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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뿌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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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6, 2020 02:09에 작성됨.

"......"


다른 아이들은 전부 꿈나라로 갈 시간쯤, 한 소녀는 자정이 다 되어가는 깊은 밤에 잠에 들지도 않고 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들은 이미 도시의 지독한 빛과 공장의 하얀 매연에 가려서 이미 구시대의 전설이 된 지 오래였지만, 하늘의 달 하나만은 똑똑히 보이는 그런 하늘.


소녀는, 달을 바라보며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언뜻 보면 화살표같이 생긴 플라스틱 통의 뾰족한 끄트머리는 빨간색으로 되어있었다. 원통의 한복판에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반댓쪽 끄트머리에는 의자에 달린 발 처럼 네 발이 달려있었다.


소녀는 잠도 안 자고 로켓 장난감을 꽉 쥔 채 손을 달 위로 향하며 로켓을 몇번이고 달 위에 착륙시켰다. 자신이 저 투명한 창문 안에 들어가 있는 생각을 하면서. 투명한 창문 속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는 생각을 하면서.


그 소녀는, 어느덧 다 컸다. 


"준비는 다 됐어?"


"네."


한 건장한 남성과 머리칼을 두 갈래로 묶은 소녀가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우주복이란 물건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멋지지도 않은 물건이었다.


"여기는 본부. 통신상태 확인 바란다."


"여기는 P. 통신상태는 양호하다."


"여기는 레이카. 통신은 잘 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우주복은 지금 그녀의 생명을 지켜줄 가장 우선적인 보호장치였다.


"통신상태 점검 완료. 지금부터 발사 카운트에 들어가겠다."


"...긴장돼?"


"하핫. 전 어릴때부터 이 순간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걸요."


"10, 9, 8..."


모두가 긴장감에 숨을 죽이고 있을 적, 레이카는 우주선 안의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있었던 숙소는 이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졌고, 근처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대한 붉은색 지지대 뿐이었다.


"3, 2, 1. 발사."


"발사!"


"발사!"


발사. 그 짧은 단어와 함께 로켓은 불을 뿜었다. 온 세상에서 추출된 연료와 함께 로켓은 성공적으로 지구를 벗어났다. 레이카가 훈련에서 몇 번이고 경험했던 순간적으로 눈 앞이 검어지고 숨을 쉴 수 없는 순간이 지나고 난 뒤 눈을 뜨자 푸른색 하늘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성공했다!"


"해냈어!!!"


"우와아아아!!!"


통신 장비 너머로는 본부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레이카는 다시한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달이 유난히 더 크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테지. 레이카가 처음 가본 우주에서 바라본 달은 어릴 때의 그 순간과도 같이 너무나도 빛이 났다.


레이카는 다시 한번 자신의 임무를 떠올린다. 이번 임무는 달에 착륙해서 그 위를 탐사하는 것이었다. 레이카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생각해오던 그 달에 그녀의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잠깐. 레이카. 뭔가가 여기 접근하는 것 같은데?"


"네?"


"본부. 무엇인가가 접근하고 있다."


"확인했다. 접근하는 물체의 정체를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서 보고하겠다."


본부가 접근하는 물체의 정체를 알아내서 보고한다고 대답은 했지만, 본부의 대답을 듣기 전에 레이카는 그 물체의 정체를 알아냈다. 아니, 알아버리고 말았다. 비극적이게도.


우주선에 접근하는 물체는 매우 작은 소행성이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매우 작은, 하지만 우주선 하나를 박살내버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크기의 소행성이었다.


"소행성이에요!"


"본부! 소행성이다! 소행성이 접근하고 있다!"


"충돌하지 않게 최대한 빨리 우주선의 궤도를 틀어라!"


"매우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궤도를 틀기 전에 충돌할 것 같...!"


소행성은 우주선이 궤도를 틀 시간을 주지 않고 그대로 우주선에 충돌해버렸다. 우주선은 폭주를 막아줄 공기의 저항도 없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천천히 달에 접근하던 비행 궤도를 급히 달에 추락하는 궤도로 바꿔버렸다.


