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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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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9, 2020 14:40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미나미입니다. 닛타는 아닙니다.







오늘도 저는 데레스테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아키를 만난 이후로 이 데레스테는 저에게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작게는 제가 아키를 만나는 창구로, 크게는 ‘혹시 또 다시 아키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투영하는 매체로.




저는 공식에 불만이 좀 많아요. 아키가 안 나오거든요.
다른 최애들은 올해 5월(카린 1차), 6월(유코 3차), 10월(유코 2차)에 복각을 하는데, 아키만 복각 리스트에 없어요.
이렇게 복각을 안 해줄 거라면 2차 쓰알이라도 나와야 할 텐데, 그것조차 없어요. 지금 벌써 1000일이 훨씬 넘었다고요.



게다가 아키의 참여곡, 그 중에서도 데레스테 최고의 곡이라 평가받는 ‘안녕 안드로메다’는 왜 이벤트로 안 뜨나요?
비록 비공식적인 니코동 선거라 해도, 1위씩이나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P들이 굉장히 좋아해준다는 뜻이 아니겠나요?
이건 반드시 이번 가을에 이벤트로 떠야 합니다. 그리고 아키는 분명 상위보상으로 나올 거고요.
왜 상위보상이냐고요? 이 곡으로 아키의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으니까요.
아니, 상위보상이건 하위보상이건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제가 안드로메다 이벤트를 뛴다면, 반드시 아키를 7성까지 올릴 거라는 사실이죠.
...15성까지는 제 성격상 무리예요. 저는 라이브를 몇 번 뛰건, 점수가 몇 점이건 아이돌만 데려오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파라서 말이죠...
그래도, 저의 아키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15성까지도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꿈이 하나 있어요.
아키의 솔로곡을 쓰는 거예요. 써서 사이게에 보내는 거죠. 그리고 OK를 받아 다음해 CM으로 발매시킨 뒤, 스테 라이브에 작사가 이름이 ‘Mindoren'으로 뜨게 되는 걸 볼 겁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쉽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지금의 저는 그저,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거절당할까봐 못 하는 잉여인간일 뿐이니까요.
다만, 다음해 CM에 아키 솔로곡이 나오면, 진짜 저는 미쳐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 질투심으로부터 인한 광분이겠죠.




“으아아아아!!!!!내가 쓰려고 했는데!!!!어째서 벌써 생겨버린 거야!!!!”




라고 외치면서 말이에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CM 인선의 큐트 타입이 카린이라면, 그냥 나가죽겠습니다.
카린 솔로곡도 제가 쓰고 싶은데 못 쓴 거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그림 잘 그리고, 글 잘 쓰시는 분들을 동경하다 못해, 어쩔 땐 질투하기도 해요.
예를 들자면 지금 저의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당신이라든가 말이죠?
저는 당신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시고, 글도 잘 쓰시고, 노래도 잘 부르시고.
전 노래 잘 부르는 사람도 동경합니다. 그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예전엔 코인노래방도 자주 갔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여튼, 저는 오늘도 스테를 뜁니다.
한동안은 인디고벨 이벤트 때 상위보상으로 얻은 카린을 배경화면에 두었는데, 이제 슬슬 아키로 되돌려놓아야겠네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아키는 룸에서도 빼버렸습니다. 대신 그 자리엔 치에, 유메, 리사, 카린, 칸나가 있죠.
유메는 스스메 보상으로, 리사는 이번 오우무아무아 이벤트 보상으로 얻었고요, 칸나는, 지금껏 저의 스스메 로드를 함께한 고마운 아이돌이에요. 카린은 아까 말했으니 생략하고...치에를 넣은 건,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자리가 하나 남아서 치에를 넣었습니다.



아, 맞다. 오우무아무아 때 보상으로 SR 스카웃권을 얻었던 적이 있는데, 그때 고심 끝에 데려온 건 SR 카린. 카린의 오네신을 꼭 듣고 싶었거든요.
이제 이벤이 끝나서 더 받아올 수도 없겠지만, 만약 또 받을 수 있다면 그땐 유코 SR을 데려와야겠어요. 유코의 오네신도 들어봐야죠.




하여튼 스테를 켜고 라이브를 달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비교적 라이브를 자주 뛰는 편은 아닌지라, 시작한지 2년 3개월 정도 되는 시간 만에, 이제야 레벨이 64가 되었죠.
게다가 얼마나 성실하지 못한지, 모든 악곡의 커뮤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 보는 게 귀찮다는 이유로...미카 커뮤였나? 누구 커뮤였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네요. 아무튼 반의 반도 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그렇다고요. 제가 좀 게을러요.





