가?
혁명의 여파가,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도, 일어난 후에도 변함없이 강하게 전국을 덮은 곳이라.
오호라, 이곳은 어떤 곳인가?
이곳은, 후이나 반도 남쪽에 세워진 이쿠야 제국이오.
황제는 없지만 제국인 나라, 그 곳이 바로 여기 이쿠야 제국이오.
본래 황제가 있었지만, 그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다가 역으로 모든 걸 망친 존재. 정말로 그는 협상도, 정치도 할 줄 몰랐다, 그것이 이쿠야 제국 국민들 사이에서 도는 황제에 대한 평가요.
하여튼 그 때문에 이쿠야 제국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오.
주변국 사이에서 이쿠야 제국은 매우 무능한 국가, 답이 없는 나라로 통했고, 한동안은 그런 자들의 대명사로 취급받았소이다.
‘이쿠이다’는 본래 이쿠야 제국의 국민들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단어였지만, 그 때엔, 적어도 그 황제가 있었던 동안에는 무능하고 바보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멸칭이었소.
적어도 외국에서는, 리체타와 같은 주변국가들 사이에서는 그러하였소.
그런 무능한 황제 때문에, 그로 인해 몰락한 경제 상황 때문에 소위 ‘뒷세계’라는 것이 생겨났소.
부패한 귀족들과 마피아들의 뒷돈 거래가 넘쳐났고, 황제의 권위를 바닥에 두고 짓밟는 등의 행위를 심심할 틈 없이 보였소.
폭력 조직, 사이비 종교, 살인자, 그런 자들이 남녀노소男女老少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雨後竹筍 나타났다오.
어쩌겠소, 살기 힘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그런 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문제는 황제에게 있었소.
나라를 그렇게 망쳤으면 염치라도 있어서 수치스러워해야 했을 것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언제나처럼 사치를 즐겼다오.
그런 점 때문에 외국에서는 더욱 더 멸시를 보냈고, 심지어 황제는 국제회의에 초대받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소.
참으로 이런 망신이 또 어디 있겠는가? 국제 사회에서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이는 완전히 파국이라.
더 이상 이러한 모욕을 참기 힘들었던 국민들은 결국 들고일어났소.
“무능한 황제는 물러가라!!!”
“나라를 말아먹은 죄를 참회하라!!!”
“제대로 통치하지 않을 거라면 황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매일같이 황제의 정부 청사 앞에 가서 시위를 벌였소.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큰 망신을 받고도 사치를 즐기는 황제가 그 말을 들을 리가 있겠소? 곧바로 군대를 보내 국민들을 숙청하게 했소.
하지만 군대 또한 황제의 폭정으로 인해 힘들었던 구석이 있었던지라, 대치 10분 만에 군대는 국민에게서 청사로 총부리를 바꾸어 겨누었다오.
마침내 온 국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황제의 방으로 쳐들어갔고, 황제는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청사로부터 250m 떨어진 ‘치즐리 광장’까지 끌려나와 그 곳의 높은 단상에서 목 베여 죽게 것이외다.
황제는 죽기 전, 온 국민들에게 말했소. 그러니까 유언을 했다는 뜻이오.
“지금 흐르는 피는 너희들이 흘린 피다. 너희는 이 피의 강물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이것은 중의적인 의미가 있소.
‘너희들이 감히 나를 죽이다니, 반역하고서 잘 되는가 보겠다!’
그리고,
‘내가 죽음으로서 너희들의 고달픈 삶이 끝난다면 좋겠군.’
하는 의미라오.
국민들은 황제의 성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전자로 받아들이곤 하오. 황제는 자존심 강하고 오만했으니까.
그러나 황제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고쳐먹고 후자의 의미로 말했던 거라면 좋겠군.
하여튼, 황제도 처형시켰겠다, 국민들은 이제 나라가 새롭게 부흥되기를 바랐소.
의원들도 국민들의 염원을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정치 내각을 꾸려 나라를 다시 일으킬 법안을 계획하고 있었다오.
그들은 황제라는 자리를 없애고 대신 총리직을 두기로 결정했소.
그렇게 이 나라는 과도기를 거쳐 새로운 이쿠야 제국으로 거듭날 때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지.
하지만, 운명은 이쿠야 제국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소.
8월의 어느 날, 경찰들이 무리를 이끌고 정부 청사를 침략한 것이라.
이것은 이쿠야 제국의 역사에서도, 그리고 주변의 국가들의 사례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초유의 사건이었지.
훗날 국민들은 이 사건을 두고 '8월의 악어무리'라고 불렀소.
당연히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소.
“아니, 경찰이 정치를 한단 말이야?”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일이야?”
국민들이 술렁이거나 말거나, 경찰들의 우두머리인 ‘카타기리 사나에’는 총리의 자리에 ‘W'라는 사람을 앉혔소.
지금도 W에 대한 정체는 아무도 모르오. 황제의 자식이라는 말도 있고, 경찰공무원 중 한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소.
확실한 건, 그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현재에도 이쿠야 제국의 총리라는 것이오.
하여튼 총리 ‘W'는 총리가 되자마자 가장 먼저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회복하는 데 주력했소.
지금껏 묻혀 있었던 자원을 모두 캐내 수출하고, 기술력도 어느 정도 발전시켰지.
그 덕분에 이쿠야 제국의 이미지는 황제 생전生前에 비해 많은 수준 나아졌다오.
문제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진 게 없었소.
그들, 그러니까 ‘W’ 내각이 수출액을 탕진한다거나 아니면 떼어먹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오.
예를 들어 어업으로 얻은 어류들을 수출해 6000만 레네(레네는 이쿠야 제국의 화폐 단위요)를 벌었다고 가정하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값은 1000 레네도 되지 않소.
