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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6, 2020 18:54에 작성됨.

성이 미나미인 사람입니다. 풀네임은 궁금해하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알아봐야 아무 쓸모도 없는 TMI일 테니까요.
그리고 이 미나미라는 성도, 이름도 본명은 아니라서...




제게는 야마토 아키라는 이름을 가진,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녀는 빌런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순수 빌런이라기보다는 안티 히어로 쪽에 더 가까울 거예요. 9가지의 성향분류표에 근거한다면, ‘질서 악’ 쪽이고요.
저는 그런 아키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키가 어떤 일을 했느냐고요?
일반적으로 히어로는 사람이나 도시가 위기에 빠지면 나타나 그들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히어로들의 특성을 역이용해서 그들을 제거하는 일을 해요.



이를테면, 부패한 정치인이라든가 기업인들을 인질삼아 일부러 상처만 내서 히어로를 나타나게 한 다음에, 히어로가 나타나면 적당히 대치하다가 인질을 죽이고 나중엔 히어로도 쓰러뜨리는 거죠.
그때 아키가 했던 말이 하나 기억나네요.



“히어로 씨, 당신은 이런 사람들, 이렇게 부패하고, 썩어빠졌고, 무고한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도 보호합니까? 그렇다면 그게 정의입니까? 정의란 그렇게 말랑말랑, 물렁물렁한 겁니까?”



처음엔 ‘저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조금 이해가 가더라고요.
아키의 입장에서는 정의라는 것이 확고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이해되질 않는 거예요.
분명히 저런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살리려 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게다가 아키에게 경찰이라든가 법체계 같은 것들은, 말로만 민중의 지팡이고 저울이지 실제로는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무능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아키가 이렇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이 너무 무능한 탓이 컸으니까요.






아키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심한 괴롭힘을 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두 번 정도는 참고 넘겼지만, 갈수록 그 강도가 심해졌고, 심지어 선생님은 애들의 가해행위를 방관하다 못해 오히려 그들을 옹호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마침내 아키는 학폭위와 경찰들에게 신고를 넣었어요. 하지만 경찰조차도 그걸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았고, 결국 아키는 그 1년을 완전히 망쳐버렸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해자들의 괴롭힘은 그 후에도 대상을 바꿔가며 계속 이어졌고, 그 때문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몇 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때,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은 동급생을 보고 만 아키는 큰 충격에 빠졌고, 그 때부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그 날부터 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키가 품은 이 감정이, 단순히 복수심만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원초적으로 보면 ‘엄벌주의적 사고’에 더욱 가깝죠.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다.’



그뿐인 거예요. 그리고 그게 중요한 거고요.



평소에 아키는 저와 함께 후쿠오카에 있는 밀리터리 용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아키가 워낙에 이런 걸 좋아해서 그런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알바앱을 켜자마자 이쪽 부류만 엄청나게 지원했더라고요.
저도 어렸을 때 서든어택을 많이 했었던 터라 그쪽 부류에 관심이 있었죠. 그래서 같이 여기에 지원했습니다.
낮에는 그곳에서 일을 하고, 밤이 되어 퇴근하면 본업(?)을 해요.






어느 날 저녁,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던 때였죠.
이제 슬슬 손님들의 발길도 끊기고, 가게 정리도 마무리될 참이었어요.




사장: 이제 문 닫자. 미나미, 야마토, 수고했어!




일급을 받고서 가게 불을 끄고 문을 잠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데, 지명수배범 포스터가 전봇대에 큼직하게 걸린 것을 보았습니다. 보니까 죄목이 강간살인이네요.




미나미: 우와아, 끔찍한 죄목이네.


아키: 그러게. 강간살인이라니, 어떻게 죄를 저질러도 그런 죄를 저지를 수 있지?


미나미: 다들 저런 사람은 도시의 히어로가 잡아서 경찰에 넘기기를 기대하고 있어.


아키: 알지. 그 히어로 녀석, 기분 나빠.


