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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녀未來少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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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4, 2020 22:25에 작성됨.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것. 

春日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 두 가지 구절을 질리도록 들으며 자랐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기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과연, 인간의 미래는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으며, 예상할 수 있는 이가 나오면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평화는 깨져버릴 것이란 것이구나. 아이는 이 구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같은 표현처럼 자연스럽게 이 구절을 배운다. 의문을 품을 나이대 쯤에는 어른들이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구절은 국가国歌, 군가, 그리고 모든 교가에서 나왔으며 심지어 어린이들이 부르고 다니는 고무줄 놀이의 노래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 하면 조금 섬뜩할 만도 한데 조그마한 꾀꼬리 목소리로 잘도 부르며 고무줄을 뛰어넘었다. 

모가미 시즈카가 春日에 처음 온 것은 10년 전 어머니와 함께였다. 아버지는 젊고 정정하시던 탓에 징집되었고, 시즈카와 어머니만 전쟁을 피해 春日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 것이다. 春日는 기이하게도 시즈카가 살던 곳과 별반 다른 처지가 아니었음에도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春日역에 도착할때까지만 해도 침착하시다가, 시내로 나오자마자 그렇게 꼭 쥐고 있던 짐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은 채 어린 아이처럼 울고야 말았다. 4살이던 시즈카는 어머니께 그 이유를 물었다. 어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너무 평화로워서"라고, 코를 훌쩍이며 대답해주었다. 하늘은 흐릴지언정 수상한 비행물체는 떠다니지 않았고, 공원은 푸르른 인공잔디와 매끈한 가로등, 그리고 노래 부르며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빠르게 걷지 않았으며, 쫓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적당한 인원이 적당한 표정을 짓고 적당한 속도로 걸어가, 마치 전쟁 전 시즈카가 기억하는 고향의 평범한 거리 같았다. 흐릿한 떠들썩함이 평화의 증거라면 시즈카는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즈카에게는 그 날의 풍경이 어째서인지 4년간 살아오며 가장 소름 끼치는 풍경으로 기억되었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돌아오고도, 심지어는 14살이 된 지금까지도 가끔 선명한 악몽을 꾼다. 불 꺼진 방 안, 창문도 하나 없는 공간에 머리없는 시체 한 구와 갇힌 꿈이다. 살아가, 살아가, 살아가. 밖에서 어린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창문이 없음에도 시즈카는 대번에 그 공간이 10년 전 그 날의 놀이터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들이 노래에 합세하듯 살아가, 라는 음성은 점점 커진다. 벽을 뚫고 들어올만큼이나 커질 때 쯤이면, 공간이 좁아지며, 가사가 바뀐다.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것!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 옥구슬 굴러가듯 또랑또랑한 목소리들이 입을 모아 합창한다.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발자국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큰 울림이 쿵쿵대며 바닥을 울린다. 시체는 점점 시즈카와 가까워지고, 다리를 뻗을 공간은 줄어들고, 천장이 낮아지고, 노래소리는 더욱 더 커지고, 땅의 울림은 거세진다. 하지만 시즈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천장이 낮아질 수록 보이는 것이 있었다. 문이구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천장이 키와 가까워질 때, 바로 문고리를 열고 탈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벽이 좁혀져 시체와 함께 짓눌러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천장으로 뛰어오를 때....

그 때 꿈에서 깬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항상 오한이 들 정도로 기피하고 싶은 꿈이었다. 손에 잡힌 이불, 다리에 닿는 차가운 프레임, 딱딱한 매트리스, 암막 커튼까지 어딜 봐도 5903호에서 제일 작은 방인 자신의 방이었는데도, 시즈카가 그 곳이 꿈 속의 그 곳이 아니라고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같은 꿈을 여러번 꿔왔어도 대처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놀란 심장이 진정이 되면 부엌에 가서 따뜻한 차를 우려낸다. 소극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그렇게 하고 나면 당분간은 그 꿈을 꾸지않았다. 아니, 단순히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시즈카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 규칙성이 깨진다면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할테니까.