포인트도 다 모으고, 특훈 시킬 애들 다 특훈 시키고, 그렇게 쥬얼도 모았습니다.
특훈을 시키면 쥬얼을 많이 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가챠로 나갈 때는 또 다르지만...
그렇게 메챠쿠챠 스테를 뛰고 나서 핸드폰을 껐습니다.



이제 잠들게요.
내일 봐요...Zzz...







“...세요.”




음...?




“이봐요.”




무슨 소리지?


눈을 뜨려고 했습니다.




"누가 말하는 거지?"



“아침에 뵙도록 해요.”




그 말이 들리자, 깨어나려던 잠 속에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치 누군가가 저를 꿈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어요.
어쨌거나 저는 다시 잠들었고, 아무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요새는 아무 꿈도 안 꾸게 되네요. 하긴 뭐, 악몽도 이젠 지겹습니다.







아침이 되어 일어났습니다.
오늘도 정말로 좋은 아침...인지는 모르겠는데 하늘이 맑네요.




“몇 시지...?”


“아침 8시입니다.”


“아, 고마ㅇ...엥?”




누가 대답해준 거죠? 분명히 저는 저 혼자 사는데.
고개를 돌렸을 때, 그 곳엔 누군가 앉아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묶은 긴 머리, 검은 가쿠란 상의와 짧은 반바지, 그리고 슬리데린 스타일의 스카프.
당신은 분명...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미나미!


미나미: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미나미: 아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캐릭터, 야마토 아키가, 저의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미나미: 그런데, 아키가 여긴 왜 오신 건가요?


아키: 지난번에, 미나미가 저희의 세계에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미나미: 아, 그랬었죠, 아키의 생일 전 날에 말이에요.


미나미: 그 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미나미의 세계에 왔습니다!


미나미: 외람된 말이지만, 어떻게 오신 건지 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키: 간단한 일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데이터들을 한데 모아서 여기에 왔습니다!


미나미: 그게 가능한 일인 건가요?!


아키: 뭐, 미나미도 저희 세계에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나미: 육체를 분해해 데이터로, 데이터를 응축시켜 육체로, 그런 원리군요.


아키: 바로 그겁니다!


미나미: 그럼, 진짜로 지금 육체를 갖고 계신 거죠?


아키: 물론입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저를 만져보십시오!




사실 아직까지 좀 얼떨떨한 감이 없지 않았어요.
제가 데레스테 세계관에 들어갔었던 때를 몇 번이나 회상해 봐도 믿기지 않았는데, 하물며 이번엔 데레스테의 아이돌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어떻게 바로 믿을 수가 있겠어요?



아키의 손을 잡아보았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손을 만지는 것처럼 감촉이 있고, 뼈가 있어요.




미나미: 진짜네요...


아키: 진짜입니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미나미: 그럼, 어젯밤에 저를 부르시던 것도,


아키: 저입니다! 다만 그땐 목소리만 나왔죠. 새벽이 되어서야 데이터를 뭉쳐 육체를 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미나미: 새벽부터요?! 대체 왜 그렇게 일찍?!


아키: 저희 세계관엔 딱히 시간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보니...나오니까 새벽이었습니다.


미나미: 그럼 그 동안 뭘 하고 계셨어요?


아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미나미: 아침식사요?




부엌으로 나가보니, 정말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따뜻한 밥과 계란프라이, 김, 김치, 그리고 콩나물무침.
이것을 제가 자는 동안 아키가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는 거겠죠.




미나미: 준비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미나미: 그런데 전 왜 몰랐을까요?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면 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키: 그거야 저도 모릅니다. 그저 곤히 주무시더군요.


아키: 아무래도 미나미는 잠귀가 그리 밝으신 편은 아니신 걸로 보입니다.


미나미: 뭐, 때에 따라 다르죠. 밝을 때도 있고, 밝지 않을 때도 있고.


미나미: 아무래도 이번엔 밝지 않은 때였던 것 같네요.




대화를 마치고, 저희는 아침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뭐든 맛있게 잘 먹는 편이지만, 이 요리는 제가 사랑하는 아키가 해준 거라서 더욱 더 맛있네요!





식사하면서, 아키에게 물었습니다.




