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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댓글: 7 / 조회: 914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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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3, 2020 02:25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미나미입니다. 닛타는 아닙니다.


요즘에 부모님께 엄청나게 타박을 맞았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안 할 거면 돈이라도 좀 벌어오라고.
뭐, 확실히 제가 요즘에 게으르게 산 건 사실이죠. 실제로도 요즘은 알바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문제는 할 만한 아르바이트를 찾아봐도 그런 게 없다는 사실인데요.
알바맨이라든가 알바천당 같이 구인구직 앱에서 소개해주는 아르바이트 자리들은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입니다.



-편의점 알바? 가장 기초적이지만 그래서 단조롭습니다-
-택배상하차 알바? 힘들다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요즘 그쪽 계열에서 질병이 터지는 바람에 딱히 구인을 안 하네요-
-식당 알바? 택배상하차랑 마찬가지로 질병 때문에 구직을 잘 안 합니다-



그런 이유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핑계 아니냐고요? 딱히 핑계는 아닌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렇기도 하네요~



결국 취직은커녕 오늘내일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하루하루를 대학생활을 하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꿈도 없이, 희망도 없이, 목표도 없이,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이 과제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 습관적으로 알바 앱을 켜게 됐어요. 켜게 됐는데 말이죠.
그날은 뭔가 좀 다른 아르바이트가 올라와 있었어요.



[쿠로사키 가家 권속 모집 공고]



쿠로사키 가家라면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에요. 알 사람은 다 아는 부잣집이죠.
그런 곳에서 갑자기 알바를 구한다니, 그 쪽에도 코로나의 손길이 미치기라도 한 걸까요?



·헌혈 경력자 우대함


·피슐랭 선정자 우대함


·숙식 제공, 휴식시간 보장


·시급 1000엔부터


·업무 시간: 주말, 공휴일 제외하고 평일 a.m 10:00~p.m 10:00(단 고용주 사정에 따라 변경 가능)


·연차 및 유급 휴가 100% 보장


·초과근무시 추가 수당 지급


·업무 사항 누설 절대 금지


·1차 서류 전형, 2차 면접


·모집인원 0명


·성별 무관




모집 요강은 이렇네요.
생각보다 여건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업무 사항 절대 누설 금지라니, 뭘 하길래? 그리고 헌혈 경력자는 왜 우대하나요? 그리고 피슐랭 선정자는 또 뭐예요.
보통 이렇게 여건이 편하면 그만큼 일이 고되고 힘들다는 것이겠죠.
어차피 모든 알바는 다 힘들기에, 힘든 건 자동적으로 기피하게 되지만, 반대로 너무 편하면 의심부터 들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신청해보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죽기보다 더 하겠냐마는,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이력서를 준비해 여러 가지 사항들을 기입한 후, 공고에 적힌 주소로 부쳤습니다.






이틀 후 연락이 왔습니다.


ID:Arabian night: 미나미 씨, 1차 심사 합격입니다. 6월 7일 오후 2시까지 이곳, 즉 쿠로사키 가家 저택으로 오셔서 면접을 보시길 바랍니다.



일단 서류 심사는 통과했네요.
사실 좀 놀라기도 했고, 심장이 철렁하기도 했어요. 혹시나 해서 넣은 건데 합격해버렸으니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넌 건 아닐까 싶었죠.
이젠 정말로 마음 단단히 먹고 나아가 봐야겠어요. 그 곳에서 어떤 일을 보게 될지,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 걱정되다 못해 이젠 기대가 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네요.







6월 7일, 날이 되었습니다.
차를 타고 도쿄에 있는 쿠로사키 가家로 향했어요.
도쿄에 있다고는 해도 건물들 때문에 저택이 잘 안보이더라고요. 하마터면 지나쳐버릴 뻔 했어요.




주차안내원의 인도에 따라 차를 주차하고 난 뒤, 면접장이 될 저택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의 하인이 저를 인도해주었고, 도착한 곳은 의외로 쿠로사키 가家 아가씨의 방이었는데요.
좀 놀랐어요. 기껏 해봐야 응접실이나 뭐 이런 데에서 할 줄 알았거든요.



미나미: 시...실례합니다...