아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왜 무능한 헛다리 경찰한테 넘겨서 죗값 다 치루지도 않은 옥살이를 시키다가 내보내는지 몰라.


미나미: 그러니까 말이야.


미나미: 아키. 네가 처리할 거지?


아키: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


아키: 죄인에겐 죗값을, 그리고 그 죗값은 목숨으로.


아키: 가자, 미나미! 지금 당장 잡아내자고!


미나미: 오케이! 가자!




말을 끝낸 뒤, 아키는 왼쪽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인 줄 알았는데 펼치니 스카프인 것을 꺼내 목에 들렀어요.
이 스카프는 아키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에요. 이게 없으면 아키가 아닐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서 절대 빠지지 않는 물건이죠.
근처에 있는 저의 차를 타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키: 그런데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미나미: 내 기억에 이 수배서가 붙은 지는 몇 시간 안 돼. 아마 도시를 빠져나가진 못했을 거야.


아키: 그래? 그럼 찾기가 한결 수월할 것 같네!


미나미: 혹시 모르지, 오히려 우리 근처에 숨어있을지도!




지도 어플리케이션 마우드(MAUD)를 켰어요. 마우드는 목적지의 노선뿐만 아니라 주변 풍경도 보여주기 때문에, 범인을 찾기에는 제격이에요.



방향을 몇 번 돌리다가, 범인의 인상착의와 꼭 닮은 사람을 찾아냈어요.




미나미: 엇?! 이 사람 아니야?


아키: 맞는 것 같네. 여기 어디야?


미나미: 카구라 백화점 근처 시내거리네.


아키: 카구라 백화점 근처란 말이지? 여기서 멀지 않으니 빨리 달리면 잡을 수 있어.




풀악셀을 밟아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아키: 이번엔 그 녀석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미나미: 그 녀석? 히카루 말이야?


아키: 맞아, 난죠 히카루 녀석. 히어로라면서 물러터지기나 하고 말이지.




히카루는 후쿠오카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히어로예요. 아키에게는 정말로 가장 성가신 존재죠.
생명력이 엄청나서,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금방금방 회복되어 다시 전장에 뛰어들고는 해요.
게다가 성향 자체가 히어로 만화 주인공의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인 질서/중립 선 스타일이라서 웬만해서는 범인을 죽이지 않고 경찰에 보내기 일쑤죠. 아키랑 여러 모로 안 맞아요.
그래서 아키랑은 굉장히 많은 척을 지고 있습니다.


정작 히카루는 후쿠오카 출신도 아니지만 말이죠,




카구라 백화점 근처 시내에 도착했습니다.




아키: 여기에 그 녀석이 있단 말이지?


미나미: 확실해. 지도를 갱신해도 현위치가 여기로 떠.


아키: 미리 장전해둬야겠네.




철컥,




아키는 말없이 실탄을 장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첫 발은 공포탄이지만 말이에요.





차에서 내려 거리를 수색했습니다.




아키: 보통 이런 거 보면 말이지, 녀석은 뒷골목 같은 데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


아키: 보다시피 여긴 뒷골목으로 통하는 길이 은근히 많기도 하고.


미나미: 그렇다고 이 뒷골목을 다 뒤져보려면 시간도 엄청 걸리고 중간에 녀석을 놓칠지도 모를 텐데?


아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미나미가 지도를 잘 갱신해주면 돼. 지금 녀석이 지금 어디쯤 왔어?




지도를 갱신해본 결과,




미나미: 문벅스 근처를 막 지나갔어.


아키: 문벅스라면 저 쪽이네. 녀석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미나미: 그러네. 가자, 아키!




녀석을 추격해 점점 가까이 다가간 결과, 한 음침한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거기까지 추격해 들어가는데, 길목에 노숙자처럼 더러운 무리들이 모여 있었죠.




조무래기1: 이곳에 일반인이 들어올 줄이야. 의외인데.


조무래기2: 하지만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조무래기3: 가진 것을 내놔. 아니면 몸뚱이라도.


