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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프라디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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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9, 2020 21:09에 작성됨.

P: "예이~ 오늘도 시작했습니다 즐거운 프프라디오!
좋아하는 공포 영화... 엥? 음, 공포 영화는 장화 홍련. P입니다..
뭐야 이 분위기, 질문도 무섭고 분위기도 다운돼있는데요."


프레데리카: "좋아하는 공포 영화는 더 씽(1982), 프레데리카야.
사전 예고했었는데 못 들었어?"


P: "무슨 예고?"


프레데리카: "여름이고 더우니까 오늘 라디오는 공포 특집으로 전환되었어."


P: "처음 듣는데요 그런 특집!?
그래서 불은 안 켜고 촛불만 켜고 있었구나 어쩐지 어둡더라니.
프레짱 무서운 거 싫어하는데 괜찮아?"


프레데리카: "자기 걱정이나 하시지그래.
이 특집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니 참고해 주세요.
공포 특집인 만큼 시청자 여러분들의 아는 괴담 혹은

직접 겪었던 오싹한 일들을 보내주세요.
뭐, 요약하자면 괴담을 듣고 리액션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P: "홍보와 요약 고마워 프레짱.
근데! 나는 이런 거 싫단 말이야 가뜩이나 여름이어서 가위눌리는 판인데!"


프레데리카: "그건 프로듀서의 빈약한 정신력을 탓해주세요. 그럼 먼저 읽을게."


'이건 괴담이라기보단 신기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저는 빌라에서 혼자 사는 자취생입니다.
조금 낡은 분위기에 소음공해도 심하지만 가격이 싸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를 온 지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만 어떻게든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들도 친절하고 특히 제 옆집은 같은 동년배여서 말이 잘 통하더군요.
일이 벌어지게 된 건 약 1년 전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취직을 하게 돼서 친구를 초대해 같이 술을 먹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눈치 있게 초콜릿 술을 사주더군요. (그날이 발렌타인데이였습니다)
얼큰하게 마신 다음 친구를 돌려보내자 갑자기 쓸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아, 취직도 하고 좋은 친구도 있는데 정작 초콜릿 하나 이성에게 못 받는구나.
그래서 조용히 혼잣말로 초콜릿 받고 싶다 말하며 잠든 기억이 납니다.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일어난 저는 물을 마시며 현관문을 열어나가던 참이었습니다.
발을 딛자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저는 발밑을 살펴봤습니다.
그곳엔 찌그러진 빨간 상자가 떡하니 문 앞에 있지 뭡니까.
택배도 아니고 편지도 끼워지지 않은 상자.
상자를 열어보니 무슨 글씨가 적혀져 있는 초콜릿이 있었지만
밟아서 조각이 나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옆집에서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아마 제가 낸 소리 때문이겠죠.


『아, 안녕. 어젠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지?』


『괜찮아. 그런 소리 우리 빌라 근처에서 많이 들어봐서 익숙해.
근데 그건 무슨 상자야?』


『나도 모르겠어. 열어보니까 초콜릿으로 가득이야 이상하지?』


『네 현관 앞에 있으니까 네 거겠네.
좋겠네, 어제 취직한 것도 이어서 초콜릿까지 받고 말이야.』


『하하, 그런가? 그럼 보내준 사람에게 감사하며 먹어야겠네.
음! 맛있어 안에 딸기잼이 들어있네?
남은 건 냉장고에 넣어놓고 아껴먹어야겠다.』


『맛있어서 좋겠네 근데 너 이제 출근해야 하지 않아?』


『아, 맞다! 이제 직장 다니지?!』


저는 상자를 냉장고에 대충 쑤셔 넣고 세수를 한 다음 서둘러 나갔습니다.
문득 A(옆집 애입니다)가 한 말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어제 술판을 벌인 이유는 제 친구와 저만 아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뭐, 빌라가 워낙 낡았고 우리들은 술에 취해 톤이 높아져있었으니
들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 초콜릿을 받고 난 뒤에도 기념일이나 생일이 되면
항상 제 문 앞에는 빨간 상자가 놓여있습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분 나쁘다고 하네요.
저는 기분 나쁘다기보단 신기해서 그냥 즐기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괴담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프레데리카: "음... 이것 참 눈치가 없으면 이렇게 받아들이는구나.
거기 귀막고 있는 프로듀서, 그렇게 무서운것도 아니잖아."


P: "분명 A가 범인이야! 세상에... 어떻게 저런 스토커랑 한 빌라에서...
사연을 보내신 분 이사하세요 가능하면 빨리!!"


프레데리카: "진정해, 꾸며낸 이야기일수도 있으니까.
추천곡은 사일런트 힐2의 True, 곡도 분위기 있죠?
스토커는 무섭네 차라리 저렇게 눈치 없는게 행운일지도 몰라."


P: "나한테는 스토커가 없어서 다행이야.
나는 저런 집착을 견딜수 없어서 도망만 다닐걸?"