쿠로사키 가家 아가씨: 아~그래! 어서 와 어서 와~


쿠로사키 가家 아가씨의 시종으로 보이는 사람: 그럼, 지금부터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쿠로사키 가家 아가씨: 내 이름은 치토세야. 쿠로사키 치토세.




치토세: 지원 동기 좀 말해줄래?


미나미: 네,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다가, 범상치 않은 모집공고가 뜨기에 확인해 보았더니 이 일이었습니다.


치토세: 그래. 이 일, 무슨 일인지 혹시 알고 있어?


미나미: 아,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치토세: 뭐, 그래. 자세한 건 추후에 알려줄게. 각오 같은 거 있어?


미나미: 제게 어떤 일을 시키시든지, 모두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치토세: 오~케이! 좋아. 합격!


미나미: 네?!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뜬금없이, 그리고 직빵으로 합격을 시켜준다고?
대체 무슨 전개인가요, 이거?!



미나미: 아...아니, 이렇게 바로 합격 통지를 내리셔도 괜찮아요? 다른 지원자 분들은요?


치토세: 다른 지원자? 지원한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미나미: 엥?!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아니 이런 꿀알바를 지원한 사람이 나 말고 아무도 없단 말인가요?
뭐 사실 모집요강이 말도 안 되게 편해서 의심부터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겠습니다마는!





미나미: 저는 여기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치토세: 아, 맞아. 너는 앞으로 내 식사를 담당해주면 돼.


미나미: 요리를 하라는 것이군요...


치토세: 응? 아니야. 요리는 내 하인 치요가 다 해줄 거야.


미나미: . . . ?


치토세: 내가 말하는 식사는, Blood, 피血야.


미나미: ?!?!?


치토세: 혹시 그 얘기 못 들었어? 나는 뱀파이어의 후손이라는 걸.


미나미: 아...들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헌혈 경험자를...


치토세: 맞아♪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들 왜 이 알바를 지원하지 않았는지.
다들 이 쿠로사키 가家의 이야기를 알고 나만 모른 채 여기 지원한 겁니다.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은 없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이왕 하는 거, 제 온 몸의 피가 다 빨릴 때까지 있어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뱀파이어도 사람의 피를 한 번에 다 빨아먹지는 않잖아요. 다 빨리면 죽어요.
다 빨리면 제 몸이 죽고, 몸이 죽으면 피도 죽어요. 이 고귀하신 아가씨께서 아무리 피에 환장했다고 해도 죽은 피까지 서슴없이 먹어치우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날부터 저는 치토세 아가씨의 걸어 다니는 헌혈팩이 되었습니다. 하루 세끼 피를 보급해드리는 것 이외에는 정말로 하는 일이 없었어요.
아침 10시에 일어나 씻으신 뒤, 10시 반에 아침식사와 함께 저의 피 보급, 2시 반에 점심식사와 함께 저의 피 보급, 6시 반에 저녁식사와 함께 저의 피 보급, 9시쯤에 야식과 함께 저의 피 보급, 그런 스케줄의 반복이었고, 단지 그뿐이었어요.



그리고 식단 메뉴도 어느 정도 정해졌는데 말이죠. 주로 소고기, 달걀, 미역, 시금치, 피조개, 굴이 들어간 요리, 후식으로는 토마토나 체리를 먹게 됐어요. 이게 또 혈액에 그렇게 좋다고 그러데요.
이렇게 먹으면 혈액이 맑아지고 빈혈이 치료되다 못해 혈액순환이 너무 잘 돼서 피가 역순환해도 모를 것 같아요.



저의 방도 정해졌어요. 일개 헌혈팩 인간(?)이 묵을 방 치고는 꽤나 안락했죠. 역시 부잣집 저택이라 이건가 봐요.
저도 이 정도인데 메이드장이라든가 기타 하인들의 방은 얼마나 더 편할까요. 아마 7성급 호텔 안 부러울 거예요.



또 한편으로는, 시간이 될 때마다 수혈팩을 공수해오고는 합니다. 혹시 제게 사정이 있어서 연차나 휴가를 내야 할 때를 대비한 거예요.
물론 그걸 구해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쿠로사키 가家의 이름을 빌리면 어느 정도 구해올 수가 있죠.
그렇게 해서 공수해온 수혈팩이...몇 팩이지? 그렇게 많이는 못 가져왔어요.