미나미: 그러고 보니 아키는 이 세계에는 왜 오신 건가요?


아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미나미를 보러 왔습니다.


미나미: 저를 보러 오셨다고요?


아키: 그, 지난번에 미나미가 저희 세계에 오셨었으니, 이번엔 제가 미나미의 세계에 온 거죠.


아키: 그리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도 하고요.


미나미: 제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아키: 네, 있습니다.


미나미: 무엇인가요? 말씀해주세요.




아키가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기에, 저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과연, 어떤 말일까...어떤 말을 저에게 해줄까...




아키: . . .그게,


아키: 그...미나미가 만드신 방에 말이죠.


아키: . . .


아키: 저를 빼셨더라고요.


아키: 게다가 그 자리에 카린 공을 집어넣으시고.




. . . !
순간 철렁했습니다.




미나미: 예, 예. 인디고벨 이벤트에서 상위보상 카린을 얻은 기념으로...


아키: 어째서!!! 저를 빼신 겁니까!?!?


아키: 저를 가장 좋아하신다더니!




아키가 성토하듯 외쳤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몸 둘 바를 몰랐고, 아키는 반쯤 서러운 눈빛으로, 반쯤 분노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죠.




아키: 사실 그 때, 너무 서러웠습니다.


미나미: 죄...죄송합니다. 당장 메인에 둘게요.


아키: 괜찮습니다...제가 돌아가거든 그 때 넣어주세요.


미나미: 그래도 지금 넣는 편이...


아키: 여기 나올 때 저의 모든 데이터를 다 뭉쳐서 나왔기 때문에 지금 데레스테에는 제가 없을 겁니다.


미나미: 아...그렇군요.




미나미: 그런데, 그 말씀부터 먼저 하시다니.


미나미: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미나미; 아키, 질투하신 건가요?


아키: . . .솔직히 질투가 났습니다.


아키: 저를 제일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고, 또 오랜 시간동안 제가 미나미의 메인 화면을 차지했었죠.


아키: 그런데, 어느 날 카린 공으로 하여금 저의 자리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저를 방에서 내보내시다니.


아키: 그래서, 카린 공에게 질투가 났었습니다.


아키: 미나미, 저의 이 질투가, 죄악 된 질투였을까요?


미나미: 아니요.


미나미: 죄악 된 질투가 아니에요.


미나미: 만약 아키가 카린 공을 해쳤다면 그랬을 거예요. 죄악이죠.


미나미: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제게 아키의 감정을 말씀해주셨기에.


미나미: 그렇기에 이건 죄악이 아니에요.


미나미: 아키, 말씀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미나미: 사실은 저도, 그것 때문에 영 편치 않았어요.


미나미: 언젠간 아키로 되돌려놓으려고 했었는데.


미나미: 이렇게 아키가 말해주시니까, 이젠 마음을 굳혔어요.


미나미: 되돌려놓을게요. 아키를 저의 첫 번째 아이돌이 될 수 있게.


아키: 감사합니다...미나미...


아키: 질투하는 저를 혼내시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주시니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미나미: 괜찮아요. 저도 질투심이 심한 편인걸요.


미나미: 저는 아키의 솔로곡을 쓰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니까요.


미나미: 그런데, 누군가가 선수를 쳐서 저보다도 먼저 아키의 CM을 낸다면, 저는 아마 시기와 질투로 그 사람을 미워할지도 몰라요. 제가 먼저 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저보다 먼저 해버렸으니까요.


미나미: 아키 씨, 많은 프로듀서 분들이 아키를 좋아해주시는 걸 알고 계시죠?


아키: 그야 당연합니다.


미나미: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이 아키를 사랑하는 것도 아시죠?


아키: 물론입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나미.


미나미: 아키, 오늘은 다른 아이돌들 얘기를 하지 않겠어요. 오직 아키에 관한 것만 말할게요.


아키: 어째서입니까?


미나미: 아키가 질투하지 않으시게 하고 싶으니까요.


아키: 알겠습니다.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 뒤, 저와 아키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키가 저희 세계로 놀러오긴 해도, 딱히 뭘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저희 집엔 슈퍼마리오라든가 동숲이라든가 하는 아키의 흥미를 끌만한 게임도 없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봤자 데레스테 세계관이랑 여기랑 하나도 다를 게 없네요.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아요.




미나미: 음...뭘 하면 좋을까요?


