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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loture)4.이 세상 왜 이래

댓글: 2 / 조회: 757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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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20 20:09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츠미입니다.
오늘도 2109년에 어서 오세요!







시간도 지났지만 여전히 날씨는 덥습니다.
이것은 여름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겠죠.



지금 막 저는 마오랑 후미하루와 함께 학교에 도착했어요.
생체칩으로 출석 체크를 한 뒤,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는데 정말 언제나의 교실이에요.
그야말로 상류층 엘로이들의 전당이네요.



조금 씁쓸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상류층만 올 수 있는 학교입니다.
중류층이라고 해도 어지간히 부유하지 않으면 올 수 없고, 하류층이나 빈민층은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학교 주변에 있는 인공지능 CCTV가 사람의 신원을 재빨리 파악해낸 뒤 학교경찰들을 불러내 출입을 막거든요.


그럼 부득이하게 그 앞을 지나가야 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 주변으로 빙 돌아서 갑니다. 조금 비효율적인 방식이죠.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이 세상의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계층이 높을수록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지는 반면 계층이 낮을수록 갈 수 있는 곳이 극히 제한되거든요.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는 대체 어떤 집안이기에 이 학교에 있을 수 있는 거냐고요?
일단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정부 산하 컴퓨터공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이셨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컴퓨터공학 기술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컴퓨터공학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우해주죠. 저희 할아버지도 그런 일을 하셨고, 제가 태어나기 4년 전엔 ‘아카모리’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군사로봇들의 프로그램 속에 무선으로 정보 데이터를 넣는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그게 뭐가 어렵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로봇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 까닭입니다. 지금 거리에는 군사로봇들 말고도 민간인 안드로이드도 존재하잖아요? 그 속에서 군사로봇들의 AI만 골라내서 전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많은 사람과 로봇들이 섞여 북적거리는 길거리에서, 군사로봇들의 AI에만 정보데이터를 집어넣는 큰일을 성공시키신 겁니다. 국가에서는 그 공로를 높이 치하해 저희 할아버지에게 훈장과 상금을 두둑히 주었고, 그 명예를 바탕으로 저희는 중류층 중에서도 부유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집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엄마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이십니다.
이 세상에서 3대 유흥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전자음악&전자마약&게임입니다. 그 3가지는 계층을 불문하고 굉장히 많은 수익을 내고 있죠. 그런 만큼 돈도 많이 벌 수 있어요.


요즘 유명한 미연시 게임 중에 ‘뚝딱뚝딱 공예부’ 라고 있는데, 그 일러를 그린 사람이 바로 저희 어머니이십니다. 저도 그 게임을 해봤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취향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쪽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게시니까 인기가 많은 거겠죠.
그 게임이 대박을 침으로서 저희 어머니도 많은 수익을 얻으셨고, 저희 집은 사실상 상류층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어요.


부모님의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저는 비교적 편한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그럼 저는 뭐가 되고 싶냐고요?
예전엔 약사가 되고 싶었어요. 질병에 맞는 약을 제조해줘서 아픈 것을 낫게 하는 게 좋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약사들 몇몇이 전자마약 생산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꿈을 접었어요.
나중에 약사가 되었는데 전자마약에 대한 유혹이 생기면 왠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겨낼 자신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러네요. 저는 그 이후로 딱히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무력하고 꿈이 없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가 벌써 가물가물해요.
약사가 되고 싶단 생각을 접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어떤 일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런 꿈도, 희망 같은 것도, 제게는 없습니다.



아, 학교 얘기하다가 채신머리없이 말이 딴 데로 새었네요.
여하튼 저는 그런 학교에 다니고 있고, 또 그런 학교에 다닐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집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딱히 제 자랑하려고 드린 말씀은 아니었는데...허허허.






학교가 끝나고, 오늘도 마오와 후미하루랑 함께 시내로 놀러갔습니다.
데비리너스에서 슴가케익과 주스들을 주문한 뒤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하던 생각에 다시 잠겼어요.




마오: 아츠미?


아츠미: 아? 응. 마오.


마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는 거야?


아츠미: . . .


아츠미: 나중에 난 무슨 일을 하는 게 좋으려나?


아츠미: 우리 할아버지는 컴퓨터공학자고, 우리 엄마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시지.