저녁 6시 반, 저의 첫 번째 업무가 주어졌습니다.
업무라고 해봤자 피를 드리는 거지만 말이죠.



치토세: 자! 그럼~잘 먹겠습니다~



저는 목을 내밀었고,



챱,



아가씨가 저의 목을 깨물어 저의 피를 헌혈 받으셨습니다.



미나미: 음...기분이 묘하네요...



피를 빨리는 게 이런 기분이군요.



미나미: 제 피 맛이 어떠신가요?


치토세: 음~맛있어!


치요: 아가씨께서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렇게 2분간의 헌혈을 마치고, 저는 저의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목의 구멍이 만져질 때마다 쓰리네요.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면 그건 뭔가 그거대로 묘하면서도.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산보하러 나왔습니다. 나왔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네요.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고, 또 시간도 밖에는 안 있을 시간대라서 그런 것 같네요.




이렇게 밖에 나오니까, 괜스레 느꼈습니다.



미나미: 다른 알바들도 이렇게 사근사근하면 얼마나 좋아.



어떤 사장은 돈 떼먹기도 하고, 또 어떤 사장은 직원들 괴롭히기나 하고 그런대요.
치토세 아가씨는 왠지 안 그럴 것 같지만 말이죠. 아니, 100% 안 그래요.
어떻게 확신하냐구요? 그냥 제 감이에요. 인상이 왠지 착하게 생기셔서 돈 같은 거 안 떼먹고 하인들 안 괴롭힐 것 같달까요.



시내를 걸어가는데, 헌혈소가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수혈팩을 몇 개 받아왔어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최소한 아가씨께서 하루 서너 끼씩 5일 정도는 드실 수 있는 양이에요. 그러니 더 받아올 필요는 없겠죠.




산보를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와 몸을 씻고 나니 시간은 7시 50분, 아직 야식을 먹기엔 시간이 한참 남았네요.
어차피 시간도 남고 하니 낮잠이나 좀 자야겠어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미나미: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공교롭게도 아가씨의 시종 시라유키 씨였죠.



미나미: 무슨 일이신가요?


치요: 미나미 씨, 곧 야식을 준비할 건데, 드시고 싶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미나미: 저는 딱히 큰 것은 원하지 않고 자장면을 먹고 싶습니다.


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나미: 아가씨는 무엇을 드신다고 하시나요?


치요: 아가씨는 보통 드시는 것을 드십니다. 과일이죠. 오늘도 그걸 드실 겁니다.


미나미: 소박...하시네요.


치요: 예전에도 과일을 좋아하셨지만, 요즘은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끼셨다는 말을 하시며 과일만 드시고 계십니다.



상당히 날씬한 것 같은데 다이어트를 한다고?
그러다 말라죽어요, 아가씨!



치요: 무슨 생각하시는지 다 보입니다.


치요: 아가씨께서는 쉽사리 말라죽지 않으십니다.


치요: 미나미 씨도 보셨지 않습니까. 아가씨께서는 고작 다이어트를 하신다고 돌아가실 분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말이 되네요.
아무리 연약하다 해도 고작 다이어트만으로 죽을 몸이었으면 쿠로사키 가家는 진작 망했겠고, 이 일자리는 없었겠죠.




대화를 마친 뒤, 다시 잠에 들...려고 했는데 잠이 다 깨버렸어요.
시라유키 씨의 야발스런 태도가 저로 하여금 잠을 달아나게 만들었죠.


잠도 다 깼으니 과제나 해볼까요...
안 그래도 들어야 하는 강의가 아직도 많아요.






강의를 듣다가, 저녁 8시 50분이 되었기에 서둘러 아가씨의 방으로 향했습니다.



치토세: 아하! 왔어?


미나미: 늦어서 죄송합니다!


치토세: 아직 안 늦었어. 5분은 더 넘게 남았다구?


치토세: 앉아서 대기하고 있어. 아니다, 그냥 지금 수혈할게. 5분 일찍 수혈한다고 죽는 건 아니니까!



하고 아가씨는 저에게 다가오셨고, 저는 목에 붙은 밴드를 떼었어요.