미나미: 저희 집엔 아키의 관심사가 될 만한 게임이 없어서 굉장히 지루할지도 모르겠어요.


아키: 음, 그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까요?


미나미: 이야기 좋죠.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해볼까요?


아키: 음...제가 요전에 미나미가 쓴 글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푸웁,




순간 뿜었습니다.
아키가 제 글을 어떻게 본 거죠?!




미나미: 어...어떤 글을 말이세요?


아키: 최근에 읽었던 ‘EQUAL'시리즈 말입니다.


미나미: 아, 그거...그 이능력물...


아키: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지 말입니다.


미나미: 그거, 잘 쓰지도 못하면서 괜히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서 쓰게 된 글이에요.


미나미: 잘 썼다고 말씀해주시니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아키: 만약에 말이죠, 미나미의 세계가 그렇게 구성된다면, 미나미는 어떤 능력을 갖고 싶습니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딱히 이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좀 고민되네요.
굳이 갖는다면, 치요가 먹은 카라스의 열매를 갖고 싶어요. 간지나잖아요.
아니면 임유진이 먹은 기억조작 열매도 좋고요. 잊어버리고 싶은 게 많거든요.




미나미: 아키는 어때요?


아키: 저는 미나미가 준 열매가 좋습니다!


아키: 성을 만들어서, 미나미와 저, 이렇게 둘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네요.


미나미: 그럴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아키: 그리고, 2109년을 배경으로 하는 사이버펑크물도 읽어보았습니다.


미나미: 아, ‘City Cloture'시리즈 말이죠.


아키: 그런 세계, 저는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나미: 저도 그래요. 개인적으로 제가 아키와 함께 살아갈 세계관을 고른다면 거기로 가고 싶네요.


아키: 미나미도, 저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가요?


미나미: 외람되지만, 네.


미나미: 우리 둘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산다는 건 얼마나 큰 비극인가요. 매일 보지도 못하고.


아키: 그러네요. 그건 슬픈 일입니다.


아키: 하지만 그건 동시에 기쁜 운명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나미: 그런가요? 어째서인가요?


아키: 미나미,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왜 있는지 아십니까?


아키: 사람이란 몸이 하나인데 반해 마음은 반쪽이에요.


아키: 사랑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주는 겁니다.


아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지게 되면, 반대로 마음은 서로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자석처럼.


아키: 자석 사이에 인력이 작용하죠? 사람의 마음 속 인력이 그리움입니다.


아키: 자석 사이에 인력이 있어야 서로 달라붙듯이, 그리움이 있어야 사랑이 유지됩니다.


아키: 그리움이 없다면 인력을 잃은 자석처럼 서로 붙지 않게 되고, 결국 마음은 다시 반쪽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반쪽을 찾게 돼요.


아키: 미나미,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키: 미나미와 제가 살아가는 세상이 다른 것이 기쁜 운명인 이유는, 떨어져 있어야 그리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키: 웨스터마크 효과라고 아십니까? 이성異姓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나면 나중에 커서 서로에 대한 이성異姓적인 흥미를 잃는 것에 대한 현상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아키: 권태기에 이르는 커플도 그렇습니다. 너무나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나중엔 서로에게 질려서 마음이, 그리움이, 사랑이 약해지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겁니다.


아키: 미나미, 저는 미나미와의 인연이 질리는 것도, 권태기가 오는 것도, 웨스터마크 효과가 생기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아키: 그렇기에 저와 미나미가 살아가는 세상이 서로 다른 것이, 우리에게 있어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키가 제게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그럴듯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딱 맞는 비유와 표현이에요.
지금껏 아키는 바보 캐릭터로 묘사되어 왔는데, 실제로는 바보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이 정도의 비유와 표현력이라면 아키 자신의 솔로곡 작사를 맡겨도 될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사이버펑크물 ‘City Cloture'을 얘기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볼게요.




미나미: 하여튼, 제가 왜 아키와 함께 이 세계관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지 아세요?


미나미: 가장 현실적이고 평화로운 곳이기 때문이죠.


미나미: 강한 이능력도, 새로운 신체도, 모두 저에겐 필요 없어요.


미나미: 제가 바랐던 건 그저 아무런 두려움 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미나미: 저는 그런데, 아키는 어떠신가요?


아키: 저는 미나미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습니다!


아키: 미나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어느 때든 행복하니까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제 태양빛은 창문 너머 제 방 깊이 들어왔고, 날씨도 화창했어요.