프레데리카: "프로듀서한테 스토커가 없다고..? 진심이야?"


P: "당한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왱?"


프레데리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게 속 편하겠다."


P: "?? 다음은 내가 읽을 차례. 아, 하기 싫은데."


'들어줘... 지금 막 전에 자주 놀았는데 이사한 뒤로
그다지 연락을 안 했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더라.
반가워서 받았더니 그 애가 대뜸 "야, 지금 혼자야? 여자 목소리가 나는데.."라고 말했어.
나는 물론 혼자 살고 있고, 여자를 데려온 적도 없어. 어떡해, 집에 뭔가 있을지도 몰라.
무서워서 못자겠어'


P: "흐아아아... 귀신, 이거 분명 집에 귀신들린거야.."


프레데리카: "귀신일리가 없잖아. 친구가 범인이네."


P: "친구? 에이, 헛다리 집었다 프레짱."


프레데리카: "프로듀서는 전화를 걸면 바로 밖에 소리가 들려?"


P: "아니? 그건 불가능하지 시간이 지나면 들리겠지만서도."


프레데리카: "근데 친구란 놈이 전화를 걸자마자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고했잖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P: ".....아. 아!"


프레데리카: "그래. 프로듀서가 생각한 그게 정답이야.
뭐랄까 이번엔 친구가 스토커네요."


P: "히에... 뭐야, 오늘 무슨 스토커 특집인거야?
그만둬, 내 정신력은 이제 0이라고!"


프레데리카: "다음이 마지막 메일이니까 좀 버텨봐."


'당시 젊은 여성 잡지에서 독자 모델을 하고 있던 사촌 자매.
얼굴도 예쁘고 어렸을 적부터 발레를 배워서 몸가짐도 화사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사촌 자매한테도 고민이 있었다. 고등하고 시절 사귀던 전 남친이었다.
그의 바람둥이 기질에 진저리가 나서 헤어졌는데,
최근에 끈질기게 다시 시작하자고 졸라오는 것이다.
점점 그의 행동은 심해졌다. 날이면 날마다 전화가 많아지고 문자도 이어졌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몰두하는 녀석이었어.
한번 이거다 결정하면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


그날도 일을 마치고 나오니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역시 그였다.
지쳐 있던 사촌 자매는 불쾌한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난데. 저기, 지금부터 만나지 않으래? 역 앞에 있는데 만나자. 응?』


『미안.. 일 때문에 지쳤는데다 내일도 바빠. 미안하지만 이제 돌아갈 거야.』


『괜찮잖아, 잠깐 정도야. 그렇게 시간 뺏지 않을게. 조금만, 잠깐 호텔에 가는 것뿐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있지, 이미 우리 헤어졌잖아. 아무 상관도 없어.
그러니 이제 전화도 문자도 하지 마.』


『다시 시작하자. 나 역시 네가 아니면 안 돼. 응? 부탁할게. 얘기만이라도 들어줘. 응? 응?』


『아, 진짜! 시끄러워!』


잠시 옥신각신한 후 사촌 자매는 전화를 끊었다.

그날은 그한테서 더 이상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주 후, 그날은 오랜만에 휴일이라 친구들이랑 모임을 할 예정이었다.
고급스러운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해서 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차고로 들어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시동을 건 순간,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제작한테서 급한 전화가 걸려온 건지도 모른다. 사촌 자매는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다.
상대는 몇 초 침묵한 후, 오랜만이야라고 말했다. 그였다.


『이제 걸지 말라고 했잖아』


『저기 말이야, 오늘 모임 가지 말아 줄래?』


『뭐, 모임이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


『좋아하니까. 너에 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있어. 오늘은 나가지 말아 줄래?』


손목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늦을 것이다.
짜증이 나서 핸들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렸다.


『진짜로 그만해줄래? 게다가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난 지금부터 나갈 거야.』


『나가지 말아 줘. 나가면 불행해질 거야. 그래도 좋아?』


『불행이 뭐니, 그딴 소리 집어치워!』


그는 입을 딱 다물었다.
사촌 자매는 코웃음을 치더니 전화를 끊고 차고에서 나가려고 했다.


으드드드드드득!


무언가를 밟고 지나간 듯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무, 뭐야..』


사촌 자매는 황급히 차에서 내리더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차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거기에는 몸이 짓뭉개져서 피를 흘리는 그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러, 말했,잖아.』


사촌 자매는 괴로운 듯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그 자식... 내 차 밑에서 전화했던 거였어.'


프레데리카: "이걸 들으신 시청자분들은 건전한 사랑을 하길 바랍니다.
상상이든 현실에서든 말이죠."


P: "....."


프레데리카: "프로듀서가 결국엔 정신을 놓아버렸군요.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처음 선보인 공포 특집 프프라디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는 프로듀서의 정신력을 높이고 올테니 기대해 주세요."


P: "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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