후미하루: 아 진짜? 완전 로열패밀리네, 아츠밍!


아츠미: 부모님은 그런데, 그럼 나는 뭘 하면 좋을까?


아츠미: 너네가 보기에 나는 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마오: 아무리 봐도 마사지사. 아니면 등산 잘하니까 등산카페 회장.


아츠미: 좀 진지하게 대답해주면 안 되겠니?


후미하루: 너는 뭘 하고 싶어?


아츠미: 그걸 모르니까 묻고 있지.


마오: 아니면, 예전에 네가 꿈꿨다는 약사를 해.


아츠미: 약사? 옛날의 그 사건 잊어버린 거야?


마오: 물론 기억하지. 네가 꿈을 포기해버린 그 사건 말이지?


아츠미: 맞아. 그거.


마오: 근데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여.


아츠미: 무슨 뜻이야?


마오: 네가 전자마약이랑 연이 없으면 되는 거잖아. 모든 약사가 전자마약의 유혹을 받는 것도 아니고.


마오: 전자마약의 유혹을 받았다는 약사들은 예전부터 부패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었어.


후미하루: 그들은 한순간의 유혹에 져버린 게 아니라 원래 그러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것뿐이야.


마오: 맞아. 근데 넌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계속해서 약사의 꿈을 가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츠미: 그런 건가...


아츠미: 그럼 다시 약사를 지망해볼까?


마오: 내 생각에도 그 쪽이 나은 것 같아.


후미하루: 아츠밍은 평소에 화학 같은 과목에 두각을 잘 나타내니까 말이지.


아츠미: 오케이. 알겠어. 다시 약사를 생각해볼게.




역시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런 고민도 상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네요.




잠시 후 포동포동한 슴가케익과 주스가 나왔고, 맛있게 먹었어요.
먹으면서 마오와 후미하루에게 물었습니다.




아츠미: 나는 그런데, 너희는 뭐가 되고 싶어?


후미하루: 그러네. 난 로봇의사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


후미하루: 로봇이 고장나면 고쳐주는 사람들 있잖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아츠미: 좋은 일이지. 그런데 그건 왜?


후미하루: 우리 삼촌이 그런 일을 하시니까 말이지.


아츠미: 네 삼촌? 지난번에 시내에 빈민촌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는 그 분?


후미하루: 맞아. 그 분.


아츠미: 그럼 마오는 뭐가 되고 싶어?


마오: 글쎄, 난 데이터 탐정이 되고 싶어.


아츠미: 데이터 탐정?


마오: 어떤 기업이나 국가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을 때, 보수를 받고 데이터 경로를 추적하는 일을 하는 거야.


아츠미: 한마디로 합법적 해커 같은 거네.


후미하루: 해커는 원래 합법이야. 크래커가 불법인 거지.


아츠미: 그...그런 건가...




아츠미: 다들 꿈이 있었네. 나만 없었던 걸까.


아츠미: 꿈을 너무 늦게 가진 것 같아서 좀 그래.


마오: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안 그래?


후미하루: 야, 근데, 이 자리에서 나누기엔 너무 무거운 주제인 것 같은데.


마오: 하긴 그러네. 이거나 맛있게 먹자.




그렇게 저희는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슴가케익과 주스를 음미했어요.






다 먹고 난 뒤, 저희는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후미하루: 이제 어디 가볼까?


아츠미: 게임할래?


마오: 좋지. 나도 요즘에 새로 시작한 게임이 있으니까.




해서 저희는 시내의 게임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은 마오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창에 로그인했습니다.




후미하루: ‘리그워치’?


마오: 응. 요즘에 새로 시작했어. ‘데이버’로 해서 현재 레벨을 30까지 올렸어.


마오: 여기서 20 레벨을 더 올려버릴 거야.


아츠미: 20씩이나? 빡겜할 건가봐?


마오: 할 수 있을 때 해놓아야지.


아츠미: 그럼 같이 해도 돼? 나도 ‘리그워치’ 하거든.


마오: 그래? 어떤 캐릭터로 플레이해?


아츠미: 나는 뭐, ‘윈터프리즈’로 하곤 하지.


마오: 윈터프리즈라~내 취향은 아니더라. 조금 어려워서 말이야.


아츠미: 익숙해지면 할만 해.


마오: 그럼 아츠미, 게임 켜고 들어와. 한판 해 보자.