"소행성이 충돌했다! 반복한다! 본부! 소행성이 충돌했..."


긴박한 통신과 경고음 속에서 레이카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레이카가 눈을 떴을 땐 달 위에 있었다. 자신이 믿고 함께했던 동료는 우주선 안의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우주선 안의 경고음은 달에 추락한 뒤로도 계속 울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우주선의 경고음을 넘어선 내면의 경고음을 들은 레이카는 바로 우주선 밖으로 탈출했다.


그리고 레이카가 우주선을 나가자마자 우주선은 그대로 폭발했다.


"우윽..."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는 상황에서 폭발에 휘말린 레이카의 우주복은 대부분의 기능이 손실되어 버렸다. 산소 탱크엔 흠집이 나는 바람에 모든 산소가 유실되었고, 달의 거친 바닥 위에 구르는 바람에 레이카를 보호해줄 우주복의 견고한 표면은 이미 종잇짝처럼 찢어져버렸다. 망가지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바로 통신 장비였다.


"본부. 들리나요?"


레이카는, 지구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건넸다.


"레이카? 레이카!? 통신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통신장비 너머로 긴박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레이카는 자신이 서 있던 땅은 커녕 별조차도 너무나도 작게 보였지만, 그럼에도 달은 너무나도 밝은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이 바라보던 모습 그대로.


"우주선은 완전히 폭발해서 전 이제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어요. 저와 함께 있던 동료는 그 폭발에 같이 휘말려서 어디 간 지도 알 수 없어요. 우주복에는 더이상 산소도 없어요. 하지만, 전 이제 무섭지 않아요."


본부에서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몇몇 대원은 더이상 그 참혹한 광경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아직까지 레이카의 통신을 듣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초인적인 정신력과 고결한 희생을 그저 듣고만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이번 임무는 달을 탐사하는 거였죠. 본부. 탐사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전 달 위에 착륙했고, 달 위를 딛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쉬는 숨도... 달 위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레이카의 마지막에 대한 경의를 나타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생체 신호가 끊길 때까지 레이카의 말을 듣고만 있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여러분, 다들 안녕히 계세요. 만약 여러분이 제 말을 듣고 있다면, 모두에게 제 임무는 성공적이었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이 곳에 저로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모두에게 제 이름을 전해주세요."


전 키타카미 레이카라고요.


그 마지막 말 이후로, 더이상 달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는 없었다. 단지, 산소가 부족하다는 우주복의 경고음이 전파를 탄 채 본부에 있는 계기판 너머로 계속 흘러갈 뿐이었다.



......




"흐아아아아아아앙..."


"저, 메구미? 이제 다 끝났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치만, 훌쩍, 흑, 너무 슬픈걸... 흑... 우와아아아앙..."


"하하핫! 폭팔듀서씨! 제 연기력 어땠어요!?"


"연기야 말할 것도 없지만... 폭팔듀서는 좀 너무한 것 같은데..."


"사망듀서라고 하려고 했지만 그건 좀 너무한 것 같아서 바꾼 거라구요! 뿌뿌!"


음. 나와 레이카 둘이서 찍은 단막극의 시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야 대사도 별로 없고 얼굴도 안나오다가 폭사하는 병풍 역할이었지만... 레이카의 제안으로 시작한 거였기에 어느정도 당연히 감안한 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팔듀서라고 할 것까진 없잖아.


아무튼 레이카의 열연에 힘입어서 단막극은 대중의 격렬한 호응을 얻었고, 시어터 멤버들끼리 모여서 한 자리에서 레이카는 이 영광을 공식적으로 폭팔듀서씨와 핏군에게 돌린다고 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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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카로 이런 글이 갑자기 쓰고 싶었어요. 뿌뿌카스러운 글. 뿌뿌카는 살때도 늘 뿌뿌카로서 살고 죽을 때도 뿌뿌카로서 죽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글 내용이 너무 찜찜해서 엔딩을 쓰던 중간에 극중극이란 내용으로 바꿔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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