아키: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그래, 이거 먹어.





탕,


탕,


탕,


탕,




조무래기들의 머리에 총탄을 한 발씩 먹여준 다음, 녀석을 계속 쫓기 시작했어요.
이런 곳에 들어가는 녀석이라니, 아무래도 어떤 조직의 멤버 정도 되나 봐요.






계속 따라가니까, 녀석도 우리를 인지했는지 도망가더라고요.
재빨리 추격해서 쫓아가 마침내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죠.




범인: 네놈들...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 거야!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아키: 얘기를 들어보니, 네 녀석이 강간살인범이더라고?


범인: 그렇다! 뭐 어쩔래?


아키: 어쩌긴, 죽어줘야지.




아키가 총을 재장전했습니다.




아키: 잘 가라, 악한 놈.




쏘려던 그때,




???: 자, 그만, 그만!




저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목소리를, 아키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죠.




아키: 젠장, 히카루!


히카루: 안녕, 아키~여기서 만나네!




중간 높이쯤 되는 건물의 지붕 위에, 히카루가 앉아있었어요.




아키: 넌 또 왜 왔어?!


히카루: 너랑 같은 이유로 오지 않았을까~


아키: 그래? 하지만 저 녀석의 목숨은 내가 가져갈 거야. 넌 몸을 가져.


히카루: 그래선 안 되지. 때로는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아키: 갱생의 기회? 저 녀석이 갱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죗값이 갱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갱생 같은 건 죄를 짓고서 몰려오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변명일 뿐이야.


아키: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저 놈을 보는 피해자의 부모님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갱생이라는 변명 아래에서, 저 놈이 이 짓을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아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목숨엔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법이야. 함무라비가 이 법을 제정한 것도 과잉보복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살인을 한 이상 죽음으로 되갚게 한다 해도 전혀 과잉보복이 아니잖아?


아키: 히카루, 나를 방해하지 마. 단언컨대 나를 방해한다면, 이놈이 죽고 난 뒤의 총탄은 네게 향할 거야.




말한 뒤, 아키는 범인을 향해 주저 없이 총탄을 발사했고, 그의 몸에는 엄청나게 많은 구멍들이 생겨났어요.
그렇게 범인은 사살되었습니다.




미나미: 처리 완료.


히카루: . . .


히카루: 꼭 그렇게 해야만 했어?




이 말을 하고 히카루는 지붕에서 뛰어내려 아키의 앞으로 왔어요.




히카루: 그렇게, 목숨은 목숨으로 갚게 해야 했어?


아키: 히카루, 너의 방법은 내겐 무르게만 느껴져.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갱생의 여지가 있다니, 너무 안일한 생각이야.


아키: 네가 예전에 그랬었지. 깨끗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아키: 취지가 참 좋아. 나도 그런 사회를 꿈꾸니까.


아키: 하지만 말이지, 내가 본 세상은, 어쩌면 너도 보았겠지만, 너의 방법처럼 선한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야.


아키: 그런데 너는 계속해서 선한 방법만을 고집하지.


아키: 때로는 이렇게 강하게, 그리고 격렬하게 나아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야.


히카루: 아키...너...


아키: 너도 알다시피, 이 세상은 착한 세상이 아니야. 그 말은, 더 이상 착한 방법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거지.


아키: 더욱 좋은 세상, 더욱 더 깨끗한 세상을 원한다면, 가끔은 이렇게 피를 흘리는 일조차도 마다해서는 안 돼.


히카루: 그렇지 않아. 피를 흘린다면 내 피가 흘러야지, 남의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돼.


히카루: 좋은 세상이란 그 누구도 억울하게 희생되지 않는 세상이야. 나는 그렇게 믿어.


아키: 그렇구나.


아키: 히카루, 옛날부터 전해지는 유명한 논법이 있는데, 기억하고 있어?


히카루: 무슨 논법인데?


아키: 일명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 말이야.


아키: 네가 브레이크 고장난 기차의 기관사인데, 한 쪽에는 4명의 간부들이, 반대쪽에는 1명의 간부가 있어. 너라면 어디로 갈 거야?


