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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프로듀서는 제 머리를 마구 쓰다듬곤 했습니다」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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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20 17:05에 작성됨.

미즈키 「프로듀서는 제 머리를 마구 쓰다듬곤 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을 무사히 마쳤을 때. 라이브 때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돌아왔을 때. 언제나 한 발자국 멀리서 저를 지켜보고 있던 프로듀서. 


저보다 머리 하나는 컸던 프로듀서는 만면에 한 가득 미소를 채우고는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크고 따스한 손을 내일어, 제 머리 위로 폭 올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조금 힘을 주어서, 쓱싹쓱싹. 쓰담쓰담. 과감한 손동작으로 제 머리카락을 구석구석까지 마구 이지러트리고, 헝크러트렸습니다.


덕분에 제 머리는 까마귀가 둥지를 튼 것처럼 파삭파삭, 엉망진창. 누가 지나가다 보기라도 하면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리곤 했었죠. 이 녀석~! 심하잖아. 확실히, 제가 거울로 봐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단했어요. 여러가지 의미로. 


곤란했습니다. 빗을 들고 몇 십분 정도는 악전고투해야 겨우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던 레벨. 그렇지만 저는, 그게 싫지 않았습니다. 싫은 건 아니었어요. 아니, 본심을 말하자면.


좋았습니다. 곤란했지만, 좋았습니다. 프로듀서, 오늘은 어떻게 머리카락을 헝크러트릴까. 잘했어, 미즈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런 확신이 드는 날에는 그런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제 마음을 전부 읽었다는 듯이, 가득, 한 가득.....그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때였습니다.


지금 이렇게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안쪽이 따끈따끈. 그러면서도 따끔따끔.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깊숙히 들어차고 맙니다.


.....

....

...


슬픈 일입니다. 오늘도 프로듀서에게 칭찬받았다. 잔뜩 쓰다듬받았다. 잔뜩 뻗친 머리로 예-이, 하고는 작게 브이를 그려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거울 앞에 선 저는, 유리에 비쳐진 저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제 머리는, 단정합니다. 아티스트 분들의 정중하고 세심한 손길이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네요. 이제 곧 본방입니다. 


저는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에 살포시 얹어봅니다. 그러고는 손에 힘을 주어, 있는 힘껏. 머리카락을 헝크러트리는, 척을 해봅니다. 아직 무대에 나가기도 전인데 세팅한 걸 망가트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 프로듀서도 절 마구 쓰다듬어주는 건 일이 끝나고 난 뒤였습니다.


무심코 제 머리에 손을 올리다가도 앗차, 지금은 안 돼. 하고는 황급히 손을 거두던 프로듀서의 모습.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속의 풍경을 따라가듯 저도 똑같이 손을 내렸습니다. 으으, 지금은 참아야지. 프로듀서가 종종 하던 말도 중얼거려봤습니다. 그렇지만,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제가 성공적으로 공연을 끝마친다고 하더라도. 


제 머리를 엉망이 될 정도로 마구 쓰다듬곤 했던.


프로듀서는.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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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 is all one!!! 코믹스 화조풍월 기반 타카치하


"치하야."

"햣!?"


낮게 깔린 목소리에 치하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후우, 하고 조금 미지근하면서도 낯간지러운 공기가 치하야의 무방비한 목덜미에 닿았다. 새된 비명소리와 함께 어깨를 쭈뻣 세우며 뒤로 물러서는 치하야에게, 방금 못된 장난을 한 장본인이 슬며시 웃음을 띄우며 다가갔다.


"큭, 이게 무슨 짓인가요?"

"흐음....처음 알았습니다."

"시죠 씨?"

" 치하야, 당신에게서도 그런 귀여운 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니."

"제 말, 듣고 있는 겁니까?"


찌릿. 혼자만의 납득을 하며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있는 타카네에게 날카로운 시선이 꽂혔다. 그럼에도 타카네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그윽한 시선을 대신 돌려주고 있었다.


"치하야. 저희들이 유니트을 결성하기로 했던 이유,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유라고 하면....혼자서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나요. 저도, 당신도."

"네에. 그랬었지요."

"갑자기 이유를 묻는 건 어째서인가요? 거기다, 방금 전 그 행동은 대체...."

"다 관련이 있는 거랍니다."


네? 뜬구름을 잡는 듯한 소리에 치하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치하야. 우리들은 혼자서 이 예능계에서 살아남기에 역부족임을 깨닫고 유니트를 결성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니트이라고 하면."


타카네는 잠깐 말을 멈추고는, 사무소 벽면에 걸려있는 포스터 하나를 가리켰다. 그 곳에 그려져있는 건 SprouT. 요즘 화제의 연속이 되고 있는, 765 프로의 3인조 유닛.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는 다 같이 힘차게 점프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의 화목함이 무척 돋보이고 있었다.


"이런 관계가 실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이가 좋은 것은 아름다운 것. 일전에 타카기 공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확실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말이긴 합니다만."


치하야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답하고는 포스터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아직도 간지러움이 남아있는 듯한 목을 어루만지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조금 더 간결하고 정확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전해드리지요."