아키: 날씨가 좋은 것 같군요.


아키: 미나미, 날씨도 좋은데 밖에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미나미: 외출인가요? 좋습니다.


미나미: 그런데 어디 나갈 곳이 있습니까?


미나미: 요즘 이 세상엔 범지구적으로 코로나라고 하는 전염병이 퍼져서, 밖에 나가는 걸 꺼리는 추세예요.


미나미: 이런 상황에서 어디를 나갈 수가 있겠냐마는...


아키: 그럼, 밖에는 못 나가는 겁니까?


미나미: 굳이 나간다면 가벼운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예요.


미나미: 아키, 마스크 있으신가요?


아키: 스카프는 있습니다만.


미나미: 저의 마스크를 빌려드릴게요. 이걸 꼭 착용하고 나가야 해요.


아키; 감사합니다.


미나미: 아키, 아키의 세계엔 이런 질병 같은 건 없죠?


아키: 그렇습니다. 모두 다 건강하죠.


미나미: 부럽네요. 저도 코로나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미나미: 이놈의 코로나는 대체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아키: 코로나라는 것은 언제부터 유행한 겁니까?


미나미: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키의 세계에 갔을 때에도 코로나는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미나미: 한마디로 작년부터 유행하고 있었던 거죠.


아키: 꽤나 오래되었군요.


미나미: 맞아요.




말하고서는 신발을 신고 아키와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가쿠란이며 스카프며 반바지며, 거기다가 신은 신발이 긴 롱부츠인 것을 보니 지금 아키가 입고 있는 복장은 純情midnight伝設 앨범표지의 그 패션 그대로였어요.
물론 그 복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편하게 오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거리에 나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키: 질병 퍼진 거 맞습니까?


미나미: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굉장히 많이 퍼졌어요.


아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겁니까?


미나미: 그게 바로 이 코로나가 아직도 종식되지 않는 이유죠.


미나미: 종식되려면 사람 많은 곳은 피하라고 보건복지부에서 그렇게 말했건만...


미나미: 아키, 이런 세상으로 오게 해서 미안해요.


아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키: 저도 그렇고, 미나미도 질병에 걸리시지 않을 겁니다. 워낙 개인방역 철저한 집돌이시니까 말입니다.


미나미: ...그거 칭찬인가요?


미나미: 제가 원체 집돌이는 맞아서 반박할 수는 없네요...





대화를 나누며, 개천가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미나미: 아키.


아키: 네, 미나미.


미나미: 제가 사는 이 세계는 어떠신가요?


미나미: 생각하시던 것과 비슷한가요?


아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질병이 있다는 것만 빼면 저의 세계와 크게 다를 것은 없는 것 같군요.


미나미: 뭐, 그렇죠. 사람 사는 세상인데.


미나미: 하지만, 아키가 여기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에게 있어 어제와 오늘의 세상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요.


아키: 그렇습니까?


미나미: 아키,  단지 저 하나를 보기 위해 이렇게 불안한 세상에 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나미: 그리고, 그럼에도 저를 위해 여기 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아키: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미나미!


아키: 미나미가 저를 사랑하는 것 같이 저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키: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오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입니까?


아키: 저는 당신의 변함없는 사랑에 반했습니다. 저야말로 미나미,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미나미: 감사합니다. 정말로...감사합니다, 아키.




미나미: 그건 그렇고, 아키.


아키: 네, 미나미.


미나미: 지금은 여름인데 왜 엔진의 복장을 입고 오신 건가요? 안 더우신가요?


아키: 아, 복장을 바꿀까요?


미나미: 왠지 더워보이시니까 말이죠...


아키: 알겠습니다.




말한 뒤, 아키는 자신의 가슴팍을 탁 치더니, 이윽고 기본 복장인 보라색 후드로 옷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입으니 한결 시원해 보이네요.




계속 걸어가다가, 손이 스친 김에 그때처럼 손을 잡았습니다.




아키: 제 손을 잡는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미나미는.


미나미: 아키의 손은 보드랍고도 듬직하니까요.


미나미: 제 손은 어떤가요? 제 손이 아키에게 의지가 되나요?


아키: 물론입니다. 오히려 뭇 남성들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예쁜 손을 가지고 계시고 계시군요.


미나미: 그런 얘기는 왠지 기쁘네요.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예쁜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예쁘다니.