히카루: 그...그건...어떻게 해야...


아키: 너의 가치관으로는 이 논법 속에서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어. 심지어 너조차도.


아키: 누구를 살리려 해도, 어차피 희생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너도 알고 있잖아.


아키: 굳이 이 논법이 아니어도, 비슷한 류의 논법들에서는 모두 누군가가 희생되기 마련이야.


히카루: 그건...


아키: 히카루, 아마 너라면 공리주의도 알고 있을 거야.


히카루: 알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아키: 맞아, 그거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말하는 그 신념.


아키: 너와 같은 히어로들은 그 신념을 바탕으로 움직이잖아. 히어로가 아닌 나조차도 그렇게 움직이고.


히카루: 그렇긴 하지.


히카루: 음, 그런데 좀 이상한데.


아키: 뭐가?


히카루: 네 말대로라면, 그 최대 행복을 실천하는 방법은 각각 다를 뿐이지. 그럼 네가 지금까지 나한테 말한 건 전부 앞뒤가 맞지 않는 거 아니야?


아키: 음...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너에게 방법을 바꾸라고 설득과 강요를 했다는 거지?


히카루: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아키: 난 네게 내 방식을 강요하진 않아. 하지만 너무 열이 붙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버렸나 보네. 그건 미안해.




아키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으니, 저도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이 들게 되네요.


진정한 선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희생하지 않는 선이란 가능한가?
선을 위해서 악이 불가피할 수 있는가?
희생이 필요한 선을 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키: 히카루, 이제 그만 가봐야겠네. 다음 타겟을 제거해야 해서 말이야.


히카루: 어, 그래...뭐? 또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아키: 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녀석이라서 말이지.


히카루: 그래, 알겠어.


히카루: 거기서 만나자!


아키: 오케이, 알았ㅇ...뭐?


히카루: 네가 또 누군가를 죽이려는 게 참을 수 없어서 말이야!


히카루: 얼마나 악한 사람인지는 몰라도 내가 먼저 잡아서 경찰에 넘겨버릴 거야!


아키: 누가 더 먼저 도착하나 내기하자 이거지?


아키: 좋아. 그 도전 받아들이겠어.




말한 뒤 우리는 바로 차로 달려가 시동을 걸고 출발했어요.




아키: 다음 타겟은 누구야?


미나미: 키류 그룹의 부회장 ‘키류 츠카사’.


아키: 으와아, 키류 그룹이라니~그 초거대 기업이 엄청 많은 거기?


미나미: 잘 알고 있네.


아키: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미나미: 키류 부회장이 기업을 착취하고, 등골을 엄청 빨아먹고, 심심찮게 비리를 저지른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얼마 전에 그게 실제로 확인됐어.




하며 제가 하나의 영상을 아키에게 보여줬어요.
그 영상에는 키류 부회장이 부하직원들을 괴롭히는 장면들이 있었죠.




아키: 인성 참 대단한 위인이시군.


미나미: 그래서 네게 보여주는 거야. 제거하라고.





한 시간쯤 지나 키류 그룹의 빌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빌딩 11층에 키류 부회장의 방이 있는데, 그 곳에 분명 타겟이 있겠죠.




띵,




엘리베이터가 11층에 도착했습니다.




아키: 여기 보안이 생각보다 허술하네.


미나미: 그러게. 너무 허술해서 차라리 뭔가 복병이 숨어있다고 믿고 싶어.




혹시라도 들킬까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면서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키류 부회장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히카루도 이곳에 나타났죠.




히카루: 아...아니?!


미나미: 히카루 씨, 빨리 도착했네.


히카루: 너희들 바로 뒤를 쫓아오고 있었거든. 몰랐어?


아키: 진짜? 전혀 모르고 있었어.


히카루: 이번에야말로 내가 직접 잡아서 감옥에 보낼 거야.


미나미: 알겠으니 목소리 낮춰. 들키겠어.