결국 대외적인 이미지는 회복되었지만, 대내적으로는 황제 시대와 다를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이오.
그 상황에서 뒷세계의 세력은 더욱 확장되어갔소.
부패한 귀족들과 마피아들의 뒷거래는 이제 일상이었고, 마약이나 무기들도 공공연한 비밀로 거래되었다오.
또한 사이비 종교도 생겨났고, 기존 종교인들도 타락하는 현상이 빈번했소.
하여튼 뒷세계는 그런 세상이 되었단 말이오.
수많은 세력권 중에서도, 특히 덩치가 크고 인원도 많은 조직들이 있었소. 어찌나 커졌는지 그들의 존재는 기득권자들에게 위협이 되었을 정도지.
세간에서는 그들을 ‘유레츠’라고 불렀소. 유레츠는 이쿠야어로 ‘복어’라는 뜻이오. 복어는 위협받으면 볼을 부풀리고 커지지 않소? 국민들에게 조직들의 인상이 복어처럼 크게 불어난 것 같다고 해서 유레츠라 불리는 것이오.
유레츠는 세력이 큰 조직들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백성들을 해치면 안 된다’는 맹세였다오.
그들은 생각했소.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자기 배나 채웠지. 우리는 그렇게 해선 안 돼.’
그러한 신념을 갖고 국민들을 친근하게 대했기에, 처음엔 두려워하던 국민들도 점차 유레츠를 받아들이며, 그들과 친해지게 되었지.
하여튼 뒷세계에 유레츠라는 자들이 나타남으로 인해, W정권은 위협을 느꼈고, 즉시 토벌팀을 조직했고, 카타기리 사나에를 총지휘관으로 세웠소. 그들이 바로 현재의 ‘제국경찰’이오. 그 잔혹하고 사나운 자들이 이 때 처음 생긴 거란 말이오.
제국경찰들은 즉시 유레츠들을 찾아내 토벌하는 작전을 시행했고, 한동안 여기저기서 소란이 끊이질 않았소. 유레츠나 제국경찰의 시체가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가 하면, 유레츠와 제국경찰이 싸우는 총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무하기도 했지.
그야말로 악몽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오.
한 술 더 떠서, 제국경찰들은 비열하다면 비열한 방법을 생각해냈소.
아까 내가 말해주었듯이, 국민들은 유레츠와 친근하게 지내고 있소. 그리고 제국경찰들은 그런 국민들을 잡아 감옥에 가두었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야.
그런 방법을 쓰기를 몇 차례, 마침내 국민들은 잡혀가는 것이 두려워 유레츠들을 멀리하게 되었소.
이것은 제국경찰들이 바라던 목적, 즉 유레츠들과 국민들을 분열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의미요.
결국 그 많던 유레츠들도 죽거나 체포당하게 되어 세력이 크게 줄었고, 결국엔 4개의 큰 유레츠들밖에 남지 않았지.
일이 이렇게 되니 유레츠들도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었소.
너무 하나로 뭉쳐있으니 단결은 잘 되어도 대처를 유연하게 할 수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지.
결국 그들은 조직을 여러 파로 나누기로 했소. 크기는 조금 작을지언정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서 제국경찰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소.
그 계획은 예상에 들어맞아 제국경찰들에게 혼란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
결국 제국경찰 측에서도 더 이상의 손해는 볼 수 없었는지 한 발 물러나게 되었소. 하지만 언제 다시 유레츠들을 공격할지 모르는 일이외다.
국민들은 ‘W'를 두고 황제라 부르고 있소.
기껏 황제를 끌어내고 난 뒤, 이제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는데, 뜬금없이 경찰 세력들을 등에 업은 ‘W’가 나타나서 자기가 총리라고 선포하더니, 하는 짓은 황제랑 똑같았기 때문이었지.
물론 국민들이 그들에게 저항하지 않은 건 아니오. 선대 황제에게 했던 것처럼 다시 정부 청사 앞에 가서 탄핵 시위를 하기도 했었소.
하지만 ‘W’와 카타기리 사나에는 헌병경찰들을 내세워 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계엄령을 선포하기도 했지.
‘지금은 나라의 발전을 위한 때이다. 그러니 이 이상 경거망동을 했다가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실제로도 체포된 국민들은 많은 고문을 당했소. 그것도 이쿠야 제국 동쪽에 있는 섬들 안에 있는 감옥인 ‘가스티유 서드’ 속에서 말이오.
이 가스티유 서드는, 규정상으로는 복역 기간이 채워지면 출소할 수 있게 되어 있소. 하지만 실제로 복역기간을 다 채우고 나간 사람은 없소. 기간이 다 차기도 전에 죽었으니까.
그곳은 환경도 좋지 않은데다가 소금기 섞인 해풍海風 때문에 수감자들의 건강이 해쳐졌지. 게다가 고문도 가혹하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단 말이오?
가스티유 서드 안에서, 말뿐인 복역 기간을 채우며, 고문과 갖은 고생을 견디다가, 결국 죽게 되는 것. ‘W’와 카타기리 사나에가 말한 엄벌이란 이런 것이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해하며, 분노에 차 있소.
솔직히 말하자면 황제 때도 이렇게 하진 않았다오. 가스티유 서드 자체는 존재했으나 그 곳에 들어가는 사람은 심각한 반역자나 정치범이었지 무고한 국민은 아니었단 말이오.
이 얼마나 심각한 독재요? 국민들에게는 황제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소. 경제나 조금 잘 살게 되었을 뿐이지 숨통은 황제 때보다도 더욱 더 조여오지 않소? 대체 뭘 위해서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단 말이오?