시즈카는 악몽의 여파로 단 한번도 아이들의 고무줄 놀이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春日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春日에 오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머니의 판단은 옳았다. 전쟁에 나간 아버지는 물론 걱정되었지만, 아버지가 부재인 모가미 가에 春日는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이주민들도 비슷한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단순히 착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대체 어떤 베짱으로 그러한 지원을 해줬나 싶었을 정도로 모가미 가는 빠르게 활기를 되찾았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먹고 싶은 간식을 사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어머니가 남는 돈으로 시즈카의 방을 예쁘게 꾸며보자는 제안을 해서 깜짝 놀랐다. 그냥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여윳돈이 있어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요."

"갑자기 악기는 왜?"

계속 다른 노래를 연주하다보면, 그 노래도 덮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퍼뜩 그런 대답이 떠올라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시즈카의 꿈에 대해 전무했고, 그것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시즈카에게는 없었다. 

시즈카는 그 날 이후로 주말마다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레슨을 받으러 가는 곳은 시내였다. 그 날의 공원과 놀이터가 보여도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 곳이 무서운 때는 언제나 꿈속에서다. 늘 비슷한 꿈인데도 꿈 속의 자신은 천장에 문이 있다는 것, 공간이 좁아질 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다. 꿈이 잊혀져갈 때쯤 다시 꾸기 때문일까. 정말 잊은걸까, 아니면 꿈이 그렇게 만드는걸까. 맑은 날의 하늘 아래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악몽을 꾼게 거짓말같다. 노랫소리도 지금 들으니 정겹고 제법 중독성있기까지 하다. 어린아이 노래 주제에 10년, 아니 10년도 넘는 세월동안, 같은 공간에서 다른 아이들이.... 시즈카는 새삼스레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러고보면 春日는 지난 100년간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 차별로 인한 혐오, 전쟁... 그 어떤 무언가에도 휘말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春日를 직접 살면서 봐온 것은 10년간이라 정말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옆집의 기계공 할아버지도 60년 전 春日에 살았다던 시즈카의 할머니도 입을 모아 春日는 정말이지 살기 좋은 곳이라 말한다. 저렇게 속 편하게 노는 아이들의 풍경이 그렇게나 오래 지속될 수 있던 것이었던가. 세상은 격변하며 진화하고, 진화로서 평화를 찾는 것. 평화에 머무르면 진화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들 치열하게 격변을 가속하고, 그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만 도태되어 결국은 견디는 이들만이 평화를 쟁취해내는 승리자가 된다. 그렇게 얻은 평화도 결국은 진화를 위한 발판으로서 부서져버리고 말텐데, 계속해서 평화만을 바라보면 안 되는걸까. 春日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격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기는 한건가. 어째서 春日만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마도 미래에도...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

시즈카가 무심코 노래를 흥얼거렸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니, 그럼 앞선 구절과 모순되지 않나. 어쩌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자연스럽게 하려면 '미래는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것,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래야만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게 더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왜 미래는 보이지 않을까?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은 왜인가. 어른들은 말했다. 만약 미래가 보인다면 그 미래의 이득을 취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달겨들테고, 그럼 결국 선량한 보통 사람들만 피해를 입기 때문일거란다. 복권 번호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렇게 설명을 시작하면 시즈카는 바로 의문을 표한다. 그럼 복권 번호가 유출된 이후의 미래는요? 어떤 미래를 말하는건지 확실치가 않은데요. 또, 미래가 바뀌게 된다면 그건 진짜 미래를 본게 아니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면 어른들은 그래, 그렇지. 네 말이 맞단다... 라고 하며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결국 '미래를 본다'라는 의미도 확실치 않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미래는 다른 것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春日(봄날)의 미래는 겨울날. 봄은 시작을 의미하지만 겨울은 끝을 의미한다. 봄의 바람은 따스하지만 겨울의 한기 서린 바람은 모든 것을 죽인다. 그건 春日를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미래가 보이면, 春日가 위험에 처해버리는걸까. 그렇기에 미래가 보이면 안 되는걸까.

"미래는..."

"어째서 보여지면 안 되는걸까?"

불쑥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반짝거리는 분홍색 눈을 가진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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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용으로 써볼랬더니 분량조절 실패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편이 있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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