으흠, 흠. 타카네는 몇 번 목청을 가다듬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와 당신은 화조풍월이라는 유니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니트를 이루었다면, 스프라우트와 같이 서로 간의 사이가 돈독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이가 돈독해지기 위해서는...."


일순 타카네의 붉은 두 눈에 이채가 일었다. 거기에 불안함을 느낀 치하야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타카네가 벌써 몇 발자국 앞으로 왔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타카네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치하야의 한 손을 들어서는 가볍게 쥐었다. 


"이렇게, 서로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타카네의 새하얀 손에서는 그다지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불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게 받아들일 것은 또 아니었다. 치하야는 붙잡힌 손을 뒤로 슬쩍 빼려들었다.


"치하야?"

"그....저로서는 그다지 납득가지 않는 결론입니다만."

"저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싫습니까?"

"시, 싫은 건 아닙니다. 저도 당신과 원만한 관계로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파트너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손은 허술한 듯 보여도 실은 단단하게 붙잡혀있었다. 치하야는 잠시 탈출을 포기하고는 굳은 얼굴로 점점 말끝을 흐렸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가까이 있어야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 이렇게까지 가까울 필요성은....없지 않을까요."

"그렇습니까."


타카네가 짐짓 아쉬운 듯 붙잡은 손을 떨어트렸다. 치하야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쉬고는, 타카네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몇 걸음 물러섰다.


"시죠 씨.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와 같은 거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닛이라도 각자의 공간은 존중되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는 건 삭막해보인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누구인가요? 그런 의견을 낸 건."

"아미입니다."

"아....."


지금까지 안개 속에 가려진 듯 했던 타카네의 진의가 단번에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아미. 후타미 아미라고 하면, 쌍둥이 자매인 마미와 같이 장난꾸러기로 소문난 아이. 그러니 분명 시죠 씨한테 이것저것 엉뚱한 소리를 했겠지. 그리고 의외라면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좀 있는 시죠 씨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는....치하야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그리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 리츠코에게 좀 더 엄격한 지도를 부탁하는 게 좋을까. 치하야는 속으로 작은 심술을 부리다가도, 곧 그보다 먼저 해야할 것을 떠올렸다. 우선 시죠 씨를 설득해야해.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부담스러운 접근을 할테니까. 치하야는 조심조심 타카네에게 말을 걸었다.


"....아미가 보기에는 우리가 그리 사이 좋아보이지는 않겠죠."

"예. 그러니...."

"아니에요 시죠 씨. 그건 어디까지나 아미의 시선입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르게 본다는 말씀인지요?"

"네에....아마도...."


치하야의 말소리는 영 자신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미가 아닌 다른 누군가. 예를 들면 같은 사무소 동료인 마코토나 미키라도 아미와 비슷한 대답을 할 것 같았으니까. 그도 그럴게, 치하야와 타카네는 각자 행동이 많았다. 둘이 같은 일을 할 때는 몰라도 그 외 개인에게 주어진 일을 할 때나 레슨을 받을 때, 그리고 연습할 때는 따로 있는 때가 대다수였다. 각자의 일터에 방문해본다던가 하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서로의 일정이 어떻다는 정도는 알렸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조풍월 명의로 콘서트든 방송이든 뭐든 어딘가 출연해야만 할 때, 둘 중 하나가 나가지 못하는 경우는 웬만해서는 피해야하니까. 또 차후 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정감이라는 건 일절 없이, 그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겠다는 목적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누구 말대로 삭막하다고 평해도 솔직히 할 말 없는 관계. 그렇다고 해도, 치하야는 딱히 별 불만 없었다.


"키사라기 치하야."

"네, 네에."


하지만 타카네는 그렇지 못했는지, 치하야를 풀네임으로 불렀다. 치하야와 키사라기 치하야. 그 둘의 차이를 잘 알고 있는 치하야는 긴장된 목소리로 답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저는...."

"저는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질 필요성을 느낍니다."


저는 이대로도 괜찮습니다. 치하야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이었다. 좀 전 질문한 게 무색하게, 타카네가 전보다 좀 더 무거워진 어조로 선수를 쳤다. 으흠, 흠. 치하야는 목을 몇 번 가다듬고는 타카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 무게감에 그저 짓눌리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노래를 위해서....더 높은 경지에 오르겠다는 목적으로 같이 있는 게 아닌가요."

"네. 그러니까 더욱."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좀 더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유니트를 결성한 게 아니었습니까?"

"...."


그래서 시죠 씨는, 대체 뭘 원하시는 거죠.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치하야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 낮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치하야. 그동안 부족했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늘리면 그만이니까요. 둘만의 시간을."


누가 들었다간 오해해도 할 말 없을 그런 말을, 타카네는 치하야와는 한참 대조되는 얼굴로 즐겁게 내뱉었다.


"하, 하아....?"

"자, 우선 오늘 보컬 레슨부터 저랑 함께 하실까요."

"그건 좀...."

"함께 하셔야 합니다."


버들가지처럼 나긋했던 어조가 한순간에 바위처럼 단단하게 뒤바뀌었다. 어디 그뿐이랴. 타카네의 새하얀 손이 상대적으로 조금 짙은 빛의 손을 붙잡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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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끄적적했는데 단독으로 올리기에는 용량이 부족해서 예전에 썼던 것과 묶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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