‘W'는 대외적으로도 손을 뻗기 시작했소.
자신의 친위대 ‘아인헤리아’를 ‘메르세아’의 북쪽으로 보내 국가를 하나 세우게 했소. 말이 좋아 국가지 사실상 그냥 괴뢰국이라. 만든 의미가 없단 말이오.
하여튼 아인헤리아는 메르세아의 북쪽에 있는 땅에 자리를 잡고, ‘아인헤리아 국’을 건국했소. 그때까지만 해도 만드나 안 만드나 진배없는 괴뢰국이었지.
그로부터 3달이 지난 후, 어느 날이었소.
한가로운 세상에 갑자기 뜬금없는 폭탄이 날아들었지.
“긴급 속보입니다. 우리나라 북쪽의 영토 메르세아가 폭격에 의해 적에게 점령되었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고, ‘W'와 카타기리 사나에마저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오.
“아니, 누가 우리 영토를 침략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사건을 조사하고, 여러 가지 경황을 조사해 본 결과, 결과는 충격적이었소.
메르세아를 폭격 및 점령한 건, 다름아닌 아인헤리아였던 것이오.
그 사실을 들은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소.
아인헤리아는 ‘W'의 친위대가 아니오? 그런 그들이 왜 갑자기 메르세아를, 그것도 폭격까지 해가며 점령해버리는 엄청난 중대사를 저지른단 말이오?
‘W’가 아인헤리아에게 따져 물었소.
“네 녀석들,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냐? 이것은 명백한 배반 행위라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러자 아인헤리아의 부수장인 사기사와 후미카가 대답하오.
“애써 황제를 폐위시켰더니 또 황제가 되셨습니까... 저희는 이러려고 황제 처형을 도운 게 아니었습니다...”
“뭐...뭐라고?! 네 녀석들이 정녕...”
‘W'는 기가 막혔지.
이들은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자들이라. 그래서 믿고 이 일을 맡겼는데, 이렇게 배신해버릴 줄 누가 알았겠소?
결국 청사에 돌아가서도 근 며칠간은 허탈감에 맥이 빠져 있었소.
그리고 이건 나중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인헤리아는 메르세아를 점령함으로서 이쿠야 제국에서 완전히 독립한 뒤 국명을 ‘신성 아인헤리아 제국’으로 바꾸고 북쪽으로, 동쪽으로, 서쪽으로 영토를 점차 넓혀가기 시작했소.
그래서 결국 신성 아인헤리아 제국은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초강대국이 되었소. 물론 여기엔 대내적인 이유도 있었겠지.
하여튼, 이쿠야 제국은 아인헤리아의 배신으로 메르세아를 잃은 여파로 조금 흔들리게 되었고, 뒷세계는 뒷세계대로 커지게 되었소.
유레츠들은 다시 세력을 키워갔고, 다시 한 번 제국경찰들을 위협했지.
그럼 이제, 유레츠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자들에 대해 설명하리라.
혹시 더캐드의 무카이 타쿠미를 아시오? 현재 뒷세계 폭주족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력한 자이오. 즉 뒷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지.
그녀는 전임前任 패자였던 ‘시루야 파’에게 도전해 그를 때려눕히고 뒷세계의 새로운 패자가 되었소.
여기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으니 들어보시오.
무카이 타쿠미가 시루야 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의 세력이었소.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저 힘이 조금 센 사람이었을 뿐, 그녀를 따르는 사람은 없었지.
그래서 타쿠미는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니기 시작했소.
찾고 찾은 끝에 어떻게든 자신의 무리를 만들 수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그 일원들이 전부 어딘가를 다친 채 영입되었다는 것이오. 누군가는 팔을, 누군가는 다리를, 또 누군가는 복부를.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 그들 자신도 왜 타쿠미가 자신들을 영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소. 그래서 타쿠미에게 물었지.
“너는 왜 우리를 스카웃했어?”
“우린 몸이 성치 않아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타쿠미가 대답했소.
“내가 너희들을 처음 보았을 때, 난 느꼈어.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패왕의 기운을.”
“그러고선 생각했었지.”
‘몸이 치료되고 나면, 다시 이 뒷세계를 주름잡을만한 재목이 되겠구나.’
‘그 전에 내 편으로 데려가야겠다.’
“그래서 너희를 타쿠미 파로 스카웃한 거야.”
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말을 이해한 사람들은 타쿠미에게 잠들어있는 패왕의 자질을 보았다는 것이오.
그들은 타쿠미가, 훗날 이 뒷세계를 넘어서 온 세상을 주름잡을 거란 걸 예측했지.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후, 타쿠미는 과감하게도 시루야 파의 본거지로 쳐들어갔소.
그 사실이 알려지자 뒷세계 여론은 경악하는 사람 반, 비웃는 사람 반으로 나뉘었소.
그도 그럴 것이, 타쿠미 파엔 반병신들밖에 없는데다 타쿠미 본인도 강하단 소리는 못 듣는 자였으니까.
심지어 시루야 파의 두목인 시루야조차도 타쿠미가 자신의 본거지를 침략했다는 말을 듣자 반쯤 비웃으며 경악했소.
“아...아니 무카이 타쿠미가 여긴 왜!? 나와 싸우겠다고!? 간땡이가 붓기라도 한 건가? 갑자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다들 시루야가 타쿠미를 단숨에 쓰러뜨릴 거라고 예상했고, 시루야조차도 별 생각 없이 타쿠미에게 맞섰지.
그런데, 타쿠미는 시루야를 보자마자 주먹을 날렸고, 그 주먹은 시루야의 광대뼈를 직격으로 어그러뜨렸소.
사람의 뼈가 웬만해서는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타쿠미의 주먹은 실로 강한 셈이오.