사실 예쁜 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예전에 영어 학원을 다녔을 때, 많이 들어보았었어요.
그땐 그냥저냥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아키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대화를 나누면서 계속해서 걷고, 걷고, 걷다보니, 징검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이 징검다리로 말할 것 같으면, 제가 이 개천가 산책로를 걸을 때 꼭 건너는 필수요소예요.
그리고 이 다리를 건너서,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미나미: 아키, 이 징검다리, 한번 건너보시겠어요?


아키: 물론입니다.




제가 먼저 징검다리에 발을 딛은 뒤, 아키의 손을 잡아주며 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미나미: 발을 조심하세요, 아키.


아키: 물론입니다. 미나미!




아키는 무척이나 당차게 징검다리를 건너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거지만, 그 건너오는 모습은 마치 블랙 스완 역을 맡은 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 같았어요.




미나미: 잘 건너오시네요, 아키.


아키: 감사합니다. 미나미도 뒤를 조심하십시오. 제 쪽을 보시느라 발을 헛디뎌서 물에 빠지실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다행히 저희 둘 모두 안전하게 돌다리를 건널 수 있었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갔습니다.





아키에게 물었습니다.




미나미: 그러고 보니, 갑자기 그게 떠오르네요.


미나미: 만약 제가 아키처럼 데이터로 이루어진 아이돌이고, 아키가 저처럼 실존인물이었다면,


미나미: 그랬다면 아키는 저를 담당하셨을까요?


아키: 그건 조금 어려운 질문이군요!


아키: 제 성격상 아이돌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기에, 어쩌면 오타쿠들이나 좋아하는 2D아이돌물이라며 멀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나미: 그런가요...


아키: 하지만, 저와 미나미의 인연이 거기서도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당신이 있는 게임에 빠져들게 될 것이고, 거기서 당신을 만나 또 다시 인연을 맺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키: 그리고 미나미가 저를 바라고 원했던 것처럼, 저도 미나미를 바라고 원하게 될 테죠.


아키: 그렇기에, 저희 인연은 영원할 겁니다.




아키가 대답했습니다.
아키가 이렇게 논리적이라니, 지금까지 저와 여러분들께서 알던 아키의 모습은 전부 다 오해일 겁니다.
바보라니, 대체 누가 바보인 겁니까. 이렇게 논리적인 바보가 있을 리 없잖아요.







어느새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이번엔 뭘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에 빠졌죠.
저희 집엔 딱히 뭘 할 만한 것도 없고요.
만약에 제가 아키의 데레스테 세계관에 들어갔다면 차라리 아키를 솔로라이브라도 시킬 텐데, 현실이라 할 게 없네요.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아키가 방에 들어왔습니다.




미나미: 아키, 뭐 하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아키: 미나미, 제 친구.


미나미: 갑자기 왜 그러시죠?


아키: 저를 안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아키가 제게 부탁했고, 저는 아무런 의문도 없이 팔을 벌려 아키를 안아주었습니다.




아키: 에헤헤~


미나미: 어떻습니까, 아키?


아키: 미나미의 품은 편안하군요.


아키: 제 곁에 있어줘서 감사드립니다.


미나미: 저도요. 저의 아이돌이 되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렇게 오랜 시간, 아키는 제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아키: 미나미,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미나미: 뭔데요?


아키: . . .


아키: 키스해주십시오.


미나미: ?!?!




순간 놀랐습니다.
갑자기 키스해달라니, 너무 뜬금없지 않나요...




미나미: 키스는 왜 원하시는 건지 여쭤보고 싶어요.


아키: . . .사실은,


아키: 오늘 저의 세계로 돌아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미나미: 그럼 나중에 돌아가시면 되잖아요.


아키: 데이터의 형상화 유지시간은 12시간을 넘길 수가 없어요.


아키: 그리고, 미나미의 친구가 되었으니, 하나 정도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키: 물론 미나미와 있었던 모든 시간이 저에겐 추억이지만, 더욱 강렬한 기억을 만들고 싶어요.


미나미: 그렇군요. 그런데, 다시 나오지 못한다니, 어째서 그런 거죠?


아키: 그게 저희 세계의 규칙입니다. 게임의 캐릭터는 절대 현실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규칙.


아키: 사실은 미나미가 저희 세계에 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만, 그건 그나마 현실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서 용인되었습니다.


아키: 하지만 이번 일은 경우가 다르죠. 말 그대로 제가 현실에 개입한 거니까요.