마오의 제안에, 저도 바로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한 뒤 마오가 만든 필드에 들어왔습니다.


마오: 아츠미, 1vs1 배틀로 한 번 해보자!


아츠미: 좋지! 다른 사람 끼는 것보단 이런 쪽이 더 좋아.


후미하루: 둘 다 파이팅!




20초의 대기 시간이 지나고,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츠미: 들어와, 마오!


마오: 간다! 아츠미라고 봐주진 않아!


아츠미: 그래야지! 타카기의 명예를 걸었네 완전!




마오의 성인 타카기의 명예를 걸었다는 것은 이 세상의 관습적인 표현이에요.
성은 곧 가족을 나타내므로, 가족을 걸고 나온 사람, 즉 그만큼 전력으로 나오는 사람을 의미하죠.
마오가 이렇게까지 패기 있게 나오는 건 처음 보는데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도 정말 빡세게 들어왔습니다.
제가 윈터프리즈로 쌓은 레벨이 100에 육박하는데 그 격차를 그냥 씹어먹을 만큼 저돌적이에요.
저도 최선을 다해 대치했지만 마오의 저돌적인 공격 방식과 소환 미니언의 탑 공략이 현란해서 정신을 못 차릴 뻔했고, 결국 졌습니다.




아츠미: 이야~마오 너 엄청 잘 한다!


마오: 이겼네! 네가 레벨이 높다 보니까 나한테 주어지는 경험치도 엄청 많아!


마오: 일반적으로 비슷한 랭크에서 싸우면 3000PT 정도 주는데 아츠미를 이기니까 13500PT!


마오: 벌써 레벨이 40까지 올라갔어!


마오: 그러니까 아츠미! 나랑 한 번만 더 해줘!


아츠미: 내가 네 경험치 셔틀이냐?!


아츠미: 좋아. 한 번 더 해보자! 이번엔 꼭 이길 거야!




다시 한 번 맞붙었습니다.
이번엔 아까처럼 방심하지 않을 거라고요!


문제는 방심을 안 했는데도 졌다는 겁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에요. 마오가 너무 잘 하는 탓이라구요!


결국엔 패색이 너무 짙은 나머지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항복을 선언해버렸습니다.




아츠미: 항복, 포기.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마오: 오~케이! 경험치 고마워, 아츠미!


후미하루: 마오 너 이 게임 굉장히 잘 하는구나?!


마오: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


후미하루: 너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도 좋을 것 같아!


마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야.


아츠미: 솔직히 말해봐, 너 이거 부계지? 본계 따로 있지?


마오: 본계 맞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니까?


아츠미: 솔직히 뉴비의 실력이라기엔 넌 너무 잘 해서...






저희 둘의 대전을 마치고, 이제 후미하루의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미하루의 게임이라고는 해도 저희처럼 컴퓨터 게임을 한 게 아니라 VR 게임이에요.
그것조차도 게임이라기보다는 체험에 가깝지만 말이에요.



후미하루는 깊은 바다 속에 빠졌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인색한 인어인 지혜가 쌓아둔 보물들이’ 펼쳐져있었죠.




후미하루: 우와! 저걸 봐! 고래다!!!


후미하루: 저건 또 뭐야?! 엄청 멋져!!!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저 산호초들에게 팔을 뻗지만 닿진 않았어요.
하지만 후미하루에겐 모든 게 손끝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 거예요.



예전에 바다와 물고기들은 후쿠이 아쿠아리움에서 봤을 텐데도 왜 저리도 놀라워하냐고요?
수많은 물고기들의 낙원인 후쿠이 아쿠아리움에서조차도 산호초는 없었어요. 더욱이 고래도 없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게 정말로 신기할 거예요.



그리고 이 자연의 모습이라는 것은 언제 봐도 정말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기계로 이루어지고, 기계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연의 섭리란 그저 잠자코 빛을 내며 멀리 서있을 뿐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놀라운 거예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자연주의적 사상이 전국적으로 대두하며 산과 들, 그리고 여러 곳으로 가시게 된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갔는데 자연의 섭리는 하나도 안 변해서.