“커...커억...”
“. . .”
“시...시루야가 쓰러졌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타쿠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쓰러진 시루야를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소. 시루야 파의 조직원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그 역시 타쿠미 파의 조직원들에게 막혀 버렸다오.
결국 그들은 시루야가 일방적으로 타쿠미에게 맞아 죽는 상황을 볼 수밖에 없었지.
타쿠미가 시루야를 완전히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뒤, 외쳤소.
그것은 뒷세계에서 정권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오.
그 말이 울려 퍼지자, 그곳에 있던 모든 조직원들은 타쿠미에게 무릎을 꿇었소.
더 이상 타쿠미는 약한 자가 아니었고, 또한 작은 자가 아니었소. 그녀는 이제 강했고, 또 크게 된 자이외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을 따르던 조직원들도, 시루야 파를 쓰러뜨리고 영입한 조직원들도 모두 평등하게 대했소.
모두에게 친절했고, 모두에게 좋은 두목이 되려고 노력했지.
어느 날, 타쿠미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소.
“제국경찰은 얼마나 강하려나?”
그녀가 알기로, 제국경찰은 매우 강하고, 수도 많고, 잔혹한 자들이었소. 실제로도 그렇지만 말이오.
그런 자들과 싸우면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타쿠미는 궁금해졌소.
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그리도 많은 유레츠들을 그렇게 쉽게 잡아들일 수 있는 건지 타쿠미는 의문을 품었지.
그때부터, 타쿠미는 제국경찰과 겨룰 날만을 꿈꾸었소.
“제국경찰들이 그렇게 강하다면, 분명 그들과 겨뤄서 입는 상처는 영광의 상처겠지.”
그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소. 다만 그들과 겨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부풀었지.
그리고 3달 쯤 지나서야 그 희망이 이루어졌소. 카타기리 사나에가 직접 제국경찰들을 이끌고 나타났다오.
타쿠미는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올랐고, 그런 만큼 주먹은 더욱 더 강해진 것이오.
하지만 희망을 품은 댓가는 조금 참혹하도다, 참혹하도다.
제국경찰들은 타쿠미 파 조직원들의 1/3을 체포해 갔단 말이오.
그 때문에 타쿠미 파는 규모가 조금 작아졌고, 한동안은 전력 보강에 힘써야만 했소.
타쿠미는 그 때 큰 충격을 받았소.
“세상에...이렇게 강한 사람도 있었구나.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는걸.”
“젠장, 지금껏 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야.”
크게 감명 받은 타쿠미는, 그때부터 강해지기를 하루 한 시도 게을리하지 않았소.
얼마나 독하게 훈련을 했는지, 가끔 보면 정말 무리할 정도로 보이기도 했다오.
단순히 강하기만 했던 타쿠미에게, 제국경찰은 그 자체가 목표이자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오.
훗날에 보시오. 지금보다도 강해진 타쿠미가 제국경찰을 상대로 어떻게 선전할 수 있는지 말이오. 하하하...
혹시 그대는 신을 믿으시오? 믿는다면, 그런 것을 종교라고 하는 것이오.
이쿠야 제국에도 종교는 있소.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고, 믿을 자유도 잘 보장되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종교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오. 어떤 신, 어떤 종교를 믿느냐에 따라 교리도, 행동 방침도, 성서도 다르다는 걸 그대는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하지만 동전에도 진짜배기 동전과 가짜 동전이 있듯이 종교에도 정통 종교와 사이비가 있소. 지금 이 이쿠야 제국에서 정통 종교와 사이비를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오.
이쿠야 제국 서쪽의 이루아르에는 ‘후지이교’라는 종교가 존재하오.
그것은 본래 후지이 가문에서 믿는 집안의 조상신인데, 지금은 집안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신자까지 유입되어 수가 굉장히 많소.
그들이 섬기는 ‘후지이노미코토’는 비와 구름의 신이오. 그들은 두루미를 길조吉鳥로 삼는데, 두루미는 후지이노미코토가 처음 이 세상에 비를 내릴 때 두루미를 보냈다고 하오. 그래서 그들의 성소 안의 강당 한 쪽에는 두루미의 목석이 존재하지.
후지이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주의 딸이오.
후지이 토모라는 이름을 가진 이 19세 여성은 현재 차기 교주 유력 후보, 아니 사실상 반쯤 정식 교주나 다름없소. 그 이유가 뭐냐고? 일단 후지이 교주에게 자식은 후지이 토모 한 명밖에 없기도 하지만, 후지이 토모 자신의 걸출한 능력 때문이오.
후지이 토모는 점술에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소. 그녀의 점괘는 100%의 정확성을 자랑하지. 틀리는 일이 거의 없단 말이오. 아니 사실상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
그녀의 아버지인 후지이 교주는 토모가 이러한 능력을 어렸을 적부터 타고났다고 증언하오.
제국경찰들은 평소 종교에 관해서는 엄격하오. 온갖 사이비 종교들을 단속하고, 교주를 잡아 가스티유 서드에 집어넣곤 하지.
그런 상황 속에서 후지이교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후지이 토모, 그녀의 점술 실력 덕분이외다. 그녀가 점을 쳐서 제국경찰들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후지이 교주와 신도들은 재빨리 성전 밑 지하실의 방공호로 숨소.
제국경찰이 성전을 습격할 때면, 그들은 이미 완벽하게 숨어버려 찾지 못할 것이오.
그리고 제국경찰이 다시 돌아갈 때쯤에야 그들은 다시 성전 밖으로 나오오.
이러한 재능 덕분에 후지이교는 창설 이래 많은 시간동안 제국경찰의 눈을 피해 활동을 할 수 있었소.