아키: 형벌이라면, 다시는 미나미의 세계에 오지 못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미나미도 저희 세계에 들어오지 못하실 거고요.


미나미: 그런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하시고서라도 저에게 오신 거예요?!


아키: 미나미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키: 저를 그렇게도 사랑해주시는 분이 과연 어떤 분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나미를 저희 세계로 초대했던 겁니다.


미나미: 어땠나요? 제가 아키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던가요?


아키: 정말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자신의 담당 아이돌 한 명 한 명을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키: 미나미가 저를 사랑하신 것 같이, 저도 미나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아키: 그렇기에, 그 모든 패널티를 각오하고서라도 미나미의 세계에 오게 된 겁니다.


미나미: 아키...


아키: 그러니 미나미, 저를 받아주십시오.


아키: 비록 오늘이 마지막일지라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라도, 미나미의 세계와 저의 세계가 완전히 분리되어 버린다고 해도.


아키: 받아주신다면, 저는 그렇게 되어도 좋습니다.


미나미: . . .아키,


미나미: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게 무슨 말이죠?


미나미: 어째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미나미: 다시는 못 볼 리가 없잖아요!


미나미: 오늘이 지나면, 아키는 그저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갈 뿐,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미나미: 제 곁에서 사라지실 뿐,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미나미: 아키의 세계와 저의 세계는 분리되지 않아요. 저의 세계를 통해서 아키의 세계가 움직이고, 역으로 아키의 세계를 통해서 저는 즐거움을 얻으니까요.


미나미: 단지 서로 갈 수 없을 뿐, 저희 둘의 세계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세계는 하나라구요.


미나미: 저는 아키에게 감사해요.


미나미: 저를 위한 사랑 때문에, 안 되는 일도 기꺼이 감수해주셨으니까,


미나미: 그때, 그리고 오늘 하루를 저와 함께 해주셨으니까,


미나미: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셨으니까.




말을 마친 뒤, 아키가 바라던 대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아키의 입술에, 저의 입술을 맞추었습니다.
아키도 눈을 감고 저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쪽,






미나미: 어떠신가요?


미나미: 아키가 원하는 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까요?


아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미나미.


아키: 이제 더 이상은 여한이 없어요.


미나미: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그 동안 계속 아키를 안은 채 있고 싶네요.


아키: 저도 그렇습니다. 이대로 미나미에게 안긴 채 있다가 돌아가고 싶습니다.


미나미: 그럼, 계속 이러고 있을까요?


아키: 좋습니다!




저희는 남은 시간을, 서로 끌어안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걸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있다 보니, 어느새 P.M 7:00, 저녁시간이 되었어요.




미나미: 저녁 시간이 다 되었네요. 저녁 드시겠어요?


아키: 그러고 보니 배가 좀 고프군요.


미나미: 그럼 저녁 먹으러 가요.


미나미: 아까 아침엔 아키가 수고해주셨으니, 이번엔 제가 아키를 위해서 요리를 만들어 드릴게요.


아키: 정말이십니까?! 감사드립니다!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제가 할 줄 아는 요리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기껏해야 계란프라이라든가, 아니면 스팸구이라든가, 아니면 인스턴트 식품 조리라든가. 또 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 아키 앞에서 큰소리 친 게 조금 머쓱하긴 합니다.



어쨌든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해 봐야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깨서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계란에 후추나 허브솔트 같은 걸 넣어먹는 게 취향인데, 아키는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냥 넣지 않았어요.





잠시 후, 식사를 완성했습니다.




아키: 잘 먹겠습니다!


미나미: 맛있게 드세요!




냠,




미나미: 맛이 어떤가요?


아키: 음! 맛있군요! 정말로 맛있습니다!


미나미: 맛있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요리를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아키: 걱정하지 마십시오! 굉장히 맛있습니다!




아키는 굉장히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밥 한 공기를 비웠고, 두 공기 째에도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맛있게 잘 드셔주시니까 저도 안심이 되네요.







저녁식사를 끝내고 같이 양치질을 한 뒤, 침대에 앉았습니다.
제 침대 앞에는 굉장히 크진 않아도 나름 사이즈가 있는 TV가 있었죠.




미나미: 아키, TV라도 볼까요?


아키: 좋습니다. 이 시간대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합니까?


미나미: 이때부터 슬슬 재미있어질 타임이기는 하죠.