후미하루의 VR게임까지 모두 끝내고, 저희는 게임장을 벗어나 시내 거리로 다시 나왔습니다.
공기가 정말로 상쾌하네요! 게임장은, 솔직히 말해서 조금 눅눅한 냄새가 진동했었는데.
공기청정기 같은 거 놓을 수는 없었던 걸까 싶네요. 그리고 거기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사람들은 후각이 마비된 건가 싶고요.




저희 게임장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5시 반을 막 넘은 때였어요.시내 거리를 걷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어요.
저희가 알기로 저 쪽은 분명 빈민촌인데 무슨 일인 걸까요?




아츠미: 무슨 일인 걸까? 왠지 큰 소란이 일어난 것 같아.


마오: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못 가겠네.


후미하루: 잠깐만, 내가 체크를 해볼게.




말하고, 후미하루는 확대렌즈를 꼈습니다.
저걸 끼면 시신경이랑 연결이 되서 저 멀리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아츠미: 어때, 후미하루? 뭔가 보여?


후미하루: 음...저기 빈민들이 있고, 그들을 로보폴리스들이 막고 있어.


마오: 로보폴리스가? 저기 뭔 일 일어났나?




그렇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후미하루가 외쳤어요.




후미하루: 야...야...뛰어...빨리!




영문도 모르고 뛰었죠.




아츠미: 왜,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마오: 뭔 일 있어?


후미하루: 로보폴리스가...무너졌어.


마오: 뭐라고?


후미하루: 즉 빈민들이 지금 이 쪽으로 뛰쳐나오고 있다고!


아츠미: 아니 대체 무슨...일단 뛰자!


마오: 빨리빨리!




후미하루의 말대로, 저 멀리서 빈민층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왔어요.




차별을 철폐하라!!!!


계층 제도를 폐지하라!!!!


우리를 괴물이라 부르지 마라!!!!


빈민들이여 일어나라!!!!




소리를 지르며, 빈민층 사람들이 뛰어다녔습니다.
저희는 온 힘을 다해 근처 빌라에 있는 심리치료소로 뛰어 들어갔어요.
그 곳으로 들어가자 담당직원 안드로이드가 저희를 맞아주었죠.




안드로이드: 안녕하세요.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오셨나요?


마오: 아니요...밖에 빈민들이 시위를 하는 걸 피해서 들어왔어요.


안드로이드: 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시위가 진정될 때까지 있다 가셔도 좋아요.


후미하루: 감사합니다...잠깐 신세 좀 지겠습니다...




말한 뒤 휴게실에 들어가 숨을 돌리며, 직원 안드로이드가 가져다 준 다과를 먹었어요.



사실 아까 빈민층 사람들이 말한 거, 틀린 말이 아니에요.
차별이야 뭐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거고, 계층 제도도 그들 입장에서 기분 나쁠 수 있는 거고,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 또한 당연히 기분 나쁠 거예요. 확실하게 고쳐져야 할 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데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저들이 무기를 들고 있거든요. 그것도 아주 원시적인 무기들을.
낫이라든가, 엽총이라든가, 프란체스카 스타일의 도끼라든가 말이죠.
사실은 아까 전에, 그걸로 안드로이드와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로보폴리스 몇몇을 파괴하고 죽이는 걸 목격한 바가 있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분명 저희도 그들의 손에 죽었겠죠.





시간이 지나도 빈민들의 시위(라고 쓰고 폭동이라고 읽어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빈민들을 상대하는 로보폴리스와 군사들의 대치도 한창 진행 중이고요.
이제 곧 있으면 6시가 다 되어 가는데, 집엔 어떻게 돌아가죠?




아츠미: 나중에 이 일은 역사책에 기록되겠네...


후미하루: ‘아오모리의 난’이라고 해서 말이지.


마오: 우린 시내의 빈민들이랑은 엄청 악연인가 봐.


마오: 지난번에도 그들한테 습격당했었잖아.


후미하루: 아, 맞아맞아. 그랬었지.


후미하루: 그러고 보니까, 그때랑 오늘이랑 루트가 비슷하지 않아?


아츠미: 그러네. 학교 갔다가 시내 데비리너스에서 슴가케익과 주스를 먹고, 그 다음에 게임장에서 게임을 하다가 나와서 거리를 걷는데 빈민들에게 습격당하고.


마오: 앞으로 시내는 못 갈 것 같네.


후미하루: 또 습격당할까봐...




폭동이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의 전화네요.
단말기를 켜서 통화를 연결했습니다.