후지이교 신자들에게 있어 후지이 토모는 구원자이며, 은인이오. 많은 성도들이 토모를 교주로 받들고 싶어 하고, 또한 아버지 후지이 교주도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며, 하루빨리 교주 자리를 넘겨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하지만 토모는 교주 자리를 거부하고 있소.
“아니, 어째서 교주의 자리를 받지 않겠다는 거냐, 토모?”
“아직 아빠가 버젓이 살아계신데, 제가 그 자리에 앉으라고요? 안 돼요, 안 돼. 그건 도리가 아니에요.”
“괜찮다, 괜찮다. 이 애비가 직접 물려주는 것이니 사양 말고 받거라.”
“그리고 전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다구요. 성인도 되지 않은 사람이 교주라니, 누가 따르겠어요?”
“성인이 되면 교주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냐?”
“성인이 되면 아빠의 자리를 잇겠어요. 그 전까지는 아빠가 계속 후지이교를 이끌어주세요.”
이리하여 후지이 토모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저 후계자로 남을 계획이오.
하지만 아버지에게 조언할 권리는 잃지 않았기에, 그녀의 점괘가 이끄는 대로 후지이교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이를테면 책사의 자리를 계속 할 것이라.
사실 후지이 토모도 본인 나름대로의 생각과 계획이 있소.
토모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후지이교에 입교하기를 원하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좋게 좋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라.
그러나 듣자하니 어떤 종교는 무력을 써서라도 자신들의 종교에 타인이 오길 원하는데, 그리함이 과연 좋은 방법이겠소, 후지이 토모는 자신의 종교가 그러한 것이 되길 원하지 않는단 말이오.
결국 후지이 토모는 한 가지 계교를 생각해낸 뒤, 한 청년에게 다가가 말했소.
“안녕하세요, 카스다 유이 씨”
“아, 예. 안녕하세요. 후지이 양. 어쩐 일이신가요?”
“그,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미션이랄까? 임무를 드리고 싶어요.”
“임무요? 어떤 임무인가요?”
“우리 후지이교와 후지이노미코토 신님을 위한 임무죠.”
“그런 거라면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들어보니까, 제국경찰청에 들어가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 예. 제가 예전부터 장래희망이 경찰이어서...”
“그러면, 경찰시험을 봐서 붙어 제국경찰청에 들어가게 되면, 당분간은 가만히 있어주세요. 그리고 한 지부장 정도의 계급까지 승진하시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후지이노미코토 신님을 전도해주세요. 제가 듣기로 제국경찰청에서는 공을 어느 정도 세우면 승진이 쉽다니까, 조금만 고생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후지이노미코토 신님을 위하여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이는 제국경찰청에 스파이를 심어놓으려는 전략이오.
밖에서 하는 공격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안에서 휘저으면 되리라. 강한 성이 무너지는 이유도 그와 같소.
한마디로, 후지이 토모는 폭력 없는 내분을 일으키겠다는 것이고, 또한 공식적으로 후지이교를 인정받겠다는 생각이외다.
이 임무의 흥망성쇠는 조금의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후지이 토모는 이 일에 대해 성공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느니, 그것은 자신의 점이 나타내는 승률은 단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오.
후지이교도 유레츠의 범주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후지이교 유레츠’라고 했을 때 후지이 토모를 떠올리는 건 이 모든 업적들 때문이오. 사실상 후지이교의 리더나 다름없으니까 말이오.
무카이 타쿠미가 제국경찰들에게 애증의 감정을 품고 있다고 아까 말했을 것이오. 타쿠미에겐 이상적인 ‘아치 에너미’인 셈이지.
그러나 후지이 토모는 제국경찰에 대해 딱히 감정이 없소. 그저 조금 귀찮은 존재일 뿐, 그 이상 분노한다거나 할 감정은 없다는 것이오.
그녀는 현재에도 후지이교의 책사로서 여러 가지 미래를 예측하고, 또 그럼으로서 후지이교 신자들을 제국경찰에게서 여러 차례 구해주었소. 그런 후지이 토모를, 신자들은 열렬히 떠받들었다오.
신자들은 1년 후를 기다리고 있소. 그 때가 되면 후지이 토모가 정식 교주가 될 것이고, 그러면 후지이교는 더 나은 내일과 미래가 그들에게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후지이 토모, 과연 그녀가 교단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신자들의 기대가 크고, 또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소.
설령 스스로에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후지이 토모 자신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오. 그녀의 천재적인 점술 실력이 모든 것을 알려줄 테니 말이오.
제국경찰들을 총괄하는 카타기리 사나에는 ‘자베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소.
혹시 ‘Les miserable'을 읽어본 적 있으시오? 그 곳에 나오는 경찰관의 이름이 자베르요.
자베르가 한 시도 쉬지 않고 장발장을 쫓았던 것처럼, 사나에도 뒷골목의 유레츠들을 잡아 가두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소.
어째서 사나에가 유레츠들에게 이렇게도 적의를 드러내는지는 모를 일이오.
자라온 환경이 그렇다는 말도 있고, 혹은 자신이나 가족, 친구들이 유레츠에게 당했기에 복수심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설도 있었소. 소문은 여러 방면으로 무성했지.
소문이 어쨌든 사나에는 그런 말들에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았소.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건 그저 유레츠들을 잡아들이고 이쿠야 제국을 다시 깨끗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뿐이오.
그녀는 ‘W'가 처음 제국경찰을 조직할 때, 자신을 제국경찰의 총지휘관으로 삼아달라고 손수 부탁했었소. 위험한 일이었지만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자청한 것이오. 그리고 실전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유레츠들을 찾아다녔고, 찾은 유레츠들을 마치 맹수가 하듯이 갈가리 찢었고 삼켜버렸소.