챱,



그리고 아가씨의 수혈이 다시 이어졌습니다.
이건 정말 헌혈할 때마다 기분이 참 묘해요.
피를 빨리면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야릇함,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굳이 저의 부족한 어휘로 표현해보자면, 똑같이 뱀파이어가 되는 듯한 기분이에요.
그런 거, 어쩌면 별로 나쁘지 않을지도=^=.


나중에 송곳니를 만져봤는데, 다행히(?) 길어지진 않았어요.
아직 인간으로서의 특성을 잃지 않은 걸까요.





수혈을 끝낸 뒤 자장면을 비비고 있는데, 아가씨께서 말씀하셨어요.




치토세: 미나미.


미나미: 네, 아가씨?


치토세: 다음에 수혈할 땐 뭐라고 말을 좀 해줘. 너무 조용하게 진행되니까 좀 지루하다.


미나미: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치토세: 아무거나 상관없어. 꿈 꾼 내용도 좋고, 옛날이야기도 좋고, 경험담 같은 것도 좋고.


미나미: 알겠습니다. 대화주제를 생각해두겠습니다.



말하고 자장면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야식을 다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잠들 준비를 했습니다.
피를 두 번이나 수혈(이라고 읽고 빨렸다고 씁니다)해서인지 피로가 물밀듯 밀려들어오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 뵈어요.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씻고 잠자리를 정돈하니 시간이 9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아가씨가 기상하시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는 더 남았네요.
그 동안 산보라도 다녀와야겠어요.



이 이른 시간에도 시내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놀러 나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출근하는 사람들, 길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한데 섞여 이 광경을 만들고 있었죠.
그리고 그 속엔 제가 있고요. 저도 이 시내를 이루는 하나의 자그마한 요소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됐어요.
인상이 굉장히 험상궂은 어떤 남성을 만나게 됐는데, 순간 움찔했어요.



미나미: 아니 대체 무슨 일이야! 누구세요?


???: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아이돌 한 번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하며 내민 명함에는 ‘프로듀서 타케우치 슌스케’라는 이름이 적혀있었어요.
아무래도 이 분은 아이돌 프로듀서이신가 봐요.



미나미: 아이돌 프로듀서이신가 봐요.


타케P: 그렇습니다. 아이돌 한 번 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미나미: 아이돌이요? 딱히 아이돌엔 관심이 없는데.


타케P: 명함만이라도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나미: 네. 명함은 받아둘게요. 언젠가 관심이 생기면 아이돌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말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미나미: 아이돌이라...



프로듀서라는 사람도 눈이 있을 테니 뭔가 기준을 잡고 스카우트를 할 텐데, 제가 그 기준치에 충족이 되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괜스레 자신감이 붙네요.
아, 물론 아이돌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집에 도착해 씻고 나오니 시간은 딱 10시 25분.
옷을 갈아입고 아가씨의 방에 갔습니다.




미나미: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치토세: 안녕~좋은 아침이야!



아침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아 수혈을 했습니다.





미나미: 으으...아, 그러고 보니, 아가씨.


치토세: 웅? 애에?(응? 왜?)


미나미: 아까 제가 시내로 산보를 다녀왔는데 말이죠...



라는 말로 운을 떼며, 아이돌 스카웃 제안을 받은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았습니다.




미나미: 아가씨께서 보시기에, 제가 그 정도 위인이 될 것 같은가요?


치토세: 뭐,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해. 확실히 미나미는 미인이긴 하니까 말이지.


치토세: 치요는 어떤 것 같아?


치요: 외람된 저의 의견을 감히 말씀드리자면, 확실히 미나미 씨는 미인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미나미: 다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부끄럽네요.





미나미: 어때요, 아가씨께서는?


치토세: 뭐가?


미나미: 아이돌, 한번 해보실래요?


치토세: 흐음~, 아이돌인가~!


치토세: 아이돌 좋지! 한 번 해볼까?



사실은 반농담식으로 한 소리인데,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어서 조금 놀랐어요.



치토세: 예전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남모르게 아이돌을 많이 동경했거든. 나도 그렇고, 치요도 그렇고.