하고, 일제히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츠카사: 뭐, 뭐야. 누구십니까?


아키: 네 녀석을 제거하러 온 사람이다.


히카루: 난 당신을 잡으러 온 사람이다.


미나미: (뭐 하는 거야 다들?! 지금 콩트해?!)


츠카사: 쳇, 결국 비리들이 들통난 건가...하지만 소용없어. 나 키류 츠카사 부회장이야!




꾸욱,




말하며 키류 부회장이 어떤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경호원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미나미: 이럴 줄 알고 미리 잠복하고 있었던 건가...


히카루: 이거 꽤나 예상 외구만.


아키: 하지만 뭐...히카루?


히카루: 물론이지. 간다!




우리는 수많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신나게 전투를 벌였어요.
잠깐 얼핏 보니, 아키와 히카루가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 서로 정반대의 존재가 연합하는 사상 초유의 장면이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요?!






그렇게 전투를 치르다 보니, 정작 우리가 목표하는 키류 츠카사 부회장은 보이지 않았어요.




미나미: 뭐야! 키류 츠카사 부회장 어디 갔어?!


히카루: 그러네! 어딘가로 피신한 모양인데?


아키: 인파가 많으니 멀리는 못 갔을 거야. 빨리 쫓아가자!




나머지 경호원들을 모두 처리한 다음 다시 밖으로 나가 키류 부회장을 추격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전원 오프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오프가 키류 부회장이 내려가고 나서 이루어진 일인지, 아니면 내려가기 전에 이루어진 건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후자라면 다행인 일이고 충분히 추격할만한 일이지만, 전자라면 이미 탈출했을 것 같은데, 그럼 큰일이에요. 놓친 거잖아요.


계단 쪽에서 소리가 났어요.




히카루: 키류 부회장 목소리야.


아키: 아직 탈출하지 못한 거네!


미나미: 빨리 쫓아가자!




전속력으로 계단 난간을 뛰어내려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격차는 좁혀지질 않았죠.




아키: 안 되겠어. 이렇게 하는 게 낫겠네!




하며 총을 꺼내더니,




탕,




계단 천장에 있는 유리재질 샹젤리제가 매달린 줄을 쏴서 끊어버렸습니다.




쿠당탕,


쨍그랑,


쨔라라랑,




키류 츠카사: 꺄아아악!


아키: 됐다!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늦췄어!




바로 쫓아갔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키류 부회장은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고, 또다시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미나미: 안 되겠어. 안 쏘려고 했지만 쏴야겠어.




하지만 키류 부회장과 우리의 거리 사이엔 장애물들이 있어서 쉽사리 쏘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쫓아간 결과, 우리는 마침내 어떻게든 키류 부회장을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미나미: 드디어 잡았다!


히카루: 아키, 어떻게 할래? 내가 체포할까? 아니면 네가 죽일래?


아키: 이런 사람을 제일 제거하고 싶었어.


키류 츠카사: 젠장...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아키: 히카루, 오늘 밤은 정말로 즐거운 밤이었어.


히카루: . . .그러게. 너랑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다니.


아키: 그럼, 바이바이.




탕,




아키가 키류 부회장을 쏘았습니다.






집에 돌아가고자 밖에 나갔을 때는,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어요.



아키: 새벽이다. 새벽이야.


미나미: 이제 집에 돌아가자, 아키!



히카루: 어젯밤은 정말 즐거웠어, 아키.


아키: 나도 정말로 즐거웠어.


히카루: 어젯밤만 연합한 거야. 다음에 만날 때는 네가 손쓸 새도 없이 타겟을 바로 체포해버릴 거니까.


아키: 그래, 기대할게. 누가 더 빠른가 기대해볼게.



이별인사를 나눈 뒤, 저희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조금 있으면 다시 출근해야 하네요.




오늘밤엔 또 어떤 타겟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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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본 아키X미나미도령 글이에요.
랄까 P돌 요소는 안 보이네요.

아키를 안티히어로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이려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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