그녀에게 희생된 유레츠들은 현재도 가스티유 서드에서 복역 중이오. 어쩌면 이미 몇몇은 각종 고문과 가혹한 환경을 버티지 못해 죽고 죽어 저 깊은 바다 속에 던져져 어식魚食이 되어 백골 되고 진토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외다.
어쩌겠소, 사나에는 이미 맹수나 다름없는 것을.
나는 ‘뒷세계의 큰 주먹’ 무카이 타쿠미나 ‘후지이교 교주(예정)’ 후지이 토모가 방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지금은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 다시 사나에와 그녀의 제국경찰들이 들이닥쳐 둘을 체포해 가스티유 서드에 갇힌 동지들과 같은 운명을 맞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그대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쿠야 제국은 정치에 있어서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소.
황제 때문에 다 망해가던 국가 이미지를 다시 세우고, 활발한 무역을 진행하고, 또 능동적으로 해양의 패권을 다투는 등 황제 때엔 상상도 못할 일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오.
결국 국민에 대한 압제가 조금 심할 뿐, 정치적, 사회적, 외교적으로는 꽤나 놀라운 대변신이었지.
그래서 국민들도, 처음엔 ‘W’를 많이 욕하였소.
“쿠데타를 일으킨 W정권은 물러가라!!!”
“W는 사퇴하라!!!”
하지만 ‘W’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대외적으로도 여러 가지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등 예상 외로 업적을 세우자,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인들 내에서도 친W파가 생기기 시작했소. ‘W’가 생각보다 정치를 잘 하는 것 같다고 판단한 것이오.
이로 인해서 국회에서 작은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었소.
결국 ‘W’는 국민들을 진정시키며 말했소.
“저의 부족한 정치를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대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군.
“지금 그게 할 말이냐?”
하지만 ‘W’로서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었소.
그도 그럴게 국민들을 말려야 하는데,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겐 또 고맙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이오.
하지만 ‘W’를 싫어하는 국민들이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있었느니, 바로 ‘제국경찰’ 때문이오.
다 죽어가던 나라를 발전시킨 사람이 ‘W’지만, 반대로 국민들을 거세게 통제하는 제국경찰도 ‘W’가 설립한 것이라.
이쿠야 제국의 국민들이 ‘W’를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외다.
문제가 있다면 제국경찰에 대한 ‘W’의 반응이오.
‘W’는 제국경찰이 국민들을 심하게 통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소.
그런데도 그들에게 주의를 주기는커녕 그저 방관했지. 그 사실은 가스티유 서드에 보내진 백성들의 몰골만 봐도 증명이 되지 않겠소.
그는 제국경찰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하였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나라의 경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방종해서는 안 되죠. 황제가 방종해서 나라가 파탄 날 뻔했던 과거를 잊으셨습니까?”
그 말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생각했지.
‘방종은 무슨, 본인도 경찰공무원 출신이니까 쉴드를 치는 거겠지.’
실제로 ‘W’는 제국경찰이 저지른, 누가 봐도 만행인 일을 그냥 넘어가버린 일이 있었소.
구실로서는 ‘반드시 담당자에게 벌을 주겠다’고 했지만, 벌을 받은 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오.
심지어 나중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함이라.
이런 점에서, 국민들은 ‘W’를 지지하기엔 너무도 신뢰가 가지 않고, 그렇다고 반대하기엔 나라의 이미지를 세운 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에 빠졌지.
그런 고민이, 결국 백성들과 의원들 사이에서 ‘친親W파’와 ‘반反W파’를 생성시킨 것임이외다.
거기서 큰 문제가 하나 터졌소.
어느 날, 제국경찰들이 의회에 들이닥쳐 반W파 의원들을 체포해간 것이오.
이것은 제국경찰의 명백한 월권행위이기에, 많은 의원들과 국민들이 제국경찰을 비판했고, 심지어 ‘W’마저도 제국경찰을 지탄하기도 했소.
“카타기리 총지휘관!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경찰이 통보도 없이 의회에 들어오다니!”
그러자 사나에가 말하기를,
“총리시여. 저들은 총리님을 반대하는 자들입니다. 총리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고자 하신다면 저들을 절대로 의회에 들여보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법안을 정할 때는 양 쪽의 의견을 모두 듣고 결정해야 하는 것임을 모른단 말입니까?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의원들이 하는 일이요!”
“총리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저들은 총리님을 반대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의 의견도 들으시다가는 결국 총리님은 그 무엇도 결정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하실 수 없게 된단 말입니다! 나중에 보십시오. 지금은 이상해 보여도 나중 되면 제가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말하고 카타기리 사나에는 의회 밖으로 나갔소.
이것은 이쿠야 제국의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는 것을, 그 땐 아무도 알지 못했지.
그로부터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가고, 초겨울이 다가올 기점이었소.
오늘도 제국경찰과 유레츠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 다만 이번엔 인도人道가 아니라 차도車道 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오.
붉은 테두리를 한 흰색 자동차가 달려가고, 그 뒤를 제국경찰의 경찰차가 따라가는 것이오.
“네 이녀석! 거기 서라! 유레츠 주제에 제국경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 모르는 겁니다~! 당신들이 갑자기 기름이 다 떨어져서 멈춰버릴지! 그래서 제가 도망갈 수 있을지!”
제국경찰과 유레츠의 큰 소리 대화가 이어졌소.
저 유레츠의 이름은 ‘이브’요. 뒷세계 마피아들에게 무기를 조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소.
그런 일을 하는 덕분에, 그녀의 별명은 ‘산타클로스’라.
