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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아저씨로 환생해버렸다 - 프롤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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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9, 2020 16:03에 작성됨.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와 마른 안주가 담긴 비닐봉투를 손에 대롱대롱 든채, 낡아빠진 공동주택 정문으로 들어온다.


"하아, 오늘은 기분 한 번 제대로 잡쳤네."


개구리마냥 툭 튀어나는 뱃살을 쓰다듬으며, 공동주택으로 들어선다.


2층 복도에 들어선 문 중 하나, 207호 앞에 멈춰선 나는 바지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에 꽂았다.


하지만 끼릭끼릭거리는 불쾌한 금속마찰음만 들려올 뿐, 원하는대로 쉬이 돌아가질 않았다.


"에라이, 빌어먹을."


결국 비닐봉투를 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힘을 주어서야 열쇠가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제야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문을 잠그고, 신발을 벗고 들어산 나의 아지트.


허름한 원룸일 뿐이지만, 내게 있어선 소중한 보금자리다.


습관대로 TV를 틀고, 냉장고에 맥주캔들을 넣기 시작한다.


[일일 서장을 맡았던 시죠 타카네 양이 파파라치를 멋지게 제압하는 영상, 한 번 보시죠]


"시발, 진짜. 내가 엎어치기 당하는걸 그대로 틀어?!"


잠깐이나마 들었던 안도감 따위는 TV 뉴스로 인해 짜증으로 뒤덮여버렸다.


"타카네... 이 빌어먹을 년... 언젠가 복수할테다... 내 35년 인생을 걸고 꼭 복수해주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샤워실로 들어섰다.


어떻게하면 그 년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지만, 사실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에서 그 애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쿠로이 사장도 그리 돈을 넉넉히 주진 않았단 말이지...... 다음 타겟부터 잡고 생각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옷을 훌렁 벗고, 샤워실 바닥에 맨 발로 입성하려던 찰나-


"?!"


딴 생각에 잠긴 나머지, 물기가 있는 샤워실 바닥으로 너무 힘을 주고 말아 그대로 발이 미끄러져 버렸다!!


"아-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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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에서 누가 제일 좋냐?'

'아, 그거 좀 어려운데~'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뭐, 역시 타카네가 좋으려나~'

'앞 좀 보고 걸어라. 그리고 너 언제는 치히로나 카렌, 치유키가 좋다매! 이거 완전 바람이네~'

'어차피 캐릭터니까 상관없지 않나~'

'임마 이거, 술 마셨다고 정신 놓고 있네 ㅋㅋ'

'킹치만! 타카네가 쪼오끔 더 좋달까? 물론 다른 아이돌들이 싫다는게 아니고오~'

'야! 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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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통수가 저릿해오는게, 아무래도 샤워실 바닥을 잘못 밟아서 미끄러진 것 같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친구랑 아이마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웁!"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변기에 얼굴을 내리꽂았다.


"커어....억... 젠장... 무슨 일이야 대체..."


순간,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럭저럭 중소기업에서 잘 버티던 내 기억들......


"허억... 허어..."


변기 앞에서 일어나, 샤워실 안 거울을 바라보았다.


파파라치를 하며 생계를 이어온 내 이름은 P다.


그리고...

아무래도 나는 전생자임을 늦게 깨닫고, 이런 꼴불견인 아저씨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전생의 나와는 전혀 딴 판인 드러운 성격을 가진 아저씨로..... 랄까.


"잠깐... ㄴ... 나... 오늘 시죠 타카네에게 엎어치기 당하지 않았...나?"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급히 샤워실 밖을 나가, 아직도 켜져있던 TV를 보았다.


머리가 아파오고, 구역질이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냐면 전생의 기억 덕분에.

이곳이 '아이돌마스터'라는 게임 시리즈의 세계관이었음을 깨달아버렸으니까.



[계속해서 연예계 뉴스입니다. 최근 들어 가희로도 일컬어지는 키사라기 치하야 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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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프로덕션 옥상.


그 곳엔 만월을 조용히 바라보던, 은발의 여인이 서있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타카네, 몸은 좀 어때?"


아카바네 P가 걱정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타카네에게 다가갔다.


"프로듀서......"

"오늘 파파라치 건도 그렇지만, 앞으로 되도록이면 숨기는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물론입니다. 아마 앞으로 숨길 일은 없겠지요."


타카네는 말끝을 살짝 흐리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살짝 지었지만.

아카바네 P는 만월을 바라보는 타카네의 뒷모습만을 보고 있었기에,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타카네는 달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네, 고향에 있는 분들도 저와 같은 달을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바라보게 됩니다."


타카네는 느긋하면서, 확실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달을 바라보았다.


"그래, 알겠어. 타카네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건 아닐까 모르겠네."

"그,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건 아닙니다, 프로듀서."

"하지만 타카네. 지금 765 프로덕션에 있는 모두도 타카네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이야기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알겠지?"


타카네는 잠시 아카바네 P를 바라보고, 생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알겠어. 그럼 나는 일이 많아서 들어가볼테니, 타카네도 슬슬 정리하고 귀가 준비하도록해?"


그렇게 말한 아카바네 P는 손을 흔들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가족... 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꽉 쥐던 그녀는-

순간, 마음 속 어딘가에서부터 나오는 강렬한 통증을 느끼고서,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난간을 붙잡았다.


"하읏..."


그녀는 약간의 저릿한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보였다.


"영영 이대로 못 만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기분 좋은 고양감에 살짝 몸을 맡기는 타카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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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

파파라치 아저씨에게 빙의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버린 아조씨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세계 전생물, 특히 악역영애물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이 때.

아이마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떠올린 소재입니다.

되도록 2주에 한 번씩은 꼭 연재하고 싶습니다만, 직장인이라는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면서 여유시간/상상력/필력이 떨어져버린지라...


덧붙여, 예에전에 아직 완결 못 한 것들도 다시 다듬어서 완결을 내보고 싶긴 하네요.

아니, 여기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며,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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