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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애니 기념축전 『Acid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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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5, 2020 06:16에 작성됨.

평소와 같은 나날. 언제나 당하고만 사는 나에게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놀랍다의 수준을 넘어선 그 무언가. 말하자면 꿈과 같은 소식. 이건 꿈이겠지, 분명히 꿈일거야. 이게 진짜로 일어날 리 없잖아. 그래, 이건 한 여름 밤의 꿈이다. 누구라도 꿈꿨을,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소원. 별똥별에나 빌만한 허무맹랑한 꿈.


「뭐하세요, 프로듀서 씨? 얼굴, 완전 엉망이라구요?」


꿈이 아닌건가. 내 앞에는 귀여움 그 자체인 담당 아이돌이 눈을 깜빡이며 서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이건 아마 꿈일거야. 그래, 누군가가 파 놓은 함정일거다.


「프로듀서 씨? 괜찮으세요?」


대답이 없는 것이 이상했는지 내 앞에 섰던 소녀는 나에게 이마를 마주쳐왔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는 이런 미래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내 앞에 귀여운 담당 아이돌이 얼굴을 보며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오는 미래. 불가능한 미래. 오직 단편화된 조각들로만 이루어진 만남만이 있었던 그녀와 나의 조우. 그래, 이건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시, 시즈카 쨩! 프로듀서 씨가 어디 아프신 것 같아!」


「프로듀서 씨가?」


「응! 내 얼굴을 보시더니 갑자기 울고 계셔!」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미라이...」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 아이들의 두런거리는 목소리. 어째선지 흐릿한 눈으로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았다. 사이드 포니테일이 귀여운 미라이가 보인다.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시즈카도 보인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들과 나는 꿈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여기 있는걸까. 어째선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주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기를 바란다.


「안녕~!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어, 뭐야뭐야? 무슨 이야기 중?」


세 명의 공간에 한 명이 추가된다. 이번엔 날개카락이 잘 어울리는 츠바사다. 금방이라도 승천할 것 같은 천사같은 아이. 이 꿈을 깨 버리고 사라져버릴 것같은 아이.


「안녕, 츠바사. 별 일은 아니고, 미라이가 또 프로듀서 씨한테 무언가 잘못한 모양이야.」


「에, 또~?」


「또, 또라니?!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거든?!」


「뭔가를 할 예정은 있었던거야?」


「그건 아니지만~!」


소녀들의 꺄아꺄아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헛 것은 아니겠지. 그래, 내 앞에 분명히 세 명의 소녀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파편화된 스토리가 아니다. 귀여운 아이들의 일상 대화다. 이상하다. 꿈이라면 깨야 하는데. 


「저기, 프로듀서 씨? 괜찮으세요?」


「프로듀서, 진짜로 울고 있는거야?」


시즈카와 츠바사가 나에게로 다가와 묻는다. 그래, 이건 꿈이 아니다. 겨우 깨달은 나는 그저 운다. 아니, 그렇게 슬픈 눈으로 보지 않아도 돼. 나는 그저 감동했을 뿐이야. 이 아이들을 롱 테이크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을 뿐이다. 길고 긴 터널의 끝에서 맞이한 하얀 눈송이에 행복할 뿐이다. 다 잊어버린 생일 같다. 짓궂은 아이가 정교하게 꾸민 깜짝 생일파티같다.


「저기, 프로듀서? 괜찮... 꺄앗?!」


츠바사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괜찮냐고, 정말로 괜찮냐고. 그래, 나는 괜찮다. 하지만 어째선지 멈추질 않는다. 감정의 폭발. 나는 결국 울며 츠바사를 껴안았다. 츠바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의 품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츠바사의 머리를 울고 웃으며 마구마구 쓰다듬어주었다. 몇 번이고 쓰다듬어주었다. 지금까지 못한 만큼, 또 앞으로 더 열심히 칭찬해주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쓰다듬어주었다.


「프, 프로듀서?! 대체 무슨 일이야?!」


「부우, 치사해에... 프로듀서 씨! 저도 쓰다듬어주세요! 츠바사 쨩만 해주고 치사해요!」


「잠깐, 미라이?!」


그런 츠바사가 부러웠는지 미라이답게 다가와 쓰다듬을 요구하는 미라이. 그래, 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이 때를 기다려왔으니까. 미라이뿐만 아니라 모두를 만나길 소원해 왔으니까. 이것이 내가 바라던 미래이니까. 바라마지 않던 미래.


「헤헤, 괜찮죠?」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그토록 가지고 싶던 미래가 있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것 같은 그 곳에 있다. 나는 그래서 그 미래를 꽉 안고 놓지 않았다. 나의 미래, 하나뿐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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