이브를 통해서 마피아들은 무장을 하고, 이브를 통해서 제국경찰에게 맞설 수 있게 되오.
이브가 제국경찰들을 따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총을 쏘는 것이오.
‘케이프’라고 하는 차의 뒷자석엔 무기들이 많이 있으니, 그것으로 제국경찰들을 한방만 쏜다 해도 그들을 쓰러뜨린 뒤 수월하게 도망갈 수 있는 것이외다.
하지만 이브는 그렇게 하지 않았느니, 요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생각 때문이었소.
총을 들어 저 제국경찰을 쏜다면 도망가는 것이 수월할지는 몰라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고, 또 조준을 잘못하기라도 한다면 지나가는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오.
그러므로 지금 이브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제국경찰의 경찰차가 연료 부족이 되어 멈춰버리는 기적을 바라는 것뿐이오.
오호라, 그저 오호통재로다.
한 대의 흰 차가 도로를 질주하오.
그 뒤를 제국경찰의 한 대의 경찰차가 질주하오.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경찰차가 질주하오.
또 하나의 경찰차가 그 뒤를 따라 질주하오.
이브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달리는 것, 그것뿐이오.
이브는 제국경찰들의 경찰차가 연료 부족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기를 바라고 있소.
하지만 멈춰버린 건 이브의 것이오. 엔진에서 연기가 나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오.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제국경찰과 대치해야 한다는 것이외다.
“아아아...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이브는 차에서 내렸소. 총을 들고서.
다행인 점은 차가 멈춰선 곳은 사람이 지나가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오.
“이제, 안심하고 총을 쏠 수 있을 것 같네.”
총을 장전하였소.
원래 마피아들에게 전달해 줄 총이지만, 이제 못 전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소.
하지만, 최대한 살아볼 것이오. 죽지 않을 것이오.
진정 나라를 망치는 존재는 이브와 같은 유레츠가 아니라 제국경찰이란 말이오.
그것을,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브는 살아남아야 할 것이외다.
“이브! 드디어 포기한 것이냐!”
“포기라, 그렇다면 그런 셈이죠. 이렇게 된 거 갈 때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총을 들고 있군. 우리와 싸울 생각인 거냐?”
“그래요. 이렇게 된 거, 싸우다 죽을 생각입니다.”
“용기는 참 가상하군그래!”
제국경찰들도 총을 꺼냈소.
그리고 서로서로 총격전을 주고 받았소.
그러는 동안에도 이브는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으니, 이는 혹시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로 총탄에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
이브는 끝까지 주변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았소.
탄알이 다 떨어졌소.
“아, 이제 총알이 없네요.”
이제 이브는 끝인 것이오.
“너 같은 유레츠, 원래는 가스티유 서드에 처박아두어야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 여기서 죽여주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나?”
“하고 싶은 말이라...더 길게 못 산 것, 그게 한이네요.”
“더 길게 살고 싶었다면 이 일을 하지 말았어야지.”
“유언은 그게 끝인가?”
“이제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이브가 유언을 마쳤소.
그녀의 표정에서는 여한이 느껴지지 않았소.
이제 눈을 감는 것이라.
“아아...모두들, 안녕.”
예상 외의 소리가 들렸소.
처음엔 총 소리인 줄 알았지만, 이브의 몸엔 아무것도 닿지 않은 것이오.
살짝 눈을 뜬 이브는, 보았소. 본 것이오.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제국경찰들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소. 정황상 죽었을 것이오.
그리고 그들을 쓰러뜨린 것은, 웬 중형 트럭이었소.
“?!?!?”
“어이! 이브!”
“아...당신은...”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
이브를 구해준 사람은, 이브가 무기를 배달해주는 마피아조직 중 하나의 두목이었소.
이브가 항상 무기를 가져다주는 것이 고마운 마음을 가졌고, 언젠가 한 번쯤은 은혜를 갚아야겠다 생각한 것이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그 은혜를 갚은 것이외다.
“도...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뭘 이 정도 가지고! 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네. 하필 이 타이밍에 제국경찰에게 걸리다니.”
“그러게요...이제 끝인가 싶었어요.”
겨우 살아남은 이브는, 아직 연기가 나는 차를 이끌고 수리공에게로 향하였소.
그에게 엔진 수리를 받는 것이오. 받아서 고치는 것이오.
수리비 값은 2000 레네라. 비싸지 않은 값이었지만 이브에겐 살짝 벅찬 가격이오.
엔진을 과열시키지 말라는 수리공의 조언을 따라, 이브는 근 며칠간은 시속을 매우 낮게 잡았소.
어찌나 느렸는지, 차라리 클린디아의 나귀를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정도란 말이오.
하지만 그렇게 느린 차로도 어떻게든 제 시간을 지켜 무기를 배달해줄 수가 있던 것이외다.
한편 ‘W’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소.
총리의 관저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곳으로 제국경찰들을 이끈 사나에가 들어온 것이오.
“뭐...뭐야. 무슨 일이십니까? 이 많은 경찰들을 이끌고.”
“W, 아니, 이젠 ‘와쿠이 루미’, 당신을 국가의 이름으로 총리의 자리에서 파면합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오시오.”
“파면이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대체 무슨 권리로 나를 파면한다는 말입니까?”
“제국경찰 총지휘관의 권한입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이쿠야 제국의 총리가 아닙니다.”
“자, 잠깐!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대답해주십시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파면한다는 것입니까?”
“당신은 총리직에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불상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당신의 파면 사유입니다.”
말하고서는, ‘W’를, 아니 ‘와쿠이 루미’를 총리의 관저에서 끌어내었소.
이제 와쿠이 루미는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어졌소.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국민들을 볼 낯이 없었고, 어딘가로 가기엔 갈 곳이 없다는 것이오.