치요: 그 때의 아가씨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열광할 수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열정을 불태우셨습니다. 그러다가 쓰러지시기도 다반사였고요.


치토세: 맞아, 그랬지~


치토세: 조금 어렸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동경을 아직 잊지 않고 있어.


미나미: 그럼, 아이돌을 하고 싶으세요?


치토세: 글쎄~어떻다고 해야 할까, 동경이 남았을 뿐이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미나미: ?


치토세: 그런 사람들을 굉장히 동경하긴 했지만,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


치요: 아가씨께서는 이미 꿈을 접으셨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겠군요.


치토세: 뭐, 그렇다면 그런 셈이지!


미나미: 알겠습니다. 수혈이 다 끝났다면, 일어나도 될까요?


치토세: 아, 그래그래! 이제 너도 가서 아침식사 해야지! 맛있게 먹어!


미나미: 아가씨도 맛있는 식사 되세요.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움직였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았어요.



미나미: 아이돌이라...



사실 저도 어렸을 적에는 아이돌을 보면서 그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팬 활동을 하곤 했죠.
나이가 들고 그들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면서, 이제는 그들과 딱히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연관점이 한 번 더 생겼네요.


다만 이제는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탈덕을 한 거죠.
옛날 같았으면 이 스카우트 제안에 얼씨구나 하고 따라갔을 텐데, 이제는 별로 내키지 않아요.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 여러 가지로 바뀌어서 그런가 봐요.





시간이 흘러 점심까지 다 먹고 난 후였습니다.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없이 낮잠을 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꿈에서 저는 밝은 대낮, 석산이 잔뜩 피어있는 길을 걷고 있었어요.
석산은 ‘열정’과 ‘독립’, ‘슬픈 기억’, ‘당신만을 생각합니다.’라는 꽃말이 있죠.
어째서 그것이 제 꿈속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겐 슬픈 기억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반대로 저를 그리워 할 사람도 없는데.



그 길을 걷고, 걷고, 걷고, 걷다 보니, 빛이 나는 은색 문에 도착했어요.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니,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심지어는 이 저택에서조차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로비가 있었어요.
마치 다이아몬드로 모든 걸 장식한 듯 영롱한 빛으로 빛나는 로비였죠.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제가 어째서 이런 꿈을 꾼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어요.





일어나 과제를 할 준비를 하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저의 방에 점점 가까워졌고, 마침내 제 방의 문이 열렸어요.



미나미: 에엣?!


치토세: 미나미! 있었네?


미나미: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벌써 시간이 됐나?


치토세: 아니아니 그런 게 아니야~시간은 아직 충분해. 원한다면 지금 수혈 받을 수도 있긴 하지만.


미나미: 그럼 어쩐 일이세요?


치토세: 미나미, 네가 아까 아이돌 이야기를 했었잖아.


미나미: 네, 그랬었죠.


치토세: 나, 아이돌이 되기로 했어?


미나미: 네?! 아이돌이요?!


치토세: 그래! 얼마 전부터 프로듀서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찾더라고.


치토세: 그래서 며칠은 좀 골려주다가, 오늘에야말로 계약을 맺기로 했지.


미나미: 그러셨군요...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치토세: 그야 물론이지!


치토세: 이거 왠지 흥미가 생겼는데, 치요도 한 번 시켜볼까?


미나미: 시라유키 씨요? 괜찮은 걸까요? 성격이 굉장히 야발스럽고 되바라지시던데.


치토세: 나도 그게 걱정이야. 아이돌을 시켜서 사회경험을 좀 하게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



결국 아가씨는 아이돌이 되셨고, 시라유키 씨도 아가씨의 ‘장난’으로 인해 아이돌이 되는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나미: 다녀오세요, 아가씨. 여기 혈액이에요. 잊지 마시고 꼭 제때 드셔야 해요.


치토세: 알았어, 고마워! 다녀올게~


치요: 다녀오겠습니다.



아가씨와 시라유키 씨의 첫 번째 팬,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쿠로사키 저택의 충실한 혈액공급 담당인이 되어 살아가는 중입니다.
========================
써보았어요.
키라항께서 쓰신 ‘아가씨의 권속모집 공고’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써보았어요.
앞으로도 간바리마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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