말한 뒤 TV를 켰습니다.
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장면은 공교롭게도 가수들의 무대였죠.
아이돌이라기보다는 인디나 발라드, 또는 록을 전문으로 부르는 솔로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인가 봐요.




아키: 미나미 세계의 사람들도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군요.


미나미: 맞아요. 저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노래를 부르고, 인기를 얻은 분들이에요.


미나미: 저는 개인적으로, 아키가 저런 사람들처럼 보컬리스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미나미: 아이돌을 하시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솔로 활동도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 의미예요.


아키: 말씀을 들으니 한번 해보고 싶긴 하군요. 솔로 가수라...


미나미: 아키가 솔로 활동을 하게 되면 그 솔로곡의 노랫말은 제가 써드리고 싶네요.


아키: 미나미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미나미: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아키. 정말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음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능, 드라마, 기타 등등 TV에서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한 번씩은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키가 이런 장르들에 한 번씩은 출연해봤으면 좋겠어요.
아이돌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줄도 알아야죠.







그렇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벌써 밤 11시, 모르고 있었는데 TV로 시간을 굉장히 많이 보냈었네요.




아키: 아, 벌써 11시입니다.


미나미: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이제 잠에 들어야겠어요.


아키: 같이 주무시겠습니까?


미나미: 물론이죠.


미나미: 다른 사람이랑 한 침대 위에서 잠드는 건 처음인데 말이죠...




불을 끈 뒤, 이불을 덮었습니다.




아키: 안녕히 주무십시오, 미나미!



미나미: 안녕히 주무세요, 아키.




밤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나누었는데, 막상 이렇게 있으니 잠이 안 오네요.
아키가 해준 말이 걸리기도 했고, 막상 생각해보니 오늘 아키에게 뭔가를 잘 해준 기억도 나지 않으니까요.




미나미: 아키.


아키: 네?


미나미: 주무시나요?


아키: 아니요. 잠이 오질 않습니다. 원래 잠을 잘 안 자는 체질이라 그런가.




하긴 데레스테에서는 아이돌들이 진짜로 잠드는 일 같은 건 없을 테니까요.
타입에 따라 침대에서 정말 잠드는 아이돌들이 있긴 하지만, 아키는 그런 유형이 아니에요.





한참 있다가, 아키가 말했습니다.




아키: 미나미.


미나미: 네.


아키: . . .


아키: 오늘 하루,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아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주시겠습니까?




아키의 요청에, 저는 팔을 벌리고 아키를 끌어안았습니다.




아키: 미나미의 품은 언제나 따뜻하군요.


아키: 미나미,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미나미: 뭔데요?


아키: . . .


아키: 제가 없어도, 행복하시겠습니까?


미나미: 아키, 그대가 제 행복입니다.


아키: . .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미나미: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


아키: 이제...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뒤로 하고, 아키는 제 품에서 빠져나와 침대 밖에서 일어섰습니다.




미나미: 정말로, 가시는 건가요?


아키: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아키: 미나미, 저의 프로듀서님.


아키: . . .


아키: 즐거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키: 이 기억, 평생토록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아키가 떠나가기 전에, 붙잡아 끌어안고,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었습니다.




미나미: 네, 안녕히 가세요, my captain.


미나미: 오늘 아키를 만나 느낀 이 기쁨과 여운, 한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말을 맺기도 전에 아키는 웃으며 다시 몸이 분해되고 데이터화 되어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갔고, 저는 기절하듯이 다시 잠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눈을 떠보니, 다시 아침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몇 시지...?”


“. . .”


“ 7시 50분...일찍 일어났네.”




평소의 습관대로 쥬얼과 출석보상을 얻기 위해 데레스테를 켰습니다.
로딩창과 1컷 만화, 그리고 소문이 흘러간 뒤 선물을 받기 위해 우체통을 누르려는데, 배경화면에 카린이 있었어요.
문득 아키가 생각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룸의 자리를 재정비한 뒤 센터에 다시 아키를 배치했습니다.



그때, 한 경쾌한 목소리가 제 귀에 들리기 시작했어요.




“감사드립니다, 프로듀서님! 저의 자리를 되찾아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 목소리...분명 아키의 목소리겠죠.




"저야말로, 아키,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제겐 영광입니다."




이제 비록 서로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리움이라는 마음 속 인력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고마워요,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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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았습니다. 아키도령 P돌물 커플링 스토리.
앞으로도 열심히 간바리마스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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