“젠장...쫓겨나 버리다니...그것도 쿠데타로...”
“심은 대로 거둔다더니...쿠데타로 총리직에 앉았으니, 결국 쿠데타로 쫓겨나버리는구나...”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나...”
주위를 둘러봐도, 그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소.
보이지 않도다. 볼 수 없도다. 어찌 그의 눈엔 그 무엇도 비치지 않는단 말인가.
결국, 한 가지 큰 결단을 하게 되었소.
이는 와쿠이 루미의 삶의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오.
“그래. 어차피 여기서 죽으나 저기서 죽으나 마찬가지야.”
“일단 문이라도 두드려보자.”
“받아주면 그곳에서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어야지 뭐...”
말하고, 비장하게 걸음을 옮겼소.
열차표를 사서 열차를 타고, 하염없이 목적지로 움직였소.
창밖을 보며 좋았던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렸소.
이젠 모든 게 다 부질없어졌지만 말이오...
열차 안에서 신문팔이가 신문을 뿌리었소.
“호외요! 호외! 새로운 소식이오!”
신문을 주워 읽어보았소.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소.
루미는 사임한 게 아니라 사임 ‘당한’ 것이오.
이것을 마치 루미의 의지로 사임한 것처럼 기사를 쓰다니, 이 얼마나 악질적인가.
게다가 주변에서는 쑥덕거리오.
“이것 봐! 총리가 사임했대!”
“그 나쁜 놈, 국민들을 괴롭히고서 마음대로 사임해버리다니!”
“길 가다 만나면 한 대 때려줄 거야!”
그 나쁜 놈이 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는 걸 안다면, 그땐 정말로 여간 소란스럽지 않을 것이라.
루미는 못 들은 척 신문을 내려놓고, 다시 창밖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만을 기다리오.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후, 목적지에 도착하였소.
와쿠이 루미는 열차에서 내려, 목적지 안으로 들어가오.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걸어가오.
목적지의 대사관에 도착하였소.
그 곳에서 망명 신청을 하러 서류를 작성하오.
다 쓰고 제출하러 고개를 드니,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소.
“앗! 다...당신은...!”
“아, 안녕하세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
“망명 신청을...할 예정입니다.”
“망명이라니! 당신이?! 대체 어째서입니까!”
“예, 그렇게 됐습니다.”
“이건 중대 사항이군요. 외무부 장관에게 당신을 데려가야겠습니다. 분명 당신도 아는 얼굴이겠죠!”
그렇게, 와쿠이 루미는 정부 청사로 이끌리었소.
그곳에서 만난 외무부 장관도, 그리고 그 일원들도 루미를 알아보는 것이오.
“당신이...왜 여기에...”
“그렇게...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겁니까!”
“당신네 국민들을 우롱하고 착취한 것도 모자라서, 이젠 여기 사람들도 착취하러 왔습니까?”
“아닙니다...아닙니다...”
“. . .”
“죄송합니다...”
“원수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음...이보세요, 와쿠이 루미.”
“네...”
“망명을 하러 왔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음...”
“. . .”
“좋습니다. 그 신청 받아들일게요.”
“네...?”
“정말로...받아주시는 겁니까?”
“맞아요. 당신의 망명을 받아들일게요.”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그 대신, 당신이 국민들을 힘들게 착취한 것처럼, 나도 당신을 제 옆에 두고 빡세게 굴려야겠어요.”
“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정말로...감사합니다...”
사실상 죽음을 각오하였던 루미에게, 미유는 자비를 베푼 것이오.
루미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인 것에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녀에게 내무부 장관의 자리를 맡기었소.
대신 밤낮없이 빡세게 굴리며 일을 시키었지. 허나 루미는 그것을 속죄의 단계로 받아들이며 즐겁게 일을 한 것이라.
미유는 루미에게 새로운 옷을 주었고, 또 새로운 거처도 마련해주었소.
얼떨떨해 하는 루미에게, 미유는 가만히 속삭이오.
“루미 씨.”
===========================
한번 써보았습니다.
문체가 좀 이상하다고 말씀하실 분들이 계실까봐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부러 이렇게 썼습니다. 마치 역사를 기록한 조선의 문헌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이상의 오감도에 조금 영향을 받기도 했고.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열심히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이 [뒷세계 아이돌]시리즈는 앞으로도 업데이트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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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작중에 드러난 내용)
1. 루미는 이쿠야 제국을 떠난 후, 철도를 타고 다른 나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대사관에 진입,
2, 대사관에 진입해서 그곳 참사관에게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에 의탁하고 싶다고 말함.
3. 대사관 직원들에 의해 메르시아에 있는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 궁성으로 이동해 외무장관 아이바 유미, 국방장관 닛타 미나미 등 옛 이쿠야 제국 군인들을 만나게 됨.
4. 미후네 원수의 구두명령에 의해 신성 아인헤리어 제국의 국민이 되고 장관으로 취임하게 됨.
(작중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
1. 루미가 총리가 된 것은 제국의 정치인들이 가장 유능한 인사를 찾는 과정에서 선발된 것임
2. 루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정치를 하려고 했음.
3. 사실 총리보다 제국 경찰 수장이 더 연상이다(.......) <- 루미가 사나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이유
4. 루미는 아인헤리어 제국에 온 첫날 밤, 자신을 불러낸 미유의 처소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듣고 경악해버림.
5. 내무장관이 된 루미의 집무실은 제국 원수 미후네 미유의 집무실과 바로 이어져 있음.(.......) 게다가 관저도 바로 옆이라 낮이고 밤이고 미유의 곁을 못 떠나는 거 확정됨.
사실 행간에서 뽑아내긴 한 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