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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몇 개.

댓글: 12 / 조회: 1007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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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20, 2020 16:38에 작성됨.

그곳은 어떻습니까? 좋으십니까?
아니, 당신도 좋아서 그곳에 간 것은 아니겠지요. 더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그 곳에 가신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같은 이유로 당신이 계신 그 곳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대여, 그 고통의 끝은 아직이십니까?
혹여 끝나셨거든 저에게 그 곳을 내어주시지요.
이제는 제가 이 고통을 씻어내야 할 차례입니다.


물론 그 시간, 고통을 씻어내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고, 또 그 과정이 많이 고통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저는 이 고통을 하루빨리 씻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 또한 누군가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되겠지요.
그땐 그 사람 또한 당신과 저처럼 짐 지워진 고통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혹여 씻어낸 그대 고통의 흔적을 지워내고자 그곳에 계신 거라면,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대의 고통이 남긴 잔재마저도 제가 다 받아내고 감당할 터이니, 당신은 하루빨리 이 고통의 장소를 저에게 넘겨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대여, 하루빨리 고통을 씻는 일을 끝내고 그 곳에서 나와주십시오.






-하마구치 아야메, 배 아파 죽겠는데 앞 사람이 화장실에서 안 나온다-








최악이야.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니.
내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끝나버리다니.
대체 어째서야?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냈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언제라도 열심히 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그런 내가, 이런 실패 같지도 않은 실패를 겪게 됐다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어째서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어?
오히려 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래.
뭐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조금 부주의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적어도 내게 한번 정도는 말해줄 수 없었어?


이미 끝난 일이야. 더 이상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야.
돌이킬 수도 없고, 사정할 수도 없지.
그저, 내 남은 앞길이나 잘 살펴봐야겠어.






-닛타 미나미, 몰랐는데 했어야 하는 과제가 누락되어 있었다.-








축제는 시작되었다.


말하자면 불처럼 뜨거운 축제.
말하자면 얼음처럼 차가운 축제.
말하자면 빛처럼 빠른 축제.


나도 이 축제에 참여할 거야.
이런 축제에 내가 빠질 수는 없어.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더욱 자유롭게.


난 이 시간만을 기다려왔어.
사실 그렇게 긴 시간 기다렸던 건 아닌데, 내겐 길고도 길었어.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다른 사람들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누가 더 뜨겁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달아올랐지.
이제 나도 저 사람들처럼 뜨겁게 불타올라야겠어!


시간은 되었고,
분위기는 불타오르며,
축제는 시작되었어.


그럼, 이제.
내가 간다.

만땅으로 준비된 첫발을
용기 있게 내딛는다.






-카미야 나오, 가챠갱신-








당신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눈앞에 보입니다.
잠깐 한눈팔면 당신은 또 나타납니다.


당신은 내게 말합니다.
내가 있으면 당신은 편리할 거라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이죠.


난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없어도, 나는 얼마든지 잘 있습니다.
당신이 있든 없든, 난 불편한 것이 없습니다.


당신이 없어져줬으면 하지만, 그런 방법은 아쉽게도 없군요.
받아들이는 것이 없애는 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모순입니다.
게다가, 당신을 받아들일 때는 오히려 내가 손해입니다.


어쩔 수 없네요.
당신이 찾아오는 것을 나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계속 이대로, 당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쿠마 마유, 유튜브 프리미엄 광고-








자연스러운 일이죠.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모든 생물은 움직입니다.
심지어 생물이 아닌 태양과 구름도 움직입니다.
생물도 아닌데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모든 생물은 바닥을 걷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걸을 땐 바닥에서 걷습니다.
저도 바닥을 걷습니다.


기분 나쁜 느낌이 저의 온 발을 덮습니다.
특히 오늘같이 날씨가 궃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나 씨 같이 다리통증은 없지만 발은 무겁습니다.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운에 맡길 일도 아니고, 어떤 실력과도 상관이 없는 일인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발이 길을 갈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무거워집니다.


집은 아직 멀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돈이 없습니다.


부탁드리건대, 부디 누구라도 저의 발을 조금만 가볍게 해주세요.






-타치바나 아리스, 비가 와서 신발이 젖었다-








1분 남았다.
벌써부터 조금 후가 기대된다.
얼마나 환상적인 모습이 내 눈에 보일까.


30초 남았다.
벌써부터 구미가 당겨.
아직 남은 시간 같은 거 무시하고 손을 뻗고 싶네.


20초 남았다.
아까로부터 고작 10초가 지났을 뿐인데.
왜 이리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나 몰라.


10초 남았다.
저 멀리 흐릿하게나마 너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답구나.


시간이 다 되었다.
눈을 떠서, 너를 본다.
손을 뻗어, 너를 만진다.
입을 열어, 너를 맛본다.






-유메미 리아무, 교자만두-








프로듀서, 요즘 따라 제 눈이 이상한 것 같아요.
옛날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여요.
저 쪽 구석이 너무 더러운 것 같아요.


프로듀서, 요즘 따라 제 신경이 예민한 것 같아요.
발바닥이 전에 없이 너무 지저분해서 거슬려요.
옛날 같았으면 전혀 신경도 안 썼을 일들인데.


프로듀서, 최근 들어 저희 집이 낡은 것 같아요.
책상이며 바닥이며, 부엌이며 거실이며 너무 지저분해요.
저희 집이 원래 그런 곳이었을까요?


프로듀서, 최근 들어 저의 몸에 힘이 없어요.
펜과 연필을 잡을 수도 없고, 책도 읽혀지지 않아요.
오히려 계속 피곤한걸요.


프로듀서, 제가 왜 이런 걸까요?






-사사키 치에, 시험기간 단골 변명-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되고 있었는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네가 망쳤어.
내가 망쳤어.
모두 망했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시작은 확실히 좋기는 했었지. 중반까지도 좋았고.
마지막까지도 좋았으면 최고였을 텐데.


하필 마지막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하여간 이놈의...아니다, 됐어.
이미 끝난 일이니까 더 화내봤자 입만 아프지.


그래도 아쉽네.






-하야미 카나데, 라이브 마지막에 1 m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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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서 써본 단편이에요.
다른 작품도 작업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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