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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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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7, 2020 02:01에 작성됨.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 모두들이 절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생각도 아니에요. 거의 확정이겠죠.


당신과 함께한 나날들. 그 나날들은 제게 다시 있어서 오지 않겠죠. 절대로 다시 오지 않을 거에요. 올 수도 없고요. 와선 안 돼요. 지금까지도 당신들 중에서 우리 사무소에 남아있는 분들은 얼마 없고, 있어도 제 프로듀스를 받고 있는 분들은 아예 없으니까.


그럼에도, 당신 모두가 제게 익숙했다는 그 사실이 제게 있어서는 아직도 너무나도 크게 남아있네요. 우리가 서로 화살촉으로 살을 꿰뚫고 그 안 까지 사랑을 새기는 바람에 이젠 그 상처가 괴사해버렸어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당신이 익숙하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사진첩에 당신의 얼굴을 미련으로나마 묻어두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사랑을 찾았으면서도, 그 사랑 밑에 무언가를 담아두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가끔씩 꿈에서 당신의 얼굴이 보인다는 사실이. 그사실이 절 미칠만큼 힘들게 합니다.


제가 한 일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아이돌과 프로듀서간의 연애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기에, 미사키씨는 절 보고 옳다고 했어요. 힘들었던 절 위로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제가 마침내 미사키씨의 것이 되었다는 안도에서 나온 건지. 아니면, 심적인 경황을 따지기 전에 말 자체로만 봐도 그게 직관적으로 옳은 말이라서 그런지.


하지만, 그래도 당신들은 제 귓가에 목소리를 소근대고 있어요. 츠무기씨는 아직도 절 놓으려 하지 않고, 절 바라볼 때마다, 사무소에 남은 분들은 절 볼때마다 고개를 푹 숙여버리네요. 그럴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어요.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아무말 없이 계속 들어주기만 하는 것. 당신이 내게 표출하고 싶은 감정들을 받아주기라도 하는 것. 그게 프로듀서로나마 하고 싶은 마지막 일일 것만 같았어요. 전는 의견따위를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당신들과 만날 때마다 전 당신들이 할 말이 모두 사라질때까지 기다려요. 계속 서 있기만 했어요. 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전 아무런 말도 안 하려고 했어요. 당신들이 하고 싶은말이 없어질때까지. 


그리고, 그런 시간이 몇 번 지나가고 나니까. 우리 사이엔 어떠한 말도 없게 되었네요.


당신은 말을 하지만, 이제는 말이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말이 아닌 스쳐가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거에요. 저는. 이제 당신들을 그렇게밖에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린 거겠죠. 슬슬 화살촉에 새겨진 상처에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나봐요.


나만 그런 것만 같아서 미안한데. 미안하다고 할 수 없어요. 몸이 움직이지 않네요.


언젠가는. 제가 당신에게 말을 건넸었죠. 세상의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했었어요. 당신 모두를 아꼈으니까. 당신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고귀하고, 아름답고, 귀중했기에. 당신의 마음 속에 화살촉으로 상처를 냈어요. 당신을 사랑했기에.


저는 아무런 말도 없었어요. 제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젠 스스로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나봐요. 전 할 말을 잊어버려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건가봐요. 이제 슬슬 당신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때의 추억으로. 기쁘지만 결국 아팠던 추억으로.


사랑했다는 말이 이젠 싫어요. 어쩌면 이제 사랑이라는 말이 싫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랑이라는 말이 싫은데도 어째서 미사키씨랑 결혼을 했냐고 묻는다면... 미사키씨와의 관계는... 그냥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전 말로 못해요. 미사키씨도 말로 못 할 거에요. 하지만, 그래도 이젠 제겐 미사키씨 뿐이란 사실은 틀림없요.


그래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전 당신들을 버린 거에요. 그것때문에,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싫은 거에요. 당신들을 버려야만 했으니까. 내 손에 들어온 아름다운 별을, 내 손으로 무저갱의 은하수 속으로 놓아버려야만 했으니까.


이제, 제가 할 말은 없어요. 당신들도 이젠 제게 아무런 말도 없어요. 마치, 우리에게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아니, 원래부터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미사키씨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의 날 움직이는 것은 슬픔 뿐이네요.


그리고, 저는 또 얼른 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마주보고 그저 서 있기만 했어요. 서 있기만 하다가 말을 시작했어요. 말소리가 너무나도 작아서 그 어떤 말도 제 귀에 머물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질때까지 서 있기만이라도 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이제 완전히 응고되어버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것 뿐이니까. 침을 맞더라도, 주변이 쓰레기로 범벅이 되어도, 그대로 서 있기만 하는 것. 그게 다니까.


그때까지라도 당신이 예전의 그 감정을 쏟아버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전부 바닥나버릴때까지 나에 대한 감정을 다 쏟아내서, 슬슬 저에 대한 감정이 없어진다면... 그러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요. 어떻게 저에 대한 감정이 없어질 수가 있냐는 말을 하겠죠.


그리고, 저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계속 더 서있었습니다. 그동안에 제가 품고 있던 진심은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어딘가에 갔는지도 모르고, 알아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마주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던져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에게 계속 짙은 감정을 쏟아붓고만 있습니다. 너무나도 짙지만, 결국 흔적을 남기지 못한 태 씻겨내려가고 마는 감정들을, 저에게 퍼붓고 있었습니다. 전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말이 없는 저에게서 무엇을 바랄까요. 나는, 당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건지조차도 들을 수가 없어요. 이젠 들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요. 당신은 무엇을 바라는 건지...


당신이 화를 내도, 울어도, 절 때려도, 그대로 가만히 있기만 하던 절 그 자리에 두고 떠난 뒤에도 전 계속 서 있기만 했습니다.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피부 밑에 석고가 들어찬 것 처럼 완전히 굳어버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굳어버린 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건 슬픔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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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들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이번 편은 가해자의 입장입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하여튼 요 프로듀서는 굉장히 나쁜놈입니다. 요자식 츠무기를 울리다니. 넌 존재해서는 안되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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