아츠미: 여보세요?


아츠미엄마: 지금 어디야? 왜 이렇게 늦게 와?


아츠미: 나 지금 심리상담센터야.


아츠미엄마: 뭐? 심리상담센터? 너, 무슨 일 있어? 고민 있는 거야?


아츠미: 고민이라...고민이라면 고민이야, 지금.


아츠미엄마: 너 대체 무슨 일이야? 왜 거기 있는 거야?


아츠미: 나 자신한테는 문제가 없는데, 외부에 문제가 있어.


아츠미: 혹시 지금 엄마가 뉴스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내에서 빈민층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켰어.


아츠미엄마: 그래?! 그러네. 방금 여기 뉴스 떴어.


아츠미: 그래서 지금 가까운 심리상담센터로 숨었어.


아츠미: 빈민층 사람들과 로보폴리스 및 군인들의 대치가 아직도 안 끝나네.


아츠미엄마: 지금 누구랑 있어?


아츠미: 지금 마오랑 후미하루랑 같이 있어.


마오: 어머니 안녕하세요~


후미하루: 안녕하세요~


아츠미엄마: 그래, 모두들 안녕. 너희들도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지?


후미하루: 네, 다행히 저희는 다친 곳은 없어요.


마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아츠미엄마: 너희 부모님들도 지금 너희가 이렇게 된 걸 알고 계셔?


후미하루: 안 그래도 방금 연락이 왔어요.


마오: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씀밖에 못 드렸죠.


아츠미: 그런 거야. 나도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네. 끝나는 대로 돌아갈 예정이긴 하지만...대체 언제 끝나려나.


아츠미엄마: 알겠어...몸조심하고, 끝나서 돌아오게 되면 연락해.


아츠미: 알았어. 끊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대체 이 폭동이 언제나 끝날까요?
사실 언젠간 터질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이렇게 생각도 못한 때에 터져버리니까 당혹스럽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7시 30분이 되어서야 마침내 폭동이 끝났습니다.
주동자 및 시민을 살해한 자들은 감옥으로 연행되었고, 나머지 빈민들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이송되었다는 표현에서 아실 수 있겠지만, 자기가 원해서 돌아간 게 아니라 가라고 거듭 경고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간 거예요.
하여튼 그 덕분에 저희도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아츠미엄마: 여보세요?


아츠미: 엄마, 나야. 드디어 끝났어.


아츠미엄마: 진짜? 너무 다행이다! 어서 돌아와!


아츠미: 알겠어. 바로 돌아갈게.




정말로 바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빈민들이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면서 생각했어요.



‘비록 과격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들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걸까.’



물론 빈민들이 받은 차별과 멸시가 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 저로서는 의문이 들어요.
그리고 그들에 의해 죽은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요? 빈민보다 높은 계층인 죄? 그건 죄가 아닌데요?
그저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일 뿐이잖아요.
모르겠네요. 아직 삶이 길지 않아서 견문이 짧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집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다음 열차를 먼저 보낸다고 두 정거장 정도 정차를 해버리는 바람에 5분 더 걸렸어요.




아츠미: 드디어 집이다~


후미하루: 다들 오늘 하루 동안 정말 수고했어.


후미하루: 원래는 재미있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막판의 폭동 때문에 그 말이 쏙 들어가버렸어.


마오: 인정해. 모두들 오늘 폭동을 버티느라 수고했어.


마오: 들어가서 쉬어.


아츠미: 내일 봐! 안녕!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츠미: 다녀왔습니다~


아츠미엄마: 수고했다, 얘야!


아츠미: 아까 애들이랑 얘기하면서 나온 애기인데, 우린 시내랑 안 맞는 것 같아.


아츠미: 옛날에도 이랬거든. 카페랑 게임장에서 놀고 나오니까 빈민들에게 습격당하고.


아츠미엄마: 지난번에 그 얘기 했었지?


아츠미: 맞아. 했었어.




아츠미: 이제 들어가서 씻고 잘게.


아츠미엄마: 저녁은 안 먹어?


아츠미: 별로 생각은 없어. 배도 안 고프고.


아츠미엄마: 알겠어. 어서 가서 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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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물 City Cloture 시리즈 4번째 글을 써보았습니다.
미나미도령 앞으